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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 추진 중단해야

구본진 변호사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

금융위원회가 변호사에게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변호사 등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국제기준 이행을 위한 5대 과제 중 하나라며 이들에게도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되면 변호사는 의뢰인의 부동산 매매, 자금·증권 기타 자산 관리, 예금·적금·증권거래 계좌 관리, 회사·법인 등 설립, 사업체 매매 거래 등을 준비하거나 대리할 때 고객확인의무와 기록보관의무는 물론 의심거래에 대한 보고의무까지 부담하게 된다. 고객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가 의심되는 거래가 있으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하고, 이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되며, 거짓으로 보고한 때에는 벌금에 처해진다.

금융위의 이러한 시도는 변호사에게 고객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변호사법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는 진실에 기한 변론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보장책이며 비밀유지의무 없는 변호사 제도는 생각할 수 없다. 변호사의 법적 조언과 조력은 문제된 상황의 사실관계와 의뢰인이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이루려고 하는 목표에 대한 정보를 확실하게 파악하여 여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의뢰인으로 하여금 변호사를 신뢰하게 독려하며 정부의 침해로부터 사생활의 영역을 보호하고 의뢰인이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를 받는 것을 용이하게 해 주는 것이다. 비밀유지의무가 준수됨으로써 변호사라는 직업의 존립이 보장된다고 말할 수 있다. 비밀유지의무는 법조 직역에 대한 공공의 신뢰제고라는 측면에서 권리로도 인정되는 것이고 이를 비닉특권(秘匿特權, attorney-client privilege)이라고 부른다.

비밀유지의무는 당해 변호사나 의뢰인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법의 준수', '법의 지배'라는 이익을 가져오게 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때문에 비교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절대가치'로 인정되어 온 것이다. 미국연방대법원은 1981년 업존 사건 판결에서 "비닉특권을 인정하는 목적은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완전하고도 솔직한 의사소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그로써 궁극적으로는 법을 준수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좀 더 넓은 의미의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유효하게 대리하고 더 나아가 부정한 행위를 그만두도록 조언하기 위해서는 불리한 사실이나 법적으로 불리한 사정에 관한 정보도 필요로 한다. 의뢰인이 변호사를 믿고 솔직히 비밀을 개시함으로써 의뢰인의 사법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되고 또한 정의실현의 기회가 보장됨으로써 '법의 지배' 실현에 공헌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비밀유지의무는 변호사의 공익의 대변자로서의 공적인 의무로 설명된다.

그 동안 비밀유지의무의 해제가 허용되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금융위의 이러한 시도는 아예 그 해제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하여 통보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그동안 논의된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국가기관의 효율성 제고라는 이익을 위해 인권옹호의 절대적 가치에 터 잡은 변호사 비밀유지의무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법의 지배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FATF 게이트키퍼 규제에 관한 근거가 입법화되는 데 대해 일본변호사협회는 2006년 미국변호사협회, 유럽연합변호사평의회, 캐나다변호사회, 스위스변호사회 등과 공동으로 의뢰인 밀고제도 철폐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작성하였다. 벨기에변호사회는 제도의 위헌성을 지적하여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하였고 프랑스변호사회에서는 유럽의회에 청원을 했다. 캐나다변호사회는 정부를 상대로 변호사에 대하여는 보고의무로부터 제외하고자 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몇몇 주에서 이러한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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