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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입법기술과 언론의 중요성

이용재 변호사 (산건 법률사무소)

- 개정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하여 - 

2016년 5월 19일 안경과 콘텍트렌즈(이하 '렌즈 등')의 구매대행이나 배송대행을 금지하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대상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이 되고 5월 29일 공포되어 같은 날 시행되었다. 국내 사이버몰에서 렌즈 등을 구매하면서 구매대행이나 배송대행을 하는 경우를 상정하기란 어려우므로, 결국 구매대행이나 배송대행을 금지하는 것은, 해외 사이버몰에서 렌즈 등을 구매할 때 구매대행이나 배송대행을 해주는 업체를 제재한다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27일에는 한 종합편성방송이 이제 법을 바꿔서 "해외직구를 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기사를 내보냈다. 일반적인 의미로 '해외직구를 하다'라는 표현을 해외직구를 통해 물건을 산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해외직구 업체를 운영한다는 의미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이제는 과거와 달리 해외직구로 물건을 '판매한 사람'뿐만 아니라 '산 사람'도 처벌받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하지만 개정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5항 제2호를 보면 '구매 또는 배송을 대행하는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금지하고 있다. 위 방송사에서 기사를 작성한 사람이나 데스크는, 저 문구를 '구매'와 '배송대행'으로 이해해서 구매자(사는 사람)도 처벌받는다고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안원문의 제안이유를 보더라도 '구매 대행 등의 방법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 것이다. 따라서 '구매와 배송'을 대행하는 것(구매대행과 배송대행)을 금지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물론 보건복지부령으로 구매 대행뿐만 아니라 구매도 처벌한다고 규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보건복지부령이 위 법률의 위임범위 안인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전자상거래 판매를 처벌하더라도, 외국 국적의 사람이 운영하는 해외 사이트라면, 그 나라에서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사이트 운영자가 처벌될 일은 없고, 직접 렌즈 등을 해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데에 장애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해외사이트에서 안경이나 렌즈를 직구하는(사는) 사람이나 (처벌규정이 없는 나라의) 해외사이트를 운영하는 외국국적의 운영자나 처벌될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렌즈 등의 전자상거래를 통한 판매나 구매대행, 배송대행을 막거나 형사처벌 할 필요성과, 렌즈 등을 해외에서 직구하는(사는) 사람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물론 구매대행이나 배송대행을 해주는 우리나라 사이트가 문을 닫게 돼서 결과적으로 외국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할 정도로 외국어가 유창한 사람이 아니라면 해외직구가 줄어들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편성방송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대상법안에 대한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내기 전에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를 했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에 법률전문가들이 대상법안을 구매대행과 배송대행이라고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법이라는 것이 법률가들을 대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일반인 누구나 법조문 하나만 보면, 개정이유나 다른 내용을 안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써야 한다는 점에서, 복합어를 나열을 하면서 복합어의 앞부분만 표시하고 '또는'으로 이어가는 것은 좋은 입법기술이라고 볼 수 없다. 그냥 법조문도 아니고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는 법조문인데, 가능하면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에서 '구매대행이나 배송대행', 혹은 '구매대행 또는 배송대행'이라고 쓰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대상법안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종합방송에서 방송을 내보내기까지 관여하는 사람들마저도 대상법안을 "구매와 배송대행"으로 해석하였다면, 많은 국민들이 대상법안을 읽고 방송처럼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국민들이 해외직구로 물건을 산 사람도 처벌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파급력이 큰 방송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언론에 책임이 있는 것만큼이나 오해의 소지가 있게 대상법안의 문구를 만든 국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복합어를 나열하면서 복합어를 구성하는 단어 앞부분과 '또는'을 이어서 나열하는 방식(구매 또는 배송을 대행)으로 법률을 제·개정하는 것을 지양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