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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생활

[나의 문화생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고

진형혜 변호사 (법무법인 지엘)

맹렬한 빗소리와 함께 빗물이 만드는 안개가 자욱하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내리는 비. 게다가 우산을 뒤집을 듯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까지.. 몇 분 걷기도 전에 옷들은 흠뻑 젖어버렸고 우산은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어 버린지 오래. 피부에 감기는 축축한 옷의 감촉과 젖은 옷이 만드는 불쾌지수는 이미 최고이다. 이 모든 상황을 한단어로 정리한다면? '장마'.

건물 밖으로 나갈 때마다 젖은 우산에 감겨 벗겨지지 않는 비닐커버와 씨름하며 장마가 온 것을 실감한다. 자연이 만든 시간은 순서를 거르는 법이 없다. 결국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사무실에 돌아와 한숨 돌리는 순간 책상 위에 높다란 위용을 자랑하며 쌓여있는 기록이며 새로이 들어온 서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기분도, 컨디션도 한없이 한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달력을 보니 아직 수요일. 주말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장마철 젖은 빨래처럼 축 처진 기분과 컨디션의 반전을 꿈꾸며 주말의 유쾌한 나들이를 예약한다. 나를 다시 백만돌이 에너자이저로 변신시킬 해리포터의 마법은? 바로 신기에 가까운 탭댄스와 화려하다 못해 가공할 만한 코러스의 군무가 압권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어려웠던 뉴욕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럼에도 매우 신나고 경쾌한 뮤지컬이다. 1980년에 초연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은 뮤지컬 공연 도중 주역배우가 무대 위에서 사고를 당해 남은 공연 전체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엉겁결에 주인공으로 발탁된 후 스타덤에 오르게 된 신출내기 배우 페기 소여의 성공담과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연출을 맡았던 고어 챔피언(Gower Champion)의 드라마틱한 죽음으로 더욱 유명해졌는데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연출한 고어는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이 무대에 오르던 날 아침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이후 그는 말 그대로 뮤지컬계의 전설이 되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공연 내내 더할나위 없이 화려한 코러스 및 군무와 더불어 눈이 돌아갈 정도의 현란한 탭댄스로 관객의 호흡과 넋을 빼앗았다. 바로 그러한 매력과 자신감이 있었기에 관객에게 외면당하는 순간 바로 무대가 없어지는 냉혹한 자본주의 최첨단 브로드웨이가에서 무려 3486회 연속 공연이라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공연 기록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

공연 내내 젊고 생명력 넘치는 코러스들이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와 활기가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공연이 끝난 이후 전 출연진들의 무대 위에서의 인사 퍼포먼스가 본 공연보다 더 화려하다. 기분 좋은 피곤함과 열기에 들떠 공연장을 나오는 순간 한주간 쌓인 스트레스와 고민은 이미 저 우주 너머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지 오래.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그저 즐길 준비가 필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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