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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보호의 한계

전응준 변호사 (법무법인 유미)

최근 세계 각국은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종래 주 법에 의해 영업비밀을 보호하던 것에서 나아가 연방법률로서 영업비밀보호법을 제정하여 연방법원에 의한 민사적 구제를 허용하였고, 일본도 형사처벌의 벌금형 상한을 높이고 국외 영업비밀 유출을 가중처벌하는 입법적 조치를 단행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악의적 침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영업비밀 보호에는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재산권적 관점과 산업스파이행위 방지라는 국익적 관점이 혼재되어 있어, 지적재산권적 프레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비밀 보호는 무정형의 정신적 산물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특허권 등의 지적재산권과 균형을 맞추어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업비밀로서 보호되는 기술정보는 특허권, 저작권 등으로도 보호될 수 있다. 그런데 특허권, 저작권은 기술보유자에게 독점을 허용하기는 하지만 그 대가로 기술의 공개를 요구한다. 즉 타인도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조건으로 독점권이라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반면 영업비밀은 오히려 비공개를 전제로 하여 타인이 부당하게 기술자산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한다. 공개가 문화와 산업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면 영업비밀은 타 지재권에 비하여 사회적인 기여가 부족하다는 이념적인 한계가 있다.

또한 공개라는 행위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정신적 산물에 대해 울타리를 치는 역할을 한다. 공개 장부에 등록하는 것(특허권), 생각을 표현하는 것(저작권)은 외부적으로 공개한 범위만큼 법적 보호를 받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업비밀은 합리적 노력에 의해 비밀로 관리되어야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외부적으로 표시되는 비밀관리 행위는 무정형의 영업비밀에 대해 보호범위를 확정하는 의미를 띤다. 그러므로 '합리적 노력에 의한 비밀관리'라는 문구를 삭제하여 보호요건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견해는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생각된다. 영업비밀 보호는 필요하지만 이념적 근거를 살펴 균형적 시각에서 다른 권리와 조화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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