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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중재법 개정을 환영하며

손경한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1. 중재법 개정의 경과

지난달 19일 중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1999년 중재법이 전면 개정된 이래 17년만의 쾌거이다. 중재에 입문한지 35년이 된 사람으로서 이를 환영하여 마지않는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재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선임된 중재인의 판정에 따라 분쟁을 저렴하고, 신속하며, 전문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중재를 활성화함으로써 법원의 폭주하는 사건 부담을 경감할 수 있고 법원은 국민적 관심을 가지는 사건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게 되어 사법 불신의 제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국제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국제분쟁도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중재 사건을 유치하는 경우 관련 서비스업 등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므로 세계 각국은 국제중재 사건의 유치를 위해 법령을 정비하는 한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와 인근한 홍콩과 싱가포르가 대표적으로 성공한 나라이다. 이러한 노력에 우리나라도 동참하기 위하여 그동안 중재법 개정 작업을 하여 온 중재법개정위원회(위원장 이호원교수)의 위원들과 법무부의 노고에 감사한다.

2. 개정 중재법의 내용

가.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 절차 간이화(개정법 제37조)
개정 중재법상 가장 중요한 변화는 중재판정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법 상으로는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반드시 변론을 열어 판결을 하도록 하였으나 개정법은 이를 결정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개정법은 중재판정의 승인·집행에 필요한 서류를 간소화하였다. 이로써 중재판정의 승인·집행의 신속성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게 되었다.

나. 임시적처분제도의 실효화(개정법 제18조, 제18조의2-8)
개정법은 2006년 개정 UNCITRAL 모델중재법을 수용하여, 법원의 보전처분에 준하는 중재판정부의 임시적 처분의 내용과 요건, 그 변경ㆍ정지ㆍ취소 등의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임시적 처분이 법원을 통하여 승인 및 집행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로써 명목상의 제도에 그쳤던 임시적 처분제도가 활성화 될 것이 기대된다.

다. 기타 개정 내용
그 외에도 중재합의의 서면요건을 2006년 개정 UNCITRAL모델중재법에 따라 완화하고(개정법 제8조), 중재판정부의 증거조사에 관한 법원의 협조를 강화하며(개정법 제28조), 중재판정부가 중재비용 분담에 관하여 정할 수 있고 지연이자의 지급도 명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개정법 제34조의2 및 제34조의3).

3. 중재법 개정의 의의

이번 중재법의 개정으로 국제적으로 심한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중재판정집행절차의 지연이 해소되고, 임시적 처분이 활성화 될 수 있게 된 것은 큰 다행이다. 특히 대한상사중재원이 2016년 6월 1일부터 긴급중재인제도를 중재규칙에 신설, 시행함으로써 외국처럼 임시적 처분이 활발하게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중재법 개정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할 수 있다. 2006년 UNCITRAL모델중재법을 10년이나 지나 도입하면서도 그 전면적 수용에 실패하였으며 중재선진국의 중재법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입법이 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이 대부분 수용한 모델중재법 상의 밀행적 임시적 처분 제도[사전명령(Preliminary Order)제도라고 부른다]를 도입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경쟁하여야 할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이미 입법한 간편한 중재판정집행제도, 긴급중재인제도, 중재합의서면요건의 폐지, 중재사건의 병합, 외국 임시적처분의 승인·집행제도 등도 도입하지 못하였다. 필자는 2015년 10월 10일 법무부의 중재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이러한 취지를 담아 개정 의견을 제시한 바 있었으나 입법에는 반영되지 못하였다. 또한 법무부가 중재법 개정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중재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4. 법조계의 향후 조치에 대한 기대

세계 각국은 가히 중재전쟁(arbitration war)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중재사건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것은 세계적으로 중재시장의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만 하더라도 싱가포르의 경우 2003년에는 불과 35건의 중재사건을 접수하였으나 2015년에는 271건으로 증가하였고 홍콩은 싱가포르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250건 내외의 견조한 사건 접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싱가포르와 홍콩이 이처럼 선전하고 있는 것은 앞서 본바와 같은 제도적 개선 뿐 아니라 법원의 중재에 관한 전향적 태도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법원도 좀 더 중재친화적인 태도로 바뀌어야 하며 홍콩처럼 중재편향적(arbitration biased)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법원의 중재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는 선택적 중재합의에 대한 것이다. 선택적 중재합의가 당사자의 예측가능성을 훼손하거나 법률관계의 안정을 해치는 바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본 것(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 318 판결, 대법원 2004.11.11. 선고 2004다42166 판결 등)은 법원우월주의의 소산으로 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계약예규상의 선택적 중재합의조항들을 의연 유지하고 있고(2016.1.1.시행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제286호 공사계약일반조건 등), 심지어는 최근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개정한 표준계약서들도 일관하여 선택적 중재합의조항을 두고 있다(2014. 12. 31. 개정 건설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 등 참조). 행정부의 이러한 판례 무시와 실무상의 극심한 혼란은 대법원의 종전 입장이 과오이며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시급히 변경되어야 함을 웅변하고 있다.

우리 중재제도의 국제적 경쟁력과 관련하여서는 단순히 국제규범을 추수하거나 외국의 입법을 모방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경쟁국을 능가하는 선진적인 입법을 하여야 비로소 가능해 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법무부는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하여 중재법 재·개정작업을 서두르고 20대 국회에서 중재산업진흥법을 재발의하여 조속 입법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입법과 병행하여 대법원 등 관련부처와 협의하여 중재활성화 시책을 강력히 추진하여 나가야 할 것이다. 재야법조계도 중재가 전통적인 법원 주도 재판을 넘어선 사인(私人) 주도 재판이라는 새로운 시장임을 인식하고 청년변호사들이 이러한 법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육과 제도를 정비하여 나가야 할 것이며 대한중재원도 개정 중재규칙과 중재인윤리강령의 시행을 넘어 획기적인 발전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제조업 거의 대부분이 국제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는 작금에 우리 민관은 힘을 합쳐 국제적 경쟁력 있는 서비스산업을 일으켜야 하며, 중재산업도 그중 유력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중재법 개정에 이은 법무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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