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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닌 것

전응준 변호사 (법무법인 유미)

어떤 정치가가 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밝힌 자서전을 출판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시간이 흘러 당시의 의견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이미 시중에 유통된 자서전을 회수하려고 한다. 이것이 가능할까. 책을 회수하려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반성적 고려 끝에 의견을 정정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여론의 비판을 우려하여 그럴 수도 있다.

자서전을 저작물로 본다면 저작권법은 이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저작권자는 저작물의 복제물에 대한 판매 금지, 폐기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의 경우와 같이 이미 소비자에게 책이 판매된 경우에는 저작권자라 하더라도 책의 구매자에게 책의 회수 내지 재판매 금지를 요구할 수 없다(권리소진의 원칙). 저작권은 물권에 준하는 절대권이지만 일단 유통된 저작물에 대하여는 권리의 행사가 제한된다.

자신의 머리에서 비롯된 생각이지만 일단 세상에 공개한 다음에는 이를 없애거나 퍼지지 않도록 하기는 어렵다. 정보의 사회화가 이루어져 자신만의 권리를 오롯이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지식, 정보, 콘텐츠와 같은 무체물의 경우 본시 내 것이었지만 일정 단계에 이르러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 아니면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할 때가 발생한다. 여러 사람의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 누구의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나에 관한 정보이기는 하나 해당 정보에 관한 이해관계가 오히려 타인에게 있는 경우, 이를 자신만의 소유물로 사고하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그렇다면 앞서의 정치가는 어떠한 방법을 모색하여야 할까. 그는 특정 의견을 발표했다는 사실 자체를 역사에서 삭제하고 회수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견을 발표하면서 과거의 경험과 생각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 사회 역시 과거의 사실로 사람에게 낙인을 찍지 말고 미래적 관점에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한 때의 사실을 교정하기 위하여 그 사실 자체를 지워버려야 한다면 이는 개인과 사회에게 너무나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워서는 안 되는, 애초 지울 수 없는 것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