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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를!

채형복 교수(경북대 로스쿨)

1871년 '파리코뮌' 당시 시민들은 "자유로운 삶, 아니면 죽음을!"이란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들고 프랑스정부군과 맞서 싸우며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하는 가치가 있었으니 '자유'다. 파리코뮌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으나 파리코뮌의 이 자유정신은 유럽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바로 개인에게 최대한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이다. 법적으로는 헌법 제10조가 말하는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일 것이다. 반대로 국가의 역할은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헌법 제10조를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일까? 적어도 모든 사람이 무릎 꿇고 살지 않고 서서 죽을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무릎 꿇지 않고 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도 부천의 어느 백화점 주차장에서 손님 모녀가 주차 요원 아르바이트생을 무릎 꿇리고,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사무장과 스튜어디스를 무릎 꿇게 만든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국가권력과 자본주의가 촘촘한 그물망처럼 얽힌 현실에서 을(乙)의 입장에 서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갑(甲)의 횡포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두 자신의 소신과 존엄을 지키며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어느 누가 비굴하게 무릎 꿇고 살기를 원하겠는가? 우리 헌법이 제10조와 더불어 특별히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제34조 1항을 둔 취지도 이러한 삶을 보장하기 위함일 것이다.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을 수 있기를!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인권을 지켜야 할 법률가들이 평생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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