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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전응준 변호사 (법무법인 유미)

적정기술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인 에른스트 슈마허가 고안한 개념이다. 그는 서구의 거대기술과 제3세계의 토착기술 사이의 중간 정도 기술이 저개발국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소규모의 자족적 모델을 구상하였다. 이러한 중간기술은 저개발국에게 저렴하고 다루기 쉬운 기술을 제공하고 현지의 원료와 노동력을 사용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적정기술 운동은 저개발국에게 도움을 주자는 개인의 열정, 진정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적정기술을 다루는 사회적 기업이 등장했고 과학기술계에서도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가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허청 등 정부에서도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하여 적정기술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적정기술의 제공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라이프스트로', '수퍼 머니메이커 펌프'와 같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제품도 있지만 '플레이 펌프'와 같이 대실패로 끝난 것도 있다. 어린이용 회전목마에 펌프를 연결하여 깊은 우물의 물을 끌어 올리는 것인데, 가격만큼 효율적이지 않고 아이들이 새로운 장난감에 흥미를 잃어 '회전 놀이기구 펌프'가 그대로 방치된 사례이다.

최근에는 적정기술계의 구루와 같은 존재인 폴 폴락에 의하여 비즈니스 친화적인 적정기술이 논해진다. 여기에 하위소득계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모델을 결합하기도 하고 국내 기업이 개도국에 진출하는 수단으로 ODA방식의 적정기술 지원을 논하는 예도 있다. 하지만 적정기술의 비즈니스화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다. 잘못하면 초심을 잃고 현지 주민의 반감 내지 무관심을 초래하기 쉽다. ODA를 통한 적정기술 지원은 국민의 세금을 써야 하는 사업이므로 국내 산업적 관점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은 이해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적정기술의 본래 가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사람들이 본인의 경제적 이익과 무관한 적정기술 등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자기만족적인 성향이 있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에게 순수성, 열정, 진지함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어느 시인의 말을 빌려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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