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하면서 한국-UAE 양국간 사업 교류와 협력이 기대되고 있다. 방문 일정 시작부터 UAE로부터 4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였으며, 원자력, 방산, 에너지, 건설,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참석한 UAE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도 세계 경제 침체 상황에서 수출을 통해 활로를 열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과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제2의 중동 붐이 기대되고 있지만 중동 사업에서 의외로 고전해 온 우리 기업들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공적인 UAE 진출을 위해서는 중동의 문화와 환경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UAE의 법 제도와 실무에 따른 전반적인 유의사항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한 최근의 법 제도 개혁 현황
UAE는 중동 국가 중 외국인을 위한 사업 환경이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국가와의 경쟁을 의식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법 제도 개혁을 추진 하고 있다. 예컨대 다른 중동 국가들은 금요 예배를 위해 아직도 주말 공휴일을 금요일 및 토요일로 지정하고 있으나, UAE만은 2022년부터 주말을 토요일 및 일요일로 변경하였다. 또한 30%에 달하던 주류세를 올해 1년간 유예하기로 하였고, 토후국 중 하나인 라스 알카이마에서 카지노 사업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바, 이처럼 이슬람 율법에도 맞지 않는 UAE의 최근 행보는 상당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개정 법률 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2020년 개정된 회사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종전에는 법인 설립을 위해 자국민의 51% 이상 지분 소유가 요구되었으나, 경제자유구역들에 한해서 인정되던 외국인의 100% 지분 보유가 개정법에 따라 유관기관이 정하는 영업활동들에 대해서 가능해지게 되었다. 또한 법인격이 없는 지사 또는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해서 종전에 요구되던 로컬서비스 에이전트 선임 요건도 폐지되었다.
국제규범과 선진국 수준에 부합시키기 위한 규제 개혁들도 주목할 만하다. 2021년 제정된 연방 개인정보보호법은 유럽연합의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의 주요 내용들을 채택하고 있으며, 같은 해 UAE의 마드리드 의정서 가입 후 개정된 연방상표법은 외국기업들의 상표권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같은 해 40년만에 개정된 노동법은 인종, 국적, 성별, 종교, 장애 여부로 인한 차별금지와 사내 괴롭힘 및 성희롱을 금지하는 등 UAE의 노동환경을 국제기준에 충족시키기 위한 내용들을 반영하고 있다.
외국인의 장기 거주를 유도하기 위한 10년 비자인 골든 비자는 UAE 이민정책 중 가장 큰 변화에 해당하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로도 골든 비자가 인정되는 전문직군이 확대되는 등 신청요건도 완화되는 추세에 있다. 외국인의 이혼, 상속, 양육권 등 가족관계를 규율하는 내용의 비무슬림 개인의 지위 문제에 관한 연방법 또한 작년 연말 시행되었다.
한편 2023. 1. 26. 대리상법(Commercial Agencies Law)이 전면 개정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종전보다 용이한 대리상 계약의 해지와 분쟁해결을 위한 중재합의가 가능해지는 등, 로컬 에이전트 문제로 인한 사업 리스크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
이상과 같이 많은 법령의 제개정이 최근 몇 년전부터 전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규제당국이 법령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고 실행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 노동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한 시행령이나 가이드라인 준비도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UAE의 자국민 고용정책인 에미라티제이션(Emiratisation)도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종전에는 미이행시 과태료 등 불이익이 실제 부과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으나, 2022년 5월 발표된 내각결정에 따르면 이후 5년 내 민간 인력의 10%까지 자국민 고용비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본격적인 규제가 예상된다.
또한 UAE는 작년 연방 차원의 법인세 도입을 결정하였는데, 올해 6월 1일부터 과세소득이 37만 5천 디르함(한화 약 1억 2천만 원)을 넘는 기업에 대해 9%의 법인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다만 법인세법이 작년 연말에야 공포되어 부과 대상과 적용 세율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연방 중재법에 따르면 중재합의를 위해서는 계약당사자에게 특별수권이 요구되기 때문에, 계약서에 서명한 임직원의 위임장에 중재합의에 대한 권한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중재합의의 효력이 부정될 위험이 있다. 최근에는 신의칙 등을 근거로 중재합의의 효력을 최대한 인정하려는 판례들도 나오고 있으나, 중재합의에 대한 위임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 중재조항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관할권 위반이 쟁점이 되어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UAE 진출을 새롭게 준비하는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지역에 지사 또는 법인을 설치할지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UAE에는 40개가 넘는 경제자유구역(Fee Zone)이 있어, 어느 지역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새롭게 도입되는 법인세는 경제자유구역에는 적용이 제외될 수 있으며, 대표적인 프리존인 DIFC와 ADGM의 경우 영미법 체계에 따른 별도의 법원을 두고 있다.
윤덕근 변호사(Trowers & Hamlins LLP)
[ 참고기사1(www.sedaily.com) ]
[ 참고기사2(www.arabnews.com) ]
[ 참고기사3(www.kiep.go.kr) ]
[ 참고기사4(dream.kotra.or.kr) ]
[ 참고기사5(www.trowers.com) ]
[ 참고기사6(dream.kotra.or.kr) ]
[ 참고기사7(infoplusnews.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