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왕세자 무하마드 빈살만의 방한을 계기로 사우디와 네옴(Neom) 신도시 프로젝트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방한 기간에만 사우디와 수십조 규모 26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가 체결되었으며, 네옴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한국기업들이 8건 이상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가 상승하고 있다.
이미 2017년에 발표된 네옴 신도시 프로젝트는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비전 2030은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경제 다각화를 위한 사우디의 국가전략으로, 사우디는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해 오고 있다. 사우디 진출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사우디의 법 제도 변화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를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 법제도 개혁의 현황
사우디는 다른 중동 국가들에 비해 사회 전반을 체계적으로 규율하는 성문법제가 미비하여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대표적으로 대부분 중동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성문민법(Civil Code)을 사우디는 두고 있지 않다. 상위규범인 샤리아(Shari’a) 법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 갈수록 복잡해지는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우디에서는 판례의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고 법관에게 많은 재량이 부여되기 때문에, 유사한 사안에서도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빈살만 왕세자는 2021년 2월 비전 2030을 뒷받침하고 사우디의 사법 제도를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4대 기본법률로서 민법, 형법, 개인지위법 및 증거법을 제정하고, 궁극적으로 완전한 성문법 체제를 갖출 것임을 공언한 바 있다.
성문민법 및 성문형법은 아직 입안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보이나, 개인의 평등 및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개인지위법은 2022년 6월 18일, 법원의 증거 채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규정한 증거법은 2022년 7월 8일 각각 발효되었다. 개인지위법은 여성의 혼인에 대한 자유도 규정하고 있는데, 여성의 인권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의 최근 모습은 상전벽해 수준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하여 여성 고용률이 2022년 5월 기준 35%를 넘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그 밖에 외국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법령들이 최근 몇 년간 도입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발효되는 개정 회사법은 회사 설립 절차와 기업 인수 합병 절차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였으며, 합작투자(JV)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외에 유한책임회사의 지분권자 수 및 회사채 발행 등에 대한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개정된 정부 입찰 및 조달법과 동법 시행령은 사우디 공공조달절차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규정하고 있으며,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관합작사업(PPP)을 촉진시키기 위한 민영화법도 2021년 공포되어 시행 중이다. 아직 공포되지 않았으나 2022년 4월 법안이 발표되어 심사 중인 신 투자법 또한 외국기업을 국내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 진출 시 유의해야 할 법제도
사우디 진출을 계획하는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사회적 문화적 특수성 외에도 사우디의 법제도에 따른 제한사항들을 미리 유념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중 몇 가지를 언급해 보면, 우선 사우디에서는 ‘사우디제이션’이라고 불리는 사우디 국적자 우선고용제도가 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의 업종 및 규모에 따라 요구되는 고용비율의 충족률에 따라 비자 관련 불이익과 혜택이 주어지는데, 자국민의 고용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추세에 있어 사우디 진출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 정부는 2024년 1월 1일부터 자국 내에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관할하는 지역본부(Regional Headquarter)를 설치하지 않는 회사와는 정부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두바이 등 다른 중동국가에 지역본부를 두고 있던 다국적 기업들이 사우디로 지역본부 이전을 준비 중이거나 검토 중에 있다.
사우디에서의 제품 판매를 위해 활용하게 되는 로컬 에이전트와의 거래에 있어서는 다른 중동국가와 마찬가지로 대리상법(Commercial Agency Law)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그 내용을 반드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원칙적으로 로컬 에이전트는 사우디 상공부에 등록되어야 하며 등록되지 않은 에이전트는 활동이 제한되고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동법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에이전트와 거래가 다수 이루어지고 있으나 정부기관에 납품하는 경우에는 현실적인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한편 상표권과 지적재산권 등과 관련한 개정 내용을 담은 개정 대리상법이 2023년 중반 공포될 예정에 있어 그 추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덕근 변호사(Trowers & Hamlins LLP)
[ 참고기사1(www.reuters.com) ]
[ 참고기사2(www.roedl.com) ]
[ 참고기사3(www.roedl.com) ]
[ 참고기사4(www.thenationalnews.comm) ]
[ 참고기사5(www.bremerlf.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