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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입점건물에 분양계약시 주의점

[ 2020.05.13. ]



서울 외곽의 신도시를 지나다보면 준공을 앞두고 있는 새 건물에 ‘병원 입점 확정’과 같은 현수막이 걸려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믿고 덜컥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가 병원이 실제로는 입점을 하지 않거나 입점을 하더라도 몇 달 만에 문을 닫아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최근엔 병원 입점을 빌미로 약국을 유치하고 약국 측에 병원에 지급할 지원금을 요구한 뒤 그 지원금의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가는 불법 컨설팅 업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문제는 병원이 문을 닫을 경우 이 지원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컨설팅 업체가 요구하는 지원금은 병원 1개 과당 적게는 8,000만 원에서 많으면 1억5,000만 원에 이르고 약국은 지원금의 대가로 안정적인 처방전 발급을 약속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지원금 약정은 약사와 의사간의 담합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약사법 제24조에 정면으로 위반합니다. 


그러나 컨설팅 업체는 교묘하게 단속을 피하고 있는데 병원의 회식비나 발전기금 등 다양한 명목으로 지원금을 받았던 것이 예전 방식이라면 요즘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건물주나 인테리어 업체 같은 제3자를 거쳐서 받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컨설팅 업체가 한 곳에만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컨설팅 업체들은 같은 의사면허증 여러 장을 가지고 다니며 여러 건물주에게 같은 제안을 한 뒤 인테리어 업체 등을 통해 지원금을 받고 실제 인테리어 공사는 매우 부실하게 흉내만 내 놓고 차액을 챙긴 뒤 실제 병원 개업은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병원 입점이 제대로 되지 않는 데 따른 피해는 병원 입점만 바라보며 고액의 지원금까지 건넸던 약국 뿐 아니라 병원 입점만 믿고 덜컥 분양계약을 체결했던 다른 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지게 됩니다. 


그러나 계약서나 약정서 상에는 병원이나 컨설팅 업체가 아예 당사자로 기재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여서 병원이나 컨설팅 업체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처분문서인 계약서의 내용을 가장 신뢰하기 때문에 계약서에 드러나지 않는 사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기본적으로 그 특수한 사정이나 이면 계약의 내용을 주장하는 측에 있습니다. 


따라서 설사 병원 입점을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거나 지원금을 건넸어도 이면 약정의 내용을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법원은 마치 도박자금을 빌려준 사람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여서 돈을 돌려달라고 못한다는 법리(불법원인급여, 민법 제746조)를 들어 이러한 ‘리베이트’나 ‘병원 지원금’ 같은 불법적인 돈은 돌려달라고 못 한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병원이 갑자기 떠나는 등의 사정 변경이 생기자 민법상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이유로 기존 임차인을 상대로 권리금 지급 약정을 취소하고 지급한 권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약사에게도 “민법 제109조의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를 하는 사람의 인식과 그 대조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할 것이므로, 의사표시를 하는 사람이 행위를 할 당시에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을 예기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향후 상당한 기간 병원이 그 위치에서 계속 영업을 할 것으로 예상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해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여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다30271 판결 참조).


결국 병원 입점에 따른 대가로 고액의 지원금을 건넬 경우 그에 따른 약사법상 처벌은 차치하더라도, 지원금마저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병원이 입점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거액의 권리금을 지급하고 들어왔다고 해도 병원의 갑작스런 이전시 법률행위의 착오 등을 이유로 권리금 약정을 취소하고 권리금을 반환받기도 어렵다는 것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또한 신축 건물에 임대차 계약까지 체결하고도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병원도 많은 만큼 병원 임대차계약서만 믿고 덜컥 건물주와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것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혜진 변호사 (hjchung@lawlog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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