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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최신 대법원판례 소개

[ 2020.05.14. ]



1. 들어가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은 제2조 제1호에서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 중 (카)목에서는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이하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카)목은 법원이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여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할 수 있도록 하는 보충적 일반조항의 성격을 갖습니다. 다만 이 조항이 2013년 7월 도입된 이래로 그 판단기준이 모호하게 남아있었으나, 대법원은 2020. 3. 26. 두 건의 판결 및 결정(이하 ‘대상판결들’)을 통하여 처음으로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2.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이하 ‘골프장 이미지 판결’)

이 사건은 골프장을 소유 및 운영하는 원고가, 원고의 허락을 받지 않고 원고 골프장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용 3D 골프코스 영상을 제작하여 이를 스크린골프장 운영자에게 제공한 피고를 상대로, 이는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피고의 행위가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① 골프코스 설계를 실제로 골프장 부지에 조성함으로써 외부로 표현되는 지형, 경관, 조경요소, 설치물 등이 결합된 원고 골프장의 종합적인 이미지(여기에는 골프장 명칭도 포함됨)는 골프장을 조성·운영하는 원고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하고, ② 원고와 경쟁관계에 있는 피고가 이러한 원고의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제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피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원고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본 것입니다.



3. 대법원 2020. 3. 26.자 2019마6525 결정(이하 ‘연예인 화보 결정’)

이 사건은 유명 아이돌 그룹과 전속계약을 맺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자인 채권자가, 연예인들의 사진·기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잡지를 제작·판매하는 회사인 채무자가 해당 아이돌 그룹 구성원들의 사진이 포함된 포토카드 및 ‘심층취재판’이라는 부록(이하 ‘특별 부록’)을 포함한 해당 아이돌 그룹의 스페셜 매거진을 발행하자, 채무자를 상대로 도서출판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아이돌 그룹 구성원 관련 부분을 삭제하지 않은 상태로 특별 부록을 제작·판매하는 행위 등의 금지를 명한 원심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① 채권자가 해당 아이돌 그룹 구성원들을 선발하여 능력을 향상시키고, 공연을 기획하며, 음원·영상을 제작·유통시키는 등 해당 아이돌 그룹의 활동에 상당한 투자·노력한 결과, 해당 아이돌 그룹과 관련하여 쌓인 명성·신용·고객 흡인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점, ②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을 상품이나 광고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을 받거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인 점, ③ 특별 부록은 채권자가 발행하는 해당 아이돌 그룹 화보집의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여 경쟁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채무자가 특별 부록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4. 대법원의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 해당 여부 판단기준

대상판결들은 당사자 및 구체적 사안은 상이하지만, 대법원에서 같은 날 판결 및 결정이 내려지면서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의 판단 기준으로 동일한 법리를 제시하였는바, 그 내용을 적용 요건별로 구분하여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성과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

‘성과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보호대상으로서의 ‘성과 등’의 유형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성과 등’에는 유형물 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포함되고, 나아가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따라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는 보호대상을 상품표지, 영업표지, 상품형태 등으로 한정한 다른 부정경쟁행위 조항과 대비되는 (카)목의 특성입니다.


특히 개별요소가 분리된 상태로는 보호대상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개별요소들이 결합하여 종합적·전체적 이미지를 구성하는 소위 트레이드 드레스와 같은 경우에도 이 조항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골프장 이미지 판결에서 원심은 골프장의 종합적인 이미지를 성과라고 인정하면서도, 골프장 명칭은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들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성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법원은 골프장 명칭도 결합 이미지를 이루는 개별요소로서 보호대상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서울연인 단팥빵’ 매장의 간판, 내부 인테리어 등을 포함한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에 대한 보호를 인정한 판결례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6. 5. 12. 선고 2015나2044777 판결 참조).


보호대상으로서 ‘성과 등’의 범위가 유연하다는 사정은 보호주체의 특성과도 연결됩니다. 이번 연예인 화보 결정에서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을 성과로 인정하였듯이, 통상적인 창작자 외에도, 사업 기획, 자본 유치 또는 투자, 시설 건설, 창작자나 실연자의 육성 등의 일련의 작업을 통해 사업상의 열매를 맺은 영업주체도 투자회수 또는 투자에 대한 보상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종래 유명 연예인의 초상, 성명 등의 보호는 퍼블리시티권(특정인의 초상, 성명, 목소리, 독특한 행동 등 인격적 징표가 가지는 경제적 이익 내지 재산적 가치를 그 주체가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의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습니다만, 이번 연예인 화보 결정을 통해 대법원은 (카)목이 퍼블리시티권으로 지칭하는 법적 이익을 보호하는 한 방법일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고 볼 것입니다.


구체적 사건에서 (카)목에 의한 보호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성과 등’을 어떻게 구획(enclosure)할 것인가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해당 산업분야의 거래 관행 및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 등’이라고 주장하는 결과물에 맥락(context)을 부여하는 작업이 요긴합니다. ‘성과 등’의 유형에 제한이 없다는 것은 ‘성과 등’의 특징이 모호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성과 등’은 투자·노력을 집중하는 지향점이자 거래적 가치 또는 경제적 이익을 담고 있는 결실로서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의 당위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여부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이 상당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투입된 투자 및 노력의 내용과 정도에 대하여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다.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제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것인지 여부

무단 사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권리자가 주장하는 성과 등이 포함된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의 내용과 그 내용이 공정한지,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수 있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의 혼동 가능성이 있는지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5. 대상판결들의 의의

대상판결들은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의 핵심요건인 위법성을 긍정하기 위한 실질적 판단 요소들을 제시한 점에서 선례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요소들은 고려해야 할 사정을 망라한 것은 아니고, 나아가 개별 사안에 따라 비중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불명확성은 남습니다. 이는 유동적인 거래관념을 알맞은 때에 반영하고자 하는 (카)목의 입법 목적, 그리고 저작권법상 공정이용(fair use) 조항과 같은 (카)목의 일반조항적 성격에서 유래하는 불가피한 측면이라 볼 것입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특수성을 내포하므로, 대법원에서 다뤄진 사안이라도 그 적용범위를 확장하는 데에는 신중을 요합니다. 예컨대 대상판결들을 해석할 때에도 ‘건축설계도서 저작물을 사업화한 결과의 무단 이용’ 또는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 침해’는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범주화(categorization)는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입니다.


대상 판결들에서 볼 수 있듯이, (카)목의 요건을 충족하면 다른 부정경쟁행위 유형과 마찬가지로 손해배상청구 또는 금지청구의 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카)목은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는 보충적 조항이지만, 이는 보호를 구하는 주체에게 다른 부정경쟁행위 규정들의 부족함을 뒤에서 보태어 채우는 소극적 역할을 하는 법적 수단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최근의 시장 환경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의 개발 성과물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혁신적·시장선도적 사업으로 결실을 거두고 있는 영업자에게 (카)목은 후발 경쟁업체의 의한 공정한 경쟁질서의 위반행위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보호받기 위한 유력한 법적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후발업체 입장에서도, 경쟁업체가 보유한 특허권, 저작권 등 전통적인 지식재산권에 더하여 영업 방식을 설계하는 데 유의할 기준을 제시해 주는 규정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 적용 범위 및 운영 실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명규 변호사 (myungkyu.lee@bkl.co.kr)

김지현 변호사 (jihyun.kim@bkl.co.kr)

강태욱 변호사 (taeuk.kang@bkl.co.kr)

김태균 변호사 (taeguen.kim@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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