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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브렉시트가 분쟁해결절차에 미치는 영향

[2019.09.02.]



영국과 유럽연합은 2019. 10. 31.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앞두고 자신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이른바 노딜(No-Deal) 브렉시트도 강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강경한 입장이 이어짐에 따라 영국 안팎에서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브렉시트가 이루어질 경우, 분쟁해결절차의 관점에서 보면 브렉시트는 크게 준거법, 관할 및 판결 집행에 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준거법과 관할의 문제는 주로 유럽연합 회원국 국적의 개인과 기업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영국을 포함하여 유럽연합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반면 판결 집행의 문제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 회원국의 법원에서 판결을 받은 후 유럽연합 회원국에서 집행을 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브렉시트에 따른 준거법 문제

현재 유럽연합 국가들은 계약상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계약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유럽의회 및 이사회의 규정(Rome I Regulation (Regulation (EC) No. 593/2008), "Rome I")의, 계약 외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계약외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유럽의회 및 이사회의 규정(Rome II Regulation (Regulation (EC) No. 864/2007), "Rome II")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습니다. 당사자들은 원칙적으로 준거법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데, 특히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닌 국가의 법률도 준거법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한편 당사자들의 합의가 없는 경우, Rome I은 계약의 종류에 따라, Rome II는 불법행위 등의 결과가 발생한 장소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Rome I, Rome II의 적용을 받습니다. 위 규칙상 영국이 유럽연합 회원국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영국법이 준거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국 외 유럽연합 국가들은 위 규칙의 적용에 있어 브렉시트에 따른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노딜 브렉시트 이후에는 유럽 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위 규칙에 따라 준거법을 정할 수 없게 되고 영국의 국내법에 따라 준거법이 정해지게 됩니다. 다만, 영국 정부는 2018. 9. 브렉시트 이후에도 위 규칙을 국내법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영국 정부가 2018. 12. 발표한 법안에서도 확인됩니다. 결국 당사자들이 브렉시트 이후에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선택한다면 영국에서도 Rome I, Rome II에 따른 것과 유사한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내용을 국내법으로 받아들이더라도 그 세부적인 적용에 있어서 영국법원이 유럽재판소와는 다른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브렉시트에 따른 준거법 문제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브렉시트에 따른 관할 및 판결 집행 문제

현재 유럽연합 국가들은 관할 및 판결 집행 문제에 관하여 '민사 및 상사 사건의 재판관할과 재판의 집행에 관한 유럽연합의 이사회규정(Recast Brussels Regulation (EU) No. 1215/2012, "Brussels")'의 적용을 받습니다. 위 규칙에 따라 피고가 유럽연합 국가 내에 거주하거나, 당사자들이 유럽연합 국가의 관할에 관하여 합의하거나, 달리 위 규칙에 따른 관할이 인정되는 경우 해당 법원은 관할권을 갖습니다. 또한 위 규칙에 따라 유럽회원국 법원의 판결은 다른 유럽회원국 내에서 그 집행이 보장됩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내에서는 유럽법인 Brussels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를 법안에서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관할과 판결집행에 관한 법적 공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영국 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05년 헤이그관할합의협약(Hague Convention on Choice of Court Agreements, "Hague") 또는 2007년 루가노협약(Lugano Convention, "Lugano")에 가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영국이 이러한 협약에 가입할 경우, 적어도 협약 당사국 사이에서는 관할과 판결 집행의 문제를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


영국은 이미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서 Hague에 가입하여 당사국의 지위를 갖고 있으나, 브렉시트 이후에는 별도로 가입하지 않는 이상 당사국의 지위를 잃게 됩니다. 다만, 영국은 위 협약에 독자적으로 가입할 수도 있고, 여기에는 유럽연합이나 다른 당사국들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영국 정부는 2018. 9. 영국이 헤이그 협약에 가입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고, 2018. 12. 네덜란드 정부에 가입서를 기탁하였습니다.


다만, Hague는 전속적 관할에 대하여만 효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현행 Brussels와 달리 비전속적 관할합의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에 대하여는 영국의 국내법에 따라 해결될 것입니다. 다만, 영국 국내법에 따를 경우, 소송 절차에서 다른 국가의 법원에 관할을 부여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불편한 법정의 원칙(forum non conveniens)에 따른 관할 항변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그 동안 Brussels가 적용된 상당한 기간 동안 법원에서 영국 국내법에 관한 해석·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고, 집행에 있어서도 Brussels와 비교할 때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영국이 Hague에 가입할 경우 당사자들이 위 협약의 적용을 받고자 한다면 관할 합의가 전속적인 것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편 영국이 독자적으로 Hague에 가입하기 이전에 이루어진 관할 합의에도 위 협약에 따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당사자로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협약 가입일 이후에 관할합의를 별도로 다시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Lugano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 회원국 등 다른 당사국들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일단 영국의 가입 여부가 불분명합니다. 또한 영국이 Lugano에 가입하더라도, Brussels와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Brussels는 어떤 법원에 대한 관할 합의가 있는 경우 관할의 존부를 판단하는 것은 해당 법원이고,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위 법원이 이러한 판단을 할 때까지 분쟁해결 절차를 중단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Lugano는 전속적 관할합의가 있더라도 해당 법원이 관할에 관하여 먼저 판단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분쟁이 먼저 제기된 법원에서 관할에 관한 판단을 하게 됩니다. 결국 관할 합의에 반하여 다른 국가의 법원에 소를 제기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로 Lugano 하에서는 일방 당사자가 협약 당사국 내에 거주하는 경우에만 관할 합의의 효력이 인정됩니다. 이는 Brussels 하에서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닌 국가의 당사자도 유럽연합 회원국의 법원을 관할로 정할 수 있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브렉시트의 중재에 대한 영향

중재에서 준거법을 정함에 있어서는 Rome I, Rome II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Brussels는 중재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브렉시트는 중재에서의 준거법 판단이나 관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중재는 집행에 있어서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 "New York Convention")의 적용을 받고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로도 여전히 New York Convention의 가입국 지위를 유지하므로, 중재판정의 집행은 브렉시트 전후로 달라지는 점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브렉시트에 따른 분쟁해결절차의 불확실성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중재는 소송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영국 법원을 포함하여 유럽연합 회원국의 법원은 그 동안 Brussels에 따라 어떤 국가를 중재지로 한 중재합의에도 불구하고 일방 당사자가 다른 국가의 법원에 소를 제기하더라도 법원이 소송 절차의 중단을 명하는 가처분을 할 수 없다고 보았으나(유럽재판소의 Allianz SpA v West Tankers Inc 판결), 브렉시트 이후로는 영국 법원은 Brussels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므로 영국 법원의 기존 입장에 따라 이와 같은 내용의 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영국을 중재지로 하는 중재합의의 효력은 브렉시트 이후에 오히려 더 강하게 보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재형 변호사 (jhwoo@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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