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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5) 민법(상)

김재형 교수(서울대 법대)

Ⅰ. 서론

2015년은 우리 사법제도가 여전히 변화하는 도중에 있으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켜켜이 쌓여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 해였다. 대법원의 기능과 위상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로스쿨 도입 이후 법률가양성제도를 어떻게 정착시켜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했다. 초반에는 상고법원 도입문제가 논쟁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후반에는 사법시험 존치문제가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논쟁을 빨아들였다.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갈등 속에서 우리는 새해를 맞이해야 했는데, 그 사이에 읽어야 할 판결들이 쌓여 있었다.
이 글에서는 지난해에 나온 민법 판례 중에서 몇몇 주요 판례를 소개하고 간략한 의견이나 감상을 덧붙이고자 한다.

Ⅱ. 형사 성공보수약정의 효력

1. 쟁점과 판결 요지

대판(전) 2015. 7. 23 2015다200111은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았던 획기적인 판결이다. 이 판결이 선고되자마자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사안은 원고가 형사 성공보수약정에 따라 변호사인 피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한 후, 피고를 상대로 그 반환을 청구한 것이다.

원심은 변호사 성공보수약정에 따라 지급한 1억 원 중 6,000만 원을 초과하는 4,000만 원 부분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하여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무효라고 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위 4,0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 대법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내세웠다.

①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이 민법 제103조(이하 법률의 명칭을 기재하지 않은 조항은 민법의 조항을 가리킨다)에 의하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이하 ‘사회질서’라 한다)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② 이는 이 판결 선고 후 체결된 성공보수약정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고, 그 전에 이루어진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③ 원고와 피고 사이의 성공보수약정은 앞서 본 대법원의 견해 표명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약정사실만을 가지고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심이 그중 6,000만 원을 초과하는 4,000만 원 부분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하여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다.

이 판결은 형사 성공보수약정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선언한 점, 이 판결의 소급효를 부정하고 장래효만을 인정한 점에서 선례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2. 형사 성공보수약정은 사회질서 위반으로 무효인가?

(1) 형사 성공보수약정은 형사사건에 관한 변호사의 보수 중에서도 의뢰인이 위임사무의 처리결과에 따라 또는 사건해결의 성공 정도에 따라 변호사에게 특별한 보수를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말한다. 이러한 약정도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유효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질서나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그 효력을 부정해야 하는지 문제된다.
학설은 성공보수약정을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유효라고 하는 견해부터 사회질서 위반을 이유로 무효라는 견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종래 대법원은 형사 성공보수약정을 원칙적으로 유효라고 보되,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을 적용하여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 보수액 중 일부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대판 2009. 7. 9· 2009다21249 등 참조).

(2) 그러나 이 판결은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여 형사 성공보수약정이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이 판결은 이유에서 이러한 약정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도덕관념에 어긋나는 것인지,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는지,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킬 위험 등 사회적 폐단을 초래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정당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형사 성공보수약정을 보는 시각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는 민법의 체계, 특히 제103조가 정하고 있는 규율범위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민법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입각하면서도 제103조에 따라 사회질서 위반을 이유로 계약 등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거나 제2조에 따라 신의칙을 적용하여 형평에 부합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형사 성공보수약정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는데, 성공보수약정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제103조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3. 판례변경의 장래효만을 인정한 것은 타당한가?

이 판결은 판례를 변경하면서 소급효를 부정하고 있다. 즉,“종래 이루어진 보수약정의 경우에는 보수약정이 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대법원 판결은 거의 모든 사건에서 소급효를 인정하지만, 판례변경의 소급효를 부정하는 판결들이 있었다(종중 사건에 관한 대판(전) 2005. 7. 21·2002다1178과 유체인도 사건에 관한 대판(전) 2008. 11. 20·2007다27670). 위 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당해 사건에는 적용된다고 함으로서 이른바 선택적 장래효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판결은 여기에서 나아가 이 사건에도 판례변경의 효력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순수한 장래효만을 인정했다. 이 점에서 종전의 판결들과 다르고, 입법과 사법의 경계설정 문제를 야기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해서는 소급효를 제한하는 명문의 규정이 있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이에 해당하는 규정이 없다. 이는 대법원의 판례변경에 소급효가 있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 것이다. 한편 법원의 판결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판단이다. 구체적인 사건을 판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방론에 해당하여 판례로서의 구속력이 없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변경된 판례를 적용하지 않고 기존의 판례에 따라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판례변경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었다. 대법원이 이 판결 이후에 체결되는 성공보수약정은 무효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는 것은 가능하다. 이러한 견해 표명이 사법작용의 본질에 어긋나지 않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대법원이 판례변경까지 한 것은 형사 성공보수약정과 형사사법 관행에 대한 대법원의 정책적 결단을 단호하고 분명한 방식으로 표명하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4. 이 판결의 적용범위와 관련된 문제

이 사건의 쟁점은 형사 성공보수약정의 효력이다. 민사 등 다른 절차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이 판결의 판단대상이 아니다. 대법원은 형사사법의 특수성을 강조하여 민사 등 다른 절차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유효라는 전제에서 판단하고 있다.

성공보수약정에 관해서는 법률의 규정으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제2조나 제103조의 규정으로 규율할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효력을 정할 수밖에 없다. 성공보수약정을 형사사건과 그 밖의 다른 사건으로 명확하게 구별하여 그 효력을 완전히 다르게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Ⅲ. 도로소음에 대한 방해배제

1. 쟁점과 판결 요지

대판 2015. 9. 24, 2011다91784에서는 인근주민들인 피고들이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참고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원고인 한국도로공사가 방음대책을 이행할 의무가 있는지 문제되었다.

구 환경정책기본법(2011. 7. 21· 개정 전)과 그 시행령(2012. 7. 20. 개정 전) 제2조가 정한 도로변 일반주거지역의 환경기준은 주간(06:00~22:00) 65dB(데시벨), 야간(22:00~06:00) 55dB이다. 2009. 11. 소음·진동공정시험방법에 따라 측정한 아파트 101동의 7층 이상 거주 세대, 102동의 5층 이상 거주 세대의 소음도는 주간 실외소음도 71.2dB~72.2dB, 야간 실외소음도 70.2dB~71.6dB로 위 환경기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원심은 도로소음이 위 법령에서 정한 실외소음도 65dB을 초과한다는 점을 들어 원고가 고속도로로부터 피고들에게 도달되는 소음을 ‘참을 한도’ 내로 저감시킬 방음대책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도로변 지역의 소음에 관한 환경정책기본법의 소음환경기준을 초과하는 도로소음이 있다고 하여 바로 민사상 ‘참을 한도’를 넘는 위법한 침해행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2. 생활방해의 '참을 한도'

이 판결은 먼저 일반론으로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말미암아 생활에 고통을 받는(이하 ‘생활방해’라 한다)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정도(이하 ‘참을 한도’라 한다)를 넘는지 여부는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공공성, 가해행위의 태양, 가해행위의 공공성, 가해자의 방지조치 또는 손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상 규제기준의 위반 여부,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다. 이 부분은 기존의 판례(대판ㅤ1995. 9. 15.ㅤ95다23378; 대판ㅤ1997. 7. 22.ㅤ96다56153; 대판 1999. 7. 27. 98다47528; 대판 2007. 6. 15. 2004다37904, 37911 참조)를 따른 것으로 결국 생활방해가 참아내야 하는 정도인지는 이익형량의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판결은 ‘수인한도’라는 표현 대신 ‘참을 한도’라는 표현을 최초로 사용하고 있다.

이 판결은 생활방해가 ‘참을 한도’를 넘는지를 판단할 때 도로소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도로가 현대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시설’이고, ‘일정한 정도의 도로소음의 발생과 증가는 사회발전에 따른 피치 못할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소음은 특히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소음인데, “이미 운영 중인 또는 운영이 예정된 고속국도에 근접하여 주거를 시작한 경우의 ‘참을 한도’ 초과 여부는 보다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이익에 관한 행정법규가 인근주민을 소음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법규가 사법상 청구권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경우에 행정법규에서 정한 기준이 사법상 청구권의 인정여부를 결정하는 단일의 기준이 될 수는 없고, 이른바 ‘참을 한도’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행정법규를 위반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법상 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법규를 준수하고 있다고 해서 사법상의 청구권이 무조건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김재형, “소유권과 환경보호”, 민법론 Ⅰ, 2004, 153-161, 168면).
대법원은 결국 “이른바 도로소음으로 인한 생활방해를 원인으로 제기된 사건에서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참을 한도를 넘는 생활방해를 받고 있는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상생활이 실제 주로 이루어지는 장소인 거실에서 도로 등 해당 소음원에 면한 방향의 모든 창호를 개방한 상태로 측정한 소음도가 환경정책기본법상 소음환경기준 등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도로소음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위법성을 판단하면서 환경정책기본법의 환경기준을 고려하되,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인근주민의 생활이익과 도로의 편익을 비교형량하여 결론을 내리고 있다.

3. 방해배제청구는 손해배상청구보다 엄격한 요건이 필요한가?

이 판결은 도로소음으로 인한 생활방해를 원인으로 소음의 예방 또는 배제를 구하는 방지청구와 금전배상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를 구별하여 고려요소를 달리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생활방해의 경우에도 소유권 침해 등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방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는 그 내용이나 요건이 다르다. 방지청구의 경우에는 방해 또는 방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충분하고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그 요건이 아니다.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요건이지만, 방해배제청구의 경우에는 고의 또는 과실은 문제되지 않는다. 특히 도로소음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두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지만, 도로소음에 대한 방해배제청구는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그리하여 이 판결은 제3자가 받을 불이익도 고려하고 있다.

이 판결은 방해배제청구를 판단할 때에는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와는 다른 요소들이 고려되고 동일한 고려 요소라고 하더라도 고려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이 방해배제청구의 경우에는 손해배상청구의 경우보다 더 높은 위법성이 요구된다는 이른바 ‘위법성 단계론’을 채택한 것은 아니다. 방해배제청구의 경우에 일률적으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보다 높은 수준의 위법성이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판결이 위법성 단계론을 채택하지 않고 방해배제청구와 손해배상청구의 판단 요소가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4. 생활방해 배제의 법적 근거

원심은 고속도로 소음으로 인한 생활방해를 원인으로 소음의 예방 또는 배제를 명하는 법적 근거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원고가 그 방음대책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그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한 후 그 당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소음은 소유권의 이용권능을 방해하는 것으로서 물권적 청구권에 기한 방해배제의 대상이 된다(대판ㅤ1995. 9. 15.ㅤ95다23378). 건물의 소유자뿐만 아니라 점유자도 점유권에 기하여 소음피해의 제거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대판 2007. 6. 15.ㅤ2004다37904. 37911). 또한 소음은 제217조에서 정하는 생활방해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따라서 소유자는 도로소음에 대하여 제214조에 기한 방해배제 이외에 제217조에 기하여 적당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

제217조 제2항은 생활방해의 경우 이웃 거주자의 인용의무(忍容義務)를 정하고,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합한 것인지 여부를 그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환경침해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수인한도론은 제217조 제2항에 명시적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도로소음으로 인한 생활방해에서 ‘참을 한도’의 근거는 제217조 제2항이라고 할 수 있다.

Ⅳ. M&A 계약에서 진술 및 보증조항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1. 쟁점과 판결 요지

M&A(Merger & Acquisition) 거래 분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사건에 관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판 2015. 10. 15. 2012다64253의 사안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1999. 4. 2. 피고 등으로부터 정유회사 등의 주식을 양수하는 계약(이하 ‘주식양수도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주식양수도계약에서 피고 등은 원고에게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일 및 양수도 실행일에 정유회사가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이와 관련하여 행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거나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의 진술과 보증을 하였다. 이러한 내용의 조항을 ‘진술 및 보증 조항’또는 ‘진술보장조항’이라고 한다. 위 계약에서는 보증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을 약정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위 정유회사 등과 함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군용유류 구매입찰에 참가하면서, 당시 시행 중이던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담합행위’라고 한다).
원심은 피고 등이 악의의 주식양수인인 원고에 대하여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그 위반사실을 가격산정에 반영하였거나 또는 충분히 가격산정에 반영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방치하였다가 나중에 위반사실이 존재한다는 사정을 들어 뒤늦게 피고 등에게 그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진술 및 보증조항 위반으로 인한 책임

이 판결은 공간된 대법원 판결 중에서는 M&A 거래에서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 약정 위반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일 뿐만 아니라 매수인이 악의인 경우에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선례로서의 가치가 적지 않다.

먼저 대법원은 처분문서인 계약서의 해석에 관한 판례(대판 2010. 11. 11, 2010다26769; 대판 2011. 12. 8, 2011다78958)와 계약상 책임을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과 같은 일반원칙에 따라 제한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례(대판 2004. 1. 27. 2003다45410; 대판 2013. 7. 12. 2011다66252)를 인용하고 있다. 이는 M&A 계약에도 당연히 계약의 해석에 관한 일반이론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매수인인 원고가 매도인인 피고 등의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 사실을 계약체결 당시부터 알고 있었다면,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원심과 반대로 악의의 매수인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 논리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문언해석에 따라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② 당사자의 의사도 문언해석의 내용과 동일하다. ③ 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에 따라 배제하거나 제한할 만한 사유가 없다.

3. 악의의 매수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책임

진술보장 약정 위반으로 인한 책임은 민법이 정한 매도인의 담보책임과 동일한 것이 아니고 채무불이행책임의 일종이다. 이 사건과 같이 계약서에 진술 및 보증 조항과 그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그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이와 달리 계약서에 진술 및 보증 조항만 있고 그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그 위반이 제390조에서 정한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은 것에 해당하여 제390조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서 매수인이 하자 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매도인의 담보책임은 발생하지 않는다(제580조 제1항 단서). 그러나 이 조항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적용될 뿐이고, 채무불이행책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Ⅴ. 채무불이행 책임과 하자통지 의무

1. 쟁점과 판결 요지 

대판 2015. 6. 24. 2013다522에서는 매매목적물의 하자를 이유로 매도인의 담보책임이 아니라 채무불이행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상법 제69조의 하자통지의무가 적용되는지 문제되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지하 또는 지중의 토양이 유류,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토지들을 원고에게 매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또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위 매매계약을 상인 간의 매매라고 보고 상법 제69조를 적용하여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고, 피고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을 지지하였다.

상법 제69조 제1항은 상인 간의 매매에서 매수인이 목적물을 수령한 때에는 지체 없이 이를 검사하여 하자 또는 수량의 부족을 발견한 경우에는 즉시, 즉시 발견할 수 없는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6개월 내에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계약해제, 대금감액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판결은 이 조항은 민법상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대한 특칙이라는 판례(대판 2008. 5. 15. 2008다3671)를 인용하면서,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이른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청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2. 하자통지의무에 관한 상법 제69조가 채무불이행책임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상법의 위 규정에서 정한 기간은 지나치게 짧기 때문에,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 규정을 가급적 적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상법을 제정할 당시에는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법정책임설로 이해하였고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의 경합 적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통설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채무불이행책임설로 이해하는 견해가 다수설이라고 할 수 있다. 판례는 매도인의 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의 경합 적용을 긍정한다(대판 1993. 11. 23. 93다37328; 대판 2004. 7. 22. 2002다51586).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하자 있는 물건을 인도한 경우에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자담보책임뿐만 아니라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도 인정된다. 이러한 경우에 매수인이 채무불이행책임을 주장하면 상법 제69조 제1항은 실질적으로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상법 제69조 제1항의 문언을 보면 이를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배제하는 사유로 한정적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 상법 제69조 제1항은 하자 있는 물건을 인도함으로써 매수인이 채무불이행책임을 추궁하는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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