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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1)의료법

이경환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의료분쟁은 의료과실로 인한 민사소송 및 형사소송에 국한하지 않고 헌법쟁송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행위의 한계와 관련하여 의사와 한의사의 영역에 대한 분쟁이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2014년도에 선고된 사안 중에서 의료분쟁의 유형과 흐름을 이해함에 도움이 되는 판결을 정리하고 필자의 의견을 담아 평석해 보기로 한다.

Ⅰ. 민사 판례
1. 요양급여기준을 넘어선 처방에 대한 약제비 환수(대법원 2014.3.27. 선고 2013다87475 판결)
(1) 사건개요
원고 병원이 의약분업실시 이후 처방전을 발급하고, 심사평가원이 허가받은 범위를 초과하는 등의 처방을 한 부분을 삭감하여야 한다는 심사결과를 통보하자,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나머지 돈만을 지급하여 왔다. 이에 대해 원고 병원은 피고 공단으로부터 약제비상당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기관은 약국이지 원고가 아니라며, 원고로부터 위 약제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한 처분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요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처방을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하였다면, 그것은 보험자로 하여금 요양급여대상이 아닌 진료행위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도록 하는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로서, 보험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위법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보험자가 입은 손해는 약국이 가입자 등에게 그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교부한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조제료·약제비 등 관련 요양급여비용의 심사를 청구함에 따라 보험자가 약국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09다78214 판결 참조).

(3) 평석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 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요양급여 기준을 벗어난 진료행위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을 해하는 행위로서 보험자와의 관계에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의 책임 또한 부당이득을 취하게 된 약국이 아닌 불법 행위의 주체인 의료기관에 있다고 판시하였다. 법원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를 유지하고 이 틀을 벗어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규제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이때 책임제한의 범위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인지에 관심이 많은바, 원외처방과 관련한 여러 사건 중에서 병원 측 책임을 80%로 제한한 판결은 확정되었고, 책임을 50%로 제한한 판결은 파기환송 되기도 하였다. 적정한 책임제한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더 많은 판결이 있어야 책임제한 비율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공중보건의의 진료과실에 따른 책임 (대법원 2014.8.20. 선고 2012다54478 판결)
(1) 사건개요
원고는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던 중 치료하던 환자의 사망과 관련하여 혈액배양검사 미실시와 3세대 항생제 미처방의 과실이 있음을 인정하며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액을 합의하고 변제하였다. 원고는 국가배상법이 적용되는 공무원으로 원고에게 의료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를 중대한 과실로 보기는 어려워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가 망인의 유족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가에 구상금을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공무원의 중과실이라 함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 원고의 과실은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음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주의결여상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평석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공무원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을 경우에만 손해배상책임을 직접 부담하고,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고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이전에 공무원과 피해자가 합의의 형태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넘어가는 배상을 했을 경우에는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공무원 개인의 책임으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의료과실은 대부분이 경과실로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혈액배양검사 미실시와 3세대 항생제 미처방의 과실 역시 경과실이라 할 것이므로 본 사안으로 공무원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미리 합의금을 지급하였다고 할지라도 손해배상금액의 범위 내에서 국가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함은 당연한 판결이라고 보인다.

Ⅱ. 형사 판례

1. 종교문제로 인한 수혈거부 (대법원 2014.6.26. 선고 2009도14407 판결)
(1) 사건개요
망인(62세)은 우측 고관절을 인공고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받기를 원하였다. 망인은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이하 이를 '타가수혈'이라 한다) 받지 않는 방식(이하 이를 '무수혈 방식'이라 한다)으로 시술되는 수술을 받고자 정형외과 의사인 피고인에게 문의하였는데, 피고인은 망인에게 무수혈 방식의 수술이 가능하지만 수술 상황에 따라서는 수혈을 하지 아니하면 출혈로 인하여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있음을 설명하였고, 망인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수혈을 하지말 것을 피고인에게 요구하였다.
피고인은 망인의 요구에 따라 무수혈 방식으로 수술하던 도중 과다출혈로 인하여 타가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자, 정형외과 전문의로 하여금 수술실 밖으로 나가 망인의 가족들에게 망인의 상태를 설명한 후 타가수혈을 할 것인지 여부를 묻도록 하였는데, 망인의 남편은 특정 종교 신도였으므로 타가수혈을 거부한 반면 망인의 자녀들은 타가수혈을 강력히 원하는 등 가족들 사이에 의견이 나뉘어 확실한 대답을 얻지 못하였다.
그러는 중에도 망인의 출혈이 계속되어 피고인은 수술을 중단한 후 망인을 중환자실로 옮겼다. 그 후 망인의 남편도 타가수혈에 동의함으로써 가족들 전부가 타가수혈을 원하였으나, 당시는 망인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타가수혈이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병원 측에서는 망인에게 타가수혈을 시행하지 아니하였고, 망인은 결국 다량 실혈로 인한 폐부종으로 사망하였다.

(2) 판결요지
환자의 명시적인 수혈 거부 의사가 존재하여 수혈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환자의 승낙(동의)을 받아 수술하였는데 수술 과정에서 수혈을 하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태에 이른 경우, 환자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혈방법의 선택을 고려함이 원칙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환자의 생명 보호에 못지않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할 의무가 대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때에는 이를 고려하여 진료행위를 하여야한다.
어느 경우에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생명과 대등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될 것인지는 환자의 나이, 지적 능력, 가족관계, 수혈거부라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게 된 배경과 경위 및 목적, 수혈거부 의사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온 확고한 종교적 또는 양심적 신념에 기초한 것인지, 환자가 수혈을 거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자살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및 수혈을 거부하는 것이 다른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할 여지는 없는 것인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환자의 생명과 자기결정권을 비교형량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의사가 자신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환자의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가치 중 어느 하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위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평석
과거 특정종교인 신도를 부모로 둔 8살 아이가 부모의 신념으로 인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숨진 일이 있다.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을 본인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보호자의 신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또한 아이 본인의 의사가 반영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생명존중보다 우선하여야 할 것인가. 이러한 경우에 의사라면 당연히 생명존중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이런 부모는 아이의 죽음을 방관하는 자이고 그것에 동조하는 의사도 공모자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생명과 대등한 가치가 있느냐 하는 점은 그 동안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본 사건에서는 평소 수혈을 거부하던 환자가 자기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보호자의 치료행위 거부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사망하였다. 환자는 위급한 상황에서 본인이 자기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혈을 하지 않으면 환자가 사망할 수 있는 긴급한 상황에서 비록 환자의 보호자 의사와는 반대되더라도 정당한 치료를 시행했을 때 정당한 행위(긴급피난)로 인정 되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본 판결에서는 치료행위를 하지 않은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 그러나 환자의 생명존중을 무엇보다도 우선 시해야 하는 의사는 보호자의 결정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에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우선하는 것이 옳다 할 것이다.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이 경합할 경우에는 생명권을 우선시하여야 한다고 보인다. 따라서 본 사안에서는 의료진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함이 타당하다 하겠다.

2. 양한방 의료행위의 한계
가. 의료법위반 - 의사의 침술 치료 (대법원 2014.9.4. 선고 2013도7572 판결)
(1) 사건개요
의사인 피고인은 정형외과의원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진료용 침대에 눕히고 이마, 허리 등에 침을 놓아 치료를 한 행위를 하였다.

(2) 판결요지
피고인은 당시 갑의 이마에 20여 대 등의 침을, 을의 허리 중앙부위를 중심으로 10여 대의 침을 놓는 등 한 부위에 여러 대의 침을 놓았고, 그 침도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침과 다를 바 없는 점, 침을 놓은 부위가 대체로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시술하는 부위인 경혈, 경외기혈 등에 해당하고, 깊숙이 침을 삽입할 수 없는 이마 등도 그 부위에 포함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는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많은데도, 이와 달리 보아 무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나. 의료법위반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대법원 2014.2.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 대법원 2014.1.16. 선고 2011도16649 판결)
(1) 사건개요
한의사인 피고인 A는 잡티제거 등 피부질환 치료를 위한 광선조사기인 아이피엘(IPL, Intense Pulse Light)을 설치하여 환자를 대상으로 피부질환 치료행위 등을 하였고(2010도10352), 한의사인 피고인 B는 코와 볼 부위의 높이를 좀 더 높여 얼굴의 전체적인 미관 개선을 목적으로 1회용 주사기를 이용하여 환자의 코와 볼에 히알루론산을 주입하였다.(2011도16649)

(2) 판결요지
IPL은 적외선·레이저침을 이용하여 경락에 자극을 주어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적외선 치료기·레이저침 치료기와 작용원리가 같다고 보거나, 이 사건 IPL을 사용한 피부질환 치료가 빛을 이용하여 경락의 울체를 해소하고 온통경락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2010도10352). 또한, 필러시술은 경혈을 자극하여 경혈과 연결된 인체의 각종 기관들의 기능을 촉진하거나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피부 부위에 히알루론산을 직접 주입하여 시술한 부위의 피부를 높임으로써 전체적인 얼굴 미관을 개선하려는 것이며, 전적으로 서양의학의 원리에 따른 시술일 뿐이고 거기에 약침요법 등 한의학의 원리가 담겨 있다고는 볼 수 없다(2011도16649).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다. 평석
의료법령에는 의사, 한의사 등의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을 정의하거나 구분기준을 제시한 규정이 없으므로, 의사나 한의사의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의사가 현대 의학의 의료기법 등을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이러한 법리에 기초하여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나 위 사건들에서와 같이 여러 분야에서 한의학과 현대의학이 서로의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의료법은 국민의 의료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양의학과 한의학 간의 융합 등이 점차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한의학의 현대의학침범, 현대의학의 한의학 침범을 처벌하기만 하기보다는 양·한방이 협진하여 서로 융화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양·한방 의료계의 노력을 통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기준을 포함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건향상을 위해 양의학과 한의학의 영역 다툼이 아닌 대승적이고 통합적인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3. 업무상과실치상 한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대법원 2014.7.24. 선고 2013도16101 판결)
(1) 사건개요
피해자는 1999년경부터 당뇨병으로 A병원에서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던 상태에서 당뇨병 치료가 아니라 다리통증의 치료를 위하여 피고인 운영의 한의원에 내원하였다. 치료를 받던 중 좌측하지발가락의 괴사가 발견되었고, B병원에서 좌하지 쪽 동맥혈류 공급을 개선하기 위한 동맥연결수술을 받았다가 그 후 좌족지 절제술 등을 받았다.
피해자는 피고인 운영의 한의원 내원 당시 자신이 A병원에서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하였고, 피고인은 치료 도중 왼쪽발의 상태가 심상치 않으니 피부과 검진을 반드시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그 후 피고인에게 아는 피부과를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피부과 의사와 통화한 후 피부과로는 안 되니 A병원에 가보라는 권유를 하였다.
(2) 판결요지
대한한의사협회의 회신결과에 의하면 당뇨 병력이 있는 환자나 당뇨병성 족병변에 대하여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는 않고, 다만 시술 전에 소독을 철저히 하고 자침 시에 상처를 필요 이상으로 크게 하거나 기타 조직을 손상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당뇨 병력이 있는 피해자에게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한 행위 자체만으로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괴사되어 절단된 피해자의 족부에서 배양된 균들은 통상적으로 족부에서 발견되는 것이어서, 이러한 균이 피고인이 침 등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균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괴사가 일어난 부위가 피고인이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한 부위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한 행위와 발가락의 괴사 사이의 인과관계도 떨어진다.
이러한 사실관계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보편적인 한의사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왼쪽 발 괴사 등의 상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의료사고에서 의사에게 과실의 책임을 물을 때에는 그 직종의 평균적인 주의 정도를 하였다면 피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회피할 수 있음에도 그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했을 경우에 인정된다. 본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대한한의사협회의 권고안에 따라 당뇨 병력이 있는 피해자에게 침을 놓았고 그 중에 발견된 족지의 괴사를 환자에게 알리고 피부과 의사와 통화를 한 후 A병원에 가보라는 권유를 하였다. 이는 의료인으로서 환자에게 필요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환자에게 주의의무를 다 한 것으로 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시술 전 환자를 더 살피고 환자에게 좀 더 세세한 설명을 한 다음 시술을 진행하였으면 환자도 억울함이 없이 치료가 진행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Ⅲ. 헌법재판
1.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 위헌확인 (헌재 2014. 4. 24. 2012헌마865, 공보 제211호, 875 [기각])
(1) 사건개요
의사인 청구인들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은 당연히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기관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과거 헌법재판소는 2002. 10. 31. 99헌바76, 2000헌마505(병합)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과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이 포함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에 대하여 의료보험의 시행이 인간의 존엄성 실현과 국가의 사회보장의무 라는 점에서 최소침해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요양급여비용 산정과 비급여 의료행위의 가능성 등을 통하여 의료기관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2011년 기준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이 기관수 기준 5.87%, 병상수 기준 11.76%로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그리고 선례 이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임의 비급여 의료행위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판결이 있어 의료행위 선택의 기회가 확대되었으며 요양급여 기준과 요양급여비용 산정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의료기관 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의료소비자의 자기결정권 등에 대한 제한 정도가 다소 완화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선례의 견해를 유지하여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3) 평석
위의 2002년 선례에서 공공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의 약 10%에 불과하여 민간의료기관을 의료보험체계에 강제로 동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는데 약 10년이 지난 2011년까지도 공공의료기관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의료기관을 증설해야 할 국가의 책무 방기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거의 인정사례를 볼 수 없어 희귀하게 인정될 수밖에 없는 임의비급여 의료행위를 언급하며 의료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듯한 논지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대한 위헌판단을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또한 의료기관 강제지정제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의료기관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기관과 비교하였을 때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어 대다수의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기관으로 남아 있으려 할 것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이제는 위 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해도 충분한 시점이 도래하였다고 판단된다.

2. 한의사의 의료기사 고용 -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등 위헌확인 (헌재 2014. 5. 29. 2011헌마552, 판례집 26-1하, 394 [기각])
(1) 사실관계
청구인은 의료기관(한의원) 개설신고를 한 한의사이다. 청구인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및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3호, 제2항이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서만 의료기사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한의사의 지도하에서는 의료기사인 물리치료사가 물리치료는 물론 한방물리치료를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한의사인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물리치료사의 교육과정 및 업무내용은 서양의학에 그 학문적 기초를 두고 있는 의사의 의료행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고, 이와 달리 한의학에 그 학문적 기초를 두고 있는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의사에 대해서만 물리치료사 지도권한을 인정하고 한의사에게는 이를 배제하고 있더라도 입법자가 자의적으로 한의사를 차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평석
본 사안 역시 앞에서 살펴 본 '양한방 의료행위의 한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결정으로 보인다. 선례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2013. 2. 28. 2011헌바398) 에서 영상을 판독하는데 있어 서양의학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므로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있으나, 한편 한의사의 안압측정기, 세극등현미경 사용 (2013. 12. 26. 2012헌마551, 2012헌마561)에서는 안압측정기나 세극등현미경의 경우 환자에게 위해가 없고 결과 판독에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한방의 의료행위 범위에 포함시킨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선례들에 비추어 볼 때 양한방 의학의 융합을 시도하는 노력과 의학정보의 공개 등으로 인하여 의료기사들의 학문적 바탕도 한의학과의 연관성이 넓어질 것으로 판단되는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한의학의 의학으로의 접근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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