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01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 해상법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I. 불법반출된 운송물 손해배상채권의 제한채권여부(대판 2014.5.9., 2014마223)

1. 사실관계
정기용선자가 운송한 운송물을 인천의 영업용보세창고에 입고되었다. 수입자는 보세창고와 결탁하여 운송물을 불법 반출하였다. 수입자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송하인은 운송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자, 운송인은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을 신청하게 되었다.
창고안에 있던 운송물이 불법 반출됨으로써 발생한 채권은 상법 제769조의 '선박운항과 직접관련하여 발생한 손해'에 속하지 않으므로 선주책임제한 채권의 대상이 아니라고 원심은 결정하였다.

2. 판시내용
상법 제769조 제1호는 선주가 (중략)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채권의 하나로 '선박의 운항에 직접 관련하여 발생한 …손해에 관한 채권'을 규정하고 있다. 선주책임제한제도의 목적, 연혁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선박의 운항이 종료된 후에 발생한 선박소유자의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선박의 운항에 직접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화물의 해상운송을 위하여 선박을 운항한 경우 화물이 목적항에 도착하여 양륙되고 보세장치장에 반입되었다면, 그 후 보세창고에 보관 중이던 화물을 보세창고업자가 무단 반출하는 행위는 선박의 운항에 속하거나 이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의견
대법원은 선주책임제한조약의 목적, 제정취지, 연혁을 살펴보고, 창고에서 발생한 운송물 불법인도는 '선박의 직접운항과 관련하여'라는 문구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운송물이 선박에서 양륙된 다음에는 선박의 직접운항과 관련된 손해에 속하지 않으므로 운송인은 그 채권에 대하여 선주책임제한을 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우리 상법은 운송인의 책임구간이 양륙에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인도에까지 이르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은 운송인의 책임구간에서 발생한 손해 전부에 대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영국과 일본 등은 운송인의 책임구간이 양륙까지로 한정되고 인도에 이르는 구간에 대하여 선하증권 등의 약관을 통하여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체결할 수 있고 이는 유효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상법 제799조). 다른 국가와 달리 선주책임제한과 관련하여 '선박의 운항과 직접 관련한'의 개념을 운송인의 인도의무에까지 확장시켜 적용할 필요가 있다.

II. 헤이그 규칙상 100파운드 책임제한액(대판 2014.6.12., 2012다106058)

1. 사실관계
송하인은 이 사건 화물을 소외회사에게 수출하기로 하고, 피고(한국 운송인)와 사이에 해상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운송인은 선하증권(헤이그 규칙적용)을 발행한 후 부산항에서 자카르타까지 위 화물을 운송하였다. 운송과정에서 피고의 과실로 4포장이 손상되었다. 인도네시아의 적하보험자인 원고는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피고에게 구상금을 청구하였다.
운송인은 헤이그 규칙 제4조에 따라 포장당 영국화 100파운드로 책임이 제한된다고 하자, 화주측은 제9조에 따라 이는 금화 100파운드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하급심은 영국화 100파운드를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2. 판시내용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호, 제9조 제1문은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규정함에 있어 당시 영국통화인 파운드를 사용하면서 이것을 금 가치에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는 헤이그 규칙 제정당시 금본위를 채택하고 있던 영국의 통화를 금 가치표시의 기준으로 이용하는 것으로서 여기서의 파운드는 금화파운드(gold value pound)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 후 1931년 영국에서 파운드의 금 태환이 정지됨으로써 그 때까지의 pound sterling이라는 화폐단위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중략) 이처럼 헤이그규칙상의 '100 pound sterling'을 금화 100파운드에 들어있는 금의 가치라고 보는 이상 이를 현재 영국의 명목상 화폐단위인 100파운드의 가치와 동일시 할 수 없다.(중략) 1988년 영국 법원이 'The Rosa S'사건에서 헤이그 규칙 제5조 제4항에서의 '100 pound sterling'은 금화 100파운드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이래 각국의 법원에서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하였는데, 이러한 다른 나라의 해석론은 우리나라에서도 참작될 수 있다고 보인다.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호 및 제9조의 규정, 두 차례에 걸친 헤이그규칙의 수정경위 및 수정내용, 그리고 헤이그규칙상 책임제한조항의 해석에 관한 영국(Rosa S 판결)을 비롯한 외국 판례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의 '100파운드(100 pounds sterling)'는 금화 100파운드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3. 의견
헤이그 규칙의 책임제한액인 100파운드를 제4조에 따라 현재의 영국 100파운드라고 하면 포장 당 약50만원, 제9조에 따라 금화 100파운드로 보면 포장당 약2000만원이 된다. 대법원은 제9조를 강조하여 금화로 계산된 가치라고 판시하여 후자와 같이 보았다. 그러나 제4조는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를 위한 것이고, 제9조의 금화조항은 체약국 정부에 적용할 사항으로 만들어졌다는 해석도 있고, 헤이그 규칙을 채택한 미국은 지금까지 미화 500달러를 책임제한액으로 하고 있다. 대법원이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의지한 1988년 Rosa S 판결은 미국의 판례에서는 달리 취급된 사례도 있다. (TWA v. Franklin Mint 466 US 243[1984])
당사자들이 헤이그규칙을 편입시키면서 현재 상법의 666.67SDR(약 100만원)보다 20배나 높은 2000만원을 책임제한액으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보는 것은 우리나라 실무와 큰 차이가 난다. 그간의 우리나라 하급심의 판결 및 본 사건의 원심판결을 지지한다.

III. 정기용선자에 대한 항비채권과 선박우선특권(대결 2014.10.2., 2013마1518)

1. 사실관계
부산항에서 러시아 정기용선자와 선박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선박대리점(신청인)은 항비를 대신하여 부산항만공사에 지급하였다. 부산항만공사를 법정대위한 선박대리점은 채무자인 정기용선자가 발생시킨 항비채권이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이라고 하면서 선박을 압류 임의경매를 신청하게 되었다. 문제의 선박은 러시아 선박이었다. 외국적 요소가 개입된 사건이므로 국제사법에 따라서 선적국법인 러시아법이 선박우선특권에 대한 준거법이 되었다. 러시아는 1993년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조약에 가입하여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었다. 정기용선자가 채무자인 경우에도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지가 큰 쟁점이 되었다. 원심은 러시아법상 이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경매신청을 기각하였다.

2. 판시내용
1967년 국제협약 제7조 제1항은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하는 채권의 채무자로 선박소유자, 선체용선자 내지 다른 용선자, 선박관리인, 선박운항자를 인정하였다가, 1993년 협약은 제4조 제1항에서 1967년 협약을 개정하여 위 채무자들 중 다른 용선자를 삭제함으로써 선박소유자, 선체용선자, 선박관리인, 선박운항자로 채무자를 한정하고 있다. 이처럼 1967년 협약에서 인정하던 다른 용선자에 대한 채권에 관한 선박우선특권을 1993년 협약에서 삭제한 것은, (중략) 선박저당권자의 지위를 강화하고 선박금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대외적으로 선박소유자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는 선체용선자를 제외한 나머지 용선자들, 즉 정기용선자와 항해용선자에 대한 채권을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재항고는 기각되었다.

3. 의견
1993년 조약에서는 1967년 조약과 달리 다른 용선자(other charterer)가 삭제되었다. 1967년 조약에서는 나용선자, 용선자등이 모두 포함되어있었다. 만약, 삭제된 단어인 용선자에 정기용선자가 포함된다면 더 이상 정기용선자가 발생시킨 채권은 선박우선특권의 대상이 아닌 것이 된다. 대법원은 용선자에는 정기용선자가 포함되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본 사건에서 선박대리점은 러시아 선박소유자의 선박을 임의경매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시는 1993년 국제조약을 정확히 판단한 것이다. 한편, 우리 상법에 따를 때 정기용선자가 발생시킨 채권(도선료채권)등은 채권자에게 선박우선특권을 발생시키는지가 문제된다. 우리 상법은 제850조 제2항에서 채무자가 선체용선자인 경우에도 우선특권이 발생된다고 한다. 국내다수설인 선박임대차 유사설에 따르면, 상법 제850조 제1항을 정기용선에도 준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제850조 제2항에 따라 선박우선특권이 발생된다고 해석된다.

IV. 영국법상 직접청구권(서울고법 2014.5.12., 2013나73560)

1. 사실관계
인천항 항로에 중국선박이 침몰하였지만 선박소유자가 이를 제거하지 않았다, 이에 공공기관인 인천항만공사(원고)가 이를 제거한 다음, 선박회사의 책임보험자인 P&I 보험자에게 제거비용을 청구하였다. P&I 보험자는 준거법인 영국법에 따르면 직접청구는 피보험자인 선박회사가 도산이 된 경우에만 허용되고 본 사안은 도산이 된 것이 아니므로 자신에 대한 직접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원고는 외국적 요소가 있으므로 국제사법이 적용되고,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손해배상청구권이므로 이에 따르면 불법행위지는 한국이므로 한국법이 준거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심법원은 보험계약의 준거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국제사법 제7조가 적용되어 강행규정인 상법 제724조 제2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 판시내용
원고는 위와 같이 영국법에 따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우리 상법 제724조 제2항과 다른 결론으로,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함으로써 직접청구권이 배제되어 국제사법 제10조의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위반되므로, 영국법을 적용하여서는 아니되고, 상법 제724조 제2항은 국제사법 제7조에서 말하는 '준거법에 관계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에는 준거법과 관계없이 상법 제724조 제2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중략) 피해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의 인정여부는 책임보험의 본질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보호라는 입법정책적인 결단의 문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선박의 소유자는 통상적으로 자력이 충분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 직접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약정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위반된다거나, 대한민국 상법 제724조 제2항이 준거법에 관계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의견
영국법하에서는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은 가해자인 피보험자가 도산 등이 된 경우에만 인정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제한 없이 모든 경우에 인정되므로 우리 법상 피해자가 더 보호된다. 본 사건에서는 피보험자인 선박소유자가 도산이 되지 않아 직접청구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원고는 우리 법이 준거법이 되어야 승소할 수 있었다.
외국적 요소가 개입되었기 때문에 국제사법에 따라서 준거법이 적용된다. 원고는 불법행위임을 근거로 우리 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먼저 주장하였지만, 1심법원은 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보았다. 원고는 다시 우리나라의 강행규정이 반드시 적용되어야하는 국제사법 제7조의 강행규정에 상법 제724조 제2항도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학설은 국제사법 제7조에서의 강행규정이란 국내법에서 말하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국제적인 강행규정이라고 본다. 여기에 따르면 상법 제724조 제2항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법원도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V. 나용선등록의 경우 준거법(대판 2014.11.27., 2014마1099)

1. 사실관계
독일에 선박등기와 등록이 된 선박이 나용선되었고 마샬 아일랜드에 나용선등록이 되었다. 나용선자가 대한 선박연료유 공급 대금채권을 선박관리업자가 취득하게 되었다. 그는 유류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법원에 임의경매신청을 하였다. 국제사법 제60조에 따르면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지는 당해 선박의 선적국법에 의한다. 법원은 마샬 아일랜드를 선적국으로 보아 유류대금채권은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하는 채권으로 인정하여 개시결정을 허가하였다. 이에 신청인인 은행은 (i) 여기서 말하는 선적국법은 선박의 소유권이 등기된 국가의 법인 독일법이 되어야 한다. (ii) 이에 따르면 유류대금채권은 선박우선특권이 발생되는 채권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임의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항소법원은 이러한 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선박임의경매개시신청'을 기각하였다. 피신청인은 다시 재항고를 하였다.

2. 판시내용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와 일정한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지 여부 및 선박우선특권이 미치는 대상의 범위는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에 따라 선적국법, 즉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등기등록을 한 곳이 속한 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되는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선박이 나용선등록제도에 따라 선적국이 아닌 국가에 나용선등록이 되어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선박에 관한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이 사건 선박의 나용선등록법인 마샬아일랜드 법이 아니라, 소유권등록국법인 독일법이고, 독일 상법에 따르면 이 사건과 같은 유류대금채권은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선박우선특권에 기초한 재항고인의 이 사건 임의 경매신청을 기각한 원심결정은 정당하다.

3. 의견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가는 자국민이 소유하는 선박은 행정청에 등록하게 하여 관리를 한다. 영국등은 나용선 등록을 허용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외국적 요소가 개입된 경우 국제사법을 적용하고 이에 따르면 선박우선특권의 해당여부는 선적국법에 의한다(제60조). 그런데, 나용선등록이 된 경우 선적국이란 여전히 원등록국이 되는지 아니면 나용선 등록국이 되는지 다툼이 있어왔다. 우리나라 법원은 도선료청구권을 선박우선특권으로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결에서, 원등록국에서 일단 등록을 정지하고 나용선 등록을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적국은 나용선 등록국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3.9.13.선고 2013마816결정). 나용선등록의 목적은 소유권 등 사법적인 문제는 그대로 두면서 행정적인 편의와 관리를 위하여 허용되고 선택되는 것이다. 본 판결에서 대법원도 이러한 입장을 취하여 선박우선특권은 소유권등 사법적인 문제이므로 원등록국을 기준으로 법률관계를 판단하였다. 영국의 경우 나용선등록을 허용하는 바, 선박의 사법적(소유권, 저당권, 물권의 순위)는 여전히 원등록국을 따르도록 한다(1995년 상선법 제17조 제7항).

VI. 편의치적선에 적용될 준거법(대법원 2014.7.24., 2013다 34839)

1. 사실관계
선원들은 나용선자와 고용관계를 맺었다. 다른 채권자들에 의하여 선박은 임의경매신청이 되었다. 국제사법에 의하여 선박의 등록국인 파나마의 법이 선박우선특권을 결정하는 준거법이 되었다. 파나마법에 의하면 선원의 임금채권은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이 아니다. 이에 선원들은 동 선박은 편의치적선이고 용선자가 실제소유자이고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는 한국이고 따라서 한국의 상법이 적용되고 결국 선원의 임금은 선박우선특권을 발생시키는 채권이라고 주장하였다.

2. 판시내용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원칙적으로 선적국법이고 편의치적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그러나 국제사법에 의하여 지정된 준거법이 해당법률관계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인 경우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국가의 법에 의하여야 한다.
선박이 편의치적이 되어있어 선적만이 그 국가와 유일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항해지, 실질적인 선박 소유자, 실질적인 선박 운영회사, 실질적인 선박의 근거지, 선원의 국적, 선박의 주된 항해지 및 주된 근거지, 당해 법률분쟁이 발생한 장소 등이 선적국과 근소한 관련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임금채권을 근거로 하는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선원근로계약의 체결경위 및 내용, 국제사법 제8조와 사회·경제적인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정한 국제사법 제28조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파나마국은 이 사건 선박이 편의상 선적을 둔 국가일 뿐이고 이 사건 근로계약과는 별다른 관련성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선박과 관련된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은 대한민국 상법이라고 할 것이므로,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및 원고의 선박우선특권과 피고의 근저당권의 우선순위는 상법을 적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들이 지급받지 못한 임금, 퇴직금 등은 상법 제77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선원과 그 밖의 선박사용인의 고용계약으로 인한 채권으로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된다. 원고들의 채권은 피고의 저당권보다 우선한다(상법 제788조).

3. 의견
외국적 요소가 개입된 사건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사법은 선적국법 주의를 취하고 있다(제60조). 편의치적인 경우 실제로 법률관계는 본거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짐에도 명목상 편의치적된 선적을 따라서 법률관계를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본 사안에서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는 국가의 법이란 한국법이 되어 한국법이 준거법이 되게 된다. 한국법인 상법을 적용한 결과 선원들은 선박우선특권을 가지게 되어 보호받게 되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실질적인 관련성을 갖는지에 대한 자세한 근거를 제시하였다. 선원의 국적, 실질소유자, 선원고용계약서의 한국법 적용약정 및 선원을 보호할 필요성 등이 주요사항으로 고려되었다. 국제사법의 준거법결정에서 실질적인 관련성을 강조하는 국제사법 제8조를 계속하여 적용할 것인지가 큰 관심을 갖게 한다.

VII. 국가의 사무를 처리한 경우 사무관리 성립요건(대판 2014. 12. 11., 2012다15602)

1. 사실관계
2007년 허베이 스피리트 오염사고시 원고는 해양경찰의 지휘를 받아 방제업무를 수행하였다. 이후 원고는 대한민국을 피고로 방제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사무관리의 성립을 이유로 비용지급을 주장하지만, 피고는 방제작업은 허베이 스피리트 호의 사무이므로 국가에 대하여 사무관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2. 판시내용
사무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무가 타인의 사무이고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가 있어야 하며, 나아가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지 아니할 것을 요한다. 다만 타인의 사무가 국가의 사무인 경우 (중략) 사인이 처리한 국가의 사무가 사인이 국가를 대신하여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서, 사무 처리의 긴급성 등 국가의 사무에 대한 사인의 개입이 정당화되는 경우에 한하여 사무관리가 성립하고, 사인은 그 범위 내에서 국가에 대하여 국가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지출된 필요비 내지 유익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사안에서 선주의 조치만으로는 원유 유출사고에 따른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위 방제작업은 원고 회사가 국가를 위해 처리할 수 있는 국가의 의무 영역과 이익 영역에 속하는 사무이며, 원고 회사가 방제작업을 하면서 해양경찰의 지시·통제를 받았던 점 등에 비추어 원고 회사는 국가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의사로 방제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는 사무관리에 근거하여 국가에 방제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3. 의견
대법원은 사무관리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i) 타인의 사무 (ii) 타인 귀속 의사 (iii)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지 않을 것 (iv) 국가인 경우 사인이 대신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일 것 및 사인의 개입이 정당화되는 이유가 있을 것 등의 추가요건이 필요하다고 설시한 다음, 이러한 요건들이 충족되었다고 보았다. 해양오염방지법에 따르면 기름 등 폐기물이 유출된 경우 1차적으로는 선주에게 방제 책임이 있지만 선주의 방제가 불충분하거나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경우 2차적으로 해양경찰청장(국가)에게 방제 책임이 있다. 사안의 경우 대규모 원유 유출사고로서 국가의 방제 의무가 있고 국가 사무가 되므로 원고가 방제작업을 한 것은 사무의 타인성도 인정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