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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3) 형사소송법

이상원 교수(서울대 로스쿨)

I. 머리에
두 사법부의 지붕 높이 거의 경쟁적으로 휘날리며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킨 변혁의 깃발이 잦아든 것은 변혁의 완성으로 그 소임을 다한 때문인가 아니면 한 줄기 아침 찬바람이 제갈량의 기도로 불러낸 동남풍에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인가. 2014년 형사소송 분야의 판례는 여전히 많이 쏟아졌는데,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모두 파격적인 판결보다는 안정적인 판결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입법 분야에서도 2014년에 형사소송법 개정이 3차례 있었지만, 법정 상고이유가 아닌 상고이유(380), 수명법관에 의한 구속 전 사전청문절차(72-2), 비용보상 청구기간의 연장(194-3 ①) 등을 내용으로 하는 소소한 개정이었다. 2014년 선고된 주요 판결들을 되짚어 본다(이 글에 표시된 조문은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형사소송법의 그것을 지칭).

II. 수사법
1. 관련성
가. 판결의 요지
수사기관이 피의자 A의 공직선거법 위반 범행을 영장 범죄사실로 하여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B, C 사이의 대화가 녹음된 녹음파일을 압수하여 B, C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사실을 발견한 사안에서,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압수한 위 녹음파일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2014. 1. 16. 2013도7101).
나. 판결의 의미
우리 형사소송법은 2011년 개정으로 '해당사건(피고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를 할 수 있다고 하여 압수의 요건으로 '관련성'을 명시하였다(215 ①, 106 ①). 위 개정 전에는 단지 '필요한 때'라고만 규정하였었고 이 필요성의 내용으로 압수의 대상과 범죄사실 사이의 관련성이 요구된다는 이해가 가능하였는데, 위 개정으로 이를 명시적 요건으로 한 것이다. 위 판결은 개정법의 관련성 요건을 판례법으로 구체화한 것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사안은 A가 B를 통하여 공천심사위원인 K에게 돈 봉투를 제공하였다는 것을 영장 범죄사실로 하여 B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검찰청으로 가져온 후 이를 분석하던 중 B와 C의 대화가 녹음된 파일을 발견하였는데, 이 파일에 대하여 별도의 영장을 받지 아니하고 B, C 사이에 금품의 요구와 약속이 있었다는 범죄에 대한 증거로 제출한 내용이다. 위 판례는 미국 연방증거규칙 401조와는 구별되는 관련성 개념의 단초를 연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미국의 '플레인 뷰' 원칙을 아주 느슨하게 적용한다면 사안과 같은 경우에 압수의 적법성을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원칙이 채택되어 있지 아니하고 이를 채택한다고 하더라도 전자정보에 관하여는 또 다른 논쟁거리가 있다. 한편,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에 의하여 취득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범죄의 수사·소추 또는 예방을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 그 대상범죄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의 목적이 된 범죄나 이와 관련된 범죄에 한정된다고 한 판결(2014. 10. 27. 2014도2121)도 2013도7101와 같은 맥락에 있다.

2. 인신보호
가. 판결의 요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보호된 자를 인신보호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인신보호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지만(헌재 2014. 8 28. 2012헌마686), 대한민국 입국이 불허된 결과 대한민국 공항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에게는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청구권이 인정되며, 대한민국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외부와의 출입이 통제되는 한정된 공간에 장기간 머무르도록 강제하는 것은 법률상 근거 없이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인신보호법이 구제대상으로 삼고 있는 위법한 수용에 해당한다(대법원 2014. 8. 25. 2014인마5).
나. 판결의 의미
형사소송법이 형사절차에 의하여 체포?구금된 경우에 대한 구제절차를 마련하고 있는데 비하여, 인신보호법은 위법한 행정처분 또는 사설 시설에의 수용으로 인하여 부당하게 인신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는 개인을 위한 구제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인신보호법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보호된 자를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위 법 2 ①단). 출입국관리법은 강제퇴거대상자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는 외국인 또는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송환대기 중인 외국인을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위 법 51, 63), 이들을 인신보호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위 헌재결정은 이와 같이 인신보호법상 구제절차를 제공하지 않고 있더라도 일반적인 행정소송이나 출입국관리법상의 구제절차 등의 보호책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위 대법원결정은 입국이 불허되어 공항의 송환대기실에 강제로 수용되어 있는 사람에 대한 것으로서, 이는 출입국관리법에 의하여 보호된 것이 아니라 법률상 근거가 없어 위법한 수용에 해당하고 인신보호법상의 구제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권을 보호하려는 헌법정신이 형사절차에서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형사절차에 온 관심이 쏠린 뒤편으로 발생하는 사각지대에서 보다 많은 인권유린이 발생할 수도 있다. 법은 이 어둠도 내버려두어서는 아니 된다.

3. 기타
① 정당법 제24조 제3항이 당원명부를 공개하는 방법을 '열람'에 한정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 없고 적법하게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에 기하여 정당의 당원명부 등을 관리하는 서버를 압수한 것은 적법하다(2013도2285)고 하는 한편, 혈액압수에 관하여 법정대리인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인 미성년자의 혈액채취에 관한 동의를 할 수 없다(2013도1228)고 하였다. ② 불심검문에 관하여 다소 완화하는 종전 판례를 재확인하였는데, 불심검문 대상자에게 반드시 형사소송법상 체포나 구속에 이를 정도의 혐의가 있을 것을 요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경찰관은 질문을 하기 위하여 대상자를 정지시킬 수 있고 질문에 수반하여 흉기의 소지 여부도 조사할 수 있다는 종래판례(2010도6203)를 확인하였고(2011도13999, 2014도7976), 경찰관이 범죄행위에 관하여 검문하는 것임을 대상자가 충분히 알고 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반드시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위법하지 않다는 종래판례(2004도4029)를 확인하였다(2014도7976). ③ 조세범처벌법위반에 대하여 회사는 벌금을 납부하고 행위자는 면제한다는 내용의 통고처분을 하였으나 납부가 없자 회사와 행위자를 고발하였는데 고발서에 통고처분 불이행으로 인한 고발에 관한 규정을 근거규정으로 기재한 사안에서, 행위자에 대하여는 통고처분이 없는 즉시고발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즉시고발은 고발사유를 명시하지 않아도 적법하며 법원은 즉시고발사유에 대하여 심사할 수 없다는 종래판례(94도952)를 확인하였다(2013도5650). ④ 공소시효에 관하여는, A사건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B 사건과 관련하여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은 경우라도 A사건의 공소시효는 정지되지 않는다는 판결(2013도9162)과 대향범 사이에서는 서로 공소시효 정지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판결(2012도4842)이 있다. ⑤ 한편 헌재는 경찰이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응하여 피의자가 경찰서 조사실에서 양손에 수갑을 찬 채 조사받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 행위는 위헌이라고 하였다(2012헌마652).

III. 증거법
1. 영상녹화물의 본증 불허
가. 판결의 요지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에 따라 작성한 영상녹화물은, 다른 법률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2014. 7. 10. 2012도5041).
나. 판결의 의미
형사소송법은 피의자나 참고인 진술의 영상녹화를 규정하고(244-2, 221) 참고인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을 증명하거나 피고인이 증인이 법정에서 진술함에 있어 기억을 환기하기 위하여 영상녹화물을 사용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지만(312 ④, 318-2 ②), 영상녹화물을 본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은 두지 않았다. 이에 명시적으로 영상녹화물의 본증사용을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30 ⑥),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6 ⑥),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10 ③)의 경우가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서 영상녹화물을 본증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이견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의 실무는 일관하여 영상녹화물의 본증사용을 허용하지 않아 왔고, 이를 명시한 하급심판결도 있었다(서울남부지법 2007. 6. 20. 2006고단3255 등). 2012도5041 판결은 그동안의 실무를 대법원 판결로써 확인함으로써 적어도 법해석에서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2.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가. 판결의 요지
제314조, 제316조 제2항에서 말하는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 함은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키며, 위 조항들은 직접심리주의 등 기본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데 대하여 다시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원진술자 등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조차 없이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에 대한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나아가 법원이 제314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단순히 진술이나 조서의 작성과정에 뚜렷한 절차적 위법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진술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구체적 사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넘어 법정에서의 반대신문 등을 통한 검증을 굳이 거치지 않더라도 진술의 신빙성과 임의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어 그에 기초하여 법원이 유죄의 심증을 형성하더라도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2014. 4. 30. 2012도725; 2014. 8. 26. 2011도6035; 2014. 2. 21. 2013도12652).
나. 판결의 의미
2014년에는 일련의 판결들을 통하여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하 '특신상태')의 의미를 보다 구체화하였다. 위 판결들에서 설시한 법리 자체가 새로운 것이라 할 수는 없지만, 특신상태의 증명을 보다 엄격하게 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여기에 판례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유의미한 특징이 추가로 발견된다. 특신상태의 의미에 관하여, (i) 진술내용의 신빙성으로 보는 견해, (ii)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으로 보는 견해, (iii) 적법절차가 준수되는 상황으로 보는 견해가 제시되어 있다. 2012도725 판결은 진술내용이 일관성이 없고 다른 증거 및 사실과 배치된다는 점과 대질신문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2011도6035 판결은 진술내용이 영상녹화물과 불일치하거나 객관적 정황과 맞지 아니하는 점과 진술자가 말기암 상황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다가 사망한 점 등을 들어, 2013도12652 판결은 진술인의 진술내용이 피고인의 진술과 시종일관 불일치하고 스스로 허위라고 진술한 바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각 특신상태를 부인하였다. 이를 보면 판례가 특신상태의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는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란 (i) 및 (ii)를 모두 포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특신상태를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과 동의어로 보기도 하는 학계나 실무계의 현상과는 구별된다. 대법원 판결 중에도 이를 동시하는 것이 있다(2006. 5. 25. 2004도3619 등). (i)의 견해에 대하여는 증거의 증명력(신빙성)과 특신상태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3. 기타
① 연속하여 역과한 사망 교통사고에서 후행 운전자는 그 사고 당시 피해자가 생존해 있었다는 증명이 없는 한 유죄라고 할 수 없다(2014도3163)고 하여 증거에 의한 사실인정을 강조하였다. ②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직원이 선거범죄를 조사하면서 관계인에게 진술이 녹음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 주지 아니하고 진술을 녹음한 경우, 그 녹음파일 또는 그에 터 잡아 작성된 녹취록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였다(2014. 10. 15. 2011도3509). 다만,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을 권리는 헌법상 직접 보장되지 않고 형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할 수도 없다고 하면서 고지 규정이 없던 구 공직선거법(2013 개정 전)의 사안에서 진술거부권 불고지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한 판결(2014. 1. 16. 2013도5441)에 비추어 보면, 2011도3509에 공직선거법 규정의 해석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③ 과학적 증거방법은 전제사실의 진실이 입증되고 추론방법의 오류가능성이 극소하여야 법관에 대하여 구속력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감정인의 전문성, 공인된 검사기법, 자료의 동일성,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종래판례(2011도1902)를 확인하였다(2013도9605). ④ 대향자 사이에 엇갈리는 진술증거의 신빙성을 판단함에는 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일관성뿐만 아니라 진술인의 인간됨, 이해관계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하고(마약매매에 관한 2014도1779, 금품수수에 관한 2013도9866), 성추행 피해 아동의 진술은 피암시성이 강하다는 등의 특성이 있어서 진술청취과정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판례의 법리(2006도2520)는 지적장애로 인하여 정신연령이나 사회적 연령이 아동에 해당하는 청소년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적용된다고 하였으며(2014도2918), 운전시점과 혈중알코올농도의 측정 시점 사이에 시간 간격이 있고 그 때가 농도의 상승기로 보이는 경우라도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처벌기준치 이상이었다고 인정을 할 수 있다는 종래 판례(2013도6285)를 확인하였다(2014도3360). 증명력에 관한 이상의 판결들 외에도 종래 판례들이 증거능력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면 근자에는 합리적 증거판단과 증명력에 관한 판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증명력에 관한 법리는 자칫 상고법원이 사실인정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는 결과로 이어져 정책법원을 표방하는 것과는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실제 대부분의 재판에서는 증명력 판단이 훨씬 중요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고이유와 관련하여 법리-사실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IV. 재판법
1. 신상정보 등록
가. 판결의 요지
신상정보 등록대상 성범죄에 대하여 선고유예 판결이 있는 경우에도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곧바로 등록대상자로 되어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를 지게 되며, 다만 선고유예 판결 확정 후 2년이 경과하여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면 등록대상자로서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를 면한다(2014. 11. 13. 2014도3564).
나. 판결의 의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일정한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30일 이내에 관할경찰관서의 장에게 신상정보를 제출하여야 하고, 최초 등록일부터 1년마다 관할경찰관서에 출석하여 컬러사진을 촬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법원은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에 등록대상자에게 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위 법은 등록정보의 공개(정보통신망을 통한 정보의 공개)와 등록정보의 고지(주거지역의 아동?청소년 가구 등에 대한 고지) 제도도 마련하고 있는데, 공개명령과 고지명령은 법원이 판결로써 선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비하여 신상정보의 등록은 그와 같은 명시규정이 없다. 이에 신상정보 등록에 대하여 선고유예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되었다. 위 판결의 제1심은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면서 피고인에게 선고유예가 실효되는 경우에 비로소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발생한다는 취지로 고지하였고, 원심은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는 사실상 신상정보 등록에 대한 선고유예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등록대상자의 신상정보 제출의무는 법원이 별도로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위 특례법의 규정에 따라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고, 이러한 의무가 발생하는 유죄판결에서 선고유예 판결이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하급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신상정보 등록에 대한 선고유예를 할 수 없다면, 등록정보는 20년간 보존?관리되므로(위 특례법 45) 등록대상자는 20년간 경찰관서에 출석하고 사진을 촬영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점에 비추어, 20년간 출석 및 촬영의무가 지속되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선고유예 판결 확정 후 2년이 지나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면 더 이상 이러한 의무가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위 판결은 법문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가혹한 결과를 피하려는 묘수를 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2년 후 면제된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인 논증을 제시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형사제재의 부과에 관한 법원의 재량을 박탈한 법률의 유효성을 인정한 셈이 되었다.

2. 공소기각결정
가. 판결의 요지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4호에 규정된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진실하다 하더라도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이 포함되지 아니한 때라 함은 공소장 기재 사실 자체에 대한 판단으로 그 사실 자체가 죄가 되지 아니함이 명백한 경우를 말한다(2014. 5. 16. 2012도12867; 2014. 5. 16. 2013도828; 2014. 5. 16. 2013도929; 2014. 6. 26. 2013도16368).
나. 판결의 의미
위 법리는 이미 판례가 선언한 바 있다(1990. 4. 10. 90도174). 그러나 이 법리가 그 후 구체적으로 적용된 사례는 많지 않았으며, 적용법조가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실효한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있는 정도였다(1992. 5. 8. 91도2825). 그러다가 2014년에 이 법리를 구체적으로 적용한 4건의 판결이 한꺼번에 선고되었다. 사건은 다르지만 내용은 같은 것으로서, 정당법상 당원이 될 수 없는 피고인들이 당원으로 가입하여 당비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당원의 당비 납부는 정치자금법이 정한 정치자금의 기부방법인 만큼 328조 1항 4호에 규정된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진실하다 하더라도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이 포함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되어 공소기각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대법원은 당원 가입행위의 효력, 기부한 돈의 실질적인 성격 및 정치자금법의 구성요건 등을 검토하여 실체적 판단을 하여야 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아무튼 위 조항은 법률에 명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에 따라 공소기각결정이 이루어진 예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존재로 전락하여 있다.

3. 기타
① 피고인이 시각장애인인 경우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가급적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라는 종래의 판례(2010도881)를 재확인하고 이 경우 피고인 스스로는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국선변호인이 선정 후 20일 이내에 제출하면 된다고 하여 변호인 조력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려고 하였다(2014도4496). 그러나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경우 연락을 해 주겠다는 변호인의 말을 믿고 출국하였는데 변호인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하였다는 사정은 상소제기기간 도과에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아니라고 하였다(2014모1557). ② 검사는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는 종래 판례(2005도1952)를 확인한 판결(2013도14914)과 치료감호와 함께 선고하는 치료명령은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치료감호 종료시점)에도 여전히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선고할 수 있다는 판결(2014도6930)은 형벌권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③ 형의 집행 등에 관하여, 대법원은 교정시설의 소장에 의하여 허용된 범위를 넘어 사진 또는 그림 등을 부착한 수용자에 대하여 교도관이 그 부착물의 제거를 지시한 행위는 적법하다고 하였고(2013도1198), 헌재는 구치소에서 검찰청에 호송함에 있어 포승과 수갑을 채우고 다른 수용자와 연승한 행위(2013헌마280)나 금치기간 중 집필을 금지하고 서신수수를 금지하도록 한 법률 규정(2012헌마623), 교도소장이 징벌혐의를 조사하기 위하여 조사실에 분리수용하고 공동행사참가등을 제한한 행위(2012헌마523)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헌재는 조사수용 내지 징벌(금치) 집행 기간을 제외한 기간에 종교집회 참석을 제한한 행위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2012헌마782). ④ 헌재는 또 강제추행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도록 한 법률규정(2013헌마423등)과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규정(2013헌마215등)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V. 맺으며
2014년의 판례도 충격적인 변화보다는 기존 법리를 탄탄히 하고 구체화하면서 보다 현실적인 법리를 구축한 특징을 보이는 근자의 경향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법적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임무를 가진 사법부가 분쟁의 원인을 제공하거나 분쟁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한 면에서 평화적인 법리를 추구하는 근자의 경향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법리가 갈 길은 아직 멀고 이에 더하여 사회는 매일매일 변화하고 있어 새로운 법리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안주하는 것과 다르다.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그에 이르는 부단한 노력에 대한 뜨거운 심장이 있을 때 비로소 청량한 평화는 혼돈의 광기를 누를 수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