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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9) 형법 각칙

이용식 교수(서울대 로스쿨)

1. 성적 욕구의 충족이 뇌물에 포함되는지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도13937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피고인은 검사로서 피의자 B 수사 도중 B가 자신이 수사받는 사건 관련하여 자신의 선처를 바란다고 하면서 피고인에게 유사성교행위 및 성교행위를 시도하였고, A도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면서 이에 응하였다. 1, 2심 모두 유죄 선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상고기각)
뇌물죄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이라 함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이익을 포함하며, 제공된 것이 성적 욕구의 충족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3) 판례평석
성적 욕구의 충족도 뇌물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판결이다.

2. 자기범인도피교사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도12079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피고인은 등급미분류 게임제공 및 게임결과물 환전을 업으로 한 사실로 도피 중, 이러한 도피 사실을 알고 있던 A에게 자신을 A의 자동차를 이용하여 이동시켜 주고 '대포폰'을 구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A는 부탁에 응하였다. A는 범인도피로, 피고인은 범인도피교사로 공소제기되었다.
A에 대하여는 범인도피죄가 유죄로 인정되었다. A도 범인도피교사로 1,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되었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아니하므로, 범인이 도피를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도피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 아니하며, 범인의 요청에 응하여 범인을 도운 타인의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범인이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는 등으로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경우와 같이 그것이 방어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방어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목된 행위의 태양과 내용, 범인과 행위자의 관계,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형사사법의 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중략)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공소외인은 피고인이 평소 가깝게 지내던 후배인 점,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소재가 드러날 것을 염려하여 공소외인에게 요청하여 대포폰을 개설하여 받고, 공소외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도록 한 다음 공소외인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청주시 일대를 이동하여 다닌 것으로서,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운 통상적 도피의 한 유형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3) 판례평석
자기범인도피교사가 처벌되어야 하는가에 관하여 학설상으로는 부정하는 견해가 많다. 자기범인도피교사에 관한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20 판결은 "범인이 자신을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으로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여 자기범인도피교사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방어권의 남용'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함을 전제하였고, 그 취지가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5도3707 판결에서 재확인되었으며, 이 사건 판결에서 방어권 남용의 내용이 구체화되었다.
범인도피죄에서 범인 자신에 대하여 도피를 교사하는 행위는 대향범으로서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범인도피를 하는 자 외에 범인 스스로가 자신에 대하여 범인도피교사를 하는 행위는 편면적 대향범의 공범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원칙적으로 불가벌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나, 행위 정도의 평가에 의하여 가벌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밝혔다.

3.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죄 성립 여부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5631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피고인(국회의원)은 식당에서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여한 대학생 20명, 동료 국회의원, 피고인의 보좌관 및 비서 등과 뒤풀이 회식을 갖게 되었다.
회식 도중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여대생 2명에게 기자가 낫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A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말은 이틀 뒤 신문에 게재되었고, 피고인은 아나운서들에 대한 모욕죄로 공소제기되었다.
1심과 2심은 모두 유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모욕의 대상이 특정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모욕죄는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은, 모욕의 내용이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봄이 원칙이고,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지 않아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할 수 있다. 한편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집단의 크기, 집단의 성격과 집단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 등을 들 수 있다.

(3) 판례평석
집합명칭을 사용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있어서 피해자의 특정에 관한 문제로, 일반적으로 집단표시에 의하여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집단이 특정되고 그 구성원의 수가 어느 정도 제한되어야 하며, 그 내용이 예외를 인정하는 평균적 판단이 아니어야 한다.
1심 및 2심 판결이 선고된 직후인 2011년 11월 24일 관련 민사사건(아나운서들이 피고인을 상대로 명예훼손 내지 모욕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 1심에서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언사만으로는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0가합14668, 20656(병합) 판결].
아나운서라는 집단이 어느 정도 특정되었으나, 그것만으로는 구체적인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결에 나와 있는 다른 요소, 즉 발언의 경위와 상대방, 발언 당시의 상황, 그 표현의 구체적 방식과 정도 및 맥락 등을 고려할 경우 여성 아나운서들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평가를 근본적으로 변동시킬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기 때문에 아나운서들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이러한 결론은 정당하다.

4. 절도죄의 절취와 불법영득의사의 개념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4139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피고인은 자동차의 소유자인 H캐피탈로부터 애인 명의로 자동차를 리스하여 운행하던 중, 사채업자로부터 1300만 원을 빌리면서 자동차를 사채업자에게 인도하였다.
사채업자는 피고인이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자 이전등록 없이 자동차를 매도하였고 최종적으로 피해자가 위 승용차를 매수하여 점유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자동차 회수를 위해서 피해자와 만나기로 약속을 한 다음 약속장소에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를 미리 가지고 있던 보조열쇠를 이용하여 임의로 가져가 H캐피탈에 반납하였다.
1심은 절도죄 유죄를, 2심은 불법영득의사가 없다는 이유에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란 타인의 물건을 그 권리자를 배제하고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고자 하는 의사를 말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타인의 점유만을 침해하였다고 하여 그로써 곧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나, 재물의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가 있으면 되고 반드시 영구적으로 보유할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그것이 물건 자체를 영득할 의사인지 물건의 가치만을 영득할 의사인지를 불문한다. 따라서 어떠한 물건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취거하는 행위가 결과적으로 소유자의 이익으로 된다는 사정 또는 소유자의 추정적 승낙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사유만으로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3) 판례평석
피고인의 행위가 소유권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담보권을 가지고 있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함은 분명하다. 즉 소유권이라는 법익 침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있으나 피해자의 담보권을 침해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절도의 보호법익은 오로지 소유권인가? 그렇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이 사건에서 보호법익의 침해가 없기 때문에 절도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소유권 자체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적법하게 유래한 권한(본권)도 보호법익이라고 보게 되면, 위 사안에서 보호법익의 침해가 없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소유권뿐만 아니라 본권도 보호법익으로 보게 될 경우 권리행사방해죄와의 구별이 어렵게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소유권자 본인이 행위자가 아닌 경우 절도죄로 의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물건을 영득하려 한 것이 아니고 소유권자에게 가져다주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 문제되지만, 본권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그 물건을 자기 또는 본권자 이외의 제3자가 취득하게 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평가함이 타당할 것이다. 견해에 따라서는 독일 형법과 달리 불법영득의사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이 없는 우리 형법에서 불법영득의사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냐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5. 준강도죄의 주체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4도2521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피고인은 피해자 운영의 술집에서 술값의 지급을 요구받자 피해자를 유인·폭행하여 술값의 지급을 면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를 인근 아파트 골목으로 유인한 후, 양손으로 피해자의 어깨 부위를 붙잡아 밀치고 발로 다리를 걸어 바닥에 넘어뜨린 다음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양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르거나 피해자의 입을 손으로 막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려고 하는 등으로 반항하지 못하게 한 다음 그대로 도주하여, 술값의 지급을 면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양측 팔꿈치의 찰과상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1심은 강도상해죄를 인정하였으나, 2심은 피해자가 입은 상해는 강도상해죄에서의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다만 피고인에게 준강도죄를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형법 제335조는 '절도'가 재물의 탈환을 항거하거나 체포를 면탈하거나 죄적을 인멸한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때에 준강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준강도죄의 주체는 절도범인이고, 절도죄의 객체는 재물이다.

(3) 판례평석
형법 제335조 규정상 준강도죄의 주체는 절도이다. 위 사안은 채무면탈을 위한 단순강도에 해당하고, 달리 피고인의 행위를 절도로 볼 만한 사정이 없음에도 2심은 준강도죄 규정을 적용하였다. 이러한 2심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은 분명하다. 파기환송후 2심에서는 파기환송전 2심과 동일한 형량을 선고하였다.

6. 대물변제예약과 배임죄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차용금 3억 원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피고인 어머니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유증상속분을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유증을 원인으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음에도 이를 누나와 자형에게 매도하였다. 검사는 피고인부동산 가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1심과 2심은 모두 유죄를 선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다수의견]
(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소비대차 등으로 인한 채무를 부담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장래에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물변제예약에서, 약정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예약 당시에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가 차용금을 제때에 반환하지 못하여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한 후에야 비로소 문제가 되고,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얼마든지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편 채권자는 당해 부동산을 특정물 자체보다는 담보물로서 가치를 평가하고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등기를 이전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어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대물변제예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어서 이를 가지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반대의견]
(가)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등기협력의무 등 거래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임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확립된 법원칙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러한 법리는 전형적인 배신행위에 대하여는 형벌법규의 개입이 정당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것이다.
(나) 담보계약을 체결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담보계약 자체로부터 피담보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관계와는 별도의 독자적인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대물변제예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며, 이는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양자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3) 판례평석
다수의견은 대물변제예약에서 채무자가 이행하여야 하는 사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 자신의 사무이기 때문에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간단히는, 대물변제예약 불이행은 단순 채무불이행에 지나지 아니하기 때문에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단순 채무불이행이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타당한가? 배임죄나 횡령죄와 같이 신뢰관계를 전제하는 재산범죄는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하고 있다. 어느 시각에서 보는가에 따라 타인의 사무가 될 수도, 자기의 사무가 될 수도 있다. 다수의견은 배임죄의 처벌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관념에 너무 경도되어 범죄 성립범위를 축소하려는 방향으로만 배임죄를 바라보는 것 아닐까? 자기의 사무인가 타인의 사무인가 여부는 단순히 채무불이행으로 평가되는가 아닌가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느 정도로 권리가 구체화되었을 때 그 권리에 대한 채무 이행을 타인의 사무로 평가하여 줄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하여야 한다. 가령 이중매매에 있어서 계약금이 아니라 중도금이 지급되었을 경우에 비로소 타인의 사무가 되는 것처럼, 권리의 구체화 정도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대물변제예약의 경우 대물변제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소비대차계약의 이행을 할 수 있다면 채권자가 대물변제에 대하여 갖는 권리는 구체화되었다고 볼 수 없을 것이지만, 대물변제 외에 달리 채권자의 채권 만족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물변제에 대하여 갖는 권리가 구체화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되고, 그럼에도 이를 제3자에게 매각하였다면 배임죄로 의율하여야 할 것이다. 배임죄에 대한 이러한 해석이 지배와 소유가 분리된 현대사회에서 법률관계가 복잡화되면서 다종다양해지는 배신범죄 유형을 규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7. 유령집회와 중복집회 금지통고 위반행위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1도13299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피고인은 2009년 6월 24일 남대문경찰서장에게 2009년 6월 27일 16:00~18:00까지 서울시청 광장에서 집회를 한다는 옥외집회 신고서를 제출하였으나, 같은 일시?장소에 먼저 신고된 집회(선신고집회)가 있다는 이유로 금지통고되었다.
선신고집회 주최자는 2009년 6월 한달간 같은 장소에 8회 가량에 걸쳐 집회신고를 하였으나 실제 집회 개최한 적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선신고집회 관련하여 그것이 실제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여 자신들의 집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하여 줄 것을 요구하며 금지통고에 대하여 이의신청하였으나, 남대문경찰서장은 이의신청을 기각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은 위 금지통고에 위반하여 집회를 주최하였다.
1심과 2심은 금지통고는 적법하므로 이에 위반한 집회 주최행위는 위법하고, 따라서 피고인은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집회의 신고가 경합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할경찰관서장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제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신고 순서에 따라 뒤에 신고된 집회에 대하여 금지통고를 할 수 있지만, 선신고집회의 참여예정인원, 집회의 목적, 집회개최장소 및 시간, 집회 신고인이 기존에 신고한 집회 건수와 실제로 집회를 개최한 비율 등 선신고집회의 실제 개최 가능성 여부와 양 집회의 상반 또는 방해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확인하여 선신고집회가 다른 집회의 개최를 봉쇄하기 위한 허위 또는 가장 집회신고에 해당함이 객관적으로 분명해 보이는 경우에는, 뒤에 신고된 집회에 다른 집회금지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관할경찰관서장이 단지 먼저 신고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뒤에 신고된 집회에 대하여 집회 자체를 금지하는 통고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설령 이러한 금지통고에 위반하여 집회를 개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집시법상 금지통고에 위반한 집회개최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3) 판례평석
선신고된 유령집회를 통하여 그 이후에 신고된 집회의 개최를 봉쇄하려는 시도가 종종 이루어진다. 이 사건 사안의 경우에도 동일 장소에 대하여 선신고집회 때문에 뒤에 신고된 집회의 개최를 금지하는 통고를 하였으나, 관할경찰관서장으로서는 선신고집회가 유령집회임이 분명하다면, 뒤에 신고된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금지통고를 할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한 것이다. 중복집회 금지제도 악용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다만, 유령집회임이 분명하다고 판단하여 뒤에 신고된 집회의 개최를 허용하였는데, 선신고집회가 실제로 개최될 경우 두 집회가 충돌할 수 있으므로, 집회가 실제 경합할 경우 개최 방법, 우선순위 등에 관하여 분명한 기준을 마련하는 새로운 입법조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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