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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8) 형법 총칙

이용식 교수 (서울대 로스쿨)

1. 가벌적 신분의 소급적 소멸과 행위시법주의 관련 사례 (대법원 2014. 5. 22. 선고 2012도7190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피고인 갑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이었던 자이고, 피고인 을은 위 조합의 총무이사였다.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09년 12월 16일 조합총회 결의사항인 철거감리업체선정을 조합총회 결의 없이 선정하였다. 그리고 조합의 임원은 조합원의 신청이 있으면 조합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여야 함에도, 2009년 1월 28일 조합 관련사건 변호사 비용 공개 신청을 거절하였다. 또한 2011년 1월 18일 건축사무소 선정에 따른 선정일자와 선정방법에 관한 자료등 공개 신청을 거절하였다. 위 각 행위는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법률 제94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제24조 제3항 제5호 및 제86조 제6호, 제81조 제1항 위반행위로 기소되었다.
1심은 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였고(2011년 10월 27일), 피고인들의 항소는 기각되었다(2012. 5. 23.).
그런데 위 형사소송과는 별도로, 조합원들이 구청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2010년 6월 25일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 확인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이에 피고인들은 위 위반행위는 신분범인 데, 행정소송 판결에 의하여 자신들의 신분이 처음부터 부존재함이 확인되었으므로 신분범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상고기각)
[다수의견]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는 조합이 그 설립과정에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지 아니하였거나 설령 이를 받았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조합설립인가처분으로서 효력이 없는 경우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 의하여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행정주체인 공법인으로서의 조합이 성립되었다 할 수 없고(대법원 2012. 3. 29. 선고 2008다95885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두518 판결 등 참조), 또한 이러한 조합의 조합장, 이사, 감사로 선임된 자 역시 구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조합의 임원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법률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어떤 조합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처음부터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서 정한 조합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성립되지 아니한 조합의 조합장, 이사 또는 감사로 선임된 자는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의 주체인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며, 따라서 그러한 자의 행위에 대하여는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반대의견]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무효 또는 취소사유가 존재함에도 아무도 그 법적 효력을 부정하지 아니하면 그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실체가 있는 행정처분으로 작용하면서 그에 기초한 공법질서를 형성하게 된다. 또한, 그렇게 형성된 공법질서는 공법상의 실체를 갖는다는 점도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의 확정적 판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판단 시점 이전에는 그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실체가 있는 행정처분으로 작용하면서 그에 기초한 공법질서를 형성하고 그렇게 형성된 공법질서는 공법상의 실체를 갖는다는 점도 분명하다.
위와 같은 각 경우에 실체를 갖고 존재하였던 공법질서에 대하여 공법적 보호가 어느 정도 범위에서 주어질 수 있느냐 하는 점과는 별도로, 실체를 갖고 존재하였던 공법질서에 대하여 형법적 보호는 주어질 수 있다. 형법은 그 규범목적에 따라 사법이나 공법의 효력과 일치시키지 아니하고 형법적 보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형법은 본질적으로 행위규범이라는 점을 전제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당시의 법률에 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형법 제1조 제1항), 행위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행위 당시에 그 행위가 명령규범이나 금지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그 행위는 범죄로서 성립되는 것이며 가벌적인 것이다.

(3) 판례평석
형법 제1조는 행위시법주의를 밝히고 있다.
신분이 행위시에 존재론적 의미에서는 있었지만 규범론적 의미에서는 없었던 경우, 형법상 신분이 있었던 것인가, 없었던 것인가? 다수의견은 존재론적 의미에서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규범론적 의미에서도 있어야 한다는 취지이고, 반대의견은 존재론적 의미에서만 있으면 족하지 규범론적 의미에서도 있을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런데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에서 과연 규범론적 의미에서 행위시에 신분이 없었다고 볼 수 있는가?
행위시에 이미 무효임이 객관적으로 인식가능 한 상태였다면 모르되, 법률관계가 형성하는 질서의 측면에서 본다면, 설사 행위 이후에 신분의 전제되는 법률관계가 무효 혹은 소급하여 취소되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신분이 없었던 것으로 사후적으로 판단된다 하더라도, 행위 당시 그 무효가 된 법률관계가 형성한 질서 내에서 부여된 의무에 기초한 행위는 신분범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죄형법정주의와는 다른 차원의 것으로, 다수의견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 선고되었던, 임용행위가 무효인 공무원이 수뢰하였을 경우 이를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에 관한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3도11357 판결과 그 논리가 일관된다고 보이지 않는다.

2.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의 한계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09도14407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62세 여성인 망인은 1975년경 우측 고관절 부위에 결핵성 관절염을 앓아 골반과 대퇴골의 유합수술을 받았는데, 그 후 위 수술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하여 우측 고관절을 인공고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받기를 원하였다.
그런데 망인은 '여호와 증인' 신도라서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타가수혈)받지 말아야 한다는 교리를 생명보다 중히 여기는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타가수혈을 받지 않는 방식(무수혈 방식)으로 수술을 받고자, 피고인이 정형외과 의사로 있는 대학병원에 와서 무수혈 수술 가능 여부를 문의하였다. 피고인은 검사 후 망인에 대하여 무수혈 방식에 의해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고, 다만 수술 상황에 따라서는 타가수혈을 하지 아니할 경우 생명에 위험이 생길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그럼에도 망인은 종교적 신념에 기하여, 가사 자신의 생명에 위험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타가수혈을 하지 말 것을 피고인에게 요구하였다.
위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수술 전날 망인과 망인의 딸을 만나 수술 도중 대량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경우 타가수혈을 하지 않으면 장기손상 및 부전에 의한 사망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설명을 하였으나, 망인은 타가수혈을 거부하였다.
피고인은 무수혈 방식 수술 도중 과다출혈로 인한 범발성 응고장애로 타가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여 망인의 남편에게 타가수혈 여부를 문의했으나, 그도 타가수혈을 거부하였다. 반면 망인의 자녀들은 타가수혈을 강력히 원하였다. 가족들 사이의 의견이 나뉘어 피고인은 확실한 대답을 얻지 못하게 되자,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교섭위원회에 타가수혈 여부 자문을 요청하였으나 별다른 답신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는 중에도 망인의 출혈이 계속되어 피고인은 수술 중단 후 망인을 중환자실로 옮겼으나, 망인은 같은 날 다량 실혈로 인한 폐부종으로 사망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하였고, 1심과 2심 모두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가 승낙 내지 정당행위 법리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무죄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생명에 대한 처분은 허용될 수 없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다는 취지로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상고기각)
환자의 명시적인 수혈 거부 의사가 존재하여 수혈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환자의 승낙(동의)을 받아 수술하였는데 수술 과정에서 수혈을 하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태에 이른 경우에, 환자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혈 방법의 선택을 고려함이 원칙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환자의 생명 보호에 못지않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할 의무가 대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때에는 이를 고려하여 진료행위를 하여야 한다.
어느 경우에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생명과 대등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될 것인지는 환자의 나이, 지적 능력, 가족관계, 수혈 거부라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게 된 배경과 경위 및 목적, 수혈 거부 의사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온 확고한 종교적 또는 양심적 신념에 기초한 것인지, 환자가 수혈을 거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자살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및 수혈을 거부하는 것이 다른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할 여지는 없는 것인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환자의 생명과 자기결정권을 비교형량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의사가 자신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환자의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가치 중 어느 하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위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판단을 위해서는 환자가 거부하는 치료방법, 즉 수혈 및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방법의 가능성과 안정성 등에 관한 의사의 설명의무 이행과 이에 따른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어떠한 하자도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환자는 치료행위 과정에서의 수혈의 필요성 내지 수혈을 하지 아니할 경우에 야기될 수 있는 생명 등에 대한 위험성, 수혈을 대체할 수 있는 의료 방법의 효용성 및 한계 등에 관하여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러한 의사의 설명을 이해한 후 진지한 의사결정을 하여야 하고, 그 설명 및 자기결정권 행사 과정에서 예상한 범위 내의 상황이 발생되어야 하며, 또한 의사는 실제로 발생된 상황 아래에서 환자가 수혈 거부를 철회할 의사가 없는지 재확인하여야 한다.
특히 의사는 수술과정 등에서 발생되는 출혈로 인하여 환자의 생명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수혈하는 것이 통상적인 진료방법이고 또한 수혈을 통하여 출혈로 인한 사망의 위험을 상당한 정도로 낮출 수 있음에도 환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수혈을 포기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술 방법을 택하는 것인데, 그 대체 수술 방법이 수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출혈 방지 효과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만큼 수술과정에서 환자가 과다출혈로 인한 사망에 이를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관하여 통상적인 경우보다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과연 수술을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방법인지 신중히 판단할 주의의무가 있다. 그리고 수술을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수혈 대체 의료 방법과 함께 당시의 의료 수준에 따라 출혈로 인한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사전준비나 시술방법을 시행함으로써 위와 같은 위험 발생 가능성을 줄이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또한 수술 과정에서 예상과 달리 다량의 출혈이 발생될 수 있는 사정이 드러남으로써 위와 같은 위험 발생 가능성이 현실화되었다면 과연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계속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방법인지 다시 판단하여야 한다. 환자가 수혈 대체 의료 방법을 선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생명에 대한 위험이 현실화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전제 내지 기대 아래에서의 결정일 가능성이 크므로, 위험 발생 가능성이 현실화된 상태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계속하는 것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초한 진료라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3) 판례평석
생명은 처분할 수 없는 법익이므로, 생명에 대한 처분행위로서의 승낙은 원칙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대법원은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방편으로 회복불가능 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 환자의 의사에 따른 연명치료중단은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았는바(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판결), 그 외의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이다. 그렇다면 위 사안의 경우 이러한 요건에 충족하지 아니하므로 허용될 수 없는 행위 아닌가?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의무와 생명권을 존중할 의무가 충돌할 경우 두 의무를 비교형량 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직업적 양심에 따라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의무를 우선하여 행위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즉 위법성조각이 아닌 책임조각으로 다루었다. 다만 주의할 점은, 판시에도 나와 있듯, 이러한 책임조각의 전제는, 수혈의무 발생에 이르기까지 의사에게 어떠한 과실도 없었어야 한다는 것, 즉 수혈의무의 불이행만이 과실로 인정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대법원이 판시에서 "이 사건에서는 망인의 생명과 자기결정권을 비교형량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타가수혈하지 아니한 사정만을 가지고 피고인이 의사로서 진료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하여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는 듯한 판단 부분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우나, 그 취지는 책임이 조각된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 사례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13999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길을 걷던 피고인은, 그 전날 및 전전날 그 인근에서 심야에 발생했던 강도강간 사건의 용의자를 찾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던 경찰관 A로부터 02시 20경 불심검문을 받게 되었다. 불심검문을 행한 시간대는 위 강도강간 사건 발생 시각과 비슷한 무렵이었고, 위 강도강간 사건 용의자는 '20~30대 남자, 신장 170cm 가량, 뚱뚱한 체격, 긴 머리, 둥근 얼굴, 상의 흰색 티셔츠, 하의 검정색 바지, 검정색 신발 착용' 및 '키 175cm 가량, 마른 체형, 안경 착용'이라는 등으로 그 인상착의가 대략적으로 신고 되어 있었는바, 피고인의 인상착의가 위 정보와 상당히 일치하였다. 경찰관 A는 피고인에게 신분증을 내밀며 다가갔고, 이에 피고인은 바로 도망하였으며, 경찰관 A와 함께 그 인근 노상 승용차 내에서 잠복근무 중이던 경찰관 B는 승용차를 운전하여 피고인을 뒤쫓았다. 도망하던 피고인은 넘어졌고, 넘어졌다가 일어나면서 경찰관 A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경찰관 A는 자신이 경찰관이며 불심검문을 하려 하는 것이라는 사정을 고지하였음에도 피고인은 계속해서 저항하며 폭력을 행사하였다. 경찰관 A, B는 함께 피고인을 제압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당시 경찰관들이 자신을 소위 '퍽치기'를 하려는 강도로 오인하였던 상태였다.
피고인은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로 기소되어 1심은 유죄를 선고하였고(벌금 500만 원), 2심은 불심검문이 위법하다는 전제에서 적법함을 전제로 하는 공무집행방해는 성립하지 않으며, 위법한 공무집행에 저항한 행위는 정당방위로 상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검사는 불심검문이 적법하며, 따라서 정당방위도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위 사안에서 불심검문의 대상 선정 및 불심검문의 방법이 적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원심이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위법하다고 본 것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음을 전제한 후) 피고인은 자신을 추격하는 경찰관들을 피하여 도망하다가 넘어졌는데, 당시는 새벽 02시20분경으로 상당히 어두웠던 심야였고 경찰관들도 정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었던 사실, 자신을 추격하는 차량(일반 승용차였던 것으로 보인다)을 피하려다 넘어진 피고인은 주변에 고성으로 '경찰을 불러달라'고 요청하여 지나가던 택시기사도 이 소리를 듣고 정차하였던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여기에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이 사건 경찰관들을 소위 '퍽치기'를 하려는 자들로 오인하였던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당시 경찰관들을 치한이나 강도로 오인함으로써 이 사건 공무집행 자체 내지 그 적법성이나 자신의 경찰관들에 대한 유형력 행사의 위법성 등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원심으로서는 당시 피고인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였는지, 피고인에게 착오가 인정된다면 그러한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면밀히 심리한 다음 범죄성립이 조각될 수 있는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덧붙여 지적하여 둔다.

(3) 판례평석
불심검문의 적법요건 및 내용에 관하여는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6203 판결에서 판시한 바 있다. 이 사안에서 재미있는 것은, 피고인이 경찰관들을 퍽치기 강도로 오인하였고 경찰관들은 피고인을 강도강간 사건 용의자로 생각하였다는 것으로,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용의자로 생각한 것에 그만한 사정이 있고 피고인이 경찰관들을 강도로 생각한 것에도 그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경찰관들이 강도를 하려 한다고 생각하여 도망하였고, 경찰관들은 피고인이 도망하는 것을 보고 용의자로 확신하여 쫓은 것이다. 이 경우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쫓은 행위가 불합리한 조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경찰관들의 불심검문이 적법함을 전제할 경우, 피고인은 적법한 공무집행을 위법한 침해행위로 오인하여 경찰관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방향으로 행위하였는바, 이는 전형적인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위전착)로 볼 수 있다. 그 법적 효과에 관하여는 판례에 나타난 바가 없다. 물론 명예훼손죄 관련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 관련하여 허위사실을 사실로 오인할 만한 사정이 있을 경우 그것이 형법 제310조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판례가 있기는 하나, 그 판례가 위전착을 정면으로 다루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위 판례 사안은 교과서적 사례의 효시격이 될 수도 있었으나, 파기환송심에서는 피고인에게 경찰관의 적법한 공무집행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은 공무집행방해죄 및 상해죄 모두 유죄이지만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하였고, 검사와 피고인 쌍방이 불복하지 아니하여 확정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4. 편면적 대향범에 있어 형법총칙 규정의 적용 여부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6969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피고인은 을을 갑에게 소개하였고, 을은 갑에게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교부하였다. 갑은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 위반행위의 정범, 피고인은 그 방조범으로 기소되었다.
1심은 피고인이 갑과 을 모두에게 상당한 조력을 하였고, 갑에 대한 청탁으로 피고인이 얻는 이익이 있다고 보아 변호사법위반죄 방조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2심은 피고인이 을을 조력한 것은 맞지만 갑을 조력하였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을을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이상 피고인은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을을 조력하였다고 하더라도 범죄성립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상고기각)
금품 등의 수수와 같이 2인 이상의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관계에 있어서는 공범이나 방조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의 적용이 있을 수 없다.

(3) 판례평석
편면적 대향범에 관하여 대법원은, 법규정에 달리 상대방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경우 그 상대방에 대하여 형법 총칙상의 공범규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죄형법정주의의 보장적 기능을 강조하면, 총칙상 공범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편면적 대향범을 만든 입법자들이 무조건적으로 그 상대방의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였을까? 그러니까 입법자가 예정했던 관여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 과연 불가벌일까? 물론 대법원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행위가 입법자가 예정했던 관여 범위인지를 상정한다는 것은, 법원이 자의적으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범인 자신에 대하여는 편면적 대향범으로 파악될 수 있는 범인도피교사의 경우 방어권 남용으로 평가되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고(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20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5도3707 판결,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도12079 판결 등), 배임죄에 관하여도 관여 정도에 따라서 배임행위의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배임죄의 공범이 성립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7634 판결 참조). 따라서 향후 관여 정도에 따라서는 편면적 대향범의 공범에 대하여도 범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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