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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6) 해상법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I. 선박연료유공급계약에서의 재판관할(대판 2012.12.25., 2009다77754)

1. 사실관계

원고는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미국 회사와 선박연료유(벙커)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공급받은 비정상의 벙커 때문에 선박이 기관고장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예인비용, 용선료상실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하면서 피고 벙커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한국법원에 제기하였다. 피고는 한국법원은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지지 않는다는 본안전 항변을 제기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국제사법 제2조에 따라,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여야 할 때 개인적 이익(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 뿐만아니라 국가의 이익(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도 법원은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법정지와 당사자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는 한국 법에 의하여 설립된 주식회사이고, 피고는 미국 델라웨어 주법에 의하여 설립된 회사로서 서울에 영업소를 두고 있는 사실, 연료공급계약은 서울에서 체결된 사실, 계약 및 그 종료와 관련된 증거 역시 한국 내에 있는 원고가 소지하고 있고,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연료공급계약 이행상의 피고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 소재하는 피고의 영업소에서 체결한 연료유 공급계약의 이행을 둘러싼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분쟁은 한국 법원에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권이 존재할 뿐만아니라 한국과 실질적 관련성도 갖추고 있으므로 한국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하여 국제재판관할을 가진다.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3. 의견
선박의 벙커 공급은 선박이 외국에 기항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보다도 외국이 저렴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국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약정된 대로 벙커가 공급되지 못하여 선주가 손해를 입게 되면, 선주는 벙커 공급자에게 채무불이행 혹은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벙커 공급자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외국적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에 국제재판관할이 문제된다. 우리나라는 국제사법에 국제재판관할에 대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다.
피고는 미국 법인이므로 미국이 재판관할을 갖는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국제사법 제2조의 국제재판관할규정에 따라 국내법의 재판관할규정에 의하면 벙커 공급계약의 계약체결에 따른 이행지가 한국이기 때문에 민사소송법에 의하여 우리나라가 토지관할을 가지며(제8조), 실질적인 관련성도 있으므로 한국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판시하였다.

II. 선하증권상 운송인의 서명의 의미(대판 2013.10.31., 2001다16431)

1. 사실관계

미국의 수입자는 한국의 수출자를 위하여 신용장을 개설하였다. 선하증권에 운송인의 서명이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였다. 수출자는 한국의 운송주선인에게 운송주선을 의뢰하였고, 운송인은 운송물을 선적한 다음 한국 대리점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운송인 회사의 로고가 있는 선하증권에 현지의 대리인이 XXX as agent(대리인으로서 XXX)라고 서명하였다. 한국의 외환은행은 매입은행이 되어 대금을 수출자에게 지급하였다. 그런데, 미국의 신용장 개설은행은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지 않음을 이유로 매입은행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매입은행은 수출자에게 대금을 반납받았다. 수출자는 자신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운송주선인(피고)과 현지 대리점에 청구하였다.

2. 법원의 판단
신용장 조건이 운송인의 서명이 있는 선하증권을 운송서류로 요구하고 있는 경우, 선하증권이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였는지는 신용장 관련 다른 서류의 기재를 참고하지 아니하고 해당 선하증권의 문언만을 기준으로 하여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신용장의 요구서류로 제시된 선하증권에 운송인 본인을 나타내는 명칭이 기재되어있고, 대리인이 그 본인을 실제로 대리하여 선하증권에 대리인으로서 서명하였더라도, 선하증권의 문면에 그 본인이 운송인의 지위에 있음이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 신용장개설은행의 입장에서는 신용장 관련 다른 서류의 기재를참고하지 아니하고 해당선하증권의 문언만을 기준으로 하여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므로 그 본인이 운송인의 지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 규정에 따른 서명 요건을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3. 의견
대리인이 단순히 "대리인으로서"라는 기재만하고 선하증권에 서명을 하였다. 그런데, 본건은 선하증권 서식이 운송인 회사의 표준서식이었기 때문에 운송인 회사가 운송인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하증권상에 본인이 운송인의 지위에 있음이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았다. 신용장 발행조건에 따르면, '운송인의 서명있는 선하증권'이 되어야 하였지만, 서명란에 누가 운송인이라는 기재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서명은 이를 충족하지 않는다고 대법원이 본 것이다. A 운송인을 대리한 대리인 B(B for the carrier A)라고 기재하고 서명하면 충분하다.

III. 손해산정액에 대한 보험자대위(대판 2013.10.24.,2011다13838)

1. 사실관계

부산항만공사가 관리하던 안벽에 접안하여 작업하던 선박이 수면하의 구조물에 부딪쳐 손상이 발생하였다. 동 선박의 소유자와 선박보험공제계약을 체결한 해운조합은 수리비 및 조사비용등을 피보험자인 선주에게 지급한 다음 부산항만공사에게 보험자 대위의 법리에 따라서 구상청구를 하였다. 항만공사는 그 비용은 보험자가 부담하는 것이므로 보험자대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이 이를 인용하자, 항만공사는 대법원에 상고하게 되었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상법 제676조 제2항은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비용은 보험자의 부담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보험자가 보험금의 지급범위를 확인하기위하여 지출한 비용은 보험자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입은 손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 비용을 지출한 보험자가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가해자를 상대로 그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는 없다. 원고 조합이 지급한 위 검정 정산비용은 이 사고로 인하여 원고 회사가 입은 손해가 아니라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비용으로서 보험자인 원고조합이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원고 조합이 원고 회사를 대위하여 피고에게 그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원심이 파기됨).

3. 의견
보험자대위의 법리는 피해자의 과실로 인하여 피보험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피보험자의 청구권을 보험자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취득하는 것이다. 이 때 대위하는 금액은 가해자가 부담하여야할 책임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상법 제676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면 손해조사비용등은 보험자의 부담으로 한다고 규정하고있다. 손해조사비용은 피보험자가 수령하는 보험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의하여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보험자대위의 전제로서 항만공사가 피보험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였다.

IV. 영국법상 위부의 법리(대판 2013.9.13., 2011다81190)

1. 사실관계

갑은 을 소유의 선박을 보험의 목적으로 하는 선체(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구조비용 보험자부담, 영국준거법). 선박이 침몰하자 중국정부가 제거를 지시하였고, 을은 구조작업을 진행하였다. 을은 보험자 병과 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난파물제거비용도 담보위험). 을은 구조작업이 완료되지 않자 갑에게 선박에 대한 위부통지를 하면서 전손보험금을 청구하였다. 갑은 위부를 구두로 거절하고 대위권(잔존물)행사 및 구조진행의 의사만을 통지하였다(추정전손으로 보험금은 지급됨). 중국정부는 구조작업에 대한 보증금납부를 요구하여 병이 이를 납부하였다. 병은 (i) 갑이 을에게 선박 전손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소유권을 양도받고 오로지 원고의 이익을 위하여 구조작업을 진행한 것은 영국법상 위부의 묵시적 승인으로 간주되므로, 사고발생 당시로 소급하여 이 선박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난파물제거의무 역시 원고에게 이전되었다. (ii) 자신이 지급한 보증금을 갑으로부터 부당이득/사무관리에 기한 비용청구권을 근거로 하여 환수할 수있다고 주장하였다. 갑은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영국 1906년 해상보험법은 보험위부와 관련하여, 제61조에서 "추정전손의 경우 (중략) 보험자에게 부보된 보험의 목적을 위부하고 그 손해를 현실전손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제62조 제5항에서 "위부의 승인은 명시적으로 또는 보험자의 행위에 의하여 묵시적으로 할 수 있다, 제63조 제1항에서 "유효한 위부가 있는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목적의 잔존물에 대한 피보험자의 이익과 그에 부수하는 소유권에 기인한 일체의 권리를 승계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자 대위와 관련하여 제79조 제1항에서 "보험자가 보험목적의 전부에 대한 전손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보험자는 그때부터 보험목적의 잔존물에 대하여 피보험자의 이익을 승계할 권리를 갖는다. 그리고 보험목적과 관련된 피보험자의 모든 권리와 구제수단에 대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략) 원심은, 원고가 을의 위부통지를 거절한 후 을에게 전손보험금을 지급하고 을을 대위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작업을 진행한 것이 영국 해상보험법상 위부의 묵시적 승인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단은 정당하다.

3. 의견
선박이 운항중 조난을 당하여 구조가 필요한 경우의 구조비용은 선박보험에서 담보되고, 난파선이 되어 제거비용이 소요되면 이는 선주상호책임보험에서 담보하는 사항이다. 난파물제거비용을 책임보험자가 지급하기 위하여는 (i) 위부의 통지로 보험자가 난파물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효력이 발생하거나 (ii) 보험자 대위(잔존물대위)로 권리가 보험자에게로 자동 이전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만 난파물제거에 대하여 보증금을 지급한 책임보험자가 부당이득/사무관리 등을 근거로 소유자로부터 구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책임보험자는 선박보험자의 묵시적 승인이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영국법에서는 위부는 보험자의 승인이 없이는 권리가 이전되지 않는다. 만약 위부의 승인이 있었다면 위부의 효과가 발생하여 보험자는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고 결국 소유권자가 난파물의 제거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원심과 대법원은 갑이 여러 차례 걸쳐서 위부를 거부하였음을 근거로 묵시적 승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영국법에서는 잔존물대위는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승계할 권리만을 갖기 때문에 보험자는 승계할 것인지에 대하여 선택권이 있다(제79조 제1항). 이 사안에서 보험자 갑은 대위권 행사의 포기를 을에게 통지한 바 있다.

V. 편의치적선 관련 선원법 문제의 준거법
(창원지법 2013.4.10.선고 2012나5173배당이의판결)


1. 사실관계

등록선주로부터 선박을 용선한 갑은 선주로서 원고 선원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하였다. 선원들은 임금채권을 근거로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하여 한국에 기항중인 선박을 압류하여 임의경매하고자 하였다. 국제사법에 의하면 등록국인 파나마 법이 선박우선특권을 결정하는 준거법이 되었다(이에 의하면 선원임금은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음).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 의하면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가 준거법이 된다. 원고는 동 선박은 편의치적선이고 실제소유자는 한국 용선자이기 때문에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는 한국이라서 한국의 상법이 선박우선특권의 존부에 대한 준거법이 되고, 상법 제777조에 의하면 선원의 임금은 선박우선특권을 발생시키는 채권이라고 주장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원칙적으로 선적국법(국제사법 제60조 제1호)이고 편의치적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그러나, 국제사법에 의하여 지정된 준거법이 해당법률관계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인 경우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국가의 법에 의하여야 한다. 선박이 편의치적이 되어있어 선적만이 그 국가와 유일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항해지, 실질적인 선박 소유자, 실질적인 선박 운영회사, 실질적인 선박의 근거지, 선원의 국적, 선박의 주된 항해지 및 주된 근거지, 당해 법률분쟁이 발생한 장소 등이 선적국과 근소한 관련만 존재하는 경우 (중략) 이 사건 선박과 관련된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은 대한민국 상법이라고 할 것이므로,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및 원고의 선박우선특권과 피고의 근저당권의 우선순위는 상법을 적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들이 지급받지 못한 임금등은 상법 제77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선원의 고용계약으로 인한 채권으로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된다.

3. 의견
편의치적선이란 선적을 제공하는 국가와 실제 선박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으면서도 실제 선주의 편의를 위하여 그 선적을 가지고있는 선박을 말한다. 국제사법에 따르면 선박우선특권을 정하는 실질법은 선적국법에 따라 정하여진다. 실제로 법률관계는 본거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짐에도 명목상의 선적항을 따라서 법률관계를 인정할 것인가? 우리 나라는 2002년 국제사법을 개정하면서 제8조 제1항을 두어서 이를 해결하였다.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는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한다는 것이다. 창원지방법원에서는 편의치적이 개입되고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에 국제사법에서 선적국법이라고 할 때 선적국이란 편의치적된 국가가 아니라 실제 선박의 본거항이 된다고 본 것이다.

VI. 책임제한채권 인정이 부인된 운송물 불법인도(서울중앙지법 2013.11.1.선고 2013책2결정)

1. 사실관계

운송인은 수출자와 철근에 대한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운송물은 일본에서 선적되었고, 인천항 보세창고에 운송물이 입고되었다. 운송인은 선하증권을 발행하였고, 수출자는 여전히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다. 그런데, 수입자는 창고업자와 결탁하여 선하증권과 상환하지도 않고 운송물을 불법 반출하였다. 수출자는 운송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운송인측은 포장당책임제한보다 선주책임제한이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 한국에서 선주책임제한절차 신청을 하였다. 원고측에서는 선박에서 양륙되어 창고에 들어있는 화물에서 발생한 손해는 대상채권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선주등의 책임제한을 인정하는 취지는 선박의 운항에 따르는 높은 해상위험과 해난사고로 인한 막대한 손해로부터 해상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데 있는 것이므로, 선박 외에서 선박의 항해와 직접 관련없이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책임제한이 인정되지 않는다. 선박의 운항이란 통상 선박을 항해에 사용 또는 제공하는 것으로서 항해 중 또는 항해를 위하여 선박을 기계적 용법에 따라 조작 관리하는 것 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여기에는 화물의 선적이나 양륙을 위하여 선박을 운항한 경우 화물이 목적항에 도착한 후 양륙되어 보세창고에 반입되었으면 이로써 화물에 대한 해상운송은 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와 같은 경위로 보세창고에 보관 중이던 화물을 보세창고업자가 무단 반출하는 행위는 선박의 운항에 속하거나 이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의견
과연 창고업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운송물 불법반출의 경우에 운송인이 선주 책임제한의 이익을 누릴 수 있을 지가 문제된다. 상법 제769조 제1호에 따르면 "선박의 운항과 직접 관련하여 발생한 채권"에 해당하여야 책임제한이 가능하다. 법원은 양륙후 창고에 있는 운송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법원은 양륙되면 해상운송은 종료되어 선박운항에 속하지 않고 이와 직접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영국, 중국, 일본 등 헤이그 비스비 규칙을 도입한 국가와는 달리 강행적 의무를 부담하는 구간이 선적에서 양륙이 아니라, 수령에서 인도까지 확대되어있다. 책임제한제도가 운송인 혹은 선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운송인의 책임구간 모두에 적용되어야 한다. 이 판결은 일부는 적용되고 일부는 적용되지 않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VII. 화재면책 (인천지방법원 2012.8.8.선고 2011가합19740판결)

1. 사실관계

수입자 甲과 보험자 乙은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丙 운송인은 인도에서 운송물을 적재한 다음(준거법은 헤이그 비스비 규칙) 항해중 선박이 고장이 나서 조선소에서 선박을 수리하게 하였다. 수리 중 운송물이 발화되어 화재가 발생하여 甲은 乙에게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乙은 甲이 丙에 대하여 가지는 청구권을 대위하여 丙에게 구상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丙은 화재면책을 주장하였다. 원고는 비록 화재면책이라고 하여도 운송인의 과실로 인한 것이면 운송인은 면책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i) 선박의 수리는 선주가 담당하는 것이므로 수리로 인하여 항해기간이 지연되는 동안 화물 관리 역시 피고의 책임하에 있었다. (ii) 수리기간동안 선박에 대한 조치와 함께 화물을 양하해 놓았다가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등 화물에 대한 적절한 관리를 해야하였다. (iii) 피고는 운송을 위하여 인도받은 화물의 성질을 알고 그 화물의 성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적부를 하여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 (iv) 이 사고는 피고가 운송인으로서 항해기간 동안 화물의 관리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화재면책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의견
화재면책은 항해과실면책과 달리 운송인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이 허용되지 않는다(상법 제795조 제2항 및 H/V 규칙 제4조 2항 b). 운송인의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인 화주가 부담한다. 수리중인 선박에서 여전히 운송중이던 화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지만, 법원은 운송물 관리에 대한 운송인 자신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발항 당시 감항능력주의의무를 갖추지 못하였고 이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운송인은 화재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법원은 그러한 점은 운송인에게 없다고 판시하였다(지면 관계상 생략함).

VIII. 직접청구권(서울남부지법 2013.6.5.선고 2012가합7046판결)

1. 사실관계

A, B 선박이 충돌하여 A 선박이 손해를 입었다. A 선박의 선주(원고) 甲은 B 선박의 책임보험자에게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였다.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선박보험계약에는 타선박의 손해의 3/4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었다. 원고는 책임보험자에게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였다. 보험자는 영국법이 적용되어 피보험자인 선주가 도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청구권을 가지지 못한다고 하면서 청구를 부인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우리 국제사법은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직접청구권을 주장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국제사법은 (중략) 당사자의 의사합치가 준거법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불법행위에 따른 채권관계와 계약에 따른 채권관계가 중첩 내지 대립할 경우 둘 사이에는 당사자의 의사 합치가 사전에 존재하는 계약에 따른 채권관계가 그렇지 아니한 불법행위에 따른 채권관계보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험계약에 따른 준거법'이 영국법에 의하는 것이 상당하다.
영국법(제3자 권리법)은 우리 상법과 달리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으며, 현행 제3자 권리법 제1조에는 '피보험자가 개인인 경우는 파산하였거나 채권자들과의 화의가 이루어진 경우 등'에 한하여 직접청구권이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 B선박의 선주가 다만 폐업한 상태이므로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의견
본 사건에서 원고는 선박충돌로 손해를 입은 자로서 피고 선박의 책임보험자에게 직접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다. 직접청구권에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이 결정될 것이다. 이의 준거법은 손해배상청구권설에 따르면 불법행위지법이 되고 사고가 한국의 영해내에서 발생하였다면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할 수 있다. 법원은 계약당사자의 의사를 중시하여 보험계약의 준거법이 직접청구권의 준거법이 된다고 하였다.
영국법하에서 직접청구권은 제3자법에 따라서 인정되는 것으로 도산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한국법하에서는 직접청구권은 아무런 제한없이 피해자에게 인정된다. 그러므로, 한국에 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준거법이 한국이 된 경우에 피해자들은 더욱 유리하다. 본 사건에서 피보험자는 도산된 상태가 아니므로 영국법상 직접청구권을 피해자가 행사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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