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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5) 지식재산법

조용식 변호사(법무법인 다래 대표)

1. 구성요소의 범위를 수치로써 한정하여 표현한 수치한정발명이 그 출원 전에 공지된 발명과 수치한정의 유무 또는 범위에서만 차이가 있는 경우, 발명의 신규성 판단 기준 (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1후2015 판결)

[판결 요지]

구성요소의 범위를 수치로써 한정하여 표현한 발명이 그 출원 전에 공지된 발명과 사이에 수치한정의 유무 또는 범위에서만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한정된 수치범위가 공지된 발명에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러한 수치한정이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적절히 선택할 수 있는 주지·관용의 수단에 불과하고 이에 따른 새로운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 신규성이 부정된다. 그리고 한정된 수치범위가 공지된 발명에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다는 것에는, 그 수치범위 내의 수치가 공지된 발명을 기재한 선행문헌의 실시 예 등에 나타나 있는 경우 등과 같이 문언적인 기재가 존재하는 경우 외에도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문헌의 기재 내용과 출원 시의 기술상식에 기초하여 선행문헌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그 수치범위를 인식할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한편 수치한정이 공지된 발명과는 서로 다른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수단으로서의 의의를 가지고 그 효과도 이질적인 경우나 공지된 발명과 비교하여 한정된 수치범위 내외에서 현저한 효과의 차이가 생기는 경우 등에는, 그 수치범위가 공지된 발명에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다고 할 수 없음은 물론, 그 수치한정이 통상의 기술자가 적절히 선택할 수 있는 주지·관용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없다.

[사안 해설]

대상판결은 특허발명이 구성요소의 수치범위를 좁게 표현하고 있는데, 선행기술에는 그 구성요소의 수치범위가 넓게 개시되어 있거나 수치범위의 한정 없이 그 구성요소 자체만 개시하고 있는 경우에 있어서 신규성 판단 기준에 관하여 판시하였다. 종래의 대법원 판례는 수치한정발명의 진보성에 관해서 판시하였을 뿐 신규성에 관해서는 판단기준을 명확히 설시한 적이 없었으나, 대상판결은 수치한정발명의 신규성 판단기준을 명확하게 설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수치한정발명이 선행발명의 구성요소에 적당한 수치를 부여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구조적인 특징에 비추어, 신규성에 관한 문제인지 진보성에 관한 문제인지 본질적으로 구별이 용이하지 않기에, 실무상 양자를 함께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상판결이 제시하는 신규성의 판단 기준도 종래의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진보성의 판단 기준과 동일한 맥락으로 파악된다.
종래 대법원 판례의 수치한정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관한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과거 대법원 판례는 수치한정발명의 진보성에 관하여 "한정된 수치범위 내외에서 이질적이거나 현저한 작용효과의 차이가 생기는지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여 왔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7후129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예를 들어, 어떠한 구성요소의 수치한정이 '0.05%이하'라고 한다면, 그 구성요소의 비율이 0.05%라는 임계치를 기준으로 이질적이거나 현저한 작용효과의 차이가 있어야만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구성요소의 비율이 대략 '0.05% 이하' 수준으로 작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할 때 특별한 기술적 의의나 효과의 차이가 있다면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인지, 실무적으로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통상 과학기술 분야에서 특정 수치 전후로 현격한 작용효과의 차이를 보이기는 쉽지 않고, 대략적으로 그 정도의 수치범위일 때 효과가 상승된다는 취지인 경우가 대부분이여서, 이러한 경우에 진보성이 인정되는지 의문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종래 대법원 판례는 "특허발명에 진보성을 인정할 수 있는 다른 구성요소가 부가되어 있어서 그 특허발명에서의 수치한정이 보충적인 사항에 불과하거나, 수치한정을 제외한 양 발명의 구성이 동일하더라도 그 수치한정이 공지된 발명과는 상이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수단으로서의 의의를 가지고 그 효과도 이질적인 경우라면, 수치한정의 임계적 의의가 없다고 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하였는 바(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후4998 판결 등 참조), 엄격한 임계적 의의가 없더라도 진보성이 인정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판례가 수치한정발명의 개념과 특허적격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실제 판단사례에서 진보성이 인정된 경우는 매우 드물어, 사실상 수치한정발명이라는 개념의 실효성이 의문시될 정도였다. 이는 실제 판단과정에서 요구되는 기술적 의의나 효과의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수치한정발명의 신규성을 인정한 대상판결과 아울러 수치한정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한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후3193 판결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사안을 살펴보면, '스퍼터링 타깃 및 투명도전막'에 관한 특허발명의 신규성 인정여부가 문제된 사안으로서,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는 수치한정을 '0.01 내지 0.2원자%'로 채택한 반면 선행기술의 구성요소는 '20원자% 이하'라고 하여 구성요소의 수치범위에서만 차이가 있는데, 특허발명의 수치한정은 선행기술에서의 수치한정과는 다른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수단으로서의 의의를 가지고, 그로 인한 효과도 스퍼터링 타깃의 부피저항률을 낮게 하면서도 투명도전막의 에칭 가공성 역시 우수하도록 한다는 것으로서 선행기술과는 구별되는 이질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특허발명의 신규성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2011후3193 판결의 구체적인 사안을 살펴보면, '폴리비닐알코올계 필름 및 편광필름'에 관한 특허발명의 신규성 및 진보성 인정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는 1㎜ 범위에서 발생하는 국소적인 두께 변동을 방지하고자 PVA 필름의 수치한정을 '0.28㎛/㎜ 이하'로 채택한 반면 선행기술의 구성요소는 수㎝~수십㎝의 범위에서 발생하는 커다란 기복의 두께 변동을 방지하기 위한 구성만 개시하였거나 '폴리카보네이트' 필름의 두께 변동에 관한 기재만을 개시하였다는 점에서 특허발명과 선행기술은 서로 다른 기술적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수단을 채택하였고 그 효과도 이질적이라는 점에서 특허발명의 신규성 및 진보성을 인정하였다. 이 2건의 판결만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대법원이 수치한정발명의 특허성을 인정하는데 있어서 한층 완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선행기술에 개시된 정도에 관하여 "문언적인 기재가 존재하는 경우 외에도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문헌의 기재 내용과 출원 시의 기술상식에 기초하여 선행문헌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그 수치범위를 인식할 수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판시하여, 선택발명의 신규성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차용하고 있는데(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 743 판결 참조), 수치한정발명이 선행발명의 구성요소에 적당한 수치를 부여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선택발명의 속성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보여진다.

2. 특허법 제163조 일사부재리 원칙에서의 '동일증거' 판단기준 (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2후1057 판결)

[판결 요지]


선행 심판에서 제출된 증거를 선행 심판의 확정심결에서 판단하지 아니하였던 사항에 관한 증거로 들어 판단하거나, 확정된 심결의 결론을 번복할 만한 유력한 새로운 증거에다가 선행 심판에서 제출된 증거를 추가적, 보충적으로 결합하여 판단하는 경우에는 후행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내용이 확정된 심결의 기본이 된 이유와 실질적으로 저촉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확정된 심결과 그 결론이 결과적으로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사안 해설]

대법원은 일사부재리 원칙이 말하는 '동일증거'란 확정된 심결의 증거와 동일한 증거와 확정된 심결을 번복할 수 있을 정도의 유력하지 못한 비중요증거도 포함한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1. 6. 26. 선고 99후2402 판결 등). 즉, 일사부재리에 반하는지 여부는 새롭게 제출된 증거가 확정된 선행 심결의 결론을 번복할만한 유력한 증거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일사부재리 원칙은 확정심결의 '결과'를 존중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확정심결의 '내용'까지 존중하는 것이고 그런 견지에서 확정심결에서 결론을 내린 판단은 새로운 심결에서 다시 심리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상판결은 기존에 제출된 증거가 새롭게 제출된 증거에 추가적·보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이거나, 이전의 확정 심결에서 판단하지 않았던 새로운 쟁점에 관하여 판단하는 경우에 기존에 제출된 증거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구체적인 사안을 살펴보면, 독립항인 청구항 제1항이 새롭게 제출된 증거인 비교대상발명 1에 의해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전제에서, 청구항 제1항에 '상자형 본체(70)에 인출랙(71)과 부정제피이더(72)를 덮는 덮개(74)를 설치하는 구성'을 부가한 종속항인 청구항 제3항의 진보성에 대한 판단이 일사부재리 원칙에 저촉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이다. 대상판결은 종속항에서 부가된 구성 자체가 선행기술로부터 용이하게 도출될 수 있는지 여부는 이전의 확정심결에서 전혀 판단된 바가 없었는데, 이전 확정심결에서 제출된 비교대상발명 2를 근거로 위 부가된 구성을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일사부재리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으며, 결국 독립항인 청구항 제1항에 기재된 구성은 새로운 증거 비교대상발명 1에 의해, 종속항인 청구항 제3항에 부가된 구성은 기존의 증거 비교대상발명 2에 의해 용이하게 도출된다는 전제에서, 청구항 제3항은 주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비교대상발명 1에다가 기존 제출된 증거인 비교대상발명 2를 추가적·보충적으로 결합하여 진보성을 판단하더라도 일사부재리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후행 심판에서 제출된 증거인 비교대상발명 1의 추가가 기존에 제출된 증거인 비교대상발명 2의 평가를 변경시킬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주된 증거라고 보았던 것이라 생각된다.

3. 전용실시권에 대한 제한 사유를 등록하지 않은 경우 특허권 침해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1도4645 판결)

[판결 요지]


특허법 제101조 제1항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항은 이를 등록하지 아니하면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제2호에 "전용실시권의 설정·이전(상속 기타 일반승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한다)·변경·소멸(혼동에 의한 경우를 제외한다) 또는 처분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설정계약으로 전용실시권의 범위에 관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고도 이를 등록하지 않으면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므로, 전용실시권자가 등록되어 있지 않은 제한을 넘어 특허발명을 실시하더라도, 특허권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게 됨은 별론으로 하고 특허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사안 해설]

대상판결은 특허 발명에 대한 전용실시권 설정 계약을 체결하면서 "특허권자의 승낙 없이 특허를 임의대로 사용하지 않겠다"라고 약정한 경우 이러한 약정을 위반하여 무단으로 실시한 경우 특허권 침해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은 설정 계약에서 전용실시권에 대한 제한을 약정하였더라도 그와 같은 제한을 등록하지 아니한 이상 특허법상의 효력은 없다고 보아 피고인이 전용실시권을 설정받은 이 사건 특허 발명을 임의대로 실시하였더라도 특허권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책임만 지게 될 수 있을 뿐 특허권 침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4. 상표법상 '서비스업' 영위의 의미 및 상거래의 대상이 되지 않는 용역을 일정한 목적 아래 계속적·반복적으로 제공한 경우 상표법상 서비스업을 영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2후3077 판결)

[판결 요지]

상표법상 '서비스표'라 함은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자가 자기의 서비스업을 타인의 서비스업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을 말하는데(상표법 제2조 제1항 제2호), 여기서 '서비스업'을 영위한다고 함은 독립하여 상거래의 대상이 되는 서비스를 타인의 이익을 위하여 제공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한다는 의미이므로,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아니하는 자원봉사나 단순한 호의에 의한 노무 또는 편익의 제공 등과 같이 상거래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용역을 일정한 목적 아래 계속적·반복적으로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상표법상의 서비스업을 영위하였다고 할 수 없다.

[사안 해설]

대상판결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상대방에게서 대가를 받은 적이 없는 즉,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업무를 영위하는 자가 서비스표를 사용한 것은 상표법상의 서비스표의 사용이 아니라고 본 사안으로서, 상표법상 서비스업의 개념을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다. 서비스업의 정의에 대해서는 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직접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일반적이기에 사회통념에 따라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법률에 구체적인 정의 규정이 없는 이유는, 서비스의 내용이나 종류는 변화하는 수요자의 요구에 유연하게 부응하여 다양한 사람에 의해 창출될 수 있으므로 이를 특정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상표나 서비스표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으려면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독립하여 경제적 가치를 가져야 할 것이고, 따라서 상품이든 서비스표든 적어도 독립해서 경제거래의 대상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은 최소한의 요건이라 할 것이다.
종래 서비스표에 비교되는 '상품'의 개념에 관하여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가 있었는데(대법원 1999. 6. 25. 선고 98후58 판결), 대법원 판례는 "상품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을 의미한다"고 보아 상품의 선전광고 등의 목적으로 그 상품과 함께 또는 이와 별도로 고객에게 무상으로 배부되어 거래시장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없는 '광고매체가 되는 물품'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이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물품에 상표를 표시한 것은 상표의 사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었다. 이와 유사한 취지에서 대상판결도 서비스의 개념 요소를 '타인의 이익 + 독립하여 상거래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한정한 것으로 보이며, 위 요건은 기존 우리나라 상표심사기준이나 일본의 하급심 판례에서도 공통적으로 요구하고 있던 것이다.

5. 영문자와 이를 음역한 한글이 결합된 등록상표의 불사용으로 인한 상표등록취소심판에서 영문자나 그 한글 음역 중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채 사용되는 경우 등록상표를 사용한 것인지 여부(적극)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후2463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 요지]

영문자와 이를 음역한 한글이 결합된 등록상표의 불사용으로 인한 상표등록취소심판에서, 그 영문 단어 자체의 의미로부터 인식되는 관념 외에 그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관념이 생겨나지 않고, 영문자 부분과 한글 음역 부분 중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채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통상적으로 등록상표 그 자체와 동일하게 호칭될 것으로 보이는 한, 그 등록상표 중에서 영문자 부분 또는 한글 음역 부분만으로 구성된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거래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해당하며, 이를 두고 등록상표 취소사유인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사안 해설]

종래 대법원은 영문자와 한글 음역이 결합된 등록상표에서 영문자나 그 한글 음역 중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형태의 상표 사용에 대해 일률적으로 상표 불사용으로 판단하는 엄격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대상판결은 종래의 엄격한 태도를 변경한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영문자 부분과 한글 음역 부분 중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채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통상적으로 등록상표 그 자체와 동일하게 호칭될 것으로 보이는지 여부'라는 유연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시의적절한 판례의 변경이라 생각한다.

6. 저작권법상 '2차적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어문저작물인 원저작물을 요약한 요약물이 원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 판단 기준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도3599 판결)

[판결 요지]


저작권법 제5조 제1항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2차적저작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2차적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수정·증감이 가해지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어문저작물인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여 이를 요약한 요약물이 원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새로운 저작물이 된 경우에는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되지는 아니하는데, 여기서 요약물이 원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는, 요약물이 원저작물의 기본으로 되는 개요, 구조, 주된 구성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 요약물이 원저작물을 이루는 문장들 중 일부만을 선택하여 발췌한 것이거나 발췌한 문장들의 표현을 단순히 단축한 정도에 불과한지 여부, 원저작물과 비교한 요약물의 상대적인 분량, 요약물의 원저작물에 대한 대체가능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사안 해설]

대상판결은 원저작물의 내용을 요약한 영문요약물을 무단으로 판매하고 있는 외국법인으로부터 영문요약물을 제공받아 한글로 번역한 요약물을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유료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였다고 하여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대상판결은 번역요약물이 원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하여 2차적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대상판결의 사안은 국내의 출판업자가 원저작물을 스스로 요약한 것이 아니라 영문요약물을 대가를 지급하고 외국법인으로부터 제공받아 그대로 번역하였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의 고의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1심은 외국법인의 영문요약물이 그 자체로 독창적인 저작물로 인정될 수 없다 하더라도, 국내 출판업자가 그 외국법인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였다는 점을 들어 침해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대법원은 국내 출판업자가 외국 법인에 문의하여 영문요약물이 원저작물의 저작권과는 무관한 별개의 독립된 저작물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받았던 점, 국내 법무법인에 저작권 침해 관련 질의를 하여 번역요약물이 원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사료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받았다는 점만으로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거나 피고인들이 자신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7. 오픈마켓(Open Market)의 운영자가 상표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 및 이때 오픈마켓 운영자가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게시한 판매자의 신원정보와 판매정보를 상표권자에게 제공할 의무를 지는지 여부(소극) (대법원 2012. 12. 4.자 2010마817 결정)

[판결 요지]


오픈마켓 운영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상품판매정보가 게시되고 그 전자거래 시스템을 통하여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이러한 상품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운영자에게 상표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다만 상표권 침해 게시물이 게시된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관련 인터넷 기술의 발전 수준, 기술적 수단의 도입에 따른 경제적 비용 등에 비추어 볼 때, ① 오픈마켓 운영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상표권 침해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② 오픈마켓 운영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상표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거나,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고, ③ 나아가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오픈마켓 운영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해당 판매자가 위 인터넷 게시공간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 요구되며, 오픈마켓 운영자가 이를 게을리하여 게시자의 상표권 침해를 용이하게 하였을 때에는 위 게시물을 직접 게시한 자의 행위에 대하여 부작위에 의한 방조자로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오픈마켓 운영자에게 요구되는 조치의무에,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게시한 판매자의 신원정보 및 판매정보를 오픈마켓 운영자가 임의로 상표권자에게 제공할 의무까지 포함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사안 해설]

대상판결은 오픈마켓 판매자의 상표권침해행위에 대한 운영자의 방지의무에 관하여 최초로 설시한 대법원 결정이다. 과거 인터넷 포털사이트 운영자에 대하여 조리에 근거하여 저작권침해 방지를 위한 작위의무를 인정한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의 판단기준을 기초로 오프마켓 운영자가 부작위에 의하여 방조책임을 지는 판단기준을 법리로서 선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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