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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7) 의료법

이경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Ⅰ. 글머리에

2013년 의료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의 동향을 살펴보면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판결들이 선고되어 설명의무에 대한 기준을 다시금 확인하였고, 원외처방약제비와 관련된 판결, 의료법상 직접진료의 의미에 대한 판결 등 현재 의료업계에서 첨예한 다툼이 되고 있는 많은 판결들이 선고되었다. 또한 장기간 지속되었던 고엽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도 선고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양·한방 의료행위의 한계 설정에 대한 헌법재판소결정이 나와 이 부분에 대한 입법적 정비도 시급해 보인다.

Ⅱ. 민사 판례

1. 설명의무 (2013. 2. 28. 선고 2011다36848 판결,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2013. 6. 13. 선고 2012다94865 판결)

⑴ 사건개요

① 길을 걷다 넘어져 머리를 부딪친 후 어지러움 등을 느낀 A는 대학병원 신경외과에 내원하여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결과, 비정상병변이 발견되어 신경외과 전문의인 B로부터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A는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병실로 옮기게 되었다. 일반병실로 옮긴 다음날부터 두통을 호소하던 A는 의식을 잃고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이후 촬영한 CT에서 뇌경색과 심한 뇌부종이 발견되어 처치를 받았으나 사망하였다.
② 음경복부신경차단술을 시술 받은 C가 복합통증증후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였는데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③ 환자 D는 의사E가 운영하는 성형외과 병원에 찾아와 눈매 교정을 통하여 눈은 커지되 쌍꺼풀 라인은 좁게 줄여달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E는 눈껍거상술과 추가적인 시술로서 지방제거술인 슬림리프트 레이저 시술에 대해 설명한 후 동의를 받고 시술을 하였다. D는 E가 영업 수익을 위해 눈껍거상술이 D의 요구를 실현하기에 전혀 효과가 없는 시술임에도 시행하였고, 눈껍거상술로 인해 흉터가 생긴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⑵ 판결요지
의사의 설명의무는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사례 ①의 경우 즉시 추가검사 등의 의료행위를 시행하지 않고 경과 관찰을 선택한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에 있다면,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의 치료기회를 상실시켰다거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사례 ②의 경우에도 복합통증증후군은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의 전형적인 부작용이 아니므로 사례 ①과 같은 논리로 복합통증증후군은 의사의 설명의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례 ③의 경우에는 미용성형술은 일반적인 의료행위와는 달리 필수 불가결한 시술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시술을 할 경우 의사에게 일반적인 의료행위보다 더 자세한 설명의무가 요구된다.

⑶ 평석
의사의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않는 경우에는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례 ①, ②와 같이 통상 예측 할 수 없는 부작용에 대해서까지 의사가 설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이러한 설명을 듣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선택의 기회를 잃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사례 ③과 같이 미용성형술의 경우에는 질병의 치료 목적이 아니라 질병이 없는 사람이 미용증대를 목적으로 시술 받는 만큼 환자가 시술여부를 선택함에 있어 보다 신중함이 요구되고 이에 상응하는 만큼 의사의 충분한 설명이 요구되는 것이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로서 위자료를 배상함이 원칙이다.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에게 신체 침해로 인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과 발생한 나쁜 결과 사이에 진료상의 주의의무위반과 동일한 정도의 잘못이 인정되는 경우 이외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힘들다. 대법원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배상과 발생한 결과 전부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구분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그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경우를 매우 제한하여 인정하고 있다.

2. 베트남전 참전군인 고엽제 피해 손해배상청구 사건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⑴ 사건개요

우리나라는 베트남 정부와 미국의 전투병 파병 요청에 따라 1965년 10월경부터 1973년 3월경 사이에 약 32만 명의 군인을 베트남전에 파병하였다. 전쟁 당시 미국은 밀림을 없애 게릴라전을 막을 목적으로 고엽제를 다량 살포하였다. 우리나라의 참전군인 1만6579명이 베트남 전쟁 동안 살포된 고엽제의 다이옥신 성분(TCDD)에 노출되어 당뇨병·암·염소성여드름 등 각종 질병을 얻게 되었음을 이유로 대한민국 법원에 미국 고엽제 제조회사인 피고 다우 케미컬 컴퍼니와 몬산토 컴퍼니를 상대로 제조물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⑵ 판결요지
이 사건에서 의료법상 관심이 있는 주요 쟁점은 ① 고엽제의 제조물로서의 결함여부, ② 참전군인들의 질병과 고엽제 노출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이다.
① 고엽제는 제조물책임의 적용 대상이 되는 제조물에 해당하고, 피고들이 실제로 고엽제를 제조하여 미국 정부에 판매한 이상 제조물책임에서 말하는 제조업자의 지위를 가진다. 피고 회사들은 베트남전 당시 최고의 기술 수준으로 TCDD의 인체 유해 가능성과 고엽제의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하여야 할 위험방지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였다.
② 참전군인들에게서 발병한 질병 중 염소성여드름은 고엽제에 함유된 TCDD에 노출된 경우 발생하는 이른바 '특이성 질환'이다. 따라서 고엽제 노출과 특이성 질환인 염소성여드름과의 인과관계는 인정된다. 반면 염소성여드름을 제외한 당뇨병, 암, 호지킨병, 다발성골수종 등의 질병은 '비특이성 질환'이다. 이러한 비특이성 질환은 그 발생원인 및 기전이 복잡하고, 유전·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 음주, 흡연, 식습관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이러한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는 특정 위험인자와 그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바로 그 질병에 걸린 원인이 그 위험인자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다.

⑶ 평석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고엽제 제조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세계 첫 번째 사례이다. 약 15년간 계속된 이번 소송에서 일부이긴 하지만 고엽제 제조회사의 책임이 인정되었다. 대법원은 '특이성 질환'인 염소성여드름에 대해서만 TCDD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 위험인자와 질환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음을 넘어 인과 관계가 있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참전 군인들에게 이러한 질병이 발병 확률이 다른 일반 집단에서 발병할 확률보다 상당히 높고,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가족력 등 다른 인자들의 유무를 통해 고엽제에 노출됨으로써 위 질환들이 발병하였을 개연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비특이성 질환에 대해 역학적 관련성에 의한 개별적 인과관계 부정된 담배소송 사례·폐암과 같은 비특이성 질환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어서, 흡연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고 비흡연자에게서도 발병할 수 있으므로,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것만으로, 특정 개인에게 발생한 폐암의 원인이 흡연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4.4.10. 선고 2011다22092 판결)
그러나 현실적으로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이러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자료를 얻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어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 사실상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반 환경소송의 경우 가해기업이 원인물질을 배출한 사실과 그 물질이 원고에게 도달한 사실, 그 후 원고에게 피해가 발생한 사실만 원고가 증명하면 피고의 원인물질 배출과 원고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일응 증명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사건 소송 또한 환경소송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인체의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라고 하더라도 고엽제 피해자들의 질병 발생률이 역학조사결과상 일반적인 경우에 비하여 유의성이 있을 정도로 높다면 TCDD가 질병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사실이 추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추정을 깨기 위해서는 TCDD가 피해 질병의 발병에 영향이 없다는 것을 고엽제 제조회사가 입증하여야 한다.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한 연구결과물이 많은 가해기업이 자신들이 배출한 물질이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사회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고엽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피해에 대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3. 원외처방 약제비 (2013. 3. 28. 선고 2009다78214 판결)

⑴ 사건개요

원고 대학병원은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에 여러 차례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 및 피부양자들에게 원외처방전을 발급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관련 요양급여비용의 심사를 청구하였다. 심사평가원은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원고 소속 의사들이 약제를 처방함에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청장으로부터 허가받은 범위를 초과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부분을 삭감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심사결과를 통보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약국이 관련 원외처방에 따라 약제를 조제하고 지급받은 약제비용 상당액에 관하여 각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하고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차기 요양급여비용에서 징수처분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각 징수처분을 집행하였다.

⑵ 판결요지
구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대상자는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므로 약국이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하고 지급받은 약제비용에 관하여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은 법률상 근거가 없고 그 흠이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 무효이다.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처방은 요양급여대상에 포함될 수 없으므로 요양기관은 이러한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은, 비록 그 처방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보험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이므로 보험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처방전 발급행위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입은 손해는 그 처방전에 따라 약국이 약을 조제한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조제료, 약제비 등으로 요양급여비용의 심사를 청구하여 공단이 약국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이다.

⑶ 평석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요양급여 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은 국민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을 해하는 행위로서 보험자와의 관계에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그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요양급여 환자에게 지급기준을 벗어난 원외처방전을 발급했을 경우 그 동안은 약제비용을 의료기관이 모두 부담하여왔지만 병원 측 책임을 80%로 제한한 최근 대법원 판결 역시 이 사건 판결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병원 측 책임을 50%로 제한한 고등법원 판결은 파기환송 되었고, 병원 측 책임을 60%로 제한한 판결이 현재 상고심에 진행 중이다).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은 요양급여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는 종래 판례의 태도를 확인하면서, 의료현실을 반영하여 합리적으로 책임제한의 범위를 설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바, 적정한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다수의 판결이 선고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Ⅲ. 형사 판례

1. 의료법 위반- 직접진료 (2013.4.11. 선고 2010도1388 판결)

⑴ 사건개요

의사인 피고인은 이미 1회 이상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속칭 '살 빼는 약'을 처방 받은 환자들에게 직접 대면하지 않고 전화 진료만으로 다시 처방전을 발급하였다. 검사는 의사인 피고인이 병원에서 직접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⑵ 판결요지
2007.4.11.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자신이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이하 '처방전 등'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007. 4.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상 개정 전후의 위 조항은 어느 것이나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 진료를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⑶ 평석
이 사건에서 문제된 조항은 처방전 등의 발급 주체를 제한한 규정이지 진찰 방식의 태양을 정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의사가 환자를 대면 진료하지는 않았지만 전화 등을 이용하여 환자의 상태를 스스로 듣고 판단하여 처방전 등을 발급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를 '자신이 진찰한 의사' 또는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닌 자가 처방전 등을 발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판시는, 의료법의 해석상 원격진료의 길을 넓게 터 놓은 것으로 보인다. 진찰의 방식 중에서도 대면진료가 환자의 몸 상태를 직접 살펴보고 진단하므로 가장 좋은 진료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의 지속적인 진료 과정 중에서 환자와 화상통화나 전화 등을 통한 진찰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2. 사기 등 (2013. 4. 26. 선고 2011도10797 판결)

⑴ 사건개요

의사인 피고인이 전화를 이용하여 진찰한 것임에도 내원하여 진찰한 것처럼 가장하여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은 자신의 질병에 대한 치료 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였고, 위 투약을 위해 피고인 명의가 아닌 병원 직원 명의의 처방전을 발행하였다.

⑵ 판결요지
전화 진찰이 구 의료법(2009. 1. 30. 법률 제98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에서 정한 '직접 진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당시 시행되던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기한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는 내원 진찰만을 요양급여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전화 진찰을 요양급여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전화 진찰을 요양급여대상으로 되어 있던 내원 진찰인 것으로 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⑶ 평석
의료기술 및 환자상태 전달 체계의 발달로 화상통화나, 전화 등을 통한 원격진료를 하는 경우가 더 적절한 경우가 있고, 최초 대면 진찰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이상 만성질환에 있어서 꼭 대면 진찰을 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의료현실에서 내원 진찰만을 요양급여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법령은 다소 불합리한 점이 있다. 앞서 본 2010도1388판결에서 전화 진찰이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서 정한 '직접 진찰'로서 의료법위반죄가 성립되지는 않지만, 본 판결에서는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전화 진찰이 국민건강보험법령상 요양급여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어 피고인에 대한 사기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진료행위가 이루어진다면 법령에서 이를 요양급여의 대상으로 포섭하는 절차가 요청된다. 전화진찰을 허용하면서도 요양급여의 대상으로 포함시키지 않는 법령의 태도는 위법한 행위자를 유도하는 처사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법제도 정비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Ⅳ. 헌법소원

1.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기 사용 (2013. 2. 28. 2011헌바398)

⑴ 사건개요

한의사인 A는 환자들을 상대로 골밀도 측정용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하여 성장판 검사 등을 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다. A는 벌금형을 선고 받고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후단 및 제87조 제1항 제2호 중 제27조 제1항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⑵ 판결요지
의료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의사는 '의료행위'만, 한의사는 '한방의료행위'만을 각각 할 수 있도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명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이 있는 자가 행하여야 한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분리하고 있는 현행법체계 하에서는 자신이 익힌 분야에 한하여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필요하며, 훈련되지 않은 분야에서의 의료행위는 면허를 가진 자가 행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허용 될 수 없다. 영상의학과는 의료법상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전문 진료과목이다. 초음파검사의 경우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검사 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하여야 하고 한의사에게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⑶ 평석
헌법재판소는 초음파검사의 경우 검사 자체로 환자의 신체에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은 적다고 하더라도 그 영상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양·한방 의료행위가 분리된 우리나라에서는 영상의학과가 독립된 전문과목으로 설정되어 있고 영상판독으로 인한 의료 과실 소송이 다수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사가 초음파검사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 한의사의 안압측정기, 세극등현미경 사용 (2013. 12. 26. 2012헌마551, 2012헌마561)

⑴ 사건개요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A는 한의원에서 의료기기인 안압측정기, 안굴절 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을 이용하여 시력, 안질환, 청력검사를 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한약처방을 하는 등의 의료행위를 하였다. 한의사 A는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였지만 정상에 참작할 점이 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한의사A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⑵ 판결요지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후단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의료행위의 태양 및 목적, 그 행위의 학문적 기초가 되는 전문지식이 양·한방 중 어디에 기초하고 있는지, 해당 의료행위에 관련된 규정, 그에 대한 한의사의 교육 및 숙련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청구인들이 진료에 사용한 안압측정기 등은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들로서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측정 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의료인이 아닌 안경사도 사용할 수 있는 기기이다. 또한 한의과 대학의 교육과정에서 한방진단학, 한방외관과학 등의 강의와 실습을 통해 이 사건 기기들을 이용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기본적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기들을 사용한 것에 대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검찰의 청구인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고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였다.

⑶ 평석
본 결정은 앞서 본 초음파진단기 사건 결정과는 그 결론에 있어 차이가 있다. 의료법은 국민의 의료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헌법재판소는 초음파진단기기와는 달리 안압기, 세극등현미경 등을 이용한 검사는 보건위생상 환자에게 아무런 위해가 없고 결과의 해독에 있어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건 기기들을 사용한 진료행위는 한방의 의료행위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점차 양의학과 한의학 간의 융합 등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각 의료행위의 영역에 대한 범위와 한계를 법원의 판단에만 의지하기 보다는 양·한방 의료계의 노력을 통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기준을 포함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법제도적 정비의 방향은 양의학과 한의학의 영역 다툼이 아닌 국민의 건강권 증진과 보건향상을 위하는 쪽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