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6) 어음수표법

장재형 교수(인하대 로스쿨)

최근 몇 년간 어음·수표의 법리에 관한 순전한 판례는 대폭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멀리는 IMF 사태부터 10년 주기로 반복된 신용경제의 위기로 인한 거래 쇠퇴와 PC, 인터넷, SMS 등의 전자결제제도의 완전 자리바꿈으로 어음·수표의 사용이 상당히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 경제활동에서의 이용 감소에도 불구하고 은행, 증권 등 금융기관은 물론 일반 기업의 상거래에 있어서는 여전히 어음·수표의 중요성을 잃지 않고 있다. 완전유가증권으로서 어음·수표의 정치한 법리는 그 형태의 단순 또는 복합을 떠나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침 없다.

한편 개정 '전자어음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2014년 4월 6일부터 시행)과 같은 법 시행령에 의하여 자산총액이 10억 원 이상인 법인사업자는 약속어음을 전자어음으로만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전체 법인사업자 가운데 36.2%인 62,908개의 법인이 전자어음 의무발행 대상자가 되는데, 전자어음 의무발행 대상자가 종이어음을 발행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또 분할배서 제도가 도입돼 최초로 배서하는 사람은 최대 4회까지 분할해 배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도난·분실·위조·변조줄이고 결제의 편리를 위한 것으로 종이어음 대비 전자어음 발행 건수는 2010년 35.8%에서 지난해에는 48.5%로 증가하였다.

1. 대표권 남용한 어음 발행의 민사상 책임과 배임죄(대법원 2013.2.14. 선고 2011도10302 판결)

가. 사실관계

주식회사의 실제 사주가 형식상 대표이사를 내세운 다음 주식회사 명의로 액면 금 50억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타 회사 인수자금을 위한 개인적인 차용금 지급의 담보조로 교부한 사안.

나. 판결요지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면, 비록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여 회사가 상대방에 대하여는 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될 경우 회사가 소지인에 대하여 어음금 채무를 부담할 위험은 이미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지 아니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제적 관점에서는 회사에 대하여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분 석
회사의 대표이사의 대표권 남용행위는 상대방이 악의이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면 회사에 대하여 무효이므로, 어음발행의 경우 회사는 상대방에 대하여는 어음금채무는 물론 법인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민법 제35조 제1항) 또는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 제1항)을 지지 아니한다. 그러나 어음의 유통성과 어음행위의 추상성 때문에 그 어음이 유통될 경우 소지인이 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고 어음을 취득한 경우가 아니라면 인적 항변이 절단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제1항) 어음발행행위 자체로써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이미 발생한 것이어서 추상적 위태범인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 발생의 요건을 충족한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783 판결 등과 같은 취지로서 대법원 2012.12.27. 선고 2012도10822 판결과 동일한 사안).
다만 그 약속어음이 유통되지 않을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예외인데, 대상판결은 바로 이 특별한 사정의 유무에 대한 판단을 원심과는 달리하여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즉 주식인수금반환채무의 보증 자체부터 상대방의 적극적 요청에 의한 배임적 대표권 남용이고, 그 담보로 발행·교부한 어음이 문방구 어음이 아닌 회사 거래은행의 정식 은행도 어음으로서 당시 반환에 관한 확약이나 언질도 없었으며, 그나마 금전소비대차공정증서를 작성하면서 반환 받은 것은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고, 상대방이 그 뒤 위 증서에 터잡아 회사 채권에 압류·추심명령까지 이른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어음의 유통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대표권남용에 의한 약속어음채무의 연대보증과 계속적 배임행위(대법원 2012.3.29. 선고 2010다106290,106306,106313 판결)

가. 사실관계

피고인 갑이 피고인 을의 자금 지원 등을 통해 병 주식회사를 인수한 다음 피고인 을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라 병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병 회사로 하여금 별다른 반대급부도 없이 정 주식회사의 피고인 을에 대한 금전채무와 그 담보 목적으로 정 회사가 발행한 약속어음채무를 연대보증하도록 하였고, 그 후 피고인 갑은 피고인 을이 위 연대보증에 기하여 병 회사의 유상증자 납입대금 계좌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통한 강제집행을 할 때 병 회사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여 피고인 을이 병 회사로부터 약속어음금을 추심하도록 함으로써 병 회사에 손해를 입게 한 사안.

나. 판결요지
대표권남용에 의한 연대보증의 채무부담행위뿐만 아니라 나아가 강제집행 과정에서 이의부제기약정의 체결을 통하여 약속어음금을 추심하도록 함으로써 직접적으로 회사가 추심금 상당의 현실적인 손해를 입게 된 일련의 행위를 모두 포함한 배임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회사가 현실적인 손해를 입은 이상 배임행위의 무효 여부와는 관계없이 배임죄의 죄책을 진다.

다. 분 석
상고 이유에 대하여, 첫째 상대방인 공동피고인이 자신의 대표권남용을 알았으므로 연대보증계약은 회사에 대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피고인 주장에 대하여는 앞서본 대표권 남용한 어음 발행의 민사상 책임과 배임죄에 관한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도10822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원용하여 배척하였다.
둘째, 약속어음채무의 연대보증이 회사 자체의 영리 목적 또는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이루어진 정상적인 거래로서 배임행위가 될 수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는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회사 재산을 성실히 관리하고 보전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는데도 채권자인 공동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별다른 반대급부도 받지 않은 채 연대보증 및 이의부제기약정 등을 함으로써 동 채권자에게 약속어음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입게 한 것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배척하였다.
주로 상법학자들이 업무상배임죄와 관련하여 형법에도 미국의 판례법에서 유래한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의 도입, 즉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이사의 경영상의 결정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배제하고 그 법적 책임을 면제해 주자는 주장이 드높으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폐쇄회사의 특성을 갖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다소 무리이고, 대법원은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대법원 2013.9.26. 선고 2013도5214 판결)고 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셋째, 채권자인 공동피고인도(업무상배임죄의 실행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게 되는 수익자 또는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3자로서) 소극적으로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에 편승하여 이익을 취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이상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07.2.8. 선고 2006도483 판결, 대법원 2012.5.24. 선고 2012도2142 판결 등).

3. 제권판결의 취소와 재발행된 주권의 선의취득(대법원 2013.12.12. 선고 2011다112247,112254 판결)

가. 판결요지

기존 주권을 무효로 하는 제권판결에 기하여 주권이 재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제권판결에 대한 불복의 소가 제기되어 제권판결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되면, 재발행된 주권은 소급하여 무효로 되고, 그 소지인이 그 후 이를 선의취득할 수 없다.

나. 분 석

1) 문제점
본 사안은 유가증권인 주권에 대한 것이나 종래는 어음·수표에 관하여 제권판결과 선의취득과의 효력 우위에 관한 문제는 제권판결이 유효한 전제 위에서 제권판결 전에 권리를 신고하지 않은 어음·수표의 선의취득자와 제권판결취득자 중 누구의 권리가 우선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음·수표와는 달리 주권의 경우에는 그 요인증권성, 비문언증권성 및 불완전유가증권성 등 성질에 입각하여 주주의 권리를 우선 보호하여야 한다는 정책적 주장이 제기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제권판결의 확정 후 재발행된 주권의 선의취득과 그 제권판결이 불복의 소로 무효화된 특수한 사안이다.

2) 주권의 선의취득
주권은 어음·수표와는 달리 이미 존재하는 주식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으로서 비설권증권성, 요인증권성, 완화된 요식증권성, 비문언증권성의 성질을 가지고, 그 행사나 이전에 있어서도 주권의 소지를 요하는 불완전유가증권, 비상환증권성의 유가증권이다. 주권은 민사집행법상 유체동산으로 취급되고 있으나, 그 선의취득에 있어서는 상법 제359조에 의해 수표법 제21조를 준용하는 바, 동산의 선의취득에는 평온·공연한 점유와 양수인이 선의이며 무과실임을 요하지만, 수표의 선의취득에는 양수인이 선의이며 중과실이 없을 것만을 요한다. 따라서 주권의 경우에는 경과실이 있다하더라도 선의취득이 가능하다. 또한 동산의 선의취득에는 도품이나 유실물에 관한 특례규정을 두어 원칙적으로 선의취득을 인정하지 않으나(민법 제250조, 제251조), 주권의 경우 사유의 여하를 불문하고 점유를 잃은 주권에 대하여 선의취득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3) 주권의 제권판결과 제권판결불복의 소

가) 제권판결
주권은 공시최고의 절차에 의하여 이를 무효로 할 수 있다(상법 제360조 제①항). 즉 주권의 최종 소지자나 질권자는 주권을 도난·분실·멸실 등 상실한 경우 민사소송법 제493조 내지 제497조의 특별규정의 적용을 받아 공고후 3월의 공시최고기간 중에 권리나 청구의 신고가 없으면 주권을 무효로 하는 제권판결을 받을 수 있다.
제권판결의 소극적 효력으로, 상실된 주권은 제권판결시부터 장래에 향하여 무효가 되어(민사소송법 제496조) 그 이후에는 주권의 정당한 소지인이라 하더라도 주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일단 제권판결이 선고된 이상 주권상의 실질적 권리자는 제권판결의 효력을 소멸시키기 위해 불복의 소를 제기하여 취소판결을 얻지 않는 한 주권상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대법원ㅤ1982.10.26.ㅤ선고ㅤ82다298ㅤ판결, 대법원 1990.4.27. 선고 89다카16215 판결), 선의취득을 할 수도 없다. 또 제권판결의 적극적 효력으로, 주권의 상실자는 이를 발행한 회사에게 주권 없이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동법 제497조). 그러나 이는 그 주권의 실질적 권리자임을 창설하거나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을 점유하고 있는데 대하여 부여된 형식적 자격을 회복시켜 준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견해이다(대법원 1993.11.9. 선고 93다32934 판결, 1994.10.11. 선고 94다18614 판결 등).

나) 제권판결불복의 소
제권판결에 대한 불복소송은 확정된 제권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법상의 형성의 소로서 일정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일정한 기간 내에 불복을 신청하여 제권판결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케 하는 제도로서, 재심의 소와 유사하다. 다만 통상의 판결절차로서 성립한 판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증권상실자의 일방적 관여로 이루어지는 판결에 대한 것이고 반대의 이해관계자에게 판결을 송달하지 않아 통상의 상소절차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 불합리하므로 별도로 불복방법을 마련한 것이고(상소를 금지하는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①항 참조), 다른 민사상의 청구를 병합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다(대법원ㅤ1989.6.13.ㅤ선고ㅤ88다카7962ㅤ판결).
불복 사유는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②항의 제1호 내지 제8호에 열거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제7호에 정한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제권판결을 받은 때'로서 증권 등을 도난·분실·멸실 등 상실한 것이 아닌데도 자신이 권리자인 양 법원을 기망하거나 증권의 소지인을 알면서도 숨기고 제권판결을 받은 경우이다. 이러한 무권리자에 의하여 취득한 제권판결도 당연무효는 아니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고(대법원ㅤ1979.3.13.ㅤ선고ㅤ79다4ㅤ판결, 대법원 1967. 9. 26. 선고 67다1731 판결 등), 정당한 권리자는 제권판결불복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취득자는 경우에 따라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으며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약속어음의 전소지인이 그 약속어음의 현소지인을 알면서도 그 소재를 모르는 것처럼 법원을 기망하여 제권판결을 받았다면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2항 제7호에 해당되어, 제권판결의 소극적 효과로서 증서는 무효가 되어 정당한 소지인은 증서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고 적법한 소지인임을 전제로 한 이득상환청구권도 발생하지 아니하게 된 손해를 입었으므로 증서의 정당한 소지인이 제권판결불복의 소에서 패소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이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진다(대법원ㅤ1990.4.27.ㅤ선고ㅤ89다카16215ㅤ판결, 대법원ㅤ1995.2.3.ㅤ선고ㅤ93다52334ㅤ판결, 대법원ㅤ1999.5.14.ㅤ선고ㅤ99다6463ㅤ판결, 대법원ㅤ2004.11.11.ㅤ선고ㅤ2004다4645ㅤ판결). 이는 공시최고신청 자체에 흠이 있는 경우로서, 다음의 제권판결취득자가 증권 상실 당시 정당한 권리자였던 경우와는 다르다.

4) 제권판결 전 선의취득과 제권판결의 우열
제권판결 전에 주권을 선의취득한 자(공시최고기간 중에 권리의 신고나 청구를 하지 아니한)와 주권의 상실로 제권판결을 받은 정당한 권리자였던 공시최고신청인 중 누구의 권리가 우선하는가에 대하여 제권판결취득자 우선설과 선의취득자 우선설, 절충설(제권판결 선고 전에 적법하게 권리를 행사한 선의취득자는 우선 보호)이 있다.
판례는 일관하여 제권판결취득자 우선설을 취하고 있다(앞의 대법원 93다32934 판결, 94다18614 판결 등). 즉 제권판결의 소극적 및 적극적 효력이 소급하지도 아니하고 또 제3자의 실질적 권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나, 증권이 무효로 되는 관계로 이를 가지고 있는 자는 제권판결이 적법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는 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의하면 선의취득자는 여전히 진정한 권리자의 지위에 있게 되나 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게 된다. 약속어음의 발행인이 공시최고를 신청한 경우에도 판례는 제권판결의 소극적 효력으로서 그 어음이 어음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하여 무효가 되고 선의취득자가 어음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앞의 대법원 89다카16215 판결, 94다18614 판결).

5) 주권의 재발행과 선의취득자 등의 명의개서
어음·수표에 있어서의 견해의 대립과 달리 주권의 경우에는 주권을 상실한 자는 제권판결을 받아 회사에 대하여 주권의 재발행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360조 제②항). 제권판결취득자가 여전히 주주명부상의 주주인 경우에는 회사는 그에게 주권을 발행하면 면책이 된다. 그러나 제권판결이 있기 전에 선의취득자 등 정당한 권리자인 제3자의 명의개서가 있는 경우 서로 간에 효력의 우위가 또 문제되고, 역시 제권판결취득자 보호설, 선의취득자 보호설 및 절충설이 대립하고 있다. 즉 제권판결취득자의 회사에 대한 명의개서와 주권의 재발행 청구를 실질상의 권리자 여부를 불문하고 그대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명의개서한 선의취득자의 주권 재발행이나 주권의 인도 청구를 인정할 것인가이다.
이에 관하여 '주주로부터 기명주식을 양도받은 자라 하더라도 주주명부에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하여 그 양도를 회사에 대항할 수 없는 이상 그 주주에 대한 채권자에 불과하고, 또 제권판결이 취소되지 않는 한 회사에 대하여 적법한 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회사의 주주로서 주주총회 및 이사회결의무효확인을 소구할 이익이 없다'는 대법원ㅤ1991.5.28.ㅤ선고ㅤ90다6774ㅤ판결을 들어, 이에 대한 반대 해석으로 선의취득자가 주주명부에 명의개서를 하는 등으로 대항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그 후 제권판결취득자에 우선할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견해가 있으나, 위 판지를 그러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6) 판결의 평석
대상판결의 논지는 첫째 상법 제360조의 취지를 엄격히 관철하여 주권은 주식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이므로 기존의 주권을 무효로 하지 아니하고는 동일한 주식을 표창하는 다른 주권을 발행할 수 없고 이에 반하여 제권판결 없이 재발행된 주권은 무효이고, 둘째 제권판결의 효력은 공시최고 신청인에게 그 증권 또는 증서를 소지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지위를 회복시키는 것에 그치고 공시최고 신청인이 실질적인 권리자임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어서 증권 등의 정당한 권리자는 제권판결이 있더라도 실질적 권리를 상실하지 아니하나, 제권판결로 인하여 그 증권 등이 무효로 되었으므로 그 증권 등에 따른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될 뿐이며, 셋째 제권판결불복의 소가 제기되어 제권판결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제권판결은 소급하여 효력을 잃고 정당한 권리자가 소지하고 있던 증권 등도 소급하여 효력을 회복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그 취소 전에 제권판결에 기초하여 재발행된 주권이 여전히 유효하여 선의취득이 성립한다면, 정당한 권리자는 권리를 상실하거나 행사할 수 없는 가혹한 결과가 되고 제권판결불복의 소 제도의 입법 취지에도 반하며, 넷째 제권판결을 취소하는 판결의 효력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제권판결효력에 관한 종전의 견해를 충실히 따르면서 제권판결불복의 소의 소급효에 따라 제권판결에 기초하여 재발행된 주권의 선의취득 자체를 부정하였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종래 주된 논제인 제권판결과 선의취득에 관한 우열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제권판결 자체와 제권판결불복의 소의 각 효력에 관한 것이므로 이를 혼동하지 아니한 타당한 결론이다.

4. 증거증권에 불과한 백지수표의 발행과 부정수표 단속법위반(대법원 2013.12.26. 선고 2011도71852 판결)

가. 사실관계

A회사가 시공하는 재건축아파트에 관하여 OO주택보증보험이 2006.7.경 조합주택시공보증서와 주택분양보증서를 발급하였고, A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보증사고가 발생할 경우 A회사의 OO주택보증에 대한 구상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OO주택보증에 액면금액 및 발행일이 백지의 수표 1장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는데, A회사가 2007.9.경 부도나 시공 이행불능으로 보증사고가 발생하자 OO주택보증이 승계시공을 하여 2009.12.11.경 준공인가를 받은 후 2010.3.30.경 위 백지수표의 백지 부분을 보충하고 2010.4.2. 은행에 지급제시하였으나 거래정지처분으로 수표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안.

나. 판결요지
백지수표를 발행한 목적과 경위, 수표소지인 지위의 공공성, 발행인과의 계약관계 및 그 내용, 예정된 백지보충권 행사의 사유 등에 비추어 백지수표를 교부받은 수표소지인이 이를 제3자에게 유통시킬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장차 백지보충권을 행사하여 지급제시할 때에는 이미 당좌거래가 정지된 상황에 있을 것임이 그 수표 발행 당시부터 명백하게 예견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 백지수표는 유통증권성을 가지지 아니한 단순한 증거증권에 지나지 아니하여 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다. 분 석
금액과 발행일자의 기재가 없는 이른바 백지수표도 발행 그 자체로서 보충권을 소지인에게 부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수표면이나 그 부전에 명시되어 있지 않는 한 보충권의 제한을 선의의 취득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백지수표도 유통증권에 해당하고, 따라서 백지수표의 발행도 부정수표 단속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
다만 사안의 경우 사실관계에 비추어 판결 요지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유무에 대하여, 만약 특별사정이 없더라도 백지보충권 행사 당시의 구상금 채권액의 적정 여부(백지수표의 금액란이 부당보충되어 그 금액 전부가 지급거절된 경우, 백지수표의 발행인에게 보충권을 넘어서는 금액에 대하여까지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5.9.29. 선고 94도2464 판결)에 대한 각 심리미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으로서 구체적 타당성에 입각한 돋보이는 판결이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