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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⑨ 형법 각칙

신동운 교수(서울대 로스쿨)

1. 소위 부부강간과 강간죄
2013. 5. 16. 2012도14788 전원합의체 판결, 공 2013하, 1161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남과 A녀는 부부 사이이다. 직장을 그만 둔 이후 갑은 A녀와 자주 부부싸움을 하곤 하였다. 갑은 늦게 귀가한 A녀에게 흉기로 폭행을 가한 후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검사는 갑을 성폭력처벌법위반죄(특수강간) 등으로 기소하였다. 제1심 및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갑은 상고하였다. 종전의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부부 사이에는 강간죄가 인정되었으나, 아직 파탄에 이르지 아니한 단계에서는 강간죄 성립이 부정되었다. 대법원은 11 대 2로 견해가 나뉘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에 따라 판례변경을 단행하여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갑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가)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가정폭력특례법에 따라] 남편의 아내에 대한 강간죄는 형사공판절차가 아니라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될 수 있으므로, 검사 또는 법원으로서는 아내에 대한 강간죄를 가정폭력특례법에 따라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피고사건으로 처리할 것인지를 결정함에 있어 부부 사이에서 발생한 성폭력범죄라는 특수성과 함께 이를 피고사건으로 처리할 경우 적용될 강간죄의 법정형을 아울러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대법원이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한 예로서 주목된다. 최근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의식의 변화에 따라 소위 부부강간을 강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무게를 더해 왔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이와 같은 인식의 변화를 인정하여 남편의 성폭력이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국가형벌권의 행사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동시에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자를 조화하는 방법으로 대법원은 두 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한다. 하나는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남편의 아내에 대한 강제적인 성행위가 형법상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더라도 형사처벌보다 가정폭력특례법에 따른 보호처분이 적절한 경우에는 이를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가정폭력특례법상의 보호처분을 부부강간 인정에 따른 부작용의 완화장치로 언급한 점은 특별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2. 간통죄와 강간죄의 관계
2013. 9. 12. 2013도5893, 공 2013하, 1867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녀와 A는 부부 사이이다. A는 갑녀를 간통으로, 을남을 상간에 의한 간통으로 고소하였다. 검사는 갑녀와 을남을 간통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에서 갑녀는 을의 강압에 의하여 마치 성관계를 가지는 것처럼 보이는 동영상을 촬영하는 데 응하는 척하였을 뿐 종국적으로 성관계 자체는 이루어진 바가 없다고 주장하였고, 을은 당시 성관계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였다.
항소심은 을이 성관계가 있었다고 자백하고 있는 이상 간음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갑녀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한 것이므로 갑녀에 대해서는 간통죄가 성립할 수 없고, 을남에 대해서는 강간죄와 간통죄가 모두 성립하는데 그중 간통죄로 기소된 이상 간통죄의 죄책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을은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강간의 피해자가 배우자 있는 자인 경우 그 성관계는 피해자의 자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강간 피해자에게 따로 간통죄가 성립할 수는 없다. 이 경우 가해자도 강간죄의 죄책을 지는 외에 강간 피해자의 배우자가 상간자라고 하여 고소한 데 따른 간통죄의 죄책을 지지는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간통죄와 강간죄의 관계를 보여주는 예로서 주목된다. 간통죄 피고사건에서 여성 피고인이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남성 피고인은 화간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공범자의 자백이라는 형소법상의 문제상황이 등장한다. 본 판례의 경우 대법원은 을의 간통 자백만으로는 [보강증거가 없어서] 을을 간통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공범자 갑녀는 [을의 자백으로 간통죄를 인정할 여지가 있으나] 을의 자백에 신빙성이 없어서 간통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본 판례의 사안에서 항소심은 공범자 을이 간통사실을 자백하고 있음에도 을을 무죄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항소심은 을의 진술을 토대로 갑녀와 을남 사이의 성관계를 인정한 다음, 을을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보다 가벼운 간통죄로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강간에 의한 성관계는 피해자의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간통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간죄는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임에 반하여 간통죄는 의사합치에 의한 성관계를 대상으로 하므로 양자는 개념모순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본 판례는 대법원이 간통죄와 강간죄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3. 보호감독자의 행위와 미성년자약취죄
2013. 6. 20. 2010도14328 전원합의체 판결, 공 2013하, 1399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베트남 국적의 갑녀는 한국인 A와 결혼하여 아들 B를 출산하였다. 친구 집에 놀러갔던 갑녀는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다음날 귀가하였다. 화가 난 남편 A는 갑녀에게 며칠 동안 집을 나가라고 말하였다. 자존심이 상한 갑녀는 A가 출근한 사이에 13개월 된 아들 B를 데리고 베트남 친정으로 돌아가버렸다. 이후 갑녀는 아들 B의 양육비를 벌기 위하여 다시 한국에 입국하였다.
검사는 갑녀를 국외이송목적 약취죄 및 피약취자국외이송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은 무죄를 선고하였고, 항소심은 이를 유지하였다. 검사는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8 대 5로 견해가 나뉘었고, 다수의견에는 5인의 보충의견이 제시되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에 따라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가) [미성년자약취죄 및 국외이송약취죄 등의] 구성요건요소로서 약취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한다.
(나)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가 함께 동거하면서 보호·양육하여 오던 중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 부모나 그 자녀에게 어떠한 폭행, 협박이나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그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거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하였다면, 그 행위가 보호·양육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령 이에 관하여 법원의 결정이나 상대방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곧바로 형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부부 사이에 불화가 발생하여 부인이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가버린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견 주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처럼 보이지만, 일단 이러한 사실관계가 다문화 가정에서 발생한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국외이송목적 약취행위와 피약취자 국외이송행위는 자국민보호라는 관점에서 중하게 처벌된다. 2013년 4월 5일 형법 일부개정 이전까지 국외이송목적 약취죄와 피약취자 국외이송죄는 각각 3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되었으며, 동일인에 의한 경우 두 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었다(구형법 289조 1항, 2항). 형법 일부개정에 따라 현재는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되며, 두 죄는 포괄일죄의 관계를 이룬다(형법 288조 3항).
자국민보호와 어머니의 자녀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가 서로 충돌하는 본 판례의 사실관계에서 대법원은 후자에 보다 무게를 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본 판례에서 문제된 국외이송목적 약취죄와 피약취자 국외이송죄는 미성년자약취죄와 함께 '약취'를 핵심적 구성요건요소로 하고 있다. 대법원은 "약취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한다"는 개념정의를 제시하여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종래 대법원은 부모가 이혼하였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그 보호·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탈취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해 왔다.
그러나 문제의 사안은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가 함께 동거하면서 보호·양육하여 오던 중 부모의 일방이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거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한 경우이므로 종전 판례의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약취의 개념정의에서 바라볼 때 본 판례의 사안에서는 폭행 또는 협박을 찾아볼 수 없고, 갑녀에게 사실상의 지배관계가 인정되고 있으므로 결국 갑녀의 행위가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였는가가 논의의 초점으로 등장하게 된다.
사실상 힘의 '불법성' 요소는 전형적인 규범적 표지이며, 보는 이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견해가 나뉘었다. 소수의견은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 부모의 동의 없이 유아를 공동양육의 장소로부터 이탈시키는 행위는 민법의 규정에 반한다는 점, 유아의 국외이송은 아동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 다문화가정이 증가함에 따라 유사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서 불법성을 인정하였다.
이에 대해 다수의견은 보호·양육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하여 부모의 일방이 법원의 결정이나 상대방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곧바로 형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은 소수의견에 대한 반박논리로 미성년자를 둘러싼 각종 약취범죄가 중형으로 처벌되는 것은 높은 불법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는 점, 국외이송이 일률적으로 아동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유사사례 발생의 우려는 출입국관리제도 등의 개선을 통해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요컨대 본 판례는 대법원이 미성년자를 둘러싼 각종 약취범죄의 불법성에 대해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통하여 가정내 부부 사이의 의견불일치 상황에 형법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사례로서 주목된다고 하겠다.

4. 소비자불매운동과 업무방해죄의 관계
2013. 3. 14. 2010도410, 공 2013상, 677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가 잇따라 열리던 시점의 일이다. 갑은 인터넷상에 M카페를 개설한 후, 반대논조를 펴는 P언론사에 대해 압박을 가하기로 하고 그 수단의 일환으로 P언론사의 광고주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개시하였다. 인터넷상에서 대규모 불매운동이 전개되자 광고주 Q회사는 회사 홈페이지에 P언론사에 게재한 기존 광고의 사과와 함께 앞으로 광고를 게재하지 않겠다는 사과문을 게시하였다.
검사는 갑을 P언론사와 광고주 Q회사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은 언론사와 광고주에 대한 관계에서 업무방해죄가 모두 성립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하였다. 갑은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광고주에 대한 업무방해죄는 인정되지만 언론사에 대한 업무방해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가) 소비자불매운동이 헌법상 보장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등의 점에서도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위법한 세력의 행사로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
(나)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행사되어야 하므로, 그 위력 행사의 상대방이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인 경우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가능성이 직접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이를 실질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와 동일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피해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3) 판례평석
최근 소비자불매운동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를 놓고 일련의 판례들이 나오고 있다. 본 판례는 이 가운데 자신들과 반대되는 논조의 언론사를 압박하기 위하여 광고주에게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사안을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판례는 자신들과 부합하는 논조의 언론사에 광고를 하도록 광고주에게 압력을 넣은 사안을 다루고 있다(2013. 4. 11. 2010도13774). 양자 모두 소비자불매운동의 형사처벌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전자의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후자의 경우에는 강요죄와 공갈죄가 각각 문제되고 있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일단 소비자불매운동에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집단행위로서의 성격과 대상 기업에 대한 불이익 또는 피해의 가능성만을 들어 곧바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와 동시에 대법원은 소비자불매운동이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한 때에는 위력에 포함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만일 위력이 인정된다면 업무방해죄 이외에 강요죄나 공갈죄도 성립할 여지가 있다.
대법원은 소비자불매운동이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었는가를 판단함에 있어 제반 사정을 종합적·실질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본 판례의 구체적 사안에 대해 위력의 가능성을 인정한다. 동시에 위력 개념의 지나친 확대적용을 경계하면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천명하고 있다. 본 판례는 소비자불매운동에 대한 형사처벌의 한계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업무방해죄 위력의 상대방을 피해자로 한정한다는 기준을 명시한 예로서 주목된다.

5. 부동산거래가액신고와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2013. 1. 24. 2012도12363, 공 2013상, 441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2005년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개정된 부동산등기법은 부동산매매의 거래가액을 부동산등기부 갑구의 '권리자 및 기타사항란'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갑은 A로부터 M토지를 1억 1000만원에 매수하면서 양도소득세를 적게 낼 생각으로 1억 8000만원에 매수한 것처럼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서를 작성하여 관할 등기소에 제출하였다. 갑의 신청에 따라 부동산등기부 전산망에는 M토지에 대한 거래가액이 1억 8000만원으로 기재되었다.
검사는 갑을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 및 불실기재공전자기록행사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은 무죄를 선고하였고, 항소심은 이를 유지하였다. 검사는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가)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나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에서의 '부실(不實)의 사실'이라 함은 권리의무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부동산등기법의 개정 취지는 부동산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데에 있을 뿐이므로, 부동산등기부에 기재되는 거래가액은 당해 부동산의 권리의무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판례평석
부동산등기부는 거래사회에서 중요한 공시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형법은 부동산등기부에 허위신고를 하여 불실(不實)의 사실을 기재하게 하는 행위를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로 처벌하고 있다. 2005년 정부는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부동산등기법을 개정하여 부동산매매의 경우 거래가액을 등기부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서 등기부에 거래가액을 축소하거나 부풀려서 기재하게 하는 행위가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에 해당할 것인지 문제된다. 본 판례에서 검사는 갑의 행위를 형법상 범죄로 보아 기소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의 일관된 추진을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거래사회에서는 아직도 거래가액의 정확한 신고가 상당부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현명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 대법원은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에서 불실(不實)의 사실이 '권리의무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항'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법원은 거래가액의 정확한 신고는 부동산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실시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정책목적과 거래사회에서의 '권리의무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항'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대법원은 본 판례에서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관련하여 관련 법령에 의한 과태료 제재의 방법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 근거법령으로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을 들고 있다. 그런데 위 법률은 2014년 1월의 개정에 의하여 「공인중개사법」과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로 분법되었다. 본 판례는 대법원이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벌권을 확장하려는 시도에 제한을 가한 사례로 주목된다고 하겠다.

6. 업무방해죄와 공무방해죄의 판단기준
2013. 8. 23. 2011도4763, 공 2013하, 1734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P식당은 ㉠본점과 ㉡별관이 있다. 갑은 친동생, A는 친누나이다. 갑은 ㉠본점을 운영하다가 현재 ㉡별관을 운영하고 있다. A는 갑으로부터 ㉠본점을 양수하기로 하였으나 운영권 양도·양수 합의의 존부 및 그 효력을 둘러싸고 다툼이 생겼다. A는 자신이 적법한 양수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식당 업무용 계좌와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변경한 후 단독으로 식당영업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갑은 ㉠본점에 나타나 자신이 주인이라고 하면서 손님들에게 "무료로 마음껏 드시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소란을 피웠다. A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 B 등은 갑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하였으나 갑은 이에 저항하면서 B에게 상해를 가하였다.
검사는 갑을 업무방해죄, 공무집행방해죄, 상해죄 등으로 기소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은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현행범체포는 적법하지 아니하며, 이에 대한 저항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는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가) 어떠한 업무의 양도·양수 여부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양수인의 업무에 대한 양도인의 업무방해죄가 인정되려면, 당해 업무에 관한 양도·양수 합의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그 합의에 따라 당해 업무가 실제로 양수인에게 양도된 후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양수인의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됨으로써 타인, 특히 양도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나) 현행범 체포의 적법성은 체포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기초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후에 범인으로 인정되었는지에 의할 것은 아니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업무방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본 판례는 업무의 양도·양수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분쟁에 대해 어느 시점부터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로 보호받는 업무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가) 양도·양수 합의의 존재 이외에 (나) 실제로 양수인에게 양도된 후 업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양수인의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본 판례의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 주목하여 아직 사실상 업무가 평온하게 이루어지는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형법적 관점에서 보호가치 있는 사실상 평온상태에 주목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본 판례에 나타난 또 하나의 쟁점은 공무집행방해죄의 판단기준이다. 대법원은 공무집행 당시를 기준으로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갑의 식당 안에서의 소란행위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사후적으로 무죄로 판단된다고 하더라도, 소란을 피운 당시 상황에서는 객관적으로 보아 업무방해죄의 현행범이라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경찰관들이 갑을 체포하려고 한 행위를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판단하였다. 본 판례는 업무방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의 판단기준과 판단시점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예로서 주목된다고 하겠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