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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⑧ 형법총론

신동운 교수(서울대 로스쿨)

1. 형벌법규의 해석방법
2013. 6. 27. 2013도4279, 공 2013하, 1436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A녀와 인터넷 화상채팅을 하면서 신체의 특정부위를 보여 달라고 하였다. A녀가 갑의 요구에 응하자 갑은 A녀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A녀의 동작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였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의하면 카메라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처벌된다.
검사는 갑을 성폭력처벌법위반죄(카메라이용촬영)로 기소하였다. 제1심은 무죄를 선고하였고, 항소심은 이를 유지하였다. 검사는 카메라 촬영금지 규정의 목적론적 해석에 의할 때 유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제1심 및 원심의 판단을 인용하면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촬영"의 사전적·통상적 의미는 "사람, 사물, 풍경 따위를 사진이나 영화로 찍음"이라고 할 것이고, 위 촬영의 대상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라고 보아야 함이 문언상 명백하므로 위 규정의 처벌 대상은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카메라 등 기계장치를 이용해서 '직접' 촬영하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대법원이 형벌법규의 엄격해석을 강조한 예로서 주목된다. 본 판례에서 검사는 카메라 촬영을 금지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입법취지를 강조하면서 갑의 행위가 처벌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은 해당 규정의 해석기준을 제시하면서, 검사가 주장하는 형벌법규의 목적론적 해석도 해당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내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도 위 규정의 "다른 사람의 신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행위시법과 재판시법
2013. 7. 11. 2013도4862, 공 2013하, 1553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추행의 목적으로 모델 지망생 A녀를 사진촬영 등 면접을 보겠다고 하면서 M창고로 유인하였다(이후의 추행 등 행위는 생략함). 검사는 갑을 특가법위반죄 제5조의2 제4항(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및 형법 제288조 제1항(1년 이상 징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제1심은 유죄를 선고하였고, 갑은 항소하였다.
2013. 4. 5. 범죄단체조직죄, 도박죄, 약취유인죄 등을 개정하고 인신매매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이 있었다. 이와 함께 특가법 제5조의2 제4항이 삭제되었고, 추행목적 등 약취유인죄의 법정형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유기징역으로 조정되었다. 2013. 4. 11. 항소심은 갑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갑은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형벌법령 제정의 이유가 된 법률이념의 변천에 따라 과거에 범죄로 보던 행위에 대하여 그 평가가 달라져 이를 범죄로 인정하고 처벌한 그 자체가 부당하였다거나 또는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령을 개폐하였을 경우에는 형법 제1조 제2항에 따라 신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3) 판례평석
2013. 4. 5. 형법이 일부 개정되어 공포 즉시 시행되었다. 본 판례는 이러한 형법개정을 둘러싼 행위시법과 재판시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소위 동기설을 판단기준으로 제시하면서, 형법개정 사실을 간과한 원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 환송하고 있다.
대법원은 한시법이나 백지형법의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동기설을 적용해 왔다. 행위시와 재판시에 법령의 변경이 있을 경우 행위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 이를 범죄로 인정하고 처벌한 그 자체가 부당하였다거나 또는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령을 개폐하였을 경우에만 신법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본 판례는 대법원이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일견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무비판적인 동기설의 적용은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기설이 적용되는 주된 무대는 입법자가 일정한 기간에 한정해서 효력을 부여한 한시법이나 형벌법규의 일부 내용을 행정입법에 위임한 백지형법 등이다. 양자 모두 일시적인 특수 사정변경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이다.
그런데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입법자가 특수한 사정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형벌법규를 경하게 변경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동기설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이 규정한 권력분립의 원칙에 의할 때 형벌법규의 제정 및 변경은 입법자의 몫이며, 사법부는 이를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할 뿐이다.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입법자가 경하게 변경한 형벌법규에 대해 법이념의 반성적 고찰 여부를 검토해서는 안 된다. 법이념의 반성적 고찰 문제는 입법자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며 형벌법규의 해석적용을 담당하는 사법부가 이를 다시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 죄형법정주의의 대원칙에 비추어 볼 때 무비판적, 타성적으로 동기설을 언급하는 대법원의 판시방법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3. 저적권법상 면책규정의 형사법적 의미
2013. 9. 26. 2011도1435, 공 2013하, 2014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P회사는 인터넷에서 웹스토리지서비스를 제공하는 M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갑은 P회사의 실질적 운영자이다. P회사는 M사이트를 통한 불법다운로드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불충분한 조치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M사이트를 이용하여 불법으로 영화파일 등을 다운로드받았고, P회사는 이 과정에서 광고수익을 올렸다.
M사이트가 운영될 당시 저작권법은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동법 102조). (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이용자의 저작권침해사실을 알고 당해 복제·전송을 방지하거나 중단시킨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나)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이용자의 저작권침해사실을 알고 이를 중단시키고자 하였으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은 면제된다.
검사는 갑을 저작권법위반죄로, P회사를 양벌규정에 기하여 기소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갑과 P회사는 저작권법상 면책규정에 따라 형사책임도 면제된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형사책임 면제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적 조치의 불충분을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저작권법 제102조]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각 조항의 입법 취지나 위 각 조항의 해당 문구상 별다른 제한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조항은 형사상 책임에도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판례평석
컴퓨터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인터넷상 저작권 침해행위가 대단히 용이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저작권보호의 필요성도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은 특히 영화·음악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그 결과 불법 다운로드 문제가 미국이나 유럽 등 문화적 강국으로부터 통상압력의 주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저작권법은 이러한 상황변화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개정되고 있는데,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중요한 변화가 눈에 뜨인다. 종전의 저작권법 제102조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 대한 면책을 규정하면서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거나 '책임이 면제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1년 개정 이후의 저작권법을 보면 면책규정의 표현이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로 바뀌어 있다.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는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구글 등과 같은 외국의 기업들도 포함된다. EU나 미국과의 FTA협상에서 나타난 통상압력의 강도를 이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표현에서 느낄 수 있다.
본 판례는 각종 통상협정이나 FTA를 계기로 저작권법이 개정되기 전에 일어난 사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당시의 저작권법은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거나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면책조항에 대해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저작권법상 면책을 규정한] 각 조항은 형사상 책임에도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시사항에 따르면 개정 전 저작권법의 면책조항은 형의 감경사유 또는 면제사유에 해당한다. 형이 감경되는 경우라면 법원은 유죄를 인정하면서 형만을 감경해 준다. 형이 면제되는 경우라면 법원은 유죄를 인정하면서 형은 선고하지 않는다. 형의 감경이건 형의 면제이건 모두 유죄판결에 속한다(형소법 321조 1항, 322조 참조).
이에 대해 개정 후의 저작권법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본 판례에서 대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저작권법상 면책을 규정한] 각 조항은 형사상 책임에도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다면 이제 인터넷서비스제공자는 형사책임을 전혀 지지 않게 된다. 검사가 인터넷서비스제공자를 기소한다면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저작권법상의 면책조항이 형법 제20조가 규정하고 있는 '법령'에 해당하게 되어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상 면책을 규정한] 각 조항은 형사상 책임에도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본 판례가 2011년 개정 이후의 저작권법 아래에서 발생하는 유사 사례에 대해서도 적용될 것인지, 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외국의 기업인 경우에도 적용될 것인지 앞으로 그 귀추가 대단히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4. 교사범과 인과관계
2013. 9. 12. 2012도2744, 공 2013하, 1860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전공의 갑은 A녀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중 A녀가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갑은 전문의 과정을 마쳐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수회에 걸쳐 A녀에게 낙태를 권유하였다. A녀는 갑에게 출산이나 결혼이 갑의 장래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아이를 낳겠다고 말하였다. 갑은 A녀에게 출산 여부는 알아서 하되 더 이상 결혼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였다. 갑은 이후에도 A녀에게 아이에 대한 친권을 행사할 의사가 없다고 하면서 낙태를 할 병원을 물색해 주기도 하였다. 갑의 의사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한 A녀는 갑에게 알리지 아니한 채 자신이 알아본 병원에서 낙태시술을 받았다.
검사는 갑을 낙태교사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갑은 A녀가 자신의 낙태권유를 거절한 후 스스로의 판단 아래 낙태한 것이므로 교사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피교사자가 교사자의 교사행위 당시에는 일응 범행을 승낙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더라도 이후 그 교사행위에 의하여 범행을 결의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교사범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대법원이 교사범의 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한 예로서 주목된다. 대법원은 갑의 행위에 대해 갑이 A녀에게 직접 낙태를 권유할 당시뿐만 아니라 출산 여부는 알아서 하라고 통보한 이후에도 계속하여 낙태를 교사하였고, A녀는 이로 인하여 낙태를 결의·실행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A녀가 당초 아이를 낳을 것처럼 말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갑의 낙태 교사행위와 A녀의 낙태 결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5. 횡령죄와 불가벌적 사후행위
2013. 2. 21.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 공 2013상, 599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P종중으로부터 M토지를 명의신탁받아 보관하던 중 임의로 M토지에 관하여 1995. 11. 30. 채권최고액 1,400만 원의 근저당권을, 2003. 4. 15. 채권최고액 750만 원의 근저당권을 각각 설정하였다. 이후 2009. 2. 21. 갑은 M토지를 A에게 1억 9,300만 원에 매도하였다.
검사는 2009년의 M토지 매도행위에 대해 갑을 횡령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은 유죄를 선고하였다. 갑은 종전의 대법원판례를 원용하면서 M토지 매도행위는 선행 근저당권설정행위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여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특정한 처분행위(선행 처분행위)로 인하여 법익침해의 위험이 발생함으로써 횡령죄가 기수에 이른 후 종국적인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하기 전에 새로운 처분행위(후행 처분행위)가 이루어졌을 때 후행 처분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할 것인가를 논점으로 설정하였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다수의견(9인), 별개의견(2인), 소수의견(2인)으로 견해가 나뉘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에 따라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고 갑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가)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위험을 현실적인 법익침해로 완성하는 수단에 불과하거나 그 과정에서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으로서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후행 처분행위에 의해 발생한 위험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에 포함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후행 처분행위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
(나) 그러나 후행 처분행위가 이를 넘어서서,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이는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대법원이 횡령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대한 종래의 판례를 변경한 예로서 주목된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던 종전 판례 8개를 폐기하고 있는데, 이는 본 판례의 실무적 중요성을 나타내는 증좌라고 할 수 있다.
본 판례의 논증과정에 대해서는 지면관계로 검토를 생략한다(자세한 판례평석은, 졸고, 횡령 후의 횡령죄 성립 여부, 서울대학교 법학, 54권 4호, 291면 이하 참조). 다만 본 판례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몇 가지 사례군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 선행 처분행위의 대상이 된 부동산을 임의경매로 매각하는 후행 처분행위는 선행 처분행위의 근저당권으로 인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하므로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 (나) 선행 처분행위의 대상이 된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후행 처분행위는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서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볼 수 없다. (다) 선행 처분행위의 대상이 된 부동산을 매각하는 후행 처분행위는 기존의 근저당권과 관계없이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으로서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볼 수 없다.

6. 공범자 소유물과 몰수
2013. 5. 23. 2012도11586, 공 2013하, 1172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A는 성매매업을 목적으로 5층짜리 M건물을 매수한 후 30여개의 마사지실을 만들어 안마시술소를 운영하였다. 갑은 A가 월급을 주고 고용한 위 업소의 자금관리인이다. A는 M건물을 갑에게 명의신탁한 후 손님과 여종업원들 사이에 성매매를 알선하였다.
검사는 갑을 성매매처벌법위반죄로 기소하였다(A는 도주한 것으로 생각됨).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은 갑에게 형을 선고하면서 M건물에 대한 몰수를 명하였다. 갑은 자신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한 M건물은 몰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가) 형법 제48조 제1항의 "범인" 속에는 "공범자"도 포함되므로 범인 자신의 소유물은 물론 공범자의 소유물도 그 공범자의 소추 여부를 불문하고 몰수할 수 있다.
(나) 이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법'이라 한다) 제9조 제1항의 '범인'의 해석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다) 그리고 형벌은 공범자 전원에 대하여 각기 별도로 선고하여야 할 것이므로 공범자 중 1인 소유에 속하는 물건에 대한 부가형인 몰수에 관하여도 개별적으로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대법원이 공범자 소유의 물건에 대한 몰수를 인정한 예로서 주목된다. 형법 제48조 제1항은 '범인 이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는' 물건을 몰수대상물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반대해석하면 범인 이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는 물건은 몰수할 수 없다. 본 판례에서 갑은 M건물이 범인인 자신의 소유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서 상고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법 제48조 제1항의 '범인'에는 '공범자'도 포함되며, 공범자의 소추 여부를 불문하고 공범자 소유의 물건을 몰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범죄수익법은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제공된 건물을 불법수익의 하나로 보아 몰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동법 2, 8조). 이 경우 몰수는 대상 불법수익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할 수 있다(동법 9조 1항). 대법원은 이 경우에도 '범인'에 '공범자'가 포함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성매매에 제공된 건물의 몰수를 허용하는 대법원의 태도는 성매매 등 특정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여 건전한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는 범죄수익법의 목적(동법 1조)에 비추어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범죄수익법으로부터 공범자에 대한 몰수의 근거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형법 제48조의 몰수규정을 입론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범죄수익법상의 몰수가 보안처분적 성격의 것이라면 형법총칙의 몰수는 형벌의 일종이다. 형법총칙으로부터 특별법의 규율원리를 도출하는 대법원의 입론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공범자 소유물에 대한 몰수는 제3자 소유물에 대한 몰수의 일종이다. 공범자가 예컨대 공동피고인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다면 유죄판결에 기하여 몰수가 선고될 것이므로 별다른 문제는 없다. 그런데 소유자는 기소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다른 피고인의 재판에서 그 피고인에 대한 부가형으로 제3자 소유물을 몰수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소유자의 재산권 보호나 형벌부과시에 준수해야 할 적법절차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의식하였는지는 모르나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5층 건물 소유주 A의 범죄관여 정도를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몰수를 둘러싼 비례원칙의 준수 여부를 상세히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형법총칙상의 몰수가 임의적으로 부과된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헌법적 문제는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그러나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강제로 국가에 귀속시키는 몰수는 국민의 재산권보호(헌법 23조 1항)에 반하는 조치임이 분명하다. 현행 형법상 몰수는 부가형이지만(형법 49조) 어디까지나 형벌의 일종이므로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한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부과되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적법절차원칙에 따르면 국가로부터 불이익이 부과되는 사람에게는 변명과 방어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으면 안 된다.
비교법적으로 볼 때 일본은 1962년 11월 28일 대법정판결로써 소유자인 제3자에게 고지, 변해, 방어의 기회를 주지 않고 제3자의 소유물을 몰수하는 것은 일본 헌법상 재산권보장 및 법의 적정절차 규정에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가 있다. 그리고 이 판결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1963년에 「형사사건에 있어서 제3자 소유물의 몰수절차에 대한 응급조치법」을 제정하여 사전적인 권리참가절차와 사후적인 몰수취소절차라는 제3자 보호장치를 마련하였다(大コッメンタ一ル刑法, 제1권 438면 이하 참조).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법원이 본 판례와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한 일반 시민들은 공범자라는 혐의만으로 자신의 소유물이 다른 사람의 형사재판을 통해 강제로 국가에 귀속되는 사태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이 보여준 공범자 범죄성립 여부의 치밀한 검토나 비례원칙의 강조만으로는 일반 시민의 불안감을 불식할 수 없다. 제3자 소유물의 몰수에 대한 엄격해석을 촉구하면서, 아울러 제3자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입법조치가 조속히 보완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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