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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④ 민법 (하)

김재형 교수(서울대 법대)

Ⅶ.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금의 구별

1. 민법은 제398조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제398조 제2항에 따라 감액될 수 있다. 그러나 위약벌은 위 규정에 따른 감액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분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종래의 판례는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를 엄밀하게 구별하여 법적 판단을 하였다(대판 1989. 10. 10, 88다카25601).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배상적 기능을 갖고 있고, 위약벌은 제재적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건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모호하다. 이에 관한 판례도 변천을 겪어왔다. 가령 계약이행 보증금에 관하여 1990년대에는 위약벌에 해당한다고 본 판결들도 있었으나(대판 1996. 4. 26, 95다11436), 2000년 이후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있다(대판 2000. 12. 8, 2000다35771).

2. 대판 2013. 4. 11, 2011다112032는 문제된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수의 전기수용가와 사이에 체결되는 전기공급계약에 적용되는 약관 등은 계약종별 외의 용도로 전기를 사용하면 그로 인한 전기요금 면탈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과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그와 별도로 면탈한 전기요금 자체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없고 면탈금액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 상당을 가산하도록 되어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위 약관에 의한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고 하였다.
이 판결은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나 위약벌 중 어느 하나에 귀속시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종래의 판결들과 다르다. 이 사건에서 계약종별 외의 용도로 전기를 사용하면 그로 인한 전기요금 면탈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과한다는 약관조항은 두 부분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먼저 전기요금 면탈금액에 해당하는 위약금 부분은 손해배상을 정한 것이고, 그 한도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 면탈금액을 초과하는 위약금 부분은 손해배상액과는 무관한 것이므로 위약벌로 볼 수 있다.
위약금 약정에는 제재적 기능과 배상적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로 엄밀하게 구별하여 이분법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당사자들의 의사나 거래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 판결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분 문제 등에 관하여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Ⅷ. 공동저당권과 사해행위

1. 대판(전) 2013. 7. 18, 2012다5643에서는 채무자와 물상보증인의 공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후 채무자가 자신의 지분을 양도한 경우, 그 양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채무자 소유의 지분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문제되었다. 이 판결은 채무자 소유의 지분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을 채무자의 지분에 해당하는 부동산의 가액으로 안분하지 않고 피담보채권 전액으로 봄으로써 종래의 판례를 통일하였다. 이 판결은 매우 세세한 문제에 대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공동저당에 관하여 안분배당을 정하고 있는 제368조 제1항의 문언에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대법원 판결의 논리에 따라 판단과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2. 채무자가 양도한 목적물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이다. 저당권자가 피담보채권액의 범위에서 우선변제를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격을 초과하고 있는 때에는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이 없으므로 당해 목적물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판 1997. 9. 9, 97다10864).
여러 개의 부동산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문제되는데,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이다(대판 2003. 11. 13, 2003다39989). 이는 제368조 제1항에서 공동저당물을 동시에 경매하는 경우 저당권자가 각각의 부동산의 경매대가에서 안분하여 배당을 받도록 한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공동저당물이 모두 채무자 소유인 경우에는 제368조 제1항이 적용되지만,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의 소유이고 일부는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는 제368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대판 2010. 4. 15, 2008다41475). 채무자는 채무를 종국적으로 부담하는 주체인 반면, 물상보증인은 채무자에게 구상권과 변제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대판 2010. 12. 23, 2008다25671).
위와 같은 논리는 사해행위를 판단할 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채무자와 물상보증인의 공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후 채무자가 자신의 지분을 양도한 경우, 그 양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채무자 소유의 지분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을 채무자의 지분에 해당하는 부동산의 가액으로 안분하지 않고 '피담보채권 전액'이라는 것이다. 채무자와 물상보증인의 공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경매절차에서 '피담보채권 전액'이 저당권자에게 배당될 예정이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만이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IX. 임대차 존속기간에 관한 민법 제651조 제1항의 위헌

1. 헌재 2013. 12. 26, 2011헌바234은 민법 재산편 규정에 대한 최초의 위헌결정이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신촌역사건물 4,420평에 관하여 기간 30년, 임대료 750억 원으로 정하여 임대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다. 임차인은 위 임대차계약 기간 중 20년이 넘는 부분은 강행법규인 제651조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임대인인 청구인은 위 조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제651조는 임대차존속기간을 정한 것으로 제1항에서 "석조, 석회조, 연와조 또는 이와 유사한 견고한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나 식목, 채염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의 경우를 제한 외에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0년을 넘지 못한다. 당사자의 약정기간이 20년을 넘는 때에는 이를 20년으로 단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제651조 제1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취지가 불명확하고, 대법원이 해석하는 바와 같이 사회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일정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라고 하였다.

2. 헌법재판소는 임차물 관리 소홀과 개량 태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제651조 제1항의 입법목적에 관하여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임대차존속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하는 것이 관리나 개량 소홀로 인한 임차물 가치훼손을 방지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적절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에서 위헌의 근거를 제시한다. 임대차의 존속기간을 강제하여 임차물 관리·개량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임차물의 관리와 개량 소홀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방지라는 공익이 위 조항으로 달성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미미해 보이는 반면, 위 조항이 초래하는 부작용이나 불이익은 매우 크다고 한다.

3. 임대차의 최장존속기간을 위와 같이 제한한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세권의 최장존속기간을 10년으로 한정한 규정(제312조 제1항)도 마찬가지이다. 임대차뿐만 아니라 전세권 등 물권의 존속기간을 제한한 규정들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임대차의 존속기간에 관한 규정은 지상권의 경우에 최장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대신 최단기간을 제한한 것(제280조)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석조, 석회조, 연와조 또는 이와 유사한 견고한 건물이나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지상권의 최단기간을 30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지상권을 설정하면 최소한 30년의 기간이 보장되고, 임대차를 설정하면 20년으로 제한된다. 30년 이상의 장기로 계약을 하려면 지상권을 설정하고, 20년보다 단기로 하려면 임대차를 설정하면 된다. 그런데 20년에서 30년 사이의 기간으로 정하려면 지상권이나 임대차를 이용할 수 없다. 이것은 합리적인 입법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한편 이 조항에 관해서는 위헌 여부를 떠나 입법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 조항의 규정방식은 현재의 건축양식에 맞지 않는다. '석조, 석회조, 연와조 또는 이와 유사한 견고한 건물 기타 공작물'과 다른 건물을 구분하고 있는데, 철골조 등 최근 많이 이용되고 있는 건물이 열거되어 있지 않다. 물론 견고한 건물에 해당하면 이 조항에 포섭되는 것이 분명하지만, 위와 같은 규정방식을 고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X.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의 지위 승계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가압류에 미치는 효력

1. 대판(전) 2013. 1. 17, 2011다49523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 지위를 승계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다수의견은 이를 긍정하고 있는 반면에, 반대의견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위와 같은 경우에 양수인에게 가압류의 효력이 미치지만, 반대의견에 따르면 양수인에게는 가압류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임대주택의 양도에 의하여 양도인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므로 양도인을 상대로 한 가압류도 그 효력이 소멸하게 된다.
주택의 임차인은 건물에 입주하고 주민등록을 함으로써 제3자에 대하여 대항력을 갖추게 되며 대항력이 구비된 후에 임차건물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 대판 1987. 3. 10, 86다카1114는 "이 경우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에게 이전되고 양도인의 채무는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임대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고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고 할 때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양도인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옳다"고 한다.
채권가압류에서 제3채무자로서의 지위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서 말하는 양도인의 지위에 해당하는가? 양론이 있지만 긍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양도인은 임대인으로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가 된 것이다. 양도인의 지위가 이전되어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게 되었으면 그가 제3채무자의 지위도 승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와 같이 해석함으로써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이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 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ⅩI.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대상인 소액임차인의 우선변제권에 대한 제한

1.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제1항 1문은 "임차인은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은 주택에 대한 경매신청의 등기 전에 제3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주택에 거주하려는 의사가 없는데도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려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가장임차인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채권자가 채무자 소유의 주택에 관하여 채무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그곳에 거주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 임대차계약의 주된 목적이 주택을 사용 수익하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고, 실제적으로는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받아 선순위 담보권자에 우선하여 채권을 회수하려는 것에 주된 목적이 있었던 경우에는 그러한 임차인을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으로 보호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판 2001. 5. 8, 2001다14733). 판례는 임대차계약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위 규정에 따른 소액임차인으로 보호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대판 2013. 12. 12, 2013다62223에서도 주택의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원고는 A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임대차보증금 2천만 원에 임차하여 이 사건 주택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거주하였다. 위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도 받았으며, 임대차보증금도 임대인에게 모두 지급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주택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자신이 소액임차인으로서 배당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가 소액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매개시결정 전에만 대항요건을 갖추면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자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고, 이러한 원고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보호대상인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고 있다.

3. 이 사건에서 원고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소액임차인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률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자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 위 법률에 따른 최우선변제권을 부정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법률요건을 갖추었지만 실질적으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 법적 보호를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근거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문제된다. 법규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법규정의 문언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목적론적 해석을 함으로써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할 여지도 있지만, 임차인의 행위가 권리남용 또는 제도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XII. 키코계약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1. 주요 쟁점
키코(KIKO; Knock-in Knock-out) 통화옵션계약에 관하여 2013. 9. 26. 선고된 4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다양한 쟁점에 관하여 판단하고 있다. 사건마다 다르지만, 주로 문제되는 것은 키코계약이 민법상 불공정한 법률행위 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무효인지 여부,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환율 급등 등의 사정변경을 이유로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 적합성 원칙 위반 또는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다. 위 쟁점 중에서 계약의 무효, 취소, 해지에 관한 기업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적합성 원칙 위반과 설명의무 위반에 관해서는 판단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이 두 가지 쟁점에 관해서만 소개하고자 한다.

2. 적합성 원칙의 위반
(1)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환 헤지(hedge)거래의 목적은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환율 변동과 관계없이 현재 시점에서 장래에 적용받을 환율을 일정 환율로 고정함으로써 기초자산인 외환현물의 가격변동에 따르는 위험을 제거하려는 데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각 통화옵션상품이 그 자체로 환 헤지에 부적합하다는 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세신정밀에 관한 대판(전) 2012다1146, 1153). 따라서 은행이 기업에 키코 통화옵션상품을 판매한 것만으로 불법행위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은행이 기업에 적합하지 않은 통화옵션계약의 체결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이를 체결하게 한 경우에는 이른바 적합성 원칙을 위반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2) 대법원은 은행이 해당 기업에 적합하지 않은 통화옵션계약의 체결을 권유하여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인정하고, 은행이 그 의무를 위반하여 해당 기업의 경영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통화옵션계약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이를 체결하게 한 경우에는, 이러한 권유행위는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는 위법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부당권유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종래의 판례 법리를 통화옵션계약에 적용한 것이다. 나아가 이 판결은 장외파생상품의 위험성과 은행의 공신력을 이유로 "은행으로서는 위와 같이 위험성이 큰 장외파생상품의 거래를 권유할 때에는 다른 금융기관에 비하여 더 무거운 고객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한다(4건의 전원합의체 판결).
(3) 4건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모두 위의 법리를 전제로 하고 있으나, 결론이 사안마다 나누어져 있다. 수산중공업 사건(대판(전) 2011다53683, 53690)에 대한 판결은 구체적 판단에서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한다. 그 이유로는 기업인 원고가 이미 유사한 거래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특성과 당시 국내외 기관의 장래 환율에 대한 전망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과 그 콜옵션 계약금액이 원고에게 과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세신정밀 사건에 관한 대판(전) 2012다1146, 1153에서는 부당권유행위에 대한 적합성 원칙 위반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원고 2가 피고 제일은행과 두 건의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소외인의 권유로 이 사건 제3 계약을 추가로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제3 계약은 투기적 성격을 지닌 거래라고 볼 수 있는 점, 둘째 소외인은 투기거래의 목적이 없는 원고 2에게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투기적 성격을 지닌 이 사건 제3 계약을 환 헤지 목적의 거래라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체결하게 한 점을 들고 있다.
이와 같은 사건에서 적합성 원칙의 위반 여부는 통화옵션계약이 원고에게 과대한 위험성을 초래하는 것인지, 원고가 유사한 거래를 한 경험이 있는지 여부 등에 비추어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 피고가 위와 같은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였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3. 설명의무 위반
금융기관이 일반 고객과 사이에 전문적인 지식과 분석능력이 요구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할 때에는, 고객이 당해 장외파생상품에 대하여 이미 잘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그 거래의 구조와 위험성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거래에 내재된 위험요소 및 잠재적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인자 등 거래상의 주요 정보를 적합한 방법으로 명확하게 설명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대판 2010. 11. 11, 2010다55699 참조). 그런데 4건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설명의무에 관하여 동일한 법리를 전제로 하고 있으나, 사안마다 결론이 나누어져 있다.
수산중공업 사건에서 대법원은 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하였다. 그 이유는 원고의 자금업무 담당자가 이 사건 거래와 유사한 거래를 한 경험이 있고, 피고들의 담당직원이 원고측 담당자와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구체적 거래조건들에 관하여 협의하면서 설명하였기 때문이다. 모나미 사건에 관한 대판(전) 2013다26746에서는 고객이 이미 그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서까지 금융기관에 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세신정밀 사건에서는 피고 신한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로 "원고 2는 … 이 사건 제1, 제2 계약 및 현물환의 예상 보유액을 함께 고려한 위험성까지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소외인이 실제로는 투기적 성격을 가진 이 사건 제3 계약을 헤지거래라고 설명함으로써 원고 2로 하여금 이를 오인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
대법원은 설명의무가 인정되는 요건과 범위에 관하여 상세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건에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사건에서 실제로 설명의무의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요소는 두 가지이다. 첫째, 고객인 원고의 인식이다. 고객이 통화옵션계약의 내용이나 거래로 인한 위험성 등을 알고 있다면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객이 이를 알았는지를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리하여 원고의 동종 유사한 거래경험 등에 비추어 원고의 인식을 추단하게 된다. 물론 원고가 동종 유사한 거래경험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된 거래의 내용이나 위험성을 반드시 알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둘째, 거래로 인한 위험성이다. 거래로 인한 위험이 낮을수록 설명의 부담이 줄어들고, 그 위험이 커질수록 설명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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