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2) 어음수표법

장재형 교수(인하대 로스쿨)

어음법은 2010.3.31. 개정으로 "보전"을 "보충지"로, "소구"를 "상환청구(償還請求)"로 하는 등 법 문장에 쓰는 어려운 한자어와 용어, 일본식 표현 등을 알기 쉬운 우리말로 고치고 한자를 병기하여 국민 중심의 법률문화에 한걸음 다가섰다. 또한 전자어음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전자어음의 의무발행 대상자를 현행 '외부감사대상 주식회사'에서 '직전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법인사업자'로 확대하고, 기업의 결제 편리성과 금융비용 절감을 위하여 전자어음을 발행받아 최초로 배서하는 자에 한하여 총 5회 미만으로 어음금을 분할하여 그 일부에 관하여 배서할 수 있는 '분할배서' 제도를 도입하여 2014.4.부터 시행된다.
국민의 법률문화에 있어서 어음은 유가증권으로서 민형사를 막론하고 널리 일상은 물론 기업의 법률거래에 이용되고 있다. 예컨대 수천억 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의 발행으로 인한 투자자의 손실,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사 발행 어음 양도 방식의 배임, 회사자금으로 매수한 수십억 원대 어음으로 부당한 개인 채무의 변제나 담보 제공, 시중 은행들의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 신설 합의, 거짓 채권관계 꾸며 어음발행 후 공정증서 작성 등에서도 어음이 이용되고 있다. 어음수표법의 법리는 마치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어음수표가 제 역할을 다하는 한 특별히 따질 것이 없으나 일단 문제가 생기면 아주 복잡하고 정치한 완전유가증권으로서의 규율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1. 대표권 남용한 어음 발행의 민사상 책임과 배임죄(대법원 2012.12.27. 선고 2012도10822 판결)

가. 사실관계
주식회사의 실제 사주가 형식상 대표이사를 내세운 다음 주식회사 명의로 액면 금 50억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타 회사 인수자금을 위한 개인적인 차용금 지급의 담보조로 교부한 사안.

나. 판결요지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면, 비록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여 회사가 상대방에 대하여는 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될 경우 회사가 소지인에 대하여 어음금 채무를 부담할 위험은 이미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지 아니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제적 관점에서는 회사에 대하여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분석
회사의 대표이사가 개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하는 대표권 남용행위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면 회사에 대하여 무효이므로 회사는 상대방에 대하여 어음금 채무를 지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민법 제35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또는 민법 제756조 제1항에 의한 사용자책임도 지지 아니한다. 그러나 약속어음은 원칙적으로 배서에 의하여 양도할 수 있고(어음법 제11조 제1항, 제77조 제1항), 약속어음에 의하여 청구를 받은 자는 그 소지인이 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고 어음을 취득한 경우가 아니라면 발행인 또는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어음법 제17조, 제77조 제1항).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783 판결 등과 같은 취지로서, 대표권남용의 어음 발행행위가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무효라 하더라도 어음의 유통성과 어음행위의 추상성으로 인하여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면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로 보았다.

2. 약속어음의 기한후 배서와 채권양도의 대항요건(대법원 2012.3.29. 선고 2010다106290,106306,106313 판결)

가. 사실관계

배서가 연속된 약속어음을 지급거절증서 작성기간이 지난 후 백지식 배서 방식으로 교부받은 사안.

나. 판결요지
약속어음의 기한후 배서에 민법상 지명채권 양도의 대항요건이 필요하지 않다.

다. 분석
"만기 후의 배서는 만기 전의 배서와 같은 효력이 있다. 그러나 지급거절증서가 작성된 후에 한 배서 또는 지급거절증서 작성기간이 지난 후에 한 배서는 지명채권 양도의 효력만 있다."고 규정한 어음법 제20조 제1항의 취지는 기한후 배서의 경우 단지 그 효력이 지명채권 양도와 같다는 것일뿐 민법상 지명채권의 양도·양수절차인 채권양도인의 통지 또는 채무자의 승낙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다38145 판결 등과 같은 취지).
이와 관련하여 종래 배서금지어음을 배서·교부가 아닌 민법상의 지명채권양도방법에 의하여 양도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에 대해 통설·판례는 이를 긍정하고 대항요건의 구비를 요구하는 입장이고(대법원 1989.10.24. 88다카20774 판결, 1996.12.20. 선고 96다43393 판결), 한편 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과 관련하여 제시기간 경과 후에 취득하였더라도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할 당시의 정당한 소지인으로부터 수표를 취득한 자는 이득상환청구권을 취득하지만 이를 위해 단순한 양도가 아닌 지명채권양도의 절차가 필요한 것이 원칙이나, 자기앞수표의 경우에는 이득상환청구권의 양도와 더불어 이득을 한 발행인인 은행에 대하여 소지인을 대신하여 양도에 관한 통지를 할 수 있는 권능까지 부여한 것으로 보아 이득상환청구권의 양수인은 자기앞수표를 은행에 제시하면 양도의 대항요건을 구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76.1.13. 선고 70다2462 전원합의체판결).
참고로 기한후배서는 만기후 배서와 구별하여야 하고, 배서의 효력 중 이전적 효력은 있으나 인적 항변의 절단은 부정되고(대법 1962.3.15. 선고 4294민상1257 판결, 1997.7.22. 선고 96다12757 판결, 2002.4.26. 선고 2000다42915 판결), 담보적 효력은 없으나 자격수여적 효력은 인정된다.

3. 어음할인과 융통어음의 항변(대법원 2012.11.15. 선고 2012다60015 판결)

가. 사실관계
갑 주식회사에 부탁하여 어음할인에 사용할 약속어음을 발행받은 을 주식회사가 어음할인을 받지 못하자 갑 회사에 어음을 반환하기로 약속하고서도 그 후 병 주식회사에 어음할인을 의뢰하면서 위 어음을 배서·양도하였고, 병 회사도 갑 회사의 어음 반환 요구를 거부한 채 정 주식회사에 어음할인을 의뢰하면서 위 어음을 배서·양도하였는데, 그 후 정 회사가 어음소지인으로서 위 어음을 지급제시하자 갑 회사가 지급거절한 사안.

나. 판결요지
어음에 의하여 청구를 받은 자는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와 같이 인적항변을 제한하는 법의 취지는 어음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어음취득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자기에 대한 배서의 원인관계가 흠결됨으로써 어음소지인이 그 어음을 소지할 정당한 권원이 없어지고 어음의 지급을 구할 경제적 이익이 없게 된 경우에는 인적항변 절단의 이익을 향유할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 분석
융통어음은 타인으로 하여금 어음에 의하여 제3자로부터 금융을 얻게 할 목적으로 수수되는 어음으로 융통어음의 발행자는 피융통자로부터 그 어음을 양수한 제3자에 대하여는 선의이거나 악의이거나, 또한 그 취득이 기한 후 배서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대가 없이 발행된 융통어음이라는 항변으로 대항할 수 없으나, 피융통자에 대하여는 어음상의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융통어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주장만에 의할 것은 아니고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갑 회사가 당초 을 회사로 하여금 제3자에게서 어음할인을 받아 금융을 얻게 할 목적으로 어음을 발행한 것은 융통어음으로서 원인관계 없이 교부된 어음이 아니다.
한편 어음의 발행인 또는 배서인이 어음할인을 의뢰하면서 어음을 교부한 것이라면 이는 원인관계 없이 교부된 어음에 불과할 뿐 이를 악의의 항변에 의한 대항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이른바 융통어음이라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6다3449 판결, 2001. 8. 24. 선고 2001다28176 판결 등 참조). 병 회사는 을 회사한테서, 정 회사는 병 회사한테서 각기 어음할인을 위하여 원인관계 없이 약속어음을 교부받았고 정 회사가 위 어음의 지급을 구할 경제적 이익이 없는 이상 갑 회사는 정 회사에 대하여 위 어음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본 사안도 실질상의 법률적 논점은 二重無權의 항변인 것으로 이해되는바 二重無權의 항변이란 어음소지인과 그 前者사이의 원인관계 및 그 前者와 前前者(어음채무자) 사이의 원인관계가 모두 흠결(소멸, 무효, 부존재 등)되어 있는 경우에 어음채무자인 前前者가 어음소지인의 어음금 청구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는 항변 즉 원인관계의 2중적 흠결을 내세워 어음금 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어음행위의 무인성과 일반적인 인적 항변과는 별개로 형평상 이러한 항변을 인정할 것인가, 또 어음 소지인의 이러한 어음금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지가 문제되었다. 이에 관하여 학설상 부정설로는 이중무권의 항변 부인론, 인적항변 개별성론이, 긍정설(다수설)로는 권리남용론, 부당이득의 항변론, 고유이익론, 권리이전행위有因論 등이 있으나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는데(권리남용의 항변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1984.1.24. 선고, 82다카1405 판결 이래 대법원 1989.10.24. 선고, 89다카1398 판결, 1997.7.25. 선고 96다52649 판결, 2001.9.28. 선고 2001다33352 판결이 같은 취지) 이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가, 대법원 1988.8.9. 선고 86다카1858 판결에서 어음보증채무자의 피보증원인채무의 부존재항변에 대하여 신의칙에 비추어 부당하여 권리남용이 될 수 있다고 이유에 덧붙였고, 대법원 2003.1.10. 선고 2002다46508 판결에서 마침내 이러한 항변을 인정하였는데, 본 판결은 이에 따르는 같은 취지의 그 다음 판결이다.
위 이중무권의 항변은 後者의 항변(어음의 발행인 등 어음채무자가 자신이 가진 항변이 아닌 후자가 주장할 수 있는 항변을 가지고 소지인에게 항변할 수 있는 것), 무권리의 항변( 소지인이 권리자가 아니라거나 권리가 소멸하고 없다는 등 소지인에게 어음금지급청구권이 없다는 항변) 등과 더불어 新어음항변(제3의 항변 또는 어음의 효력에 관한 항변; 어음법 제17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인적항변)으로 주장되고 있다.

4. '채권양도계약'과 채권양도의 의무 발생을 내용으로 하는 '양도의무계약'(대법원 2011.3.24. 선고 2010다100711 판결)

가. 사실관계
A 건설회사가 건축하여 분양한 이 사건 아파트의 세대별 실평수 부족 또는 시공상 하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자 또는 입주자 등 중에서 일정한 사람들로써 구성된 피고 입주자대표회의에게 관련 권한을 위탁하기로 하여 A 건설회사에 대한 원고들의 하자보수청구권·손해배상청구권 등을 양도한 사안.

나. 판결요지
종전의 채권자가 채권의 추심 기타 행사를 위임하여 채권을 양도하였으나 양도의 '원인'이 되는 그 위임이 해지 등으로 효력이 소멸한 경우에 이로써 채권은 양도인에게 복귀하게 되고, 나아가 양수인은 그 양도의무계약의 해지로 인하여 양도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원상회복의무(이는 계약의 효력불발생에서의 원상회복의무 일반과 마찬가지로 부당이득반환의무의 성질을 가진다)의 한 내용으로 채무자에게 이를 통지할 의무를 부담한다.

다. 분석
채권양도의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채권행위 또는 의무부담행위의 일종으로서, 이는 구체적으로는 채권의 매매(민법 제579조 참조)나 증여, 채권을 대물변제로 제공하기로 하는 약정, 담보를 위하여 채권을 양도하기로 하는 합의(즉 채권양도담보계약), 채권의 추심을 위임하는 계약(지명채권이 아닌 증권적 채권에 관하여서이기는 하나, 어음법 제18조, 수표법 제23조는 어음상 또는 수표상 권리가 추심을 위하여 양도되는 방식으로서의 추심위임배서에 대하여 정한다), 신탁(다만 신탁법 제7조 참조)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채권양도계약과 양도의무계약은 실제의 거래에서는 한꺼번에 일체로 행하여지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그 법적 파악에 있어서는 구별되어야 하는 별개의 독립한 행위이다. 채권양도계약에 대하여는 그 원인이 되는 개별적 채권계약의 효과에 관한 민법상의 임의규정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용되지 아니한다.
채권양도가 해제된 경우에 있어서 채무자의 보호를 위하여 채무자에의 통지를 대항요건으로 해석한 대법원 1993. 8. 27. 선고 93다17379 판결 등과 동일한 취지로서, 이와 관련하여 종래 채권양도의 법적 성질, 독자성과 무인성, 대항요건과 효력, 효력발생시기와 소급효 등과 관련한 이론적 논란이 있다.

5. 약속어음의 추심위임과 상사유치권 배제의 특약(대법원 2012.9.27. 선고 2012다37176 판결)

가. 사실관계
갑 회사에 대한 대출금 채권을 가지고 있던 을 은행이 갑 회사한테서 추심위임을 받아 보관 중이던 병 주식회사 발행의 약속어음에 관한 상사유치권 취득을 주장하며 그 어음금 상당의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자 갑 회사의 관리인이 이를 부인한 사안.

나. 판결요지
대출금 약정 당시 계약에 편입된 을 은행의 여신거래기본약관에는 '채무자가 채무이행을 지체한 경우, 은행이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의 동산·어음 기타 유가증권을 담보로 제공된 것이 아닐지라도 계속 점유하거나 추심 또는 처분 등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는 사안에서, 추심위임약정만으로 위 어음에 관한 유치권 배제의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고 보아 상사유치권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다. 분석
어음에 관하여 위 약관 조항의 내용과 달리 상사유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상사유치권 배제의 특약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약관 조항에 우선하는 다른 약정이 있었다는 점이 명확하게 인정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내용의 명시적 약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음의 추심위임약정만으로 을 은행과 갑 회사 사이에 유치권 배제의 묵시적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보아 을 은행의 위 어음에 관한 상사유치권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타점권의 예입시 交付의 법적성질과 이에 따른 예금계약의 성립시기에 관하여 학설로는 推尋委任說(추심완료시), 讓渡說(受入時), 절충설이 있는 바, 추심위임설은 이를 (공연하거나 숨은)추심위임배서로서 정지조건부 예금계약이 성립한다는 것이고, 양도설은 양도배서로 파악하여 해제조건부 예금계약으로 주장하며, 절충설은 추심위임배서가 원칙이나 자기앞수표나 송금수표(자점권)또 결제자금의 선인출의 경우에는 양도배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 판례는 숨은 추심위임배서로 보나(日最高裁 1971.7.1.) 우리나라의 다수 판례는 양도설의 입장(대법 1997.3.11. 선고 95다52444 판결, 1998.5.22. 선고 96다52205 판결, 1990.2.23. 선고 88다카33657,33664 판결)이다.

6. 부도수표 발행인의 형사처벌과 위헌(헌법재판소 2011.7.28. 선고 2009헌바267 전원재판부)

가. 결정요지

부도수표 발행인을 형사처벌하는 부정수표단속법(1966. 2. 26. 법률 제1747호로 개정되고, 2010. 3. 24. 법률 제10185호로 개정되기 전) 제2조 제2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거나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나. 분석
1) 과잉금지원칙에 위반 여부
해당 법률조항은 수표의 지급 확실성을 위하여 수표의 지급증권성에 대한 일반 공중의 신뢰를 배반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으로서 수표의 본질적 기능을 보장하여 국민의 경제생활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한 목적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하며, 과태료나 금융상 제재 등의 경미한 수단만으로 입법목적이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해당 법률조항은 수표의 지급증권성을 온전히 유지시킴으로써 수표의 기능을 보장하고 국민경제의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는데, 이러한 공익은 매우 중요한 반면, 제한되는 사익은 앞서의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없다.
2) 평등원칙에 위배 여부
어음 발행인과 달리 수표 발행인에 대하여만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규제를 두었다고 하더라도, 수표는 현금의 대용물로서 금전지급증권이라는 수표 고유의 특성 때문에 어음과는 본래적 성질을 달리 하므로, 수표 발행인과 어음 발행인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한 차별 취급이 인정되지 않거나, 또는 이들에 대한 차별취급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적인 수표 이외에 신용목적으로 발행된 수표의 경우에도 적용되는데, 이는 신용목적으로 발행된 수표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수표와 외관상 구별이 되지 않으므로 수표가 신용증권으로 발행되었는지 여부를 일반 공중으로서는 알 길이 없고, 언제든지 유통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근거한 것으로 신용목적으로 발행된 수표를 일반적인 수표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데에는 여전히 합리적 이유가 있다.
3) 반대의견-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
해당 법률조항의 문언 자체만으로는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가 '수표를 작성하거나 발행하는 행위'인지 아니면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행위'인지 여부, 범죄가 언제 성립하는지, 고의의 내용은 무엇이고 언제 존재하여야 하는 것인지 매우 모호하여 수범자로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렵고, 또한 해당 법률조항은 수표발행인의 고의가 개입될 수 없는 거래정지처분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고의범을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에 불명확성을 가중하고 있다는 논거이다.

7. 신용장 한도금액을 초과하여 발행한 분할 환어음과 신용장대금(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다10249 판결)

가. 판결요지

분할 환어음의 발행이 허용된 신용장거래에서 수익자가 신용장 한도금액을 초과하여 분할 환어음을 발행하고 선적서류 중 일부를 위조하여 서로 다른 은행에게 이를 매도한 경우, 위조된 선적서류를 매입한 선행 매입은행의 신용장대금 청구에 대하여 신용장 개설은행이 선적서류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던 신용장조건과 불일치하는 하자가 있음을 간과하고 신용장대금을 상환하였다면, 신용장 개설은행은, 후행 매입은행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신용장 한도금액을 초과하여 환어음이 발행되었고 다른 은행이 환어음 일부를 선행하여 매입하였다는 사실 등을 알지 못한 채 신용장의 제 조건과 문면상 일치하게 표시된 서류와 상환으로 환어음 등을 선의로 매입한 후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구하는 것에 대하여 선행 매입은행에게 신용장대금을 상환한 점을 내세워 신용장 한도금액이 초과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의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The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1993 Revision, ICC Publication No. 500) 제9조 제a항 제iv호, 제10조 제d항, 제14조 제a항 등의 규정을 종합하면, 화환신용장에 의한 거래에서 신용장의 제 조건과 문면상 일치하게 표시된 서류와 상환으로 환어음을 매입한 매입은행이 신용장 개설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청구하는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용장 개설은행은 상환의무를 면할 수 없다.

나. 분 석
화환어음은 운송 중의 화물을 담보로 하여 발행한 어음으로 국제간의 무역거래에서는 일반적으로 상업신용장(letter of credit)과 같은 인적 신용을 부여하는 증권이 첨부된다. 그 중에서도 인수신용장은 신용장개설은행이 매도인 또는 그 이행보조자인 할인은행으로부터 신용장 부대증권(운송증권 등)의 제공을 받는 것과 교환으로 개설은행을 지급인으로 하는 환어음의 인수 또는 지급을 하는 것으로, 화환어음 역시 어음행위의 추상성·독립성에 의하여 원인행위나 그 전제의 다른 어음행위의 효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신용장의 독립·추상성 원칙의 예외로서 Fraud Rule이 있다. 즉 선적서류가 위조된 경우에 매입은행이 매입 당시 그 서류가 위조된 문서임을 알았거나 위조된 문서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또한 신용장개설은행도 매입은행으로부터 상환청구를 받을 당시 그 서류가 위조된 문서임을 알았거나 위조된 문서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때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신용장개설은행은 매입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거절함이 마땅하고, 설사 신용장개설은행이 매입은행에게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개설의뢰인 또는 개설의뢰인의 보증인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다37879 판결,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0다60296 판결 등 참조).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