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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1) 해상법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I. 선박소유자 책임제한(대법원 2012. 4.17. 선고 2010마222 결정)

1. 사실관계

2007.12.7. 태안반도에서 발생한 유류오염사건으로 어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우리 상법은 국제조약을 받아들여 선박소유자(선주)에게 책임제한권을 인정하고 있다(상법 제769조).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청구를 공동불법행위자인 갑에게 제기하자 갑은 책임제한절차의 개시를 신청하였고, 원심에서 갑(신청인)의 책임제한은 인정되었지만 대법원에서 다시 다투어지게 되었다. 부선의 책임제한절차법상의 선박 해당여부, 사고당시 예인선단은 을 선박관리회사가 관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을의 고의 혹은 무모한 행위는 갑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가 쟁점이 되었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1) 선박의 범위
구 상법 제740조는 선박이라 함은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항해에 사용하는 선박을 이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구 선박법 제1조의2는 자력항행능력이 없어 다른 선박에 의하여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되는 부선도 선박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9조는 상법 제5편 해상에 관한 규정은 상행위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더라도 항행용으로 사용되는 선박에 관하여는 이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선박에 의하여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되는 부선은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항행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구 상법 제5편에 규정된 선주책임제한의 대상이 되는 선박에 해당한다.
(2) 책임제한권의 인정
신청인이 무모한 행위를 하였는지는 신청인의 대표기관 내지 내부적 업무분장에 따라 신청인의 대표기관에 갈음하여 이 사건 예인선단의 관리·운항에 관하여 회사의 의사결정 등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의 행위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할 것이고, 그 책임제한 배제사유가 없다는 점은 책임제한절차의 개시를 구하는 신청인이 주장하고 소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할 것이다.
신청인이 위 선박들의 운항을 포괄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을 또는 위 선박들의 선장, 선두가 신청인의 대표기관에 갈음하여 이 사건 예인선단의 관리·운항에 관하여 회사의 의사결정 등 권한을 행사하는 대표기관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3) 책임제한이 배제되는 사유로 정한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무모한 행위)'라 함은, 손해발생의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거나 손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였지만 그 판단 자체가 무모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단지 그 선주 등의 과실이 무겁다는 정도만으로는 무모한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 파단 된 예인줄은 관련규정에서 정한 최소파단강도 기준을 초과하는 정도의 강도는 지니고 있었던 점, 검찰은 그 직원들이 기상악화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예인선단의 출항을 지시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점, 선원 등은 필요한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점은 책임제한 배제사유의 부존재를 소명하는 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다.

3. 평석
부선은 예인선의 힘으로 이동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선박으로 인정되고 그 선박이 반드시 상행위에 종사하지 않아도 상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책임제한배제사유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신청인 자신의 고의 혹은 무모한 행위가 있어야 배제사유가 됨을 여러 차례 판시한바 있다. 본 사건에서 을 관리회사가 선박의 관리를 맡았지만, 그 회사에게 관리에 대한 전권이 위임되지 않고 여전히 신청인이 선박을 관리하였으므로 신청인을 기준으로 고의 혹은 무모한 행위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대법원은 보았다.
우리 대법원은 무모한 행위에 대하여 과실로는 부족하고 손해발생의 염려의 개연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처음으로 구체적인 정의를 내렸다. 해기면허를 선원들이 소지하고 있고, 항해를 수행할 일정한 정도의 준비상태는 된 경우이므로 신청인의 해운부 직원들의 과실이 있을지언정 무모한 행위는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책임제한배제사유는 피신청인(채권자)이 입증하여야 한다고 하였지만, 대법원은 신청인인 선주가 이것이 없었음을 소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대법원은 1976년 조약하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선주의 책임제한권은 깨트려지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II. 부선에 있던 물건의 비제한채권인정 여부(대법원 2012.3.26.선고 2011마2284결정)

1. 사실관계

갑(채권자)은 병과 공사수주 계약을 체결하여 부선에 실린 재킷을 운반하기 위하여 을(채무자)로부터 예인선을 정기용선 하였다. 운반 중 재킷의 상부가 진도대교에 부딪쳐 재킷이 바다에 침몰하였다. 이에 갑은 이를 바다에서 인양하는데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고, 을에 대한 비용청구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예인선을 가압류하게 되었다. 을은 (i) 자신은 과실이 없고 (ii) 책임제한 절차에서 책임제한액수 만큼의 공탁을 하였으므로 갑이 피보전 권리의 보전을 위하여 예인선을 가압류할 필요성이 없으므로 해방되어야한다고 주장하였다(한편, 갑은 오히려 이는 비제한채권이라고 주장함). 그러나, 원심은 해기상사구별설의 입장에서 선장에게도 과실이 있음을 근거로 과실비율을 갑에게 30%, 선장의 사용자인 을에게 70%를 인정하는 한편, 상법상 비제한채권은 선박소유자의 물건에게만 인정되고 예인선에 끌려오는 부선에 있던 재킷은 "선박안에 있던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결국 이 채권은 책임제한의 대상이 되고 이미 책임제한기금이 마련되었으므로, 가압류의 필요성이 없어지게 되어 가압류결정을 취소하게 되었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채무자는 채권자와 그 소유의 예인선인 국제1호 및 국제5호를 이용하여 이 사건 부선을 예인하여 주기로 하는 예선계약을 내용으로 한 이 사건 용선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이 사건 재킷(X) 또는 X가 선적된 이 사건 부선에 관한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결국 X를 화물로 선적한 이 사건 부선이 무동력 부선이어서 사고 당시 채무자 소유의 예인선들에 의해 예인되는 예인의 목적물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더 나아가 부선이나 부선에 선적된 X 자체가 채무자 소유 예인선들의 화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X가 채무자 소유 예인선들의 적하 기타의 물건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채권자가 X를 인양하는 데 들인 비용 중 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당하는 금액의 손해배상채권이 구 상법 제748조 제4호가 정하고 있는 비제한채권인 난파물제거 채권에 해당한다는 채권자의 주장은 이유없고, 원심결정은 정당하다.

3. 평석
상법은 선박운항과 관련된 일정한 채권에 대하여 선주에게 책임제한을 인정하면서도 공익적인 성격을 갖는 난파물제거비용채권 등은 비제한채권으로 하고 있다(상법 제773조).
정기용선자는 선주로부터 선박을 용선하여 다시 용선자(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기용선계약상 선주는 운송인의 지위에 있지 않다. 본 사안에서 채권자는 정기용선자의 지위에 있으면서 재킷(소외 병의 화물)을 운송중 사고로 재킷이 바다에 침몰되어 인양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고, 이 채권을 선주인 을이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그 채권은 비제한채권이라고 주장하였다(비제한채권이 되어야 설정된 책임제한기금과 무관하게 자신의 채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선박가압류가 필요하게 된다). 이에 대법원은 난파물제거에서 비제한채권은 대상물건이 채무자가 운송인으로서 운송하던 운송물의 지위에 있어야 하는 바, 선주 을은 재킷에 대한 운송인이 아니였기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책임제한채권이 되고 따라서 이미 책임제한기금이 마련되어있으므로 가압류의 필요성은 없게 되어 선박은 해방되어야 맞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III. 선박대리점의 선박우선특권 행사(대법원 2012.7.16.선고2009마 결정)

1. 사실관계

정기용선자(채무자 을)의 선박대리점(갑)은, 대리상계약상 이행약정에 따라 을의 채무인 항비등을 부산항만공사에 납부하였다. 자신이 납부한 대금을 을이 변제하지 않자 갑은 항비는 선박우선특권을 발생시키는 채권이고 자신은 부산항만공사의 채권을 대위하는 자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선박우선특권자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신청을 하여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러시아 선주는 갑은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하면서 선박임의경매허가의 취소를 구하였다. 원심은 이를 인용하였다.

2. 법원의 판시내용
외국의 선주등과 선박대리점계약을 체결한 경우 동 계약에서 발생하는 채권채무등 에 대한 준거법은 따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국제사법 제26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대리점의 영업소가 있는 우리나라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
선박대리점이 이행인수약정에 따라 자신의 재산을 출연하여 한 변제는 민법 제469조에서 정하는 제3자의 변제에 해당한다. 민법 제481조에 의하여 법정대위를 할 수 있는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는 변제함으로써 당연히 대위의 보호를 받아야 할 법률상의 이익을 가지는 자를 말한다. 선박대리점이 이행인수약정에 따라 자신의 재산을 출연하여 채권자에게 변제한 경우에는 선박대리점은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로서 채권자가 선주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당연히 대위한다(이행하지 아니하면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을 지게 되므로).

3. 평석
대법원은 선박대리점은 상법 제87조의 대리상으로서 독립된 상인이기 때문에 이행인수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본 사건에서 러시아 선적의 선박은 정기용선자가 운항하고 있었고 부산항에 입항하면서 항비등을 부산항만공사에 납부하여야 하였다. 선박대리점이 그 항비를 대리점계약상 이행인수약정에 따라 먼저 부산항만공사에 지급하였지만, 이를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게 되었다. 채무자인 운항자는 정기용선자이므로 선박의 소유자가 아니므로 그 선박을 우리 법상 가압류 할 수 없다. 선박우선특권을 이용하려면 상법 제777조 소정의 채권을 가지는 자(섭외사건으로서 러시아법이 적용될 수도 있음)라야만 한다. 부산항만공사의 항비채권은 제1호에 해당한다. 제3변제자가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면 변제자는 민법의 법정대위자가 되어 채권자가 가지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본 사건에서 대리점이 항비를 지급할 때 대리인의 지위에서 지급한 것인지,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하급심은 이를 부정하였으나, 대법원은 항비의 지급은 대리점이 이행인수약정에 따라 행한 것이고 이행을 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므로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로서 선박대리점은 법정대위자로서 상법 제777조 1호의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IV. 공익채권으로서의 운임청구권(대법원2012. 10. 11.자 2010마122 결정)

1. 사실관계

매수인(수입자) 갑은 매도인(수출업자) 을과 상품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병 은행은 매수인을 위하여 신용장을 개설하여 주었다. 매수인 갑은 정 운송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운임이 미지급되었기 때문에 정 운송인은 자신이 점유하고 있던 운송물에 대하여 유치권에 기한 운송물경매를 신청하여 허가를 받았다. 한편, 갑은 그 사이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고 신청허가를 받았다. 선하증권의 일부는 매수인 갑이 소지하고 있었지만 일부는 병 은행이 소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병 은행은 정 운송인이 가지는 권리는 회생채무자에 대한 담보권이고 회생절차가 개시됨으로써 경매허가가 난 것은 잘못이라고 이의 취소를 구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본선인도조건이기 때문에 해상운송계약의 당사자는 운송인과 매수인이다.
위 각 해상운송계약은 쌍무계약으로서 매수인 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2008.11.18.당시 운송인의 매수인 회사에 대한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3항 중고기계의 인도의무 및 매수인 회사의 운송인에 대한 운임 등의 지급의무는 모두 쌍방 미이행된 상태에 있었으므로, 운송인의 매수인 회사에 대한 운임채권 등은 매수인 회사의 관리인이 이행 또는 해제를 선택하기 전에는 회생채권이나 공익채권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었다(대판 2007.9.6., 2005다38263). 그런데 매수인회사는 회생절차개시 이후 관계인집회를 거쳐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는바, 관리인이 관계인집회가 끝나기까지 위 각 해상운송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매수인회사의 관리인은 위 기한의 도과로써 위 각 해상운송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없게 되었고 이로써 이행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운송인이 갖는 청구권은 공익채권에 해당하게 된다. 위 운임채권은 회생절차개시 후 그 실행이 중지 금지되는 회생담보권이 아니라 채무자회생법 제180조에 의하여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공익담보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평석
대법원은 FOB 약정하에서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운송인과 매수인임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운임에 대한 채무자는 매수인이 된다.
매수인은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개시 인가를 법원으로부터 받았다. 그 후 운송인은 미지급된 운임을 위하여 자신이 점유하고 있는 운송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여 경매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허가하였다. 만약 회생채권에 해당하면 운송인은 회생담보권자가 되는 것이고 담보권의 행사는 중지되어야한다고 다른 담보권자인 병 은행이 주장한 것이다.
대법원은 문제의 운송계약은 아직 운송물이 인도되지 않았고 운임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쌍무계약에서 쌍방 미이행 된 채권으로 보았고, 관재인이 기한이 도과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행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아 운송인이 갖는 청구권은 공익채권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운송인은 언제나 자신의 채권에 기한 담보권행사가 가능하여 법원의 경매허가결정은 정당한 것이 되었다.

V. 하역회사/항만공사의 소유자에 대한 책임 (서울중앙지법 2012.9.21.선고 2010가합97490판결)

1. 사실관계

원고 운송인은 을 피고 터미널 운영자와 터미널 이용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계약에서는 피고 측이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지 않으면 운송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선박이 접안하여 하역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이 무너져 원고의 선박에 떨어져 원고 선박은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되었다. 원고는 이에 터미널에서 하역서비스를 제공하는 피고와 터미널을 관리운영 하는 정 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시내용
피고는 터미널 이용계약에 의하여 과실이 없음에 대한 입증책임을 터미널 운영자가 부담하는데 충분한 입증이 없었기 때문에 책임을 부담한다. 크레인의 소유자인 공단은 크레인을 설치할 당시 제작자로부터 구입하여 정밀검사를 하는 등 설치에 주의의무위반이 있기 때문에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3. 평석
정기선의 경우에는 확정된 시간에 맞추어 선박을 운항하여야하기 때문에 부두사용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기선사는 터미널운영자와 터미널이용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안전한 하역작업을 제공할 터미널 운영자는 채무자로서 과실추정주의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크레인이 무너져 선박을 덮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을 터미널 운영자가 부담하고, 소유자는 불법행위상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법원은 판시하였다. 운송물에 손상이 난 경우라면 선하증권상 히말라야조항에 따라 터미널 운영자도 책임제한이 가능할 것이다.

VI. 담보특약의 약관규제법 적용여부(서울고법 2012.10.25선고2012나7207판결)

1. 사실관계

원고(해상보험회사)와 피고(선주)는 선박보험을 체결하였다.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면서 인도양의 일정해역 안에서만 항해하여야 한다는 항해구역 담보특약이 보험약관에 포함되어있었다. 위 허용된 항해구역을 벗어난 지점에서 냉동화물 운반선이 침몰하고 어획물도 멸실되었다. 보험자는 담보특약위반이기 때문에 선박이 항해구역을 벗어난 시점으로부터 보험계약은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피고는 담보특약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의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실임에도 보험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자는 담보특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2. 법원의 판시내용
외국적인 요소가 있는지 여부는 거래당사자의 국적뿐만 아니라 주소, 물건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한다. 보험의 당사자는 모두 대한민국 법인이기는 하나 (중략) 선박은 조업을 위하여 인도양 등을 항해하는 선박이고, 이 사건 사고는 역시 남빙양에서 발생하였으므로 물건의 소재지나 보험사고의 발생지가 대한민국의 영해가 아니라는 점, 이 사건 각 보험증권, 그 약관 등도 모두 영어로 작성된 점, 보험금도 미화로 정해진 점, 준거법도 영국법으로 정해진 점을 종합하여보면 이 사건은 외국적 요소가 있다고 보이고, 따라서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국법 준거약관은 오랜 기간 동안에 걸쳐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이 되어 온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당사자 간의 거래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익규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유효하므로(대판 1996.3.8., 95다28779), 이 사건 선박보험의 성립과 효력, 그로 인한 원고의 보험금 지급의무의 발생 여부 등 모든 법률관계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정한 바에 따라 영국의 법률과 관습이 적용된다(피고는 이 사건 선박보험이 내국인 사이에 체결되는 등 모든 요소가 오로지 대한민국과 관련되므로 위 준거법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에 따라 이 사건 선박보험에는 대한민국의 강행법규가 적용되어야한다고 하나, 이 사건 선박보험에 외국적 요소가 있다).

3. 평석
우리 대법원은 해상보험에서 영국준거법 및 담보특약에 대하여도 영국준거법에 따라 그 효력을 인정한다. 담보특약의 엄격성은 지나쳐서 아주 작은 사항의 위반이라도 보험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는 사항이라도 보험자는 면책된다. 대법원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을 적용하여 담보특약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보험자는 담보특약위반의 효력을 피보험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을 두차례 내린 바있다(대판 2001.7.27., 99다55533, 2010.9.9., 2009다105388). 그런데, 어떠한 근거에서 영국법이 준거법임에도 일부사항에 대하여만 한국법을 적용하는지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본 판결은 한국 피보험자와 한국의 보험자사이에도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영국법이 준거법이 되기 때문에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이 적용되지 않아서 우리 나라의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이 없다고 판시한 점에 의의가 있다. 결국 한국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위반은 문제되지 않고 피보험자의 담보특약위반으로 보험자는 면책되는 결과가 되었다.

VII. 상법 제814조의 재판상 청구의 범위 (서울고법 2012.4.3.선고2011나37553판결)

1. 사실관계

원고 운송인(임대인)은 소외 회사(임차인)에게 컨테이너에 대한 리스계약을 체결하여 리스료 채권을 가지고 있고 소외회사는 피고에게 운송계약에 따른 운송료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원고는, 자신의 소외회사에 대한 미지급 리스료 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소외 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위 운송료채권에 대하여 채권가압류신청을 2009.3.17.하여 3.19. 채권가압류결정이 내려졌다. 한편, 운송료채권이 발생한 운송물의 인도는 2008.10경에 이루어졌다.
원고는 소외회사의 피고에 대한 운송료채권을 근거로 2010.9.14. 비로소 운송료채권 추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피고는 상법 제814조의 1년 제척기간이 넘어서 제기한 소송이기 때문에 제척기간도과로 소는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채권가압류도 제814조의 '재판상 청구'에 포함되기 때문에 운송물의 인도일인 2008.10에서 1년이 경과되지 않은 2009.3.에 이것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제척기간은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시내용
(i) 헤이그 비스비 규칙 및 이를 수용한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재판상 청구'의 해석과 관련, 일반적으로 이를 좁은 의미의 소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재판상의 신청 내지 청구를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고, 따라서 소송, 중재, 지급명령의 신청, 중재인 선정의 통지, 민사조정의 신청, 파산신고의 신청, 민사집행법에 의한 배당요구, 소송의 고지, 선주책임제한절차의 참가 등이 모두 해석상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해석되는 점, (ii) 이와 같이 재판상 청구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이상 재판상 청구에는 소 제기 이외에 채권자가 채무자인 운송인에 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에 준하는 절차에 의하여 명확히 권리를 행사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까지도 포함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에는 제척기간이 준수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점, (iii) 상법 제814조 제1항 소정의 제척기간은 1년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단기간으로 보이는 점등을 종합하여 보면,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재판상 청구에는 이 사건과 같이 채권자인 원고의 가압류신청 및 결정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그렇다면 원고의 운송료 채권에 대한 제척기간의 완성여부는 원고가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운송료채권에 대하여 가압류를 신청한 2009.3.17. 무렵을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운송료채권은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정한다. 원고는 자신이 소외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미지급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소외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운송료채권에 대하여 가압류신청을 운송물이 인도 된지 5개월 만에 하였다. 채권추심에 대한 소제기는 인도 된지 2년에 가까워서야 하게 되었다. 만약 후자의 소를 기준으로 한다면 2년의 제척기간은 도과된 것이 된다. 그러나 법원은 국제조약의 입장 등을 고려하여 제814조 제1항의 "재판상 청구"에 좁은 의미의 소송을 확대해석하여 가압류신청 및 결정도 포함한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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