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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9) 조세법

강석훈 변호사(법무법인(유) 율촌)

I. 개관

2012년에도 대법원은 선례적인 의미를 지니고 향후 과세실무에 상당한 파급력을 지니는 판결들을 다수 선고하였다. 납세자 권리구제에 전향적인 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였으나, 논리적인 정합성과 실질과세의 원칙을 조금 더 앞세운 판단들이 다수 눈에 띄고, 이러한 판례의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2012년에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들의 내용과 의미를 세목 별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II. 조세법 총론

1. 실질과세원칙과 조세법률주의의 관계 :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모회사인 A법인은 자회사인 B법인을 이용하여 C법인의 지분을 취득하였다. B법인은 간주취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기 때문에 계약의 형식만을 따져 자회사인 B법인을 취득세의 납세의무자로 볼 경우, 과세관청으로서는 취득세를 부과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다. 여기서 취득세의 납세의무자를 모회사인 A법인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자회사인 B법인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대상판결은 실질과세원칙이 지방세법상 취득세 납세의무자에 대한 판단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주식의 취득경위와 목적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간주취득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설립된 자회사 B법인이 아니라 실질적인 귀속주체인 모회사 A법인이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원칙과 조세법률주의를 대립적인 관계로 파악하여 왔고, 이에 따라 조세회피행위에 대한 규제수단으로서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는 데 다소 소극적이었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7두26629 판결 등). 그러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실질과세원칙과 조세법률주의와의 관계를 대립·긴장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정의하는 한편, 명목회사를 세법상 무시하고 그 거래의 이면에 있는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할 수 있다고 보았다. 사법상 유효한 행위인 경우에도 조세회피행위에 대해서는 실질과세원칙이 적극적으로 적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대상판결은 실질과세원칙과 조세법률주의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거래의 재구성이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한 판단의 기준점을 새로이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다만,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실질과세원칙을 이유로 함부로 납세의무자의 범위를 확장하거나 거래형식을 부인하는 경우 조세법률주의가 형해화되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은 언제든지 경계하여야 할 문제일 것이다.
2. 위헌결정된 법률에 근거한 과세처분의 집행을 위한 체납처분의 효력 : 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0두10907 판결
과세부과처분의 근거규정뿐 아니라 집행처분의 근거법률에 대해서도 위헌결정이 내려진 경우에 집행처분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한 선례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과세부과처분 근거규정에 대해서만 위헌결정이 내려진 상황에서 여전히 유효한 집행근거 법률에 따라 행해진 압류처분의 효력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바 없었다.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판단이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조세부과처분의 근거였던 법규정이 위헌결정 되었다면 해당 위헌결정 이후에 조세채권 집행을 위한 새로운 체납처분에 착수하거나 속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그에 위배하여 행해진 체납처분은 그 사유만으로 하자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과세처분이 위헌결정된 법률에 근거했을 때 그 후속절차가 허용될 것인가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선례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하자승계이론 등을 근거로 여전히 반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헌법의 최고규범성과 납세자의 권리보호를 앞세워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3.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세액의 범위 :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두4855 판결
국세에 대한 증액경정처분이 이루어진 경우에 대하여, 대법원은 ① 당초 신고나 결정은 증액경정처분에 흡수되어 소멸하므로 원칙적으로 증액경정처분만이 항고소송의 심판대상이 되고, ② 납세자는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당초 신고나 결정에 대한 위법사유도 함께 주장할 수 있으나, ③ 확정된 당초 신고나 결정에서의 세액에 관하여는 취소를 구할 수 없고 증액경정처분에 의하여 증액된 세액의 범위 내에서만 취소를 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8두22280 판결 등).
대상판결은 기존의 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당초의 신고나 결정이 언제 어떻게 '확정'되는 것인가를 세분화하였다. 대상판결은 당초의 신고나 결정이 확정되는 사유로 '불복기간의 경과' 외에도 '경정청구기간의 도과'라는 사유가 포함됨을 분명히 하였고, "경정청구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증액경정처분이 있었다면 증액경정처분에 의하여 증액된 세액뿐만 아니라 당초 신고한 세액에 대해서도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2004사업연도의 법인세에 대한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하기 전인 2006. 1. 15.에 증액경정처분이 있었던 이상, 납세자는 증액된 세액뿐만 아니라 당초 신고한 세액에 대해서도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신고납세행위와 증액경정처분 사이의 관계를 법률적으로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납세자가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과 범위를 조금이나마 확장하였다. 이처럼 법리적 정합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동시에 달성하였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4. 가산세 산출근거의 하자 : 대법원 2012. 10. 18. 선고 2010두12347 전원합의체 판결
국세기본법이나 개별 세법 어디에도 가산세 부과처분의 납세고지 방식에 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본세와 함께 부과하면서 세액만 병기하고, 가산세의 종류가 여러 가지인 경우에도 그 합계액만 표시하는 것이 가산세 부과와 관련된 오랜 실무관행이었다. 그 결과 납세고지서를 받은 납세자는 따로 법률 규정을 확인하거나 과세관청에 문의하지 않으면 가산세의 산출근거를 알 수 없는 문제가 있어 왔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과세실무에 경종을 울렸다. 대상판결은 적법절차의 원칙에 기반하여, 본세와 가산세를 함께 부과하는 경우 ① 납세고지서에 본세와 가산세 각각의 세액과 산출근거 등을 구분하여 기재해야 하고, ② 여러 종류의 가산세를 함께 부과할 때에는 가산세 상호 간에 종료별로 세액과 산출근거 등을 구분하여 기재함으로써 납세자가 납세고지서 자체로 각 과세처분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에 대해서는 자의를 배제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게 하여 조세행정의 공정을 기하고, 납세자에 대해서는 절차적 권리를 강화시키고 불복신청의 편의를 주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을 근거로 가산세 부과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과세관청으로서는 형식적 하자를 보완하여 동일한 처분에 이를 것이므로(특례제척기간의 적용을 받아 사실상 제척기간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대상판결을 통해 납세자가 실질적으로 입게 되는 혜택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과세실무와 관련해서 대상판결이 지니는 중요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이유다.

III. 소득세 및 법인세

1. 소득금액변동통지의 처분성 및 불복방법 :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09두14439 판결
대법원은 2006. 4. 20. 선고 2002두1878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세관청의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조세행정처분이라고 판시함으로써, 소득금액변동통지 자체를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 있게 하였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뒤따르는 징수처분을 불복대상으로 삼아 원천징수세액의 존부와 범위에 대하여 다툴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실무상 견해의 대립이 있어 왔다.
대상판결은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대한 하자는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대한 항고소송을 통해 다투어야 하고, 징수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는 징수처분 고유의 하자를 다툴 수 있을 뿐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따른 납세의무의 존부와 범위를 다툴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소득금액변동통지로 인한 원천징수의무를 다투는 방법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명백하게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자승계의 법리상 소득금액변동통지의 처분성을 인정하게 되면 선행처분인 소득금액변동통지가 당연무효가 아닌 한 그 하자가 후행처분인 징수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이 2006년의 전원합의체 판결과 논리적으로 일관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대상판결에 따를 경우 납세자가 과세처분에 대하여 다툴 수 있는 수단이 줄어들게 되어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소홀해지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소득금액변동통지의 처분성을 인정한 당초의 취지가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직접적으로 납부를 요구하는 납세고지와 차이가 있다는 점, 일반인들로서는 소득금액변동통지가 가지는 세법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소득금액변동통지와 관련해서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조세조약의 해석에 관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문제 :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948 판결
영국 유한파트너쉽(Limited Partnership, 이하 'LP')은 투자수익에 대한 세부담을 회피하기 위하여 벨기에 법인을 이용하여 한국에 투자하였다. 위 사안에서는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를 영국 LP로 볼 것인지 아니면 벨기에 법인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영국 LP가 이용한 벨기에 법인을 납세의무자로 볼 경우, 한국-벨기에 조세조약 제13조 제3항으로 인해 양도소득세가 한국에서는 과세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의 실질과세의 원칙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이를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대로 적용된다고 천명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에서 계약서상 주식 양도인인 벨기에 법인은 명의자에 불과하고 양도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는 영국 LP이므로, 한국-벨기에 조세조약이 아닌 한국-영국 조세조약에 따라 부동산과다보유법인 주식의 양도소득은 주식의 소재지인 한국에서 과세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실질과세의 원칙을 조세조약의 해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명백한 선례가 존재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실무상 견해의 대립이 있어 왔다. 대상판결은 국내법상 실질과세원칙이 조세조약의 해석기준이 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첫 번째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또한, 대상판결을 통해 법원은 기존의 간주취득세 사건이나(2008두8499 판결) 론스타 양도소득세 사건에서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도관회사를 이용한 조약편승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하였다. 앞으로 과세관청은 외국계 자본의 거래에 대하여 명의에 관계없이 누가 실제 소유자인지를 판단하고, 해당 거래에 적용될 조세조약 역시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외국계 자본이 조세조약상 혜택을 위해 유리한 국가에 회사를 설립하여 국내에 투자하는 방식은 실질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이렇게 부당한 조세회피시도를 차단하고자 하는 대법원의 취지에는 십분 공감한다. 다만, 실질과세의 원칙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과세가 가능하게 되어 조세법률주의를 위배할 수 있으며,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이 저해되어 외국계 자본의 투자가 위축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3. 법인세법상 "접대비"의 범위 :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두14329 판결
법인의 입장에서는 지출한 비용이 접대비로 분류되는 경우 법인세법 제25조에서 규정하는 일부만이 손금에 산입되므로 세무상 불이익을 입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납세자인 법인의 입장에서 접대비의 구별 기준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과세실무상 접대비와 다른 비용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고, 이에 과세관청은 명확히 손금에 산입되어야 할 판매부대비용, 광고선전비, 복리후생비 등을 제외하고, 그 판단이 애매할 때에는 접대비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대상판결에서도 하도급업체가 원도급업체와의 약정에 따라 대신 부담한 공상처리비가 접대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고, 과세관청은 하도급업체가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계약특수조건에 따라 지급의무가 없는 사고보상비 등을 지급한 것이므로 위 공상처리비를 접대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법인이 수익과 직접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은 섣불리 이를 접대비로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전제에서, 공상처리비는 하도급계약에 따른 원고의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으로서 이를 접대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이 접대비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판단함으로써 납세자인 법인들이 사업을 위해 비용을 지출하고도 손금에 산입되지 않아 과도한 세금을 부담하는 경우에 대하여 구체적 타당성의 입장에서 제한을 가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거래관계의 실질적인 내용에 주목하여 조세정의에 부합하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만, 대상판결은 접대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수익관련성'만을 제시하였고 '통상성'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다른 대법원 판결을 통해 추가적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V. 부가가치세

1. 본·지점 거래의 공통매입세액 안분과 사업장 과세원칙의 적용 :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두23170 판결
A법인은 서울에 본사, 수원에 지점을 두고 있는 부가가치세법상 총괄납부승인을 받은 사업자이다. A법인의 수원지점은 방화문 등을 생산하기 위한 원재료 등을 매입하여 방화문 등을 제조한 후 일부는 직접 판매하고(전부 과세사업), 대부분은 주사업장인 본점에 제조목적으로 공급하여 왔다. A법인의 서울본점은 수원지점으로부터 공급받은 방화문 등을 이용하여 건설사로부터 하도급 받은 설치공사 등을 시공하였는데, 이 중 일부는 국민 주택 건설 용역에 공급되었다(과세, 면세사업 겸영).
A법인은 부가가치세 예정신고 당시 본점에서는 본점의 과세부문 매출세액에서 본점 자신의 과세매출 관련 매입세액을 차감한 약 2억 원을 본점의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으로 신고하였고, 수원지점에서는 지점 자체의 매출세액에서 지점 전체의 매입세액을 차감한 약 3억 7천만 원을 수원지점의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으로 각각 신고한 후, 이를 총괄하여 1억 7천만 원을 본점에서 총괄하여 조기환급 신고하였다.
과세관청은 지점의 매입세액을 공통매입세액으로 보고, 본점과 지점의 총 공급가액 대비 본점의 면세 공급가액 비율을 곱한 금액에 대하여 환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다. 과세매출만이 존재하는 수원지점이 제조한 재화를 이용하여 과세사업과 면세사업을 같이 영위하는 서울본점이 면세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사업장 과세의 원칙에 따라 수원지점의 입장에서 매입세액공제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수원지점에서 생산된 재화 중 일부가 서울본점으로 이전되어 면세용역에 사용되더라도 수원지점 입장에서는 그 전부에 대하여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과세관청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아 수원지점에 대하여 궁극적으로 면세에 전용된 부분과 관련하여 수원지점의 매입세액 중 일부를 불공제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2 이상의 사업장이 있는 사업자가 자기 사업과 관련하여 생산 또는 취득한 재화를 타인에게 직접 판매할 목적이 아니라 다른 사업장에서 원료·자재 등으로 사용·소비하기 위하여 반출하는 경우 그것이 재화의 공급으로 의제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 재화가 비과세사업에 사용되었다고 할 수 없으며, 부가가치세는 사업장 과세의 원칙에 따라 사업장마다 납부하여야 하고 원칙적으로 각 사업장 소재지가 납세지가 되며 각 사업장은 과세 상 독립된 장소적 단위가 되므로, 수원지점의 공통매입세액 중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하는 면세사업 등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원지점만의 총공급가액에 대한 면세공급가액 등의 비율에 의하여 안분계산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의 결론만을 볼 경우 마치 과세의 공백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업장 과세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사업장 안에서의 재화의 이동을 자가공급(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15조 제1항 제1호)이라고 하여 별도로 과세하도록 하여 전체적으로 볼 때 과세의 공백이 없도록 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자가공급 규정을 활용하게 되면 지점에서는 매입세액을 전부 공제 받지만, 본점에서는 해당 매입세액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제품의 면세사업 전용 부분을 추가로 재화의 공급으로 보아 과세하므로 매출세액이 늘어나 사업자 전체로 보면 균형이 맞게 된다. 즉, 사업장과세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과세관청이 우려하는 과세공백은 발생하지 않게 된다. 이처럼 대상 판결은 조세법률주의와 부가가치세법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구체적 타당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V. 상속세 및 증여세

1. 고가양도에 따른 이익의 증여의제와 소득과세 우선원칙 :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두3200 판결
비상장법인인 A법인의 주주들은 2006. 3. 13. 세법상 특수관계가 없는 B법인에게 A법인의 주식을 고가에 양도하고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과세관청은 A법인의 주주들이 주식을 고가로 양도함으로써 B법인으로부터 이익을 분여받은 것으로 보았고, 이에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6. 12. 30. 법률 제81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상증세법)에 따른 보충적 평가금액과 양도가액의 차액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한편 양도소득세를 감액경정하였다.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12. 1. 11. 선고 2011누21623 판결)은 A법인의 주주들에 대한 증여세 과세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고가양도의 경우 양도인에 대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의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하는데, 구 상증세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소득과세 우선 원칙'에 비추어 볼 때, 2007. 12. 31. 이전에 발생한 고가양도의 경우 그 양도차익이 소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이상 양도소득세만 부과될 수 있고 증여세가 부과될 수 없다는 것이 원심판결이 내세운 근거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A법인의 주주들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① 증여세와 양도소득세의 과세요건에 모두 해당할 경우 양자의 중복적용을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어느 한 쪽의 과세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② 구 상증세법 제2조 제2항은 양도소득세와 증여세의 중복적용을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에 해당하지 않으며, ③ 고가양도에 있어서 증여세 부과처분과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은 과세대상을 달리하여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상증세법 제2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러한 판단의 근거이다.
우선, 대상판결이 원용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는 납세의무의 성립 요건과 시기 및 납세의무자를 서로 달리하는 것이어서, 각각의 과세요건에 모두 해당할 경우 양자의 중복적용을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어느 한 쪽의 과세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라는 법리는 저가양도에 대한 판단이었다. 증여세와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일치하는 고가양도의 경우와 달리, 저가양도의 경우 증여세와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각각 양수인과 양도인으로 달라지게 되므로 양도소득세와 증여세의 이중과세 문제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저가양도에 대한 법리를 고가양도의 사안에 그대로 적용한 것은 과세 상황을 오인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대상판결의 결론에 따르면 소득과세 우선원칙이 형해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상판결의 설시와 같이 고가 양도인에 대한 증여세 부과가 상증세법 제2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사실상 상증세법 제2조 제2항이 적용되는 경우란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는 곧 과세관청 입장에서 동일한 소득에 대하여 유리한 방향으로 임의로 특정 세목을 선택하여 과세하는 것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됨을 의미한다.
2007. 12. 31. 법률 제8825호로 개정된 소득세법 제96조 제3항 제2호를 통해 2008. 1. 1. 이후의 고가양도부터는 소득구간을 나누어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이중과세 문제가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다만, 대상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례의 일반론이 단순히 적용될 수 없는 고가양도에 대하여 소득세법과 증여세법의 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없이 단순히 기존 판례의 결론에 맞추어 내려진 판단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VI. 지방세

1. 신탁재산의 지목 변경으로 발생한 취득세의 납세의무자 :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두2395 판결
신탁관계에 있어서 수탁자가 대외적으로나 위탁자와의 관계에서 신탁재산의 소유권을 가지지만, 신탁수익의 최종적인 귀속자는 위탁자라는 점에서 수탁자와 위탁자 중 누가 납세의무를 부담할 것인가가 항상 문제되어 왔다.
대상판결은 신탁법에 의한 신탁으로 수탁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토지와 관련하여, 해당 토지의 지목을 사실상 위탁자가 변경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변경으로 인한 간주취득세의 납세의무자는 수탁자라고 판단함으로써, 신탁관계에 있어 토지가치의 증가분에 관한 간주취득세의 납세의무자를 둘러싼 종래의 논의를 정리하였다.
취득세는 재산의 취득에 따른 보유가치의 증가가 아닌 취득사실 자체를 포착하여 부과되는 세금이다. 따라서 취득세의 납세의무자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수탁자가 취득한 재산의 가치가 최종적으로 위탁자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별도로 고려할 필요가 크지 않다. 따라서 토지 지목의 사실상 변경으로 인한 토지가액의 증가분을 취득하게 된다는 사실관계 아래에서는, 위탁자가 그 변경행위에 비용을 부담하였다는 사정과 상관 없이 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의 결론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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