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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6) 공정거래법

홍대식 교수(서강대 법대)

2012년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의 해석, 적용과 관련하여 그 동안 논의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법리로 확인되지 못했던 쟁점에 대하여 대법원이 처음으로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는 판결 또는 반복하여 등장하는 쟁점에 대하여 기존에 정립된 법리의 내용을 더 구체화하고 명확하게 하거나 그 적용 모습을 보다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판결이 다수 선고되었다. 필자는 이 글을 매년 연재하면서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에 관한 대법원 판결 중 판례공보에 게재된 것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으나, 이번에는 그 범위를 공정거래법뿐만 아니라 법명에 '거래공정화' 또는 '공정화'라는 표현을 포함하고 있는 공정거래특별법에 관한 대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확대하였다. 아래에서는 2012년에 선고된 대표적인 재판례의 쟁점과 판시 내용을 소개하면서 간략한 해설 및 평석을 덧붙이기로 한다. 대상 판결의 선정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대법원 판결 다이제스트"라는 제목으로 격월로 발간되는 경쟁저널에 연재하는 글에서 소개한 것을 참고로 하였다.

1. 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 쟁점

가.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한 관련시장 획정의 필요성과 그 방식-수입차 딜러 사건(대법원 2012.4.26. 선고 2010두11757 판결, 대법원 2012.4.26. 선고 2010두18703 판결)

대법원은 종전부터 부당한 공동행위의 판단의 전제로서 획정하는 '관련시장'은 거래대상인 상품의 기능 및 효용의 유사성, 구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경영의사결정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부당한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해서는 관련시장 획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반하여 공정위가 예규 형식으로 제정, 운용하는 구 '공동행위 심사기준'에서는 경성 공동행위와 연성 공동행위를 나누어 전자의 경우에는 관련시장 획정을 전제로 한 구체적인 시장상황에 대한 심사 없이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공정위 역시 대부분의 사건에서 관련시장 획정을 전제로 판단해왔고 이 사건에서도 그와 같은 판단 하에 수입차 딜러들에게 행정처분을 하였으나, LEXUS 수입차 딜러와 BMW 수입차 딜러가 각각 제기한 불복소송 진행 중에 관련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는지에 따라 경쟁제한성의 인정 여부나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선결문제로서 가격담합의 경우에 관련시장 획정이 반드시 필요한가 하는 점이 다투어졌다. 이에 대하여 두 사건의 원심 모두 관련시장 획정을 전제로 판단하였으나, LEXUS 수입차 딜러 사건에서는 통상적인 관련시장 획정 기준을 적용하여 관련시장을 공정위보다 넓게 획정한 후 경쟁제한성을 부정한 반면, BMW 수입차 딜러 사건에서는 행위의 대상 및 사업자의 의도, 공동행위가 이루어진 영역 또는 분야 등과 같이 공동행위 자체에 존재하는 특성들을 고려하는 독자적인 관련시장 획정 기준을 적용하여 공정위와 같이 관련시장을 좁게 획정한 후 경쟁제한성을 인정하였다.
사건의 배경과 쟁점이 사실상 동일함에도 하급심에서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두 사건을 놓고 대법원은 우선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관련시장을 반드시 획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여 관련시장 획정 필요성 여부에 대한 논란에 대한 명확한 법리를 제시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독자적인 관련시장 획정 기준을 적용한 BMW 수입차 딜러 사건의 원심이 제시한 고려요소의 경우 관련시장 획정 그 자체를 위한 고려요소라기보다 관련시장 획정을 전제로 한 부당한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을 평가하는 요소들에 해당한다고 지적하여, 이런 방식으로 관련시장을 획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상품의 기능 및 효용의 유사성, 구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등을 고려요소로 하는 통상적인 관련시장 획정 기준을 따른 LEXUS 수입차 딜러 사건에 대하여는, 관련시장을 획정하고 그 이유 내지 근거를 증명할 책임은 처분청인 공정위에 있음에도 원심이 그가 채택한 증거들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사실에 근거하여 관련시장을 획정한 후 공정위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하였다. 결국 대법원의 판시에 따르면, 부당한 공동행위 해당 여부 판단을 위해서는 통상적인 관련시장 획정 기준에 따라 관련시장을 획정하여야 하지만, 관련시장 획정은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공정위가 주장하는 사실을 대상으로 증명책임이 있는 공정위의 증명을 기다려 판단할 문제이지, 법원이 제출된 증거들을 기초로 하여 직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나. 행정지도에 따른 행위와 공정거래법 제58조의 적용제외-보험사의 단체상해보험 사건(대법원 2012.5.24. 선고 2010두375 판결, 대법원 2012.6.14. 선고 2010두10471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행정지도에 따른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58조의 정당한 행위에 따른 적용제외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과 관련된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이를 이 사건과 같이 정부기관이 제도 개선을 위하여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합의가 일어나는 상황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사건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경쟁하는 단체상해보험시장에서 제도적 문제점이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이 제도 개선을 위하여 보험사들의 의견 개진을 요청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보험사들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협의를 하게 된 일이 배경이 되었다.
대법원은 금융감독원이 의견청취 절차 등을 통하여 보험사들의 의견 수렴을 요청함으로써 이 사건 합의에 관여하기는 하였으나 보험사들로 하여금 이 사건 합의를 할 것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금융감독원의 보험사들에 대한 감독의 근거가 되는 보험업법의 해당 규정들이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법률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 행위가 행정지도에 따른 행위라고 하더라도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이 유사한 상황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이와 같이 엄격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기관과 관련 업계가 협력적 행정 실현의 일환으로 업무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주의하여야 할 점이다. 또한 이 사건에서는 정부의 정책 또는 법집행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사업자의 행위의 적용제외에 관한 미국의 노어-페닝턴 면제 법리에 기초한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이 주장은 명시적으로 배척되었다.

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는 공정거래법 및 동 시행령에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자진신고 또는 조사협조한 자로서 일정한 요건, 특히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단독으로 제공한 최초의 또는 두 번째 자'라는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과징금 및 시정조치를 감면하도록 한 규정에 근거한 제도이다. 공정위가 운영하고 있는 감면고시에 의하면, 당사자의 감면신청서 제출→공정위 사무처장의 자진신고자 등 지위확인→위원회의 최종적 심의·의결의 절차를 거친다. 대법원에서는 이 제도와 관련된 적용 법령의 결정, 감면불인정 통지의 행정처분성에 관한 법리가 정립되었다.
이 제도에 의하여 감경 또는 면제되는 자의 범위는 시행령 일부 개정령 시행(2007. 11. 4.)으로 최초의 또는 두 번째 자에 한정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는데, 대법원은 시행령 부칙에서 '이 영 시행 후 자진신고 또는 조사협조를 하는 자부터 적용된다'고 규정한 것에 근거하여 적용 시행령 결정은 자진신고 또는 조사협조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였다. 그에 따라 구체적 사건에서 시행령 개정 후에 3순위 이하로 조사에 협조한 자에게 개정 시행령을 적용하여 과징금 감면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2.1.27. 선고 2010두24227 판결).
또한 대법원은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법리에 기초하여, 공정위에 감면신청을 하였음에도 그 지위확인을 받지 못하고 감면불인정 통지를 받는 경우에는 시정조치 및 과징금의 감면 등의 법률상 이익을 누릴 수 없게 되므로, 공정위의 감면불인정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2.9.27. 선고 2010두3541 판결).

2. 불공정거래행위, 거래공정화법 위반행위 관련 쟁점

불공정거래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중에서 가장 적용 빈도가 높은 행위 유형이다. 불공정거래행위는 주로 사업자의 단독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또한 공정위가 그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법률 중에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거래공정화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공정화법")과 같이 '거래공정화' 또는 '공정화'라는 용어를 포함하고 있는 법률들이 있는데, 이들 법률에서 금지하는 행위 유형은 기본적으로 불공정거래행위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함께 다루기로 한다.

가. 거래거절 행위
국내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는 치료기를 공급하는 사업자인 원고가 그와 거래하던 판매사업자에 대하여 경쟁사 제품을 취급하고 유사제품을 자체 개발하여 판매하였다는 이유로 거래를 중지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판매사업자가 거래거절 이후 치료기의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실제로 총 매출액의 40%를 차지하고 있던 치료기의 판매영업을 중단하게 된 점에 근거하여 이 사건 거래거절이 판매사업자의 거래기회를 배제하여 그 사업 활동을 곤란하게 한 행위로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2.5.9. 선고 2010두24098 판결). 이러한 판단은 거래거절행위의 부당성 유무를 판단할 때 당사자의 거래상 지위 내지 법률관계, 상대방의 선택 가능성 ·사업규모 등의 시장상황, 그 행위의 목적·효과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도록 한 기존 법리에 충실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계약이 독점적·전속적 공급계약에 해당하여 판매사업자의 경쟁사 제품 취급이 계약위반이고 판매사업자가 개발한 것이 유사제품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원고의 거래거절에 이 사건 치료기의 영업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거나 거래거절 이외의 다른 대응방법으로 대처함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행위자에게 유리한 사정으로서 그 행위의 원인이 된 사업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도 공정한 거래질서의 관점에서 평가하여 고려함으로써 거래거절행위를 포함한 불공정거래행위의 부당성을 전체적으로 판단하는 대법원의 판단방식을 보여준다. 대리점 계약 해지가 문제된 다른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그 행위가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거래거절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행위자가 이 사건 대리점 계약을 해지한 것이 합리적인 경영상 필요가 있다는 점에 관한 별다른 주장 및 입증이 없는 점도 참작한 사정으로 열거하였다(대법원 2012.6.14. 선고 2010다26035 판결).

나. 사업활동방해 행위
컨테이너 전용장치장 운영사업자 사건(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4858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두4896 판결 등)에서, 컨테이너 육상운송업을 겸하던 전용장치장 운영사업자인 원고들이 자가운송사업자의 시장 진입 후 화주가 전용장치장에 보관되어 있던 컨테이너를 자가운송으로 반출하는 경우에는 운송을 위임받은 자가운송업자로부터 운송관리비를 징수한 행위가 문제되었다. 공정위는 경쟁사업자인 자가운송업자로부터 이러한 비용을 징수할 근거가 없다고 전제한 후, 이러한 비용 징수는 경쟁사업자의 비용을 증가시켜 영업활동을 어렵게 함과 아울러 운송비 가격경쟁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자가운송업자의 고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운송관리비는 원고들이 전용장치장의 설치에 투자된 비용과 운영·관리 비용을 회수하기 위하여 징수한 것으로서, 비용 발생의 원인자가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수익자부담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사업자의 어떤 행위가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이나 경쟁관계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그 행위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에 비추어 허용될 수 있는 행위인지를 먼저 엄밀하게 따져보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다. 부당한 지원행위
자동차 회사인 원고들이 계열회사로부터 그의 경쟁사인 비계열회사가 판매하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동차용 강판을 구매한 행위가 문제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부당한 지원행위 판단에 관한 기존의 법리에 기초하여 그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판시를 하였다(대법원 2012.10.25. 선고 2009두15494 판결). 이 사건에서는 계열회사의 경우 자동차용 강판의 원재료가 되는 열연코일 등의 대부분을 외국 업체로부터 수입하여 조달하게 되어 비계열회사보다 원재료 조달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었음에도, 원고들로서는 비계열회사로부터 필요한 물량을 공급 받기 어려워 계열회사의 공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내부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원고들의 구매 가격은 정상가격보다 높은 가격이라고 인정하면서, 그와 같이 높은 가격으로 구입한 데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 거래가 계열회사에게 현저히 유리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별도의 판단은 없었고, 지원행위의 부당성은 거래기간과 규모에 근거하여 정형적으로 인정되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할 때, 정상가격은 급부와 반대급부가 현저히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으로서, 비교기준이 되는 거래가격이 동일한 경제적 급부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형성되었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실제 거래가격이 비교기준이 되는 가격과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거래 상황이 다르다면 정상가격의 범주를 탄력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계열회사의 판매가격이 높게 형성된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계열회사로부터 그 가격에 필요한 물량을 공급 받게 된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들이 구입한 가격이 정상가격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최근에 부당한 지원행위 규정의 요건 및 입증책임의 구조와 대법원의 엄격한 법리 때문에 과소규제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공정위의 논리에 기대어 진행되고 있는 부당한 지원행위 관련 법 개정 작업에도 참고가 되어야 할 것이다.

라. 거래공정화법 위반행위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 해당 여부가 문제된 사건(대법원 2012.2.23. 선고 2011두23337 판결)에서는, 일정한 요건에 해당할 경우 하도급대금 결정행위의 부당성을 간주하고 이를 조각하기 위해서는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를 주장·증명하도록 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하도급거래공정화법 규정의 해석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규정은 부당하게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정착하려는 데 입법취지 및 목적이 있다고 전제하고, 법문에 충실하게 정당한 사유란 원사업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공사현장 여건, 원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 또는 수급사업자의 귀책사유 등 그 행위를 정당화할 객관적·합리적 사유를 말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구체적 사안에서는 원사업자인 원고가 지명경쟁입찰에 의한 낙찰자 선정 방식에 대한 내부방침을 정한 후 그 방침에 따라 재입찰을 실시하였는데, 대법원은 입찰 참여업체에 사전에 알리지 않고 재입찰을 한 것은 원고의 내부적 사정에 불과하여 객관적·합리적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는 법문에 충실한 해석, 적용이라고 할 수 있으나, 향후 이처럼 경직된 구조를 갖는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는 사업자로서는 사업상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도 그 절차와 내용이 정당성을 갖는 것인지를 개별적,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향후의 법적 위험에 대비하여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사업자에게 법이 정한 절차와 내용을 준수하도록 하는 유인이 될 수도 있지만, 까다로운 법적 규제를 받는 사업방식을 회피하게 되어 그 사업방식을 기초로 이루어진 거래관계 자체가 감소되는 의도하지 않은 위축효과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
경직된 구조를 갖는 규정은 공정위의 판단 재량을 축소하기도 한다.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상 가맹계약해지의 제한 규정의 적용이 문제된 사건이 그러한 사례이다(헌법재판소 2012.2.23.자 2010헌마75 결정). 이 규정은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 가맹점사업자에 대한 2회 이상의 사전 서면통지의무를 부과하면서, 가맹사업의 거래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 예외를 인정하지만 예외 사유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구체적 사안에서 공정위는 매출액의 현저한 감소와 관련된 가맹본부의 약정 해지사유가 정당하다고 보아 재량으로 무혐의처분을 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법에 정한 계약해지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시행령상의 계약해지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정위의 처분은 자의적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 공권력행사라고 판단하였다.

3. 공법적 쟁점과 과징금

가. 공법적 쟁점

공정거래법과 그 특별법은 그 요건에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거나 법으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기술적·전문적인 용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행령과 같은 법규명령 형식이 아니라 공정위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하는 경우에 대하여는, 비록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근거 규정이 있지만, 헌법에는 명시적인 근거가 없어 그 허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다. 표시광고공정화법에서 '표시·광고에 포함하여야 할 사항과 방법'을 공정위 고시에 직접 위임한 규정의 위임형식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 규정에 대한 해석을 기초로 이 쟁점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였다(헌법재판소 2012.2.23.자 2009헌마318 결정).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이므로, 입법자는 규율의 형식을 선택할 수 있고, 법률이 어떤 사항을 행정규칙에 위임하더라도 일정한 제한 내에서 그것은 국회입법의 원칙과 상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종전 대법원 판례는 공정위의 경고는 공정거래법상 시정조치 유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으나, 공정위가 경고를 받은 경우를 벌점 부과 대상으로 하고 과징금의 부과 및 가중사유에 반영함으로써 경고의 침익적 성격이 분명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하급심법원에서 경고를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는 판결이 나오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헌법재판소는 경고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통한 구제절차가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를 거치지 않고 제기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2.6.27.자 2010헌마508 결정).

나. 과징금
과징금과 관련해서는, 매출액 산정의 전제가 되는 관련 상품 또는 용역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기존 법리에 기초하여, 기본제품의 가격을 기준으로 일정한 특성의 추가 여부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 제품의 경우 그 매출액이 관련 매출액에 포함된다고 판단하거나(대법원 2012.1.27. 선고 2010두24227 판결), 범용규격 제품의 판매가격을 합의하면서 특수규격 제품의 판매가격에 관하여 합의하였다거나 범용규격 제품의 판매가격 합의가 특수규격 제품의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특수규격 제품의 매출액은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판결(대법원 2012.3.29. 선고 2010두27110 판결), 낙찰예정자 및 투찰가격에 관한 합의는 그 성격상 경쟁제한 효과만 발생시킬 뿐 다리 효율성 증대 효과를 가져 오지 않는다는 점에 근거하여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분류하는 공정위의 내부 운영지침에 따른 위반행위의 중대성 판단에 기초한 과징금 산정이 비례원칙 또는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한 판결(대법원 2012.9.27. 선고 2012두11546 판결) 등이 있었다.

4. 손해배상소송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해서는 2011년의 군납유류 입찰담합 사건 이후 또 하나의 중요한 판결로 밀가루 가격담합 사건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대법원 2012.11.29. 선고 2010다93790 판결). 군납유류 입찰담합 사건에서는 원심이 계량경제학적 분석방법을 적용한 감정인의 감정결과를 배척하고 독자적으로 손해액을 산정하여 그 방법론이 손해액 산정의 법리에 부합한가 하는 점이 쟁점이 되었던 데 반하여, 이 사건에서는 원심이 감정인의 감정결과를 채택하였기 때문에 그 당부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감정인의 감정결과는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존중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감정인의 모형 설정을 위한 변수 사용이 단순한 가능성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이를 채택한 원심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고 하였다.
또한 이 사건에서는 담합행위로 인하여 인상된 가격으로 밀가루를 구매한 원고가 밀가루를 원료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제품에 관한 가격 인상을 통하여 인상된 밀가루 가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하였다는 이유로 피고들 자신이 배상할 손해액에서 위와 같이 전가된 손해액 부분을 공제할 것을 주장한 이른바 손해전가의 항변(passing-on defence)의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은 이를 인과관계와 손해배상 범위 판단의 문제로 파악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밀가루와 이를 원료로 한 제품의 가격 인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제품의 가격 인상에 의하여 원고의 손해가 바로 감소되거나 회복되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 또는 단정하기 부족하지만, 제품의 가격 인상을 통하여 부분적으로 손해가 감소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사정을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에 참작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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