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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⑮ 국제거래

유중원 변호사(서울회)

1. 국제거래 개관

국제거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 확대되었다. 이는 1948년 GATT 이후 새로운 WTO 체제가 출범하면서 자유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나 모두 외국투자규제를 완화하여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거래의 범위나 한계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견해를 달리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보면 국제무역거래와 국제금융거래로 나눌 수 있다. 국제무역거래의 경우 이를 규제하는 법률을 살펴보면 기본법이고 실체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민상법에 대해 특별법의 지위에 있는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비엔나협약)이 적용되고, 또한 국제물품거래의 가격조건과 관련해서는 국제적인 상관습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형거래조건(INCOTERMS)이 있으며, 국제무역거래에는 국제운송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므로 국제해상운송과 국제항송운송, 국제복합운송과 관련한 각종 국제협약이 적용되고, 국제간 물품의 이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한 국제운송보험에 적용되는 보험법, 무역대금의 결제를 위한 신용장거래에 적용되는 신용장통일규칙이 있고, 국제거래에 이용되는 어음이나 수표 거래에 적용되는 어음법·수표법 등이 있다.
국제금융거래에 있어서는 그 거래형태를 분류해보면 국제자본거래인 국제대출, 국제중장기대출(텀론), 신디케이트론, 국제채권의 발행 등이 있고, 특수한 국제금융거래로는 국제리스, 파생금융상품의 거래, 프로젝트 파이낸스, 국제팩토링이 있으며, 국제투자거래로는 해외투자 및 기술이전, 기업의 매수·합병(M&A), 프랜차이즈, 지적재산권 등이 있다.
이러한 국제거래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해결과 관련해서는 국제상사중재와 국제소송이 있는데 국제소송의 경우 우선 국제재판관할권이 문제가 된다.

2. 신용장의 본질, 선적서류 매입의 의미, 신용장거래의 독립추상성의 원칙과 예외 등(대판 2009다93817)

가. 개관

이 사건 판결은 신용장 원본을 제시 받지 않고 매입은행이 서류를 매입할 경우 그것이 적법 유효한지 여부, 서류 매입의 경우 매입대금이 실제 지급되었다고 간주될 수 있는 상황은 무엇인지, 신용장거래의 대원칙인 독립추상성의 원칙과 그 예외에 관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판결은 신용장의 개념이나 본질, 매입은행에 의한 서류 매입과 관련한 제6차 개정 신용장 통일규칙 제2조의 규정, 신용장거래의 독립추상성의 원칙과 그 예외 즉 Fraud Rule과 같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판결 역시 여전히 마치 신용장 자체가 매매의 대상인 것처럼 설시하고 있다. 신용장이 아니라 서류가 매매의 대상인데 말이다. 이는 신용장거래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자세한 것은 유중원 저, 신용장(상) 제1편 제3장, 제2편 제5장 제1절, 제1편 제16장 등을 참조)

나. 판결 요지
(1)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제2조와 제9조 제a항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통지은행의 신용장 개설통지란 통지은행이 수익자에게 개설은행의 신용장 개설 사실과 그 내용을 알리는 것에 불과할 뿐 반드시 신용장의 원본 제시나 교부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매입은 단지 지정은행이 '환어음 및/또는 서류' 자체를 매수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매입을 하면서도 신용장 원본의 제시나 교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없다.
(2) '매입(Negotiation)'에 관한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제2조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서류의 매입은 매입을 수권 받은 지정은행이 현금, 계좌입금 등의 방법으로 수익자에게 현실적인 대가를 즉시 지급하거나 대금지급 채무를 부담하는 방법 등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3) 화환신용장에 의한 거래는 본질적으로 서류에 의한 거래이지 상품에 의한 거래가 아니므로, 은행은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선적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지만 확인하면 되고 선적서류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의무까지 부담하지는 않으나, 선적서류가 위조되었을 경우 은행이 위조에 가담한 당사자이거나 또는 서류의 위조 사실을 사전에 알았거나 그와 같이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는 신용장거래를 빙자한 사기거래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은행은 신용장 독립추상성의 원칙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3. 운송주선인의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여부 (대판 2010다102755)

가. 사실관계

(1) 우리나라의 수출자(주식회사 태라)와 홍콩의 수입자(수퍼플루오)는 국제물품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물품대금의 지급조건은 전신환 송금(T/T)이 수입자로부터 수출자에게 이루어진 후 선하증권을 인도하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실제 운송인의 선하증권(B/L) 발행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는 국내의 운송주선인인 피닉스코리아(주)이고 홍콩 현지에서 화물의 인도를 위한 화물인도지시서 등을 발급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는 피닉스홍콩(주)이며, 홍콩 현지의 보세창고업자는 세스페드이다. 그리고 피고 피닉스코리아(주)에서 이 사건 업무를 취급한 직원이 있는데 그는 소외인이라고 칭한다.
(2) 원고(수출자, 매도인)는 수입자가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채 물품을 통관 인도해 가버리자 물품의 무단 인도의 책임을 물어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는 피닉스홍콩(주)와 세스페드와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외인은 이 사건 선하증권의 기재 내용이 "SEAWAY BILL"이라고 인쇄된 용지에 출력한 사본을 피닉스홍콩에 팩스로 송부하였다. 원고는 그로 인하여 홍콩의 보세창고업자인 세스페드가 이 사건 물품에 관해 선하증권이 아니라 상환을 요하지 아니하는 해상화물운송장이 발행된 것으로 잘못 인식하였다는 것이고 또는 선하증권이 발행되었더라도 그 선하증권이 '서렌더'(Surrender)된 것으로 잘못 인식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과 상환 없이 물품을 수입자인 수퍼플루오에게 인도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나. 법원의 판단
소외인의 그러한 송부 행위로 인하여 위와 같은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고찰할 때 통상적이라거나 소외인이 그러한 결과를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위와 같은 결과는 보세창고업자인 세스페드가 물품에 관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이 발행된 것으로 인식하면서, 피닉스홍콩을 통하여 송부받은 사본에 ' □∨BILL OF LADING □SEAWAY BILL'이라고 표시됨과 아울러 '선하증권 박스에 체크된 경우에만 양도 가능한 선하증권으로서 화물이 인도되기 위해서는 선하증권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그와 같은 선하증권의 제시를 배제할 만한 특별한 기재가 없는 상태에서 별다른 확인 없이 이 사건 선하증권이 '서렌더'된 것으로 임의 처리함으로 인하여 초래되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소외인이 이 사건 선하증권의 기재내용을 "SEAWAY BILL"이라고 인쇄된 용지에 출력한 사본을 피닉스홍콩에 송부한 것과 세스페드가 이 사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물품을 수퍼플루오에게 인도함으로써 수출자이자 이 사건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가 수퍼플루오로부터 물품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것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또 원고는 민법 제760조 제2항의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증명책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소외인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고 주장하나, 민법 제760조 제2항의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원심의 판단은 소외인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므로, 이 사건에 민법 제760조 제2항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 평석
이 사건의 경우 법률적 쟁점이라기보다는 사실 관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홍콩의 보세창고업자가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무단으로 물품을 수입자에게 인도한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자는 화물의 멸실을 원인으로 한국에서 선하증권 발급업무를 수행한 운송주선인과 홍콩 현지에서 화물인도지시서를 발급하는 업무를 수행한 피닉스홍콩, 보세창고업자인 세스파드 등이 공동불법행위를 하였다고 하면서 한국에서 피고를 상대로만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소는 홍콩에서 피닉스홍콩과 세스페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해야 하였으나 홍콩에서 소제기를 난감해한 원고가 한국에서 피고를 상대로 소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4. 국제물품공급계약에 있어서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가 모두 성립하는 경우 그 준거법(대판 2009다77754)

가. 사실관계

원고는 우리나라 주식회사이고, 피고는 미국 델라웨어 주법에 의하여 설립된 회사로서 대한민국 서울에 영업소를 두고 있다. 원고와 피고는 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서울에서 선박연료유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에 따라 원고는 피고로부터 항해에 필요한 선박연료유를 공급받았으나 그 연료유의 품질 상 하자로 인해 선박의 엔진이 손상됨에 따라, 원고가 선주회사에 대하여 선박용선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원고가 선주회사에 손해배상을 한 후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나. 판결요지
국제사법 제32조는 제1항에서 "불법행위는 그 행위가 행하여진 곳의 법에 의한다."고 하여 불법행위의 준거법으로 불법행위지법 원칙을 규정하면서도, 나아가 제3항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존재하는 법률관계가 불법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존재하는 법률관계가 불법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경우에 불법행위에 대한 준거법은 불법행위지법이 아니라 침해되는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다. 평석
이 사건 판결은 외국적 요소를 가진 법률관계에서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모두 성립하는 경우 그 준거법은 불법행위지법이 아닌 계약의 준거법에 따라야 한다는 국제사법 제32조 제3항을 적용한 것인데,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가 모두 성립하는 경우 청구권경합설을 취하는 것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확고한 견해임을 고려해 볼 때,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서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모두 성립하는 경우에는 국제사법 제32조 제3항을 적용해야 하는 결과, 언제나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하고 계약책임만을 인정하게 되어 청구권경합설을 취하는 대법원 입장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일 수가 있다. 그러나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대로 이행되지 않아 손해가 발생한 경우 계약책임을 우선적으로 적용할 것을 예견하고 있을 것이어서 비록 그 침해가 동시에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하여도 당사자가 의도한 법률관계의 준거법을 적용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합치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5. 선박소유자의 유한책임과 책임제한의 배제사유(대판 2010마222)

가. 개관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충돌사고와 관련한 사건이다. 삼성중공업이 신청한 책임제한절차가 문제가 된 것이다. 피해자인 피신청인들은 삼성중공업의 책임제한을 인정한 서울 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해 재항고하였고, 대법원은 피신청인들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나. 판결요지
(1) 구 상법 제740조는 선박이란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항해에 사용하는 선박을 이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구 선박법 제1조의2는 자력항행능력이 없어 다른 선박에 의하여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되는 부선도 선박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9조는 상법 제5편 해상에 관한 규정은 상행위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더라도 항행용으로 사용되는 선박에 관하여는 이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선박에 의하여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되는 국유 또는 공유 아닌 부선은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항행하는지에 상관없이 구 상법 제5편에 규정된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의 대상이 되는 선박에 해당한다.
(2) 구 상법 제746조 단서는 '채권이 선박소유자 자신의 고의 또는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관한 것인 때'에는 선박소유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규정에 의하여 책임제한이 배제되기 위해서는 책임제한 주체가 선박소유자인 경우에는 선박소유자 본인의 '고의 또는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가 있어야 하고, 선장 등과 같은 선박소유자의 피용자에게 무모한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구 상법 제746조 본문에 의한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이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구 상법 제750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선박임차인 또는 선박운항자가 책임제한 주체인 경우에도 선박임차인 또는 선박운항자 자신에게 무모한 행위가 없는 한 피용자에게 무모한 행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제한이 배제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박소유자 등 책임제한 주체가 법인인 경우에 대표기관의 무모한 행위만을 법인의 무모한 행위로 한정한다면 법인 규모가 클수록 선박의 관리·운항에 관한 실질적 권한이 하부 구성원에게 이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위 단서조항의 배제사유는 사실상 사문화되고 당해 법인이 책임제한의 이익을 부당하게 향유할 염려가 있다. 따라서 법인의 대표기관뿐만 아니라 적어도 법인의 내부적 업무분장에 따라 당해 법인의 관리 업무 전부 또는 특정 부분에 관하여 대표기관에 갈음하여 사실상 회사의 의사결정 등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의 행위는 그가 이사회의 구성원 또는 임원이 아니더라도 선박소유자 등 책임제한 배제 규정을 적용할 때 책임제한 주체 자신의 행위로 보아야 한다.
(3)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절차와 별도로 선박소유자 등에게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된 경우, 그 소송에서는 책임제한의 배제를 주장하는 채권자가 구 상법 제746조 단서에서 정한 책임제한 배제사유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나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절차는 신청인이 사고를 특정함에 필요한 신청의 원인사실 및 이로 인하여 발생한 구 상법 제747조 제1항 각 호의 구별에 의한 제한채권의 각 총액이 이에 대응하는 각 책임한도액을 초과함을 소명하여야 개시되는데,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절차가 주로 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채무자의 일방적인 주도 아래 개시되는 집단적 채무처리절차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한채권에 대하여 신청인이 소명할 사항에는 당해 채권에 책임제한 배제사유가 없다는 점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다. 평석
사고 선박인 부선 삼성 T 5호를 선박으로 볼 수 없다면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절차의 개시조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자행능력이 없어 다른 선박에 의해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되는 부선도 선박임을 명확히 한 다음, 비록 사고 당시 위 삼성 T 5호가 예인선단의 일시적인 통제범위를 벗어났다 하더라도 선박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책임제한절차의 개시 여부 자체를 다툰 재항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존 대법원 판례 및 해상법, 선박법의 법조항에 충실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 배제사유의 판단기준이 되는 행위주체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1976년 배상책임제한조약을 비준하지는 않았으나, 위 조약 내용을 상법에서 수용하여 책임제한 배제사유로서 선박소유자 자신의 고의 혹은 무모한 행위를 구 상법 제746조 단서에서 규정하였고 개정 상법에서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선박 소유자가 법인일 경우에는 법인의 대표기관의 행위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 대법원 판례는 선박소유자의 피용자나 선장이 무모한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선박소유자의 책임은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선박소유자가 법인일 경우에는 법인의 대표기관의 행위뿐만 아니라 법인의 내부적 업무분장에 따라 사실상 회사의 의사결정 등의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의 행위는 법인의 대표기관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선박소유자가 법인일 경우 책임제한 배제사유의 행위 주체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상세한 것은 유중원 저, 운송증권 제2장 제3절 참조)
또한 대법원은 위와 같은 책임제한 배제사유의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하여서도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절차가 주로 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채무자의 일방적인 주도 아래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책임제한을 신청한 신청인이 책임제한 배제사유의 부존재에 대해서도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6. 수출자와 수입자가 본선인도조건(FOB)으로 국제물품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출자가 수출지에서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운임은 수입자가 화물을 수령할 때 지급하기로 한 경우,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여부(대판 2010마122)

가. 사실관계

이 사건은 중고기계 수출자인 A사가 운송인 C와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A사와 수입자인 B가 간에 체결한 국제물품매매계약에 따라 운임후불조건이 명시된 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이다. 그런데 B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회생관리인과 운송인간에 운임지급에 관해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나. 판결요지
수출자와 수입인이 본선인도조건(FOB)으로 수출입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수입인이 선복을 확보하지 않고 수출자가 수출지에서 선복을 확보하여 운송계약을 체결하되, 운임은 후불로 하여 운임후불로 된 선하증권을 발행받아, 수입인이 수하인 또는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화물을 수령할 때 운송인에게 운임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입인이 수출자에게 자신을 대리하여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권한을 부여하여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해상운송인과 수입인이다.

다. 평석
수출자와 수입자가 해상운송에 관한 FOB조건으로 수출입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수입자가 아닌 수출자가 선복을 선택하여 수출자가 직접 운송계약을 체결한 점에 있어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비록 해상운송계약은 수출자가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입인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 화물을 수령할 때 운송인에게 그 운임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이상, 해상운송계약의 당사자는 수입인임을 명확히 하였다. 수입자가 비록 해상운송계약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FOB조건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고, 또한 운임을 후불로 하는 선하증권이 발행된 이상 수입인이 수출자을 통해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는 것이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7. 일제 강제징용 사건(2009다68620)

가. 개관

이 사건 판결은 2012. 5. 24. 선고된 2009다22549 판결과 함께 선고되었고 그 법적 쟁점이 완전히 일치한다. 다만 국제재판관할권의 인정 여부, 외국판결을 승인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등에 관한 판결요지는 작년에 미리 소개하였다. 이번에는 대한민국과 일본 간 청구권협정이 대한민국 국민 개인의 청구권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와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요지를 소개한다.

나. 판결요지
(1) '대한민국과 일본 간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 민사적 채권 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써, 청구권협정 제1조에 의해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은 제2조에 의한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청구권협정의 협상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하였고, 이에 따라 한일 양국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국가가 조약을 체결하여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함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되는 점, 국가가 조약을 통하여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키는 것이 국제법상 허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와 국민 개인이 별개의 법적 주체임을 고려하면 조약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조약 체결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 이외에 국민의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데, 청구권협정에는 개인청구권의 소멸에 관하여 한일 양국 정부의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만큼 충분한 근거가 없는 점, 일본이 청구권협정 직후 일본국 내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일본국 및 그 국민에 대한 권리를 소멸시키는 내용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일본국과 대한민국 간의 협정 제2조의 실시에 따른 대한민국 등의 재산권에 대한 조치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한 조치는 청구권협정만으로 대한민국 국민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음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국민의 개인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개인청구권 자체는 청구권협정만으로 당연히 소멸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일제강점기에 국민징용령에 의하여 강제징용되어 일본국 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에서 강제노동에 종사한 대한민국 국민 갑 등이 구 미쓰비시가 해산된 후 새로이 설립된 미쓰비시중공업주식회사를 상대로 국제법 위반 및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과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한 사건에서, 적어도 갑 등이 대한민국 법원에 위 소송을 제기할 시점까지는 갑 등이 대한민국에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구 미쓰비시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법적 지위에 있는 미쓰비시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여 갑 등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또는 임금지급채무의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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