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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⑭ 의료법

이경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보건학박사)

Ⅰ. 글머리에

의료소송은 의료과실로 인한 민사소송 및 형사소송에 한정되지 않고,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2012년에는 임의비급여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임의비급여 진료에 대한 예외적 허용기준이 마련되었고,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무면허의료행위라는 헌법재판소결정으로 양한방 의료행위의 한계설정에 대한 판단도 있었다. 이하에서는 2012년에 선고된 사안 중에서 의료분쟁의 유형과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판결을 정리하고, 필자의 의견을 담아 평석해 보기로 한다.


Ⅱ. 민사 판례

1. 응급환자 진료방법 선택의 과실 (2012. 6.14. 선고 2010다95635 판결)

⑴ 사건개요
환자는 사우나에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으나 의식이 저하되고 우측에 무력감이 있었다. 환자는 같은 날 서울의료원 응급실에서 뇌동맥류 파열로 추정되는 소견을 보여 피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당시 환자의 글래스고우 혼수척도 점수는 측정한 의료진에 따라 E3M6V1(신경외과 전공의), E2M6V1(응급의학과 전공의), E2M5V1(응급실 간호사)로 평가되었고, 동공은 빛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좌뇌출혈이 발생하여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에게 3차에 걸쳐 뇌 CT촬영 등을 시행한 다음, 출혈 추정 시점으로부터 약 7시간, 응급실 내원 시점으로부터 약 5시간이 지난 후 개두술로 혈종제거와 중대뇌동맥 폐색술을 시행하였으나 환자는 사망하였다.

⑵ 판결요지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치료 당시의 의료수준에 맞추어 자기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을 선택하여 진료할 수 있다.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방법에 대한 선택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의료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상태 파악 및 수술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검사를 거쳐 수술을 시행한 행위가 진료방법의 선택에 관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환자의 상태에 비추어 높은 사망률을 수반하는 중대뇌동맥 폐색술 대신 뇌혈관우회술이 가능한 상태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응급 개두술을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하지 않았다고 하여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⑶ 평석
사안은 응급환자의 진료에 있어 의료진의 과실과 관련된 사안이다. 만약 을이 피고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였다면 과실 인정여부를 달리 평가하게 될 것이다. 사안과 같이 응급 상태에서 진료방법의 선택에 관한 의사의 재량은 응급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에서보다 훨씬 넓게 인정된다.

2. 며느리의 부양의무와 부양료 상환 (2012. 12. 27. 선고 2011다96932 판결)

⑴ 사건개요
교통사고 후 의식이 혼미하고 신체가 마비된 A의 어머니인 원고는 A의 배우자인 피고가 A의 1차 부양의무자이지만, 2차 부양의무자인 원고가 A의 병원비, 재활치료비 1억 6천여만 원을 배우자 대신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A의 사고로 원고가 수령한 보험금 8천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8천여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⑵ 판결요지
부부간의 상호부양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여 부부공동생활의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제1차 부양의무이고, 직계혈족인 부모가 성년의 자녀에 대하여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가 그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제2차 부양의무이다. 이러한 제1차 부양의무와 제2차 부양의무는 의무이행의 정도뿐만 아니라 의무이행의 순위도 의미하는 것이므로 제2차 부양의무자는 제1차 부양의무자보다 후순위로 부양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제2차 부양의무자가 피부양자를 부양한 경우, 제2차 부양의무자는 제1차 부양의무자에게 위 소요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⑶ 평석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식물인간이 되거나 재활치료를 받는 경우와 같이 장기적으로 지출되는 치료비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치료비와 관련한 소송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다. 특히 사회가 핵가족화 되면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가족공동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만큼, 가족들 사이에 합리적인 의무분담이 이뤄질 수 있는 사회의식의 형성이 필요하다.


Ⅲ. 형사 판례

1. 안과수술 이벤트광고 이메일 (2012. 9. 13. 선고 2010도1763 판결)

⑴ 사건개요
의사인 갑과 A회사의 이사인 을은 공모하여, A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30만 명 회원들에게 '라식/라섹 90만원 체험단 모집'이라는 제목의 이벤트광고를 이메일로 2회 발송하여 이에 응모한 일부 신청자들로 하여금 광고 내용대로 수술을 받도록 하였다.

⑵ 판결요지
구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겲鋼콅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광고를 동조에서 금지하는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면, 이는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는 물론이고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므로 위 법 규정에서 금지하는 환자유인행위는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의사인 갑이 A회사를 통하여 이메일을 발송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의 '유인'이라고 볼 수 없고, 갑의 부탁을 받은 A회사를 통하여 광고 등의 행위가 이루어졌더라도 환자의 '소개', '알선' 또는 그 '사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⑶ 평석
과거 의료법은 의료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으나(2007. 1. 3. 법률 제8203호로 개정되기 전 의료법 제46조 참조), 헌법재판소가 2005. 10. 27. 선고 2003헌가3결정에서 특정 의료기관이나 특정 의료인의 기능ㆍ진료방법에 관한 광고금지조항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하였다. 이에 따라 개정된 의료법은 의료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일정한 유형의 의료광고를 예외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의식의 변화에 따라 환자유인행위에 대한 규제의 정도도 합리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만큼, 이메일 광고를 환자유인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시는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판결은 환자유인행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이처럼 제한적으로 해석을 할 경우 자의적인 판단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겠다.

2. 간호사 무면허의료행위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⑴ 사건개요
A의원에 재직하는 피고 간호사는 A의원과 방문검진위탁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로부터 의뢰가 들어오면, A의원 소속의 방문간호사들에게 연락하여 방문검진을 하도록 하였다. 이에 방문간호사들은 문진·신체계측·채뇨·채혈 등을 실시하였고, 피고 간호사는 피고 의사 명의의 건강검진결과서를 작성하여 이를 보험회사에 통보하였다. 한편 피고 의사는 건강검진의 실시 여부에 관하여 개별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 건강검진의 실시와 검진결과서의 작성·통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의사로서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

⑵ 판결요지
문진, 신체계측, 채뇨, 채혈 등의 행위를 한 뒤 이를 바탕으로 건강검진결과서를 작성하여 보험회사에 통보하는 일련의 건강검진은 이를 통하여 질병의 예방 및 조기발견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의사가 행하지 아니하여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신뢰한 피검진자의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의사가 간호사에게 의료행위를 개별적으로 지시하거나 위임한 적이 없음에도 간호사가 주도적으로 의료행위를 하였다면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고, 간호사와 공모한 의사도 무면허의료행위의 공동정범으로서 죄책을 진다.

⑶ 평석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할 때 의사가 그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가 주도적으로 의료행위를 실시하면서 그 의료행위의 성질과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그 중 일부를 간호사로 하여금 보조하도록 지시 내지 위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의사가 주도적으로 지도·감독을 함이 없이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문진·신체계측·채뇨·채혈 등의 의료행위를 하고, 건강검진결과서를 작성·통보하는 경우에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무면허의료행위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의사도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였다면 공동정범으로 처벌함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Ⅳ. 행정 판례

1.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

⑴ 사건개요
갑 병원이 백혈병 등 혈액질환 환자들에게 식품의약품안전청장 허가사항 등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여 의약품을 사용하고, 요양급여비용 산정기준에 따라 별도로 산정할 수 없는 치료재료의 비용 등을 별도로 산정하여 가입자 등으로부터 비용을 지급받은 것이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 등에서 정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거나 가입자 등에게 이를 부담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장관이 부당이득환수결정과 과징금부과처분을 하자, 갑 병원은 그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⑵ 판결요지
국민건강보험 법령 체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이 규정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거나 가입자 등에게 이를 부담하게 한 때'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① 진료행위 당시 시행되는 관계 법령상 국민건강보험 틀 내의 요양급여대상으로 편입시키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진료행위의 시급성이 인정되는 등 임의비급여를 회피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있고, ② 진료행위가 의학적 안정성과 유효성 뿐 아니라 요양급여 인정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해야 할 의학적 필요성을 갖추었으며, ③ 가입자 등에게 미리 그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해 본인 부담으로 진료를 받는 데 대해 동의를 받았다면 이 경우까지 국민건강보험법이 금지한 부당진료행위라고 볼 수 없고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다만 요양기관이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비용을 가입자 등으로부터 지급받더라도 그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요양기관이 증명해야 한다.

⑶ 평석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1항은 요양급여를 규정하고, 동조 제3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은 제2항에 따라 요양급여의 기준을 정할 때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하여 비급여사항을 예정하고 있다. 이렇듯 국민건강보험법이 급여항목과 비급여항목으로 분류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항목과 비급여항목 중 어느 것으로도 지정되지 않은 의료행위겲旋쫨치료재료 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 의사가 환자의 동의를 받아 임의로 비급여항목으로 하기로 하는 진료행위를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라고 하는데, 이는 원칙적으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거나 가입자 등에게 이를 부담하게 한 때'(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의 '속임수 그 밖의 부당한 방법'과 동일한 취지)에 해당하여 국민건강보험법상 진료행위의 대가를 수령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법원은 요양기관이 국민건강보험의 틀 밖에서 임의로 비급여 진료를 하고 진료비용을 가입자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경우에도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면서 그 허용기준을 구체적으로 판시하였다.

임의비급여 진료는 지금까지 건강보험체제상 예외 없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하여 의료행위가 절실한 환자를 고려하는 생명윤리적 측면을 인식하고 예외적으로 국민건강보험법상 비용지급이 허용되는 한계를 합리적으로 제시하였다. 이처럼 대법원이 임의비급여 진료가 허용될 수 있는 방향을 잡아준 만큼, 의료계와 의료법 관련 학회 및 제반 단체들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하여 입법론적으로 구체적·합리적인 기준이 설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의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급여·비급여 항목으로 지정되기 전이라도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필요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급여·비급여 항목을 정하는 기관에서 사회 및 의학기술의 발전을 신속하게 따라가며 보충해 줄 필요가 있다. 참고로 현재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의학적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는바, 신의료기술에 대한 평가가 합리적으로 조속히 이루어진다면 급여·비급여 항목과 임의비급여 진료 사이의 공백상태가 상당히 좁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Ⅴ. 헌법재판소 결정

1. 조산사의 태아 낙태 (2012. 8. 23. 선고 2010헌바402)

⑴ 사건개요
조산사인 청구인은 임부로부터 임신 6주된 태아를 낙태시켜 달라는 촉탁을 받고 태아를 낙태시킨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처벌의 근거가 되는 형법 제270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동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⑵ 판결요지
형법 제270조 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형법 제269조 1항의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임부의 부탁을 받아 이를 도와주는 조산사 등을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조항도 위헌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낙태죄의 위헌여부가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
살피건대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모에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와는 별개의 생명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⑶ 평석
낙태죄의 위헌 여부와 관련해서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개인의 자기결정권(pro-choice)'과 '태아의 생명권(pro-life)' 중에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에 대하여 지속적인 견해대립이 있어왔다. 헌법재판소는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라는 판시를 한 적은 있지만(2004헌바81), 임부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에 주안점을 두어 낙태죄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벌로써 낙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적인 낙태가 성행하고 있고 그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만일 낙태를 더 경하게 처벌하거나 낙태가 허용되는 사유를 넓히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낙태가 이루어져 태아의 생명권이 심하게 훼손될 것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2. 전화를 통한 처방전 작성 (2012. 3. 29. 선고 2010헌바83)

⑴ 사건개요
산부인과 전문의인 청구인은 총672회에 걸쳐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전화로 통화한 다음 처방전을 작성하여 이를 환자가 위임하는 약사에게 교부하였다. 이로 인하여 청구인은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항소하면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 등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⑵ 판결요지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서는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청구인은 '직접 진찰한'이 의료인이 반드시 대면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환자와 대면하지 않고 전화, 인터넷 및 기타 매체를 통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포함되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률조항에서의 '직접 진찰한'은 '대면하여 직접 진료를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결국 이 조항은 '대면진료 의무'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 양자를 모두 규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⑶ 평석
정신질환자에 대한 가족의 요청이 있거나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 환자와 같이 질병의 종류나 상태에 따라서는 최초 2~3회의 대면 진찰 이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면 없는 진찰을 통하여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활력징후(vital sign)를 통하여 환자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등 안전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직접 대면진료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대면진료의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안전한 의료행위를 담보할 수 없는 사례가 증가할 위험성이 크므로, 의료행위의 특수성에 비추어 대면진료원칙을 강하게 고수함이 바람직하다.

(※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은 '직접 진찰'을 요구하는 의료법 조항을 '직접적인 대면진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위 헌법재판소 결정과 다르게 판단하였다. 그러나 '직접 진찰'의 의미는 대면진료원칙에 대한 깊은 검토를 통하여 그 예외를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해석함으로써 진료행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3.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 (2012. 2. 23. 선고 2009헌마623)

⑴ 사건개요
한의사인 청구인들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환자들에게 의료기기인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 'Osteoimager plus'를 이용하여 성장판 검사를 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체질개선 한약을 처방해 주고 그 대가로 금원을 교부받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업으로 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위반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으나,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기소유예처분의 근거법률인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의료법 제27조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등에 위배되고, 나아가 위 조항들이 한의사는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진료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 이는 자신들의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양심의 자유, 학문의 자유,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⑵ 판결요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규정인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와 구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에 위반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하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청구인들은 이 사건 근거조항이 '의사'와 '면허범위'에 대한 개념과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므로 그 의미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의미는 의료인으로서 의사와 한의사가 할 수 있는 면허된 의료행위의 범위, 즉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와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고, '한방의료행위'는 우리의 옛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초음파기기를 이용한 검사결과를 토대로 한 치료는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초음파검사는 기본적으로 의사의 진료과목 및 전문의 영역인 영상의학과의 업무영역에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들의 행위가 의료법상 한의사의 면허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 같은 날 선고된 2010헌마109도 한의사인 청구인이 초음파기기를 사용하여 진단한 사안에서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⑶ 평석
의료법은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한의사는 양의사의 영역에 속하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양의사는 한의사의 영역에 속하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양의학과 한의학의 진료 기술 및 방법이 서로 근접해지고 양자의 한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어지면서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경계선상에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문제가 생기고 있다. 실제로 한의사가 CT기기를 사용한 것이 무면허의료행위인지에 대하여 1심은 무면허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한 반면 2심은 무면허의료행위라고 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06. 6. 30. 선고 2005누1758 판결), 양의사가 IMS기법에 의한 시술을 한 것이 침술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원심은 부정한 반면 대법원은 한방의료행위인 침술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7두18710 판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양의학과 한의학 간의 경계를 정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하여 앞으로 입법적으로 해결할 부분도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생각건대 양의학과 한의학 모두 환자의 '치료'와 '건강의 회복'을 위한 것인 만큼, 양자가 이분법적인 구조를 허물고 교류·융합하여 상호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또한 이는 양의학과 한의학의 협진을 통하여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해주기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도 부응한다. 이렇듯 양의학과 한의학이 상생·공존하는 상황에서 양자가 함께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건향상에 힘쓸 수 있도록 사회의식의 함양 및 입법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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