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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⑪ 형사소송법

이상원 교수(서울대 로스쿨)

I. 머리에
형사사법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이해관계가 큰 것일까. 형사사법에 대한 입법적 관심은 2012년에도 계속되었다. 2012년에는 2011년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었음에 더하여 여러 법률안이 논의되었다. 그 중 일부는 실제로 입법에 성공하였는데, 형법을 포함한 성폭력범죄 관련입법이 주를 이루었다. 공개정보 고지 확충, 친고죄 폐지, 공소시효 배제 확장, 피해자 보호, 음주·약물로 인한 감경규정 배제 확대, 처벌 강화, 성충동약물치료 대상 확대 등이 주된 내용이다. 범죄문제, 특히 성범죄 문제가 우리사회의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체적으로 처벌의 확대와 피해자 보호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사회적·제도적 환경 속에서 2012년 선고된 형사소송분야 판례의 주요 흐름을 살펴본다(이하 조문만 표시한 것은 형사소송법의 조문을 지칭).

II. 수사법
1. 음주운전과 채혈
가. 판결의 요지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피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 주취냄새가 강하게 나는 등 범죄의 증적이 현저한 준현행범인으로서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고 사회통념상 범행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사고현장으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범죄장소에 준하므로 수사기관은 의료인으로 하여금 의학적인 방법에 따라 필요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게 한 후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나. 판결의 의미
종래 수사상 채혈의 성질에 관하여 검증설, 검증·감정설, 압수수색설, 압수수색 및 감정설 등의 학설이 제시되어 왔다. 위 판결은 이를 감정 또는 압수로 파악하고 감정에 필요한 처분으로서 감정처분허가장을 받거나 압수영장을 받아 이 영장의 집행에 필요한 처분으로서 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그와 같은 사전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행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응급실로 호송되어 의식불명에 있는 피의자가 정황상 음주운전이었음에 분명함에도 호흡조사에 의한 음주측정도 불가능하고 혈액채취에 대한 동의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전 영장을 발부받은 후에는 시간이 흘러 무의미해지고 그렇다고 하여 범죄현장도 아닌 응급실에서 현행범이나 범죄장소의 예외를 적용하기에도 애매하여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수사기관은 가족의 동의를 받는 방법을 시도하였으나 대법원은 그 적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영장주의 위배라고 판단하여(처에 관한 2009도10871, 동서에 관한 2009도2109; 다만, 98도968은 의료인이 진료목적으로 채혈한 것을 수사기관에 임의 제출한 경우는 적법하다고 한 바 있다), 수사기관은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였다. 위 2012년 판결은 아들의 동의를 받은 사안으로 결국 적법성을 인정받지는 못하였지만, 대법원은 법리판단을 통하여 강제채혈의 방법과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그동안 수사기관의 고충을 해결하려고 하였다. 현행범인과 범죄장소에 대한 인정에 다소 무리가 없지는 않지만, 현행법 테두리에서 나름의 묘수를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이 판시한 법리 자체를 보면 의식불명이 아닌 상태에도 적용될 수 있는 여지도 있는데, 이에 관한 명확한 판시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2. 보호조치와 음주측정요구
가. 판결의 요지
(1) 경찰공무원이 보호조치된 운전자에 대하여 음주측정을 요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음주측정 요구가 당연히 위법하다거나 그 보호조치가 당연히 종료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도4328 판결).
(2) 보호조치의 요건인 술에 취한 상태라 함은 술에 만취하여 정상적인 판단능력이나 의사능력을 상실할 정도에 이른 것을 말하고, 가족 등에게 피구호자를 인계할 수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호조치는 허용되지 않으며, 보호조치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음에도 실제로는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의사에 반하여 경찰관서에 데려간 행위는 현행범체포나 임의동행 등의 적법 요건을 갖추지 않은 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고, 이 상태에서 이루어진 음주측정요구는 위법하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도11162 판결).
나. 판결의 의미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보호조치는 과거 임의동행과 함께 탈법적 체포·구속의 수단으로 사용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허용범위에 관하여 미묘한 긴장이 있다. 위 판결들은 보호조치와 그 상태에서의 음주측정요구가 적법한지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위 (1) 판결은 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자고 있던 사람이 술에 취한 정황이 보여 지구대로 데려온 직후 음주측정요구를 한 사안에 대한 것이고, 위 (2) 판결은 음주단속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사람을 검거하여 지구대로 보호조치한 후 음주측정요구를 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유사한 두 사안에서, (1) 판결의 원심은 음주측정 요구시점에는 보호조치가 이미 종결된 것이라는 전제에서 음주측정요구가 위법한 체포상태에서 이루어져 부적법하다고 하였고, (2) 판결의 원심은 보호조치가 적법하고 음주운전을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하여 음주측정요구가 적법하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이들 원심을 모두 파기하였다. (1) 판결은 보호조치와 음주측정요구가 모두 적법하다고 하였고, (2) 판결은 술에 취한 상태이기는 하였으나 보호조치의 요건에 이르는 정도는 아니며 옆에 처가 있었음에도 그 의사에 반하여 지구대로 데려가 보호조치가 적법하지 않고 이에 따라 음주측정요구도 부적법하다고 하였다. 이들을 모아볼 때, 대법원은 보호조치가 위법하지 않는 한 보호조치 상태에서도 음주측정요구를 할 수 있지만, 보호조치가 위법하면 음주측정요구 자체에는 강제성이 없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음주측정요구까지 위법하게 된다는 법리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불심검문에 관한 판례도 나왔다. 검문 중이던 경찰관들이 무전 지령된 자전거 날치기 범인의 인상착의와 흡사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것을 발견하고 정지를 요구하며 앞을 막고 검문에 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법한 불심검문이라고 한 사례가 그것이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6203 판결). 위 판결들은 수사필요와 인권보장 사이에 조화점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라 믿고 싶다. 민주화는 법원을 불법한 "임의동행"의 역사적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합리적 정의를 찾을 용기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역시 고삐 풀린 자의가 춤출 위험은 늘 조심해야 한다.
3. 사후영장과 위법성 치유
가. 판결의 요지
범행 중 또는 범행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나 그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 경우는 위법하고 이에 대하여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09도14884 판결).
나. 판결의 의미
압수·수색 또는 검증에 대하여 사후영장이 발부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영장담당판사는 그것이 적법하다는 확인을 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은 위법한데 사후영장이 발부되었다면 판사의 확인으로 그 위법성이 치유되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위 판결은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한 것이다. 대법원이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강하게 관철하는 영역이 영장주의인데, 판례에 의하면 영장주의위반의 위법은 피고인 등의 동의로도 치유되지 않는다(2009도11401, 2009도10092 등 다수). 위 판결은 영장주의를 사후영장으로도 치유되지 않는 초강력한 원칙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영장으로도 치유되지 않는 위법의 존재는 공소제기 후 검사 청구로 발부된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한 판결(2009도10412)에서 이미 감지된 바 있다. 2012년 판결의 논리는 위법한 체포에 이어 구속영장이 발부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후영장이 위법성을 치유하지 못한다면 결국 영장판사와 본안판사 사이에 판단이 충돌하는 결과에 이르는데 위 판결이 언제나 본안판사의 판단을 우선시한다는 취지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4. 기타
그 밖에 2012년에 선고된 주요 판례에는, ① 책임한정보험으로 교통사고 피해액이 실제로 배상되었더라도 공소를 기각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2011도6273, ② 체포된 후 바로 호송버스에 탑승할 때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것은 적법하다고 한 2011도7193, ③ 수사목적과 무관한 통신내용이나 제3자의 통신내용이 감청될 우려가 있어도 패킷감청은 적법하다고 한 2012도7455, ④ 통신제한조치연장에 관한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 후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개정시한이 도과한 경우 장래에 향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한 2012도7455, ⑤ 검찰청이 보관의 불기소처분기록에 포함된 불기소결정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호인의 열람·지정에 의한 공개의 대상이 된다고 한 2012도1284 등이 있다. 한편 제도의 합헌성을 확인한 판례들이 다수 선고되었는데, ① 현행범인 체포에 대하여 사후체포영장제도를 규정하지 않고 또 사후구속영장 청구시한을 48시간으로 한 것은 영장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 2010헌바672, ② 피의자는 검찰항고를 할 수 없도록 한 검찰청법 규정이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는 2010헌마642, ③ 압수·수색영장 집행의 통지를 생략할 수 있는 '급속을 요하는 때'라 함은 미리 알려주면 증거물을 은닉할 염려 등이 있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경우라고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 등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2012도7455 등이 그것이다.

III. 증거법
1. 원진술자의 진술불능
가. 판결의 요지
증인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는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2. 5. 17. 선고 2009도6788 판결).
나. 판결의 의미
우리 법은 전문서류가 증거능력을 갖기 위한 기본요건으로 원진술자(작성자도 있는데 원진술자로 통칭)의 법정진술을 요구하고 있다(제312조, 제313조). 이 점은 우리 법의 특색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314조는 원진술자의 진술불능을 이에 대한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진술불능의 사유에 관하여 몇 차례의 개정이 있었다. 「사망, 질병, 기타사유(1954년 제정) →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1995년 개정) →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2007년 개정)」가 그것이다. 위 판결은 2007년 개정이 예외사유의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려는 취지인지(다수의견), 법문의 정비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표현상의 차이에 불과한지(1인 소수의견)에 관하여 의견이 나뉘었다. 입법자료상 전자가 개정취지로 보이고 이는 종래 '기타 사유' 대신 '이에 준하는 사유'라는 문언을 선택한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다만, 역사적 배경을 소거하고 법문만을 본다면 명백하지 않아 입법기술상 찬사를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위 판결에서는 피고인 측에 전자우편으로 보낸 변호사의 법률의견서를 검사가 디지털저장매체의 압수를 통하여 취득한 다음 이를 출력한 증거의 증거능력이 문제되었다. 다수의견은 변호사가 업무상 알게 된 비밀에 관한 것이어서 증언거부권 행사가 정당하고 이 경우 제314조의 진술불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소수의견은 제314조 진술불능을 검사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의 관점에서 이해하여 해당한다고 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증언거부권의 행사는 진술불능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왔고(92도1211, 92도1244, 2004도3619) 소수의견은 이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수의견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을 중시한 것으로서 수사단계에서 수집된 서면이 법정에서의 진술을 사실상 압도하였던 종래의 재판관행을 변혁하려는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의 정신을 구체화하려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증명력
가. 판결의 요지
(1) 형사재판에 있어서 관련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이나,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위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택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배척할 수 있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15653 판결).
(2)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입증이 이러한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나. 판결의 의미
유죄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그 증명의 정도도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서는 확신 수준이라는 원칙론에서는 이론이 없을 것이지만, 이러한 원칙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변용이 가능한지에 관하여는 아직 충분한 연구나 선례가 축적되어 있지 않다. 위 판결들은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지 말라는 이제는 거의 확립된 판례를 다시 확인한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5313 판결과 함께 구체적 선례를 축적하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1) 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확정된 형사판결이 인정한 사실과 배치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는 종래의 판례(94다39215, 98두10424, 2008도10096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하면서도, 구체적 사안에서 형사판결의 확정사실을 배척하였고, (2) 판결은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살인사건임에도 유죄의 증명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이들 판결들은 비록 법리에서 새로운 개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증명력에 관한 법리의 구체화를 위한 디딤돌들이 될 것이다.
3. 기타
그 밖에 2012년에 선고된 주요 판례에는, ① 디지털녹음기로 녹음한 녹음파일 원본을 컴퓨터에 복사하여 작성한 녹음파일 사본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2012도7461, ② 종래 판례를 정리하여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진술증거로 사용하려면 동일성, 무결성, 원진술자의 성립인정이 있어야 한다고 한 2009도6788 등이 있다. 한편, ① 법원의 재량으로 증거채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제295조, 제296조 제2항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한 2010헌바403, ② 피고인의 퇴정을 명하고 증인신문을 할 수 있도록 한 제297조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한 2010헌바62 등은 현행제도의 합헌성을 확인하였다.

IV. 재판법
1.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
가. 결정의 요지
법원의 구속집행정지에 대하여 검사가 즉시항고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101조 제3항은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2012. 6. 27. 2011헌가36).
나. 결정의 의미
1973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보석허가결정, 구속취소결정, 구속집행정지결정에 대하여 검사의 즉시항고를 허용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제97조 제3항, 제101조 제3항). 이 개정은 즉시항고의 제기기간 내와 그 제기 시 재판의 집행이 정지된다는 제410조의 규정과 합하여 검사의 즉시항고로 법원의 석방결정을 무력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유신헌법 이후 우리 형사사법제도가 통제적 형사소송으로 방향을 튼 구체적 모습 중의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먼저 보석허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내린바 있다(93헌가2). 이에 이 부분을 삭제하는 개정이 1995년 이루어졌다. 그러나 위 개정에도 불구하고 같은 조항에 있던 구속취소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조항은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2007년 개정으로도 조항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그대로 유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위 2012년 결정은 구속집행정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가 영장주의, 적법절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여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선언을 하였다. 위 1973년의 개정은 국회가 아닌 비상국무회의에서 이루어졌다. 아직 구속취소결정에 대한 즉시항고가 유효하게 살아 있는데, 이에 대하여는 어떠한 판단이 내려질지 기대된다. 한편, 법원의 보호처분결정 등에 대하여 검사에게는 상소권을 인정하지 않는 소년법 제43조 제1항이 피해자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소년사건의 특성상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헌재 2012. 7. 26. 2011헌마232). 관점은 다르지만 검사의 상소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는 즉시항고의 위헌결정과 맥락을 같이 하는 점이 있다. 다만, 위 소년사건 결정에는 입법론으로는 상소권 인정이 타당하다는 보충의견(1인)과 평등권 침해로 헌법불합치라는 소수의견(3인)이 있었는데, 이는 피해자보호 강화라는 조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2. 국선변호인 조력의 실질적 보장
가. 판결의 요지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모두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국선변호인의 미제출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귀책사유 있음이 특별히 밝혀지지 않는 한,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함으로써 새로운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그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2. 16. 자 2009모1044 전원합의체 결정).
나. 판결의 의미
형사소송법은 특히 2006년 및 2007년의 개정을 통하여 국선변호제도를 확장·정비하였는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그 전부터 변호인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해석론을 펼쳐 왔다. 실무에서도 국선변호인의 선임범위를 가능한 한 확대함으로써 제도적 보장을 넘어서는 노력을 하였다. 위 판결은 나아가 선정된 국선변호인의 변호활동의 성실성까지 국가가 보장해 주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고민한 것이다. 4인 소수의견은 헌법은 구체적 변호활동에 관한 결과의 실현까지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지는 않으며 중립적 지위에 있는 법원에 전면적인 후견적 조치를 요구하거나 구체적으로 특정한 변호활동을 하게 할 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에는 단순히 국선변호인의 선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업무 감독과 절차적 조치를 취할 책무까지 포함된다고 하면서, 피고인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항소이유서 미제출로 항소 기각한다면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하였다. 다수의견은 법해석에 있어서 형식적인 해석을 넘어 목적론적 지향성을 가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3. 기타
그 밖에 2012년에 선고된 주요 판례에는, ① 열람·등사청구권이 침해된 공판조서와 그에 기재된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지만 다른 증거로 유죄가 인정되고 방어권이나 변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정도는 아니라면 증거로 사용해도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아니라고 한 2011도15869, ② 원판결이 유죄의 증거로 인용한 증언이 후에 확정판결에 의해 허위로 증명된 이상 그 허위증언 부분을 제외하고서도 다른 증거에 의하여 유죄로 인정되는지에 관계없이 재심사유가 있다고 하여 재심사유를 완화시키는 근자의 태도를 유지한 2011도8529, ③ 국민참여재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아니한 제1심의 위법은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참여재판을 불원하는 의사와 위 위법을 문제삼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는 경우에는 하자가 치유된다는 2012도1225 및 2011도15484 등이 있다. 한편, ① 무죄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 보수를 기준으로 비용보상을 하는 제194조의4 제1항 후문에 대한 2011헌바19, ② 재판이 확정되면 속기록 등을 폐기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규칙 제39조대한 2010헌마599, ③ 항소심에서 공소장변경을 허용하는 제370조, 제298조 제1항에 대한 2010헌바128, ④ 즉시항고의 제기기간을 3일로 정한 제405조와 발신주의를 인정하는 특별규정을 두지 않은 제406조에 대한 2011헌마789, ⑤ 범죄경력자료와 수사경력자료에 관한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규정에 대한 2010헌마446 등은 현행제도의 합헌성을 확인하였다.
범죄예방의 효과를 위하여 도입된 위치추적 전자장치에 대하여는 학계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판결들 중, ① 휴대용 추적장치를 분실한 후 분실신고도 하지 아니한 채 상당기간 방치한 경우에는 효용을 해한 행위라고 한 2012도5862 판결이 부착명령의 실효성을 위한 판결이었다고 한다면, ② 치료감호 후에도 재범의 위험성이 있어야 부착명령을 할 수 있다는 2012도2289등, 소년보호처분 전력은 부착명령의 요건인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2011도15057등, 집행유예 시에는 보호관찰을 명할 경우에만 부착명령을 할 수 있다는 2011도8124등, 이 때 부착명령은 법원의 재량이라는 2011도14257등, 준수사항 부과는 준수기간을 정하여 하여야 한다는 2012도1047 등은 부착명령의 인권제한적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한 판결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IV. 맺으며
통제적 모델로부터 보장적 모델로 발전해오던 우리 형사소송법이 근자에 강력사건과 성폭력사건이 연이은 불행한 사태 속에서 피해자의 인권보호라는 화두에 주춤거리는 사이 형벌강화와 절차적 보장의 완화가 입법부를 강타하고 사법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헌법재판에 굶주린 역사를 지나 위헌적 법률이라는 먹잇감이 사라진 탓일까. 헌법재판소도 대체로 현행제도의 합헌성을 확인하는 결정을 하였고, 법정형이 과중하다는 주장도 대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성폭력범죄에 관한 2010헌바401, 2011헌바10, 2011헌바381, 2012헌바144 및 절도반복범에 관한 2011헌바15등, 2011헌바98등).
국가권력은 공익을 대표하지만, 결국 현실적으로는 구체적인 사람이 국가권력을 행사한다.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본임무의 하나이다. 그런 면에서 열악한 상황에서도 세계적으로 안전한 나라를 유지하는 우리 형사사법기관들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범죄자에게 시퍼런 몽둥이를 들이대는 방책은 국가가 할 수 있는 방책 중에 하책에 속한다.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미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진정한 사랑으로 운영되는 국가에서 차원 높은 사회가 형성된다. 예수님도 원수를 사랑하라 하시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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