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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⑧ 형법각론

신동운 교수(서울대 로스쿨)

1. 업무방해죄와 폭행죄의 관계
2012. 10. 11. 2012도1895, 공 2012하, 1862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P시의 M택시부회는 처음에 일부 택시기사들이 친목을 도모할 목적으로 만들었다가 이후 폭력적 이익집단으로 변질된 단체이다. M택시부회 소속인 갑 등은 조직에서 탈퇴한 A가 손님을 태우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갑은 A에게 M택시부회 주차장까지 운행하도록 한 다음 M지역에서 택시운행을 한다는 이유로 다른 여러 명과 함께 A에게 폭행을 가하였다.
검사는 갑 등을 업무방해죄와 폭처법위반죄(공동폭행)로 기소하였다. 제1심은 업무방해죄를 인정하면서, 폭행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흡수된다는 이유로 폭처법위반죄 부분에 대해 이유 부분에서 무죄로 판단하였고, 항소심도 이를 유지하였다. 검사는 무죄 부분에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업무방해죄와 폭행죄는 그 구성요건과 보호법익을 달리하고 있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일반적·전형적으로사람에 대한 폭행행위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며, 폭행행위가 업무방해죄에 비하여 별도로 고려되지 않을 만큼 경미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설령 피해자에 대한 폭행행위가 동일한 피해자에 대한 업무방해죄의 수단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폭행행위가 이른바 '불가벌적 수반행위'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에 대하여 흡수관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대법원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와 폭행죄의 관계를 분명하게 정립한 예로서 주목된다. 업무방해죄(형법 314조 1항)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이에 대해 폭행죄(형법 260조 1항)는 2년 이하의 징역, 5백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되어 업무방해죄보다 가벼운 범죄로 평가된다.
종래 업무방해죄와 폭행죄의 관계에 대해서는 (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는다는 점과 (나) 위력에는 폭행·협박 이외에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포함된다는 점을 이유로 폭행죄가 업무방해죄에 흡수된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해석론은 유사한 조문형태를 가지고 있는 일본 형법학의 해석론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 입법자는 2006년에 폭처법을 개정하면서 공동폭행(2분의 1 가중), 단체·다중의 위력으로서의 폭행(1년 이상의 징역), 단체·다중의 위력으로서의 상습폭행(2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단계적 가중유형을 설정함으로써 일본과 다른 입법형식을 취하고 있다(폭처법 2조, 3조 참조). 새로운 입법적 결단에 의할 때 폭행을 위력의 일종으로 보아 폭행죄를 업무방해죄에 흡수시켜서 처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1년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되는 폭처법상의 공동폭행죄가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되는 업무방해죄에 흡수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기 때문이다. 본 판례는 대법원이 우리 입법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와 폭행죄의 관계를 상상적 경합으로 새로이 정립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 강제집행면탈죄의 강제집행 개념
2012. 4. 26. 2010도5693, 공 2012상, 938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 등은 P사단법인의 간부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P법인에 대해 국고보조금을 교부하였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P법인에 대해 5억원 상당의 '국고보조금 교부결정 취소 및 반환명령'을 통보하면서, P법인 명의의 재산 및 자금에 대한 강제집행을 준비하였다. 갑 등은 문화관광체육부의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P법인 명의의 계좌에 들어있던 4억원을 을과 병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였다.
검사는 갑 등을 강제집행면탈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은 보조금관리법이 국고보조금 반환절차에 대해 국세징수의 예에 따라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항소심도 이를 유지하였다. 검사는 불복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형법 제327조의 강제집행면탈죄가 적용되는 강제집행은 민사집행법의 적용대상인 강제집행 또는가압류·가처분 등의 집행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을 면탈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하는 등의 행위는 위 죄의 규율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강제집행면탈죄의 법적 성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형법은 강제집행면탈죄를 개인적 법익에 관한 범죄로 파악하여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의 장에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형법은 강제집행면탈죄를 경매방해죄와 함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죄의 장에 규정하고 있다. 본 판례는 대법원이 우리 입법자의 결단을 정확히 포착한 예로 주목된다.

3. 절도범에 대한 공갈죄의 성립 여부
2012. 8. 30. 2012도6157, 공 2012하, 1645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A가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돈을 A의 지시에 따라 보관해 오고 있었다. 갑은 오만원권을 일정 단위로 고무줄로 묶어 ㉠금고 속에 넣어 두었다. B와 C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약 40억원이 들어 있던 ㉠금고를 훔쳤다. C는 B로부터 5억원가량을 분배받은 후, 자신이 가져간 ㉡운동가방에 넣은 후, 자기 집 싱크대 속에 숨겨 두었다. 갑은 A의 지시로 폭력배 D와 함께 C를 만났다. 갑과 D는 C를 협박하여 C의 ㉡운동가방에 들어 있던 돈을 돌려 받았다.
검사는 갑을 폭처법위반죄(공동공갈)로 기소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갑은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공갈죄의 대상이 되는 재물은 타인의 재물을 의미하므로, 사람을 공갈하여 자기의 재물의 교부를 받는 경우에는 공갈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타인의 재물인지의 여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금전을 도난당한 경우 절도범이 절취한 금전만 소지하고 있는 때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절취된 금전을 특정할 수 있어 객관적으로 다른 금전 등과 구분됨이 명백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절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금전이 절도범인 타인의 재물이라고 할 수 없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우리 형법상 재물범죄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예이다. 형법상 절도죄, 강도죄, 사기죄, 공갈죄 등 각종 영득범죄의 경우에는 타인의 재물이 객체로 등장한다. 이 경우 타인의 재물은 타인 소유의 재물이면서 타인 점유의 재물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소유자가 절취당한 목적물을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되찾아 오는 행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지 문제된다.
대법원은 일찍이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가 문제된 사안에서, '타인의 점유'를 "정당한 원인에 기하여 그 물건을 점유하는 권리 있는 자의 점유를 의미한다"고 정의하여 절도범인의 점유는 '타인의 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가 있다(94도343).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절취 물품과 관련하여 '타인의 소유'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물건의 경우 타인의 재물 여부는 대법원이 설시하는 바와 같이,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의하여 결정하면 된다. 그런데 본 판례 사안의 특이점은 목적물이 금전이라는 사실이다. 금전은 점유의 이전과 함께 소유권도 이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절도범이 절취한 금전을 절도범(타인)의 소유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본 판례에서 "구체적으로 절취된 금전을 특정할 수 있어 객관적으로 다른 금전 등과 구분됨이 명백한 예외적인 경우"라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경우에는 "절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금전이 절도범인 타인의 재물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도품의 점유에 관한 94도343 판례와 본 판례를 종합해 보면, 절도범이 절취한 물건(특정된 금전 포함)은 점유의 측면과 소유의 측면 모두 타인(절도범)의 재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4. 악의의 계약명의신탁과 횡령죄, 배임죄
2012. 11. 29. 2011도7361, 공 2013상, 110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부동산은 A의 소유이다. B는 갑과 명의신탁약정을 한 후, 갑을 내세워 A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하였다. A는 B와 갑 사이의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면서 ㉠부동산에 대한 등기를 갑에게 이전해 주었다. 이후 갑은 ㉠부동산에 대해 임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검사는 갑을 특경가법위반죄(횡령)로 기소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갑은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가) 악의의 계약명의신탁과 소유권 귀속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와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나)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횡령죄와 배임죄
"명의수탁자는 부동산 취득을 위한 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매매대금 등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횡령죄와 배임죄
"한편 위 경우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처음부터 원인무효여서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이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 그 말소를 구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음에 불과하[다.]"
"그가 제3자와 사이에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제3자에 대한 대항 불가 규정]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취지일 뿐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 처분행위를 유효하게 만드는 어떠한 신임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므로] 그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또는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3) 판례평석
최근에 대법원은 횡령죄와 관련하여 중요한 입장변화를 보이고 있다. 2012년에 나온 횡령죄에 대한 미수범 인정 판례(2011도9113, 법률신문 2012. 8. 17. 졸고 판례평석 참조),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 대해 횡령죄와 배임죄를 부인한 본 판례, 그리고 동일 목적물에 대해 횡령죄 성립 후의 횡령죄를 인정한 2013년의 전원합의체 판결(2010도10500) 등이 그것이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소위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 관한 사안을 다루고 있다.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와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 명의로 경료한 경우를 가리킨다.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 명의수탁자가 명의수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 대해 그동안 대법원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본 판례를 통하여 형사법적 규율관계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분석은 앞에 소개한 대법원 판결요지에 자세히 나타나 있으므로 여기에서 되풀이 할 필요는 없고, 결론만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의 형사책임 여하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명의수탁자에 대해 횡령죄 및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다. 다른 하나는 당해 부동산의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의 형사책임이다. 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명의수탁자에 대해 횡령죄 및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다. 요컨대 악의의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 명의수탁자의 부동산 임의처분행위는 횡령죄에도 배임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선의의 계약명의신탁 사안에 대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가 있다(2009도4501). 선의의 계약명의신탁에 관한 기존 판례와 악의의 명의신탁에 관한 본 판례를 모아보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하나의 통일된 판단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타인을 계약 당사자로 내세워서 부동산을 매수하고 등기를 타인 명의로 돌려놓을 경우(소위 계약명의신탁)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그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나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의 결단이 그것이다.
대법원이 본 판례에서 제시한 판단기준은 앞으로 부동산 거래관행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래 부동산실명제는 불법한 재산을 은닉하거나 조세를 포탈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명의신탁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소위 명의신탁의 법리를 유지하여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대내적 관계에서는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명의수탁자의 수탁 부동산 임의처분행위를 횡령죄로 처단해 왔다. 그리고 이와 같은 횡령죄의 처벌 가능성을 배경으로 거래사회에서 부동산 명의신탁의 관행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선의의 계약명의신탁 사안에 대해 횡령죄의 성립 가능성을 배제하였고, 이제 본 판례에서 악의의 계약명의신탁 사안에 대해서도 횡령죄와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법원이 제시한 새로운 기준에 따라 이제 부동산을 명의신탁하는 사람은 종래와 같이 횡령죄 처벌이라는 담보장치에 의지할 수 없게 되었고,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 등과 같은 민사상 구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대법원의 이와 같은 입장선회는 대단히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우선 부동산 실권리자와 등기명의자를 일치시킴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을 방지하려는 부동산실명제의 입법취지를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나아가 소유권을 대내적 소유권과 대외적 소유권으로 이분화하는 전근대적인 명의신탁의 법리를 최대한 축소함으로써 일물일권주의라는 물권법의 기본원칙을 보다 강고하게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골프회원권의 양도담보와 배임죄
2012. 2. 23. 2011도16385, 공 2012상, 560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A로부터 3억원을 차용하면서 ㉠골프회원권을 담보로 제공하였다. 이를 위해 갑은 A에게 회원증과 회원입회보증금증서를 교부하였다. 이후 갑은 ㉠골프회원권에 대한 분실신고를 함과 동시에 P회사에 ㉠골프회원권 매각을 의뢰하였고, P회사로부터 ㉠골프회원권 매각대금 2억 5천만원을 받았다.
검사는 갑을 배임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갑은 불복 상고하면서 자신은 A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회원 가입 시에 일정 금액을 예탁하였다가 탈퇴 등의 경우에 그 예탁금을 반환받는 이른바 예탁금 회원제로 운영되는 골프장의 회원권을 다른 채무에 대한 담보 목적으로 양도한 경우에 회원권은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는 그 동일성을 유지한 채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하고, 양도인은 양수인에게 귀속된 회원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골프장 운영 회사에 채권양도 통지를 하거나 채권양도 승낙(필요한 경우에는 명의개서까지)을 받음으로써 양수인으로 하여금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줄 의무를 부담하므로, 회원권 양도의 당사자 사이에서는 양도인은 양수인을 위하여 회원권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것이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양도담보와 배임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골프회원권은 이를 거래할 때 회원증과 회원입회보증금증서 등이 교부된다. 그렇지만 골프회원권 자체는 유가증권이 아니며, 골프장 운영회사에 대한 채권의 일종이다. 여기에서 담보 목적으로 양도된 골프회원권(채권)의 임의처분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할 것인지 문제된다.
종래 대법원은 양도담보된 물건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해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왔다(82도2119).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양도담보된 채권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해서도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양도인이 양수인으로 하여금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줄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본 판례는 변화하는 거래사회의 흐름 속에서 대법원이 골프회원권의 양도·양수를 둘러싼 분쟁에 대해 형사법적 개입의지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6. 허위의 어음공증과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2012. 4. 26. 2009도5786, 공 2012상, 936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P업체에 대해 3억 5천만원의 ㉠공탁금출급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A는 갑에 대하여 연대보증금 채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갑은 채무가 없다고 다투고 있다. A가 법적으로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자 갑은 을과 함께 대응책을 모색하였다. 갑과 을은 Q공증인사무실에 찾아갔다. 갑은 공증인에게 을에 대해 3억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진술하고, 액면 3억 원의 ㉡약속어음을 공증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A는 갑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공탁금출급청구권에 대한 가압류결정을 받았다. 을은 ㉢공정증서에 근거하여 ㉠공탁금출급청구권에 대한 압류 추심명령을 받았다. A의 가압류 및 을의 압류 추심명령에 기하여 관할법원에서 갑의 ㉠공탁금에 대한 배당절차가 진행되었고, A 6백만원, 을 3천 2백만원의 배당표가 작성되었다. 이후 을이 관할법원에 제출한 관련 서류가 거짓임이 밝혀졌다.
검사는 갑과 을을 사기미수,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정증서행사 등의 죄로 기소하였다(이하 공정증서 부분만 고찰함).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은 피고인들 사이에 약속어음의 원인채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약속어음이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하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는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발행인과 수취인이 통모하여 진정한 어음채무의 부담이나 어음채권의 취득에 관한 의사 없이 단지 발행인의 채권자로부터 채권의 추심이나 강제집행을 받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만 약속어음의 발행을 가장한 경우 이러한 어음발행행위는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발행인과 수취인 사이에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 어음발행행위를 공증인에게는 마치 진정한 어음발행행위가 있는 것처럼 허위로 신고함으로써 공증인으로 하여금 그 어음발행행위에 대하여 집행력 있는 어음공정증서원본을 작성케 하고 이를 비치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어음행위를 둘러싼 민사법적 법리와 형사법적 법리가 교착하는 영역을 보여주고 있다. 어음법의 이론에 의하면 어음행위는 원인행위와 무관하다는 무인성의 법리에 지배되므로 허위의 원인채무를 근거로 하더라도 어음행위 자체는 유효하게 된다. 항소심은 이러한 법리에 따라서 갑이 공증인 면전에서 행한 을 상대의 어음행위는 유효하며, 이를 근거로 작성된 공정증서 또한 진실에 부합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갑과 을 사이의 어음행위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무효인 어음행위를 유효한 것처럼 공정증서에 기재하도록 한 행위가 공증증서원본불실기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본 판례는 어음행위의 무인성을 악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대법원이 형사법적 대응방안을 제시한 예로서 주목된다.

7. 통화위조죄와 행사할 목적의 의미
2012. 3. 29. 2011도7704, 공 2012상, 733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P업체를 운영하다가 부도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갑은 친구 A에게 채무를 지고 있었는데, A가 갑으로 인하여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갑은 A를 안심시키려고 5만원권의 앞면만을 복사한 후 이를 5만원권 크기로 자른 종이다발에 얹어 A에게 보여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갑은 칼라 복사기로 5만원권의 앞면을 여러 장 복사하여 5만원권 크기로 잘랐다(㉠복사물). 그러다가 갑은 생각을 바꾸어 ㉠복사물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검사는 갑을 통화위조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은 갑에 위조통화를 행사할 목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인정하였다. 검사는 불복 상고하면서, 유가증권위조죄에 위조유가증권을 유통시킬 의사가 없어도 행사할 목적이 인정되는 것처럼 위조통화를 유통시킬 의사가 없어도 통화위조죄의 행사할 목적이 인정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형법 제207조 소정의 '행사할 목적'이란 유가증권위조의 경우와 달리, 위조, 변조한 통화를 진정한 통화로서 유통에 놓겠다는 목적을 말하므로, 자신의 신용력을 증명하기 위하여 타인에게 보일 목적으로 통화를 위조한 경우에는 행사할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통화위조죄의 주관적 성립요소인 행사할 목적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법원은 유가증권위조죄와 달리 통화위조죄의 경우에는 행사할 목적이 위조, 변조한 통화를 진정한 통화로서 유통에 놓겠다는 목적을 말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 실질적인 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별다른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이 통화위조죄의 행사할 목적을 엄격하게 새기는 데에는 통화의 특수성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통화는 강화된 유가증권이 아니라 국가가 강제통용력을 부여한 지급수단이다. 통화의 이면에는 국가의 통화고권이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자신의 신용력을 증명하기 위하여 타인에게 보일 목적으로 통화를 위조하는 행위는 아직 국가의 통화고권에 대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단순히 보이기 위한 통화위조의 경우에는 행사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 본 판례는 통화위조죄의 특수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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