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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1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3) 조세법

강석훈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I. 개관

대법원은 행정처분의 개념을 확대하여 일반 행정소송에 있어서 권리구제의 폭을 넓히고 있는 최근의 추세와 궤를 같이 하여 세무조사결정의 처분성을 인정하는 획기적인 판결을 선고하였고, 세무조사시 재조사가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관하여 제한적 해석론을 설시하는 등 세무조사와 관련한 의미 있는 판결들을 선고하였다. 또한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시 그 취소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정리하여 실무상의 혼란을 제거하였다.

개별세목에 있어서도,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 양도계약이 무효인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종래의 판례를 변경한 사안,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엔스왑 예금거래에 대한 이자소득세 과세가 문제된 사안에서 실질과세의 원칙의 한계를 선언한 사안,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시행 후 비특수관계자 사이의 거래에 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이익을 분여하여 줄 만한 동기나 사정이 있는지 여부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사안 등은 납세자의 권리구제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들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납세자의 신의칙 적용과 관련하여 종전에는 금반언의 법리와 유사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 오던 것을 권리남용의 법리까지 나아간 것처럼 비추어지는 판시가 있어 결과적으로 세무공무원의 신의칙보다 오히려 납세의무자의 신의칙 적용이 더 강화된 듯 하여 다소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하에서는 각 세목 별로 2011년 주요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살펴본다.

II. 조세법 총론

1. 세무조사결정의 처분성 인정 : 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9두23617 판결

과세관청이 세무조사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세무조사결정을 통지한 것만으로도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대상판결은 ① 부과처분을 위한 과세관청의 질문조사권이 행하여지는 세무조사결정이 있는 경우 납세의무자는 세무공무원의 과세자료 수집을 위한 질문에 대답하고 검사를 수인하여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점, ② 세무조사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행하여져야 하고, 더욱이 동일한 세목 및 과세기간에 대한 재조사는 조세공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될 필요가 있는 점, ③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개개의 과태료 처분에 대하여 불복하거나 조사 종료 후의 과세처분에 대하여만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는 그에 앞서 세무조사결정에 대하여 다툼으로써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세무조사결정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인정하였다.

지금까지 납세자는 세무조사 후 세금이 부과된 다음에야 이를 다툴 수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세무조사를 받아야 했지만, 대상판결의 선고로 납세자는 중복 세무조사 등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가 침해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국세기본법은 제81조의2 내지 제81조의16에 걸쳐 다수의 납세자 권리보호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였고, 그 결과 납세자는 과세관청의 세무조사결정에 대하여 위법성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 근래 법원이 행정소송에 있어서 처분의 개념을 확대하여 권리구제의 폭을 넓히고 있는 추세와 궤를 같이하여 대상판결이 세무조사결정의 처분성을 인정하여 납세자의 권리보호가 한층 확대된 점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취소의 범위 :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8두22280 판결 /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0두20843 판결

대법원은 국세기본법 제22조의2 시행 이후에도 증액경정처분이 있는 경우, 당초 신고나 결정은 증액경정처분에 흡수됨으로써 독립된 존재가치를 잃게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칙적으로 당초 신고나 결정에 대한 불복기간의 경과 여부 등에 관계없이 증액경정처분만이 항고소송의 심판대상이 되고, 납세의무자는 그 항고소송에서 당초 신고나 결정에 대한 위법사유도 함께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두17134 판결)하여 종래의 흡수설의 입장을 일관하고 있다.

다만, 취소의 범위가 증액경정처분에 의하여 증액된 부분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당초처분의 세액도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실무상 논란이 있었으나, 대상판결은 제소기간의 경과 등으로 불가쟁력이 발생하여 확정된 당초신고나 결정에서의 세액에 관하여는 취소를 구할 수 없고, 증액경정처분에 의하여 증액된 세액의 한도 내에서만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이미 확정된 당초처분의 세액은 그 취소를 구할 수 없다는 태도를 명확히 하였다.

Ⅲ.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1. '엔스왑 예금거래'에 따른 선물환 차익이 이자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두3961 판결

엔화스왑예금은 엔화정기예금과 원·엔 선물환거래가 결합된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으로서 특히 원·엔 선물환거래를 통하여 발생하는 수익에 대하여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큰 인기를 얻었던 금융상품이다.

엔스왑예금 상품의 구조를 간략히 설명하면, 고객은 은행과 사이에 엔화정기예금과 선물환거래를 함께 가입하는 '엔스왑예금계약'을 체결한 후 자신이 소유하던 원화를 엔화로 바꾸어 은행에 예치한다. 이후 만기가 되면 고객은 엔화정기예금에 따른 이자 외에 예금계약 체결일 당시 이미 정하여진 엔/원 선물환계약에 따른 금원(환차익)을 은행으로부터 원금과 함께 지급받게 된다.

과세관청은 위와 같은 엔화스왑예금에 따른 환차익이 사실상 일반적인 정기예금 이자와 동일하다는 이유로 원·엔 선물환계약을 통하여 발생한 외환매매차익에 대해서도 이를 이자소득으로 보아 상품가입자들에게 종합소득세를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과세관청의 처분에 대하여, ① 선물환계약은 엔화정기예금계약과는 구별되는 별개의 계약으로 인정되고, 법률행위의 효력이 없는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엔화정기예금계약에 포함되어 일체가 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② 선물환거래로 인한 선물환차익은 예금의 이자 또는 이에 유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 또는 이와 유사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고객들이 수취한 외환매매차익은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납세의무자가 경제활동을 할 때에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도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과중한 세금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실질과세의 원칙에 의하여 납세의무자의 거래행위를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1. 5. 14. 선고 90누3027 판결,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7두26629 판결 등).

대상판결은 엔스왑예금계약의 '실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쟁점이 치열하게 다투어진 사안에서, 해당 금융상품의 실질에 관한 사실판단을 정리함과 아울러 과세관청이 주장한 실질과세 원칙의 한계를 재차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대상판결 선고 이후 2012. 1. 1. 개정된 소득세법은 제16조 제1항 제13호를 신설하여 소득세 과세대상인 이자소득을 발생시키는 상품과 소득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파생상품을 결합시켜 만든 복합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이익도 이자소득에 포함시키도록 규정함으로써 신종 금융상품 거래를 통한 이익에 과세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적인 조치를 취하였다.

2.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 무효인 양도계약과 양도소득세 과세 :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0두23644 전원합의체 판결

종래 대법원은 국토이용관리법상의 토지거래허가지역 내에서의 매매계약은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기 전에는 무효라 할 것이고, 구 소득세법 제4조 제3항은 양도소득에 있어 자산의 양도를 그 자산이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양도소득을 파악하여 이득의 지배관리나 향수를 하고 있는 지위에 있는 것만으로는 양도소득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였다. 그 결과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단지 그 매매대금이 먼저 지급되어 매도인이 이를 보관하고 있다 하여 이를 두고 양도소득의 과세대상인 자산의 양도에 해당한다거나 자산의 양도로 인한 소득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누8361 판결 등).

이에 더하여 대법원은 토지거래허가지역 내의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이 있었음에도 편법적으로 토지허가거래가 필요하지 않은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안에서도, 거래의 실질이 매매임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같은 이유로 토지 양도인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취지의 판결이 이어지자 과세관청은 토지 양도인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가 아니라 거래의 형식에 맞추어 양수인에게 증여세 부과처분을 하였는데, 대법원은 이에 대해 당해 거래의 실질이 증여가 아님을 이유로 증여세부과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7. 3. 20. 선고 95누18383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따라 과세관청으로서는 사실상 소유권이 이전되고 양도소득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양도나 증여 어느 근거로도 과세할 수 없는 과세공백 상황을 용인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① 소득세법 제88조 제1항 본문은 자산이 유상으로 이전된 원인인 매매 등 계약이 법률상 유효할 것까지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 점, ② 매매 등 계약이 위법 내지 탈법적인 것이어서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사이에서는 그 매매 등 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어 매도인 등이 매매대금 등을 수수하여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종국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매도인 등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하는 점,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매매 등 계약이 법률상 무효라는 이유로 매도인 등이 그로 인하여 얻은 양도차익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조세정의와 형평에 심히 어긋난다는 점을 근거로 매도인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시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거래당사자가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양도의 실질을 달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원상회복을 구하지도 않을 경우, 그와 같은 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 없는 이익을 향유하게 하는 것은 지극히 불합리한 결과라 할 것인바, 대상판결은 토지허가거래를 받지 아니하고 전매하거나 증여의 등기를 하여 이전한 경우 등에 대하여 과세공백의 문제를 해소하게 되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7조 제1항 소정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범위에 관한 해석 :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08두150 전원합의체판결

구 법인세법 제52조 제1항은 법인이 특수관계자와 경제적 합리성이 없는 거래를 함으로써 법인세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킨 경우 과세관청은 그 거래내용과 상관없이 법인의 소득을 다시 계산하여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특수관계자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었다.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7조 제1항은 위와 같은 위임에 따라 '법인과 각호의 1의 관계에 있는 자'를 특수관계자로 규정하면서, 제1호 내지 제8호에서 법인과 일정한 관계에 있는 자를 열거하고 있었다.

위 시행령 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법인을 기준으로 하여 거래상대방이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그 거래상대방이 특수관계자에 해당하는 것인지(일방관계설), 아니면 위 경우뿐만 아니라 거래상대방을 기준으로 하여 법인이 위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그 거래상대방이 특수관계자에 해당하는 것인지(쌍방관계설)에 대하여 종래 견해의 대립이 있어 왔다.

이에 대하여 종래의 과세실무 및 대법원 판결은 특수관계자의 기준 설정에 있어서 법문언에도 불구하고 당해 법인과 거래상대방 양쪽 모두를 기준으로 하는 '쌍방관계설'을 취하여 특수관계자의 범위에 관한 법규정을 넓게 해석하였고, 이에 따라 법인세를 부과하는 과세처분이 적법하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88누7248 판결).

반면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여, 위 법인세법 시행령 규정의 문언상 납세의무자인 법인을 기준으로 하여 그와 각호의 1의 관계에 있는 자만이 특수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납세의무자인 법인과 거래를 한 상대방을 기준으로 하여 법인이 위 각호의 1의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특수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위 시행령 조항의 문언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특수관계자의 범위와 관련하여 법문언에 충실한 방향으로 해석을 선회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선언하였고  이를 통해 납세자들의 불이익을 개선하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할 것이다. 다만, 대상판결의 선고에 따라 개정된 법인세법 시행령 제87조는 종래의 실무례인 쌍방관계설을 명문의 규정으로 입법화하였고, 이에 따라 대상판결의 권리구제적 의미는 반감되었다고 하겠다.

Ⅳ. 부가가치세법

1. 납세자에게 신의칙을 적용하여 납세자의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청구를 제한한 사안 :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9두1347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금지금 영업 관련자들에 대한 일련의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취소 사건들에서, 금지금 영업 관련자들의 금지금 거래는 명목상의 거래가 아니라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되는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므로, 그 과정에서 교부받은 세금계산서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 차례 확인한 바 있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두9737 판결 등).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부가가치세 영세율이 적용되는 수출업자의 경우에는 그 전 단계에서 부정거래가 있었음을 알았거나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로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여 이를 알지 못하였다면 그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그 근거로 납세의무자의 신의성실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의 소수의견은, 세법상 신의성실 원칙의 적용은 당사자의 의사결정에 의하여 형성되는 사법상 법률관계에서보다 그 적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합법성을 희생해서라도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신중하게 적용해야 하므로,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으로부터 세금계산서를 수취하였고 그것이 부가가치세법 제17조 제2항이 규정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등의 배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그의 매입세액은 공제·환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납세의무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모순되는 행태가 존재하고, 그 행태가 납세의무자의 심한 배신행위에 기인하였으며, 그에 기하여 야기된 과세관청의 신뢰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인바, 조세법률주의에 의하여 합법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조세 실체법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은 합법성을 희생하여서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과세관청은 실지조사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그 실질을 조사하여 과세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과세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도 부담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납세의무자에게 신의칙을 적용하는 데에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여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금지금 수출업자가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구하는 것은 보편적인 정의관과 윤리관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될 수 없으므로, 국세기본법 제15조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이러한 법리는 공평의 관점과 결과의 중대성 및 보편적 정의감에 비추어 볼 때, 수출업자가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그와 같은 부정거래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 경우, 즉 악의적 사업자와의 관계로 보아 수출업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로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여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고, 그 수출업자와 부정거래를 한 악의적 사업자 사이에 구체적인 공모 또는 공범관계가 있는 경우로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의 이와 같은 판시는 납세의무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에 있어서 종전의 금반언의 법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권리남용의 법리까지 적용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개별 세법의 과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데도 국세기본법상의 일반 규정인 납세의무자의 신의칙을 적용하여 과세요건을 완성시키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대단히 신중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납세의무자의 신의칙을 확대 적용하면 개별 세법의 과세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안에 대해서도 정의관과 윤리관 등만을 근거로 새로운 과세요건을 창설할 수 있는 여지마저 생긴다. 앞으로 대법원이 납세의무자의 신의칙을 어디까지 확대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Ⅴ. 상속세 및 증여세법

1. 비특수관계자 사이의 거래에 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이익을 분여하여 줄 만한 동기나 사정이 있는지 여부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사안 :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두22075 판결

A, B회사가 포괄적 주식교환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A회사는 B회사의 주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B회사 주식 전부를 이전받아 B의 완전모회사가 되고, 이에 대한 대가로 B회사의 주주들에게 신주를 교부하였다. 원고도 위와 같은 교환계약에 따라 B회사 주식을 A회사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A회사가 발행한 신주를 취득하였다.

과세관청은 주식교환비율 산정의 근거가 된 B회사 주식의 평가액을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세법상 평가액을 근거로 원고가 B회사 주식을 정당한 사유 없이 고가로 양도하여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보아 원고에게 상증세법 제35조 제2항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대상판결은 상증세법 제35조 제2항에 의한 증여세 부과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과세관청이 고가양도 사실 뿐만 아니라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함과 아울러, 법령에 따른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모두 거쳤음에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따라 A회사의 주식을 배정받은 원고가 A회사로부터 증여를 받았다는 것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거나, A회사 또는 그 주주들이 원고 또는 B회사의 주주들에게 이익을 분여하여 줄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였다.

대상판결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시행 후 특수관계 없는 자들이 상증세법상의 시가와 차이가 있는 가격으로 거래를 하더라도 당해 조항에 의하여 무차별적으로 증여세 과세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익을 분여할 만한 경제적인 동기나 유인이 있다는 점을 과세관청이 입증하는 경우에 한하여 과세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실무상 과세관청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채택을 계기로 하여, 비특수관계자 사이의 거래에 관하여 이익을 분여하여 줄 만한 동기나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형식적인 과세요건을 갖추기만 하면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는 바, 대상판결은 이러한 과세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Ⅵ. 지방세법

1. 조세회피를 위해 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여 선박을 매입한 회사에 취득세를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사안 :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8두10591 판결


해외에 설립된 甲 외국법인이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돈으로 선박을 매입한 다음, 乙 내국법인이 해외에 설립한 丙 외국법인과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乙 법인은 丙 외국법인과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한 뒤 위 선박들을 자신의 해운사업에 사용해 온 사안에서, 대상판결은 丙 외국법인은 자본금이 1달러에 불과하고 아무런 인적 조직과 물적 시설을 갖추지 않은 명목회사인 점, 丙 외국법인을 통하여 甲 외국법인에 용선료를 지급하는 업무 일체를 乙 법인이 관장해 온 점 등에 비추어, 丙 외국법인은 나용선계약의 명의상 당사자일 뿐이고, 乙 법인이 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라고 판단하였다. 그 결과 실질과세의 원칙상 과세관청이 乙에 대하여 한 취득세 부과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해운사들은 조세부담·인건비 등이 유리한 파나마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선박을 등록해 왔지만 이는 경영기법의 하나로 여겨져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그 동안 관행적으로 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선박을 등록해 온 해운회사들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납세의무자로서는 조세법률주의의 토대 위에서 조세의 부담을 완화하는 거래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그것이 가장행위나 위법한 거래로 평가되지 않는 한 납세의무자의 권리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확정개념인 실질과세의 원칙을 내세워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형식을 함부로 부인하고 법 문언에 표현된 과세요건의 일반적 의미를 일탈하여 그 적용범위를 넓히게 되면 조세법률주의가 형해화되어 이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사법상의 형식을 실질과세의 원칙을 들어 부인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대상판결의 사안은 선박의 경우 조세피난처로의 편의치적이 남용되는 사례가 많아 이를 규제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서 설득력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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