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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1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4) 민법 下

김재형 교수(서울대 법대)

Ⅵ. 동산의 이중양도

1. 대판(전) 2011. 1. 20, 2008도10479는 동산의 이중양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형사판결이지만, 민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민법과 관련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이 사건 인쇄기를 A에게 135,000,000원에 양도하기로 하여 그로부터 1, 2차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합계 43,610,082원 상당의 원단을 제공받아 이를 수령하였는데도 그 인쇄기를 자신의 채권자인 B에게 기존 채무 84,000,000원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A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동산의 이중양도한 경우 매도인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문제되고 있다. 원심은 이를 부정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의 다수의견도 원심판결을 지지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는 부동산의 매매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가 매수인을 위한 등기협력의무에 위배하는 것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동산을 이중으로 양도한 경우에는 부동산의 경우와는 달리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확립된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례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매매계약에서 매매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간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고 다만 그 공시방법이 각기 등기 또는 인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둘째,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이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매수인에게 교부하고 매수인이 그 서류를 이용하여 등기를 신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산매매에서도 매도인이 목적물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셋째, 특정물인 동산의 매매에서 중도금을 교부하여 그 계약이 계약의 내용에 좇아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인의 신뢰를 형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부동산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에 대한 2개의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2. 다수의견이든 반대의견이든 부동산의 이중양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의 판례법리에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다수의견에 대한 첫 번째 보충의견은 위 판례법리에 '법리적으로 오류'가 있으나, '판례법리가 오랫동안 판례법으로 굳어진 마당에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동산 매도인의 의무와 동산 매도인의 의무를 다르게 취급할 것인지 문제된다. 이 문제에 관하여 반대의견, 보충의견들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밝히고 있듯이 양자를 다르게 취급할 근거는 없다.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가 있다. 부동산 매도인의 경우에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해야 하고, 동산 매도인의 경우에는 동산을 인도하여야 한다. 의용민법에서와 같이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소유권이 이전되는 의사주의를 채택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소유권이 이전되지만, 형식주의를 취하는 현행 민법에서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거나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소유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매도인이 매수인으로 하여금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매수인이 취득한 소유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수의견에 대한 첫 번째 보충의견에서는 부동산의 이중양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전제에서 현단계에서 이에 관한 판례법리를 바꿀 수 없으니, 동산의 이중양도라도 배임죄의 처벌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사한 문제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 그 예외를 인정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의 이중양도, 채권의 이중양도 등 유사한 문제를 배임죄로 처벌하면서 동산의 이중양도에 관해서만 배임죄의 처벌대상에서 배제할 만한 '차이'를 찾을 수 없다.

Ⅶ. 계약 당시 예견할 수 있었던 장애사유의 불고지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

대판 2011. 8. 25, 2011다43778에서는 계약 당시 예견할 수 있었던 장애사유를 고지하지 않은 경우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아파트건설업자인 피고는 아파트의 사전분양 공고 및 분양계약 체결 당시 장차 아파트 부지에 대한 문화재발굴조사가 진행되어 유적지 발견에 따른 현지 보존결정이 내려짐으로써 아파트건설사업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그 추진·실행에 현저한 지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알았다. 그런데도 분양 공고문이나 분양계약서에 문화재 조사결과에 따라 사업계획 자체의 폐지나 그 부지가 변경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그 후 피고는 발굴조사가 완료되기 전에 이 사건 아파트 공사를 착공하였는데, 그로부터 얼마 후 이 사건 아파트 부지에서 고려시대 저택 유구가 발견되자 중앙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지도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그 원형보존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하여 최종적으로 이 사건 아파트 부지에 대하여 현지 원형보존 결정을 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는 당초의 부지에 건축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원심은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계약에 따른 아파트 공급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데 대하여 그 귀책사유가 피고에게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대법원도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를 지지하였다.

"계약당사자 일방이 자신이 부담하는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사유를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알았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비록 그 사유로 말미암아 후에 채무불이행이 되는 것 자체에 대하여는 그에게 어떠한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 장애사유를 인식하고 이에 관한 위험을 인수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채무불이행이 상대방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채무가 불이행된 것에 대하여 귀책사유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이 계약의 원만한 실현과 관련하여 각각의 당사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적절하게 분배한다는 계약법의 기본적 요구에 부합한다."

이 판결은 계약당사자 일방이 자신의 계약상 채무 이행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사유를 계약 체결 당시 알았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않은 경우, 원칙적으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귀책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되, 다만 그 예외로 두 가지 사유를 들고 있다. 하나는 상대방이 그 장애사유를 인식하고 이에 관한 위험을 인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채무불이행이 상대방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계약의 당사자가 자신의 계약상 채무 이행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사유를 계약 체결 당시 알았거나 예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그와 같은 장애사유에 관한 위험을 인수하였다면 위와 같은 사유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귀책사유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Ⅷ. 낙찰자 선정 후 본계약 체결 불응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

1. 대판 2011. 11. 10, 2011다41659는 입찰절차에서 낙찰자를 선정한 후 본계약 체결을 불응하는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판단하고 있다.

"공사도급계약의 도급인이 될 자가 수급인을 선정하기 위해 입찰절차를 거쳐 낙찰자를 결정한 경우 입찰을 실시한 자와 낙찰자 사이에는 도급계약의 본계약체결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하고, 어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 상대방은 예약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예약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하는데, 만일 입찰을 실시한 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낙찰자에 대하여 본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라면 낙찰자가 본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통하여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이행이익 상실의 손해는 통상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므로 입찰을 실시한 자는 낙찰자에 대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또한 이 판결은 손해액을 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를 상세히 들고 있다.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 건축사사무소에 작성을 의뢰하여 받은 내역서의 일부인 공사원가계산서에 이윤으로 기재된 금액을 그대로 본계약의 체결 및 이행으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으로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파기하면서 "낙찰자가 본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통하여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은 일단 본계약에 따라 타방 당사자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던 급부인 낙찰금액"이지만, "본계약의 체결과 이행에 이르지 않음으로써 낙찰자가 지출을 면하게 된 직·간접적 비용은 그가 배상받을 손해액에서 당연히 공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본계약 체결의 거절로 인하여 낙찰자가 그 이행과정에서 기울여야 할 노력이나 이에 수반하여 불가피하게 인수하여야 할 사업상 위험을 면하게 된 점 등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2. 입찰과정에서 본계약을 체결하기 전의 법률관계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 판결은 공사도급계약에 관한 입찰절차에서 낙찰자가 결정된 경우의 법률관계를 분명하게 밝히고 상대방이 본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와 그 산정에 관하여 명확하게 법리를 선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공사도급계약에 관한 입찰절차에서 낙찰자가 결정된 경우 입찰자와 낙찰자 사이에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하고, 한 쪽이 본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 상대방은 예약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이러한 손해배상의 범위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민법 제393조에 따라 통상손해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가 포함될 것이다. 이 판결은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예약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한다고 하였는데,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도 예견가능성이 있는 한 손해배상의 범위에서 배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이 판결은 "입찰을 실시한 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낙찰자에 대하여 본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라면 낙찰자가 본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통하여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이행이익 상실의 손해는 통상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행이익 상실의 손해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예견가능성이 있는 한도에서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될 것이다.

Ⅸ. 상속의 포기가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인지 여부

1. 대판 2000. 7. 28, 2000다14101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재산분할이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따른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야 할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초과부분에 대하여는 적법한 재산분할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취소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나아가 대판·2001. 2. 9, 2000다51797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상속이 개시되어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에 대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각 상속인의 단독소유로 하거나 새로운 공유관계로 이행시킴으로써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시키는 것으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그런데 상속의 포기가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통설은 이를 부정하고 있으나, 이에 반대하는 유력한 견해가 있다. 사해행위에서 상속의 포기를 상속재산분할협의와 동일하게 취급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2. 대판 2011. 6. 9, 2011다29307은 상속의 포기가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고는 A를 상대로 2억 8천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07. 10. 23. 승소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A와 피고들의 어머니인 망 B가 2009. 12. 4. 사망하였다. 그러자 망인의 공동상속인 중 A는 상속포기기간 동안인 2010. 1. 28. 서울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하였고, 위 신고는 2010. 3. 15. 법원에 의하여 수리되었다. A를 제외한 나머지 공동상속인인 피고들은 위 상속포기의 신고와 같은 날인 2010. 1. 28. A를 제외한 채 망인의 상속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의 망인 소유 지분(이하 '이 사건 상속재산'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한 다음 2009. 12. 4.자 협의분할로 인한 재산상속을 원인으로 하여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이미 채무초과상태에 있던 A가 2009. 12. 4. 공동상속인들인 피고들과 사이에 이 사건 상속재산 중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는 내용으로 행한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채권자인 원고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하고, 그 원상회복으로 피고들은 위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상속의 포기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대법원도 이를 지지하였다.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상속의 포기는 1차적으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상속인을 포함하여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행하여지는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고 있다. 또한 상속이 개시된 때를 기준으로 본다면, 상속의 포기로 인하여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상태가 악화되지 않기 때문에 상속의 포기를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는 반면에, 상속의 포기를 사해행위라는 이유로 취소할 경우에 법률관계가 복잡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이 판결은 상속의 포기를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에서 배제하였는데, 이는 선례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상속재산을 취득하였음을 전제로 그 재산을 분할하는 것으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사해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민법 제정 당시에는 상속의 포기를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일 것이다. 그 후 민법 개정으로 상속의 성격이 재산법적인 것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으나, 이 점을 고려하여 상속의 포기를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민법상의 채권자취소권이나 도산절차상의 부인권에서 상속의 포기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다만 파산절차에서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 그 효력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6조)이 있다. 이 규정은 부인권에 관한 규정이 아니고, 회생절차에는 이와 같은 규정은 없다. 이 판결은 상속의 포기에 대해서는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파산절차가 개시되기 전에는 채무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상속을 포기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본 것이다.

Ⅹ.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발생시기

1. 대판 2011. 1. 13, 2009다103950은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청구권이 인정되는 경우 그 지연손해금의 발생시기에 관하여 획기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피고 소속 공무원인 경찰 수사관들이 1975. 2. 13. 원고 1을 강제연행하여 1개월 동안 영장 없이 불법구금하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하여 간첩혐의에 대한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조작함으로써 그가 추후 구속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그 형집행을 당하도록 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원고 1은 1975. 6. 20. 법원으로부터 징역 8년에 자격정지 8년을 선고받아 그 집행을 마치고, 1991. 10.경까지 사회안전법에 의한 보호관찰 등과 보안관찰법에 의한 보안관찰도 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2008. 3. 11. 위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을 내리자, 2008. 4. 23.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청구의 일환으로 이 사건 위자료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피고가 그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일체의 비재산적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법에 따른 위자료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송치일인 1975. 4. 1.부터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피고가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위자료의 산정과 그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에 관한 판단 부분은 다음과 같다.

"따라서 이처럼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됨으로써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만 할 것이다."

2.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있었을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판례는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대판 2010. 4. 29, 2009다91828 등). 이는 재산적 손해에 관하여 차액설을 따른 것이다. 한편 비재산적 손해의 경우에 대해서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위자하는 것이다.

종래 판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에 대해서는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하였다(대판 1975. 5. 27, 74다1393 등). 불법행위 시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할 경우 그때부터 지연손해금을 인정하여야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있었을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 불법행위 시를 기준으로 산정한 손해배상액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지연손해금에 해당하는 금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법행위 시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고 그 때부터 지연손해금을 인정하는 것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목적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위자료의 경우에는 통상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그 액수를 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부터 지연손해금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변론종결 시까지 등귀한 물가 등을 기준으로 정하였는데, 이에 더하여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을 인정할 경우에는 이중 배상 또는 과잉 배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연손해금은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는데,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정한 위자료를 그때까지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이행을 지체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3.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불법행위 시를 기준으로 산정한다면, 그 때부터 지연손해금을 붙이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자료와 같이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그 금액을 산정하는 경우에는 그 이후부터 지연손해금을 붙여야 할 것이다. 불법행위 시부터 불법행위로 인한 지연손해금을 붙이려면 그때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 판결에서는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됨으로써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 불법행위 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본다면 "현저한 과잉배상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소속 공무원들에 의하여 원고 1에 대한 불법구금이 개시된 1975. 2. 13.로부터 원심의 변론종결일인 2009. 9. 25.까지 34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경과하였기 때문에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현저하게 과잉된 지연배상을 허용하는 결과가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4. 그 후 이 판결과 동일한 취지로 판단한 대판 2011. 1. 27, 2010다6680에 대하여 재심이 청구되었는데, 대판(전) 2011. 7. 21, 2011재다199는 종전 대법원 판결들과 재심대상판결은 서로 다른 사안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에 관하여 원칙과 예외에 속하는 법리를 각각 선언하고 있다고 하여 종래 대법원이 표시한 의견을 변경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을 인정하는 법리는 이 판결에 의하여 사실상 부분적으로 변경되었거나 적어도 중대한 예외를 만들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그 계기는 이론적 탐구에서 시작되었다기보다는 이 사건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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