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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1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3) 민법 上

김재형 교수(서울대 법대)

Ⅰ. 서론

해가 바뀌는 것을 계기로 지난 1년 동안 나온 대법원 판례 중에서 몇몇 판례를 선정하여 그 의미를 탐색해 보았다. 그 사이 대법원 구성의 변화에 따라 법원의 판결에도 앞으로 어떠한 변화가 생길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였지만, 학계가 한편으로는 '로스쿨 교육'에, 다른 한편으로는 민법 개정을 비롯한 '입법'에 열중하느라 몸과 마음을 빼앗겨 행여 실무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민법 분야에서 중요한 전원합의체 판결 또는 결정이 나왔다. 강행법규 위반에 관한 판결, 변호사의 정보제공에 관한 판결,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관한 결정,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에 관한 판결을 들 수 있다. 또한 형사판결 중에서 동산의 이중양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은 민사법리를 상세하게 전개하고 있다.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니지만, 사적 단체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대우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판결이나 위자료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에 관한 판결 등 선례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여러 판결들이 나왔다.

Ⅱ. 私的 團體의 구성원에 대한 평등권 침해 문제

1. 사적 단체에서 헌법상 평등권이 보장되는가? 성년 여성이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대판(전) 2005. 7. 21, 2002다1178에서 다수의견은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자만을 종중의 구성원으로 하고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종래의 관습에 대하여 그 효력을 부정하고 있다. 종중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만에 의하여 생래적으로 부여하거나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공동선조의 사망과 함께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하는 종중에서 성년 여성을 종중의 구성원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대판 2011. 2. 24, 2009다17783은 이른바 '종중 유사단체'에는 남녀평등의 원칙을 고려하여 성년 여성을 종중의 구성원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위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종중 유사단체는 그 목적이나 기능이 고유한 의미의 종중과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공동선조의 후손 중 일부에 의하여 인위적인 조직행위를 거쳐 성립된 경우에는 사적 임의단체라는 점에서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인 고유한 의미의 종중과 그 성질을 달리한다. 그러한 경우에는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결사의 자유에 따라 그 구성원의 자격이나 가입조건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따라서 그러한 종중 유사단체의 회칙이나 규약에서 공동선조의 후손 중 남성만으로 그 구성원을 한정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결사의 자유의 보장범위에 포함되고, 위 사정만으로 그 회칙이나 규약이 양성평등 원칙을 정한 헌법 제11조 및 민법 제103조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결국 종중 유사단체의 경우에는 사적 임의단체로서 기본적으로 사적 자치의 원칙과 결사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보아야 한다.

2. 대판 2011. 1. 27, 2009다19864에서는 사적 단체에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 경우에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1903년에 설립된 비법인사단인 서울기독교청년회(서울 YMCA)가 남성 회원에게는 총회의결권 등을 가지는 총회원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여성 회원의 경우에는 원천적으로 총회원 자격심사에서 배제하였다. 이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문제되었다(이하 '서울 YMCA' 사건이라고 한다). 원심은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도 이를 지지하였다.

이 판결은 먼저 헌법상 기본권 규정이 사법관계에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간접적용설을 따르고 있다(대판(전) 2010. 4. 22, 2008다38288). 즉,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친다고 한다. 나아가 이 판결은 "사적 단체를 포함하여 사회공동체 내에서 개인이 성별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희망과 소양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영위하는 것은 그 인격권 실현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도 민법 제750조의 일반규정을 통하여 사법상 보호되는 인격적 법익침해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논하여질 수 있고, 그 위법성 인정을 위하여 반드시 사인간의 평등권 보호에 관한 별개의 입법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는 평등권 침해도 결국 사법상 보호되는 인격권 침해의 일종으로 파악한 것이다.

3. 이 판결은 "사적 단체는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결사의 자유에 따라 그 단체의 형성과 조직, 운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므로, 사적 단체가 그 성격이나 목적에 비추어 그 구성원을 성별에 따라 달리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금지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이는 위 1에서 본 판결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사적 단체의 구성원에 대한 성별에 따른 차별처우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도저히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경우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위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성별에 따른 차별처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기준적인 법리를 선언한 것이다. 사적 단체에서 성별에 따라 구성원을 달리 대우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위법성이 인정된다.

이 판결은 사적 단체의 구성원에 대한 성별에 따른 차별처우가 위법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고려해야 할 요소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① 사적 단체의 성격이나 목적: 대외적으로 그 단체가 사회공동체 내에서 순수하게 사적인 영역에서만 활동하는지 아니면 일정 부분 공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며 공익적 기능도 수행하는지와 대내적으로 그 단체의 구성원들에게 제공되는 구체적인 역무의 내용과 성격 등, ② 차별처우의 필요성: 그러한 차별처우가 단체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것으로서 필요한 한도 내의 조치였는지 여부, ③ 차별처우에 의한 법익 침해의 양상 및 정도: 해당 구성원의 단체가입 목적, 이를 위한 단체 내 활동에서의 제약 정도와 기간, 그 가입목적 달성을 위한 대체적 단체의 가입 가능성 유무, 가입시 단체 내 차별처우의 존재에 대한 인식 여부, 차별처우에 대한 문제제기 기간과 이에 대한 그 단체의 대응방식 등.

이 사건에서는 차별대우가 없었더라면 있었을 그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소를 제기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서 피고의 차별대우가 위법하다는 점을 들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있다. 이 판결은 특히 사적 단체에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는 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고, 그 구체적인 판단 기준 또는 그 판단을 위한 고려 요소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적 단체의 구성원에 대하여 성별에 따른 차별처우를 한 경우에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려면 성별에 따른 차별처우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위에서 든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Ⅲ. 변호사 정보제공에 의한 인격권 침해

1. 대판(전) 2011. 9. 2, 2008다42430에서는 변호사의 신상정보, 인맥지수, 승소율을 제공한 것이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문제되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주식회사 로마켓아시아)는 이 사건 홈페이지(lawmarket.co.kr)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사건 개인신상정보(변호사들의 이름, 출생지, 성별, 사법시험 합격연도, 사법연수원 기수, 출신 학교, 법원·검찰 근무 경력 등의 정보)를 수집하였다. ② 피고는 이 사건 개인신상정보를 이용하여 특정 법조인 2명 사이에 개인정보 및 경력이 일치하는 경우 일정 점수를 부여하여 합산하는 방법으로 인맥지수를 산출하였다. 피고는 인맥지수를 이용하여 '가까운 법조인 찾기', '두 사람의 관계 보기', '징검다리 인물 찾기' 등의 검색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였다. ③ 피고는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대법원 홈페이지의 '나의 사건검색' 서비스를 통하여 소송 약 3,500만 건에 대한 사건번호, 사건명, 소송대리인, 종국결과 등의 이 사건 사건정보를 수집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사건정보를 이용하여 변호사별로 '승소율'을 산출하고, 분야별로 변호사의 '전문성 지수'를 산출하였으며, 위 전문성 지수를 토대로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많이 취급한 분야의 사건비중 등을 산출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홈페이지에서 이 사건 사건정보 및 승소율, 전문성 지수 등을 이용하여 '10년간 소송통계', '변호사 수행정보', '변호사 전문분야', '변호사 vs 변호사', '분야별 전문가', '분야/인맥 동시 검색' 등의 검색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였다.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하 이들 모두를 '원고들'이라고 한다)은 위와 같은 서비스에 대한 금지를 청구하였다. 원심은, 피고의 이 사건 인맥지수 서비스로 인하여 원고들의 자기정보통제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나, 피고가 승소율이나 전문성 지수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원고들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은 원심판결과는 달리 인맥지수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피고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다. 다만 이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하여 피고의 인맥지수 서비스 부분도 위법하지 않다는 반대의견과 이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1)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그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 경우 인격적 법익과 표현행위로 보호받을 수 있는 이익이 충돌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일반론을 제시한다. 즉,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침해되는 인격적 법익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자유롭게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표현행위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이익이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충돌하는 경우에는 ① 개인이 공적인 존재인지 여부, ② 개인정보의 공공성 및 공익성, ③ 개인정보 수집의 목적·절차·이용형태의 상당성, ④ 개인정보 이용의 필요성, ⑤ 개인정보 이용으로 인해 침해되는 이익의 성질 및 내용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인정보에 관한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비공개 이익)과 표현행위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공개 이익)을 구체적으로 비교 형량하여, 어느 쪽의 이익이 더욱 우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따라 그 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번호는 필자가 임의로 부가한 것임).

(2) 대법원은 이 사건 사건정보, 승소율이나 전문성 지수 등에 대하여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인맥지수 서비스에 관해서는 대법관들의 의견이 나뉘고 있다. 다수의견은 "위와 같이 산출된 인맥지수는 법조인 간의 친밀도라는 사적이고 인격적인 정보를 내용으로 하는 전혀 별개의 새로운 가치를 갖는 정보"이고, "이러한 인맥지수에 의하여 표현되는 법조인 간의 친밀도는 변호사인 원고들의 공적 업무에 대한 평가적 요소와는 무관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정보"라고 파악한다. 이에 반하여 반대의견은 "이 사건 개인신상정보는 이미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는 정보일 뿐만 아니라, 원고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 대한 것이 아니라 원고들이 변호사로서 영위하는 공적 활동에 관련된 것으로 일반 법률수요자가 변호사를 선택하기 위하여 최소한도로 제공받아야 할 개인적 및 직업적 정보"라고 하고, 이러한 정보를 기초로 산출된 정보도 피고의 표현의 자유와의 이익형량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그 보호가치가 높지 않다고 한다.

또한 다수의견은 인맥지수의 산출과정에서 왜곡가능성이 있고, 그 이용으로 인한 원고들의 이익 침해와 공적 폐해의 우려를 지적한다. 특히 "인맥지수 서비스가 통용된다면 위와 같은 일반의 그릇된 인식이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재판이나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불필요한 의심이 조장될 우려가 크다"고 하고, "인맥지수 서비스는 변호사의 공정한 수임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반대의견은 피고의 인맥지수 산출과 표현방법이 합리성을 잃지 않았다고 하고, 인맥지수 서비스로 인한 피고의 표현의 자유 내지 영업의 자유의 보장, 나아가 법률수요자 및 일반 국민의 알 권리의 보장 등의 공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측면도 고려하고 있다.

3. 이 사건에서 피고가 제공하는 변호사들의 개인신상정보, 인맥지수 서비스, 사건정보 및 승소율, 전문성 지수 등이 변호사들의 인격권, 특히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문제되고 있다. 원심과 대법원은 위에서 본 것처럼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침해되는 인격적 법익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자유롭게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표현행위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이익형량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한다는 출발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중에서 인맥지수 서비스 부분에 관해서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를 검토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개인이 공적인 존재인지 여부: 원고들은 변호사로서 적어도 변호사업무와 관련해서는 공적인 존재에 해당한다. ② 개인정보의 공공성 및 공익성: 이 사건 개인신상정보는 이미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고 있는 정보이며, 원고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 대한 것이 아니라 법률 수요자들이 변호사를 선택하기 위해 제공받아야 할 직업적 정보이므로 공공성과 공익성이 인정된다. 이 사건 사건정보는 변호사의 직무수행의 영역에서 형성된 공적 정보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 사건 사건정보를 이용하여 산출한 승소율이나 전문성 지수 등도 공익성이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 인맥지수의 성격에 관해서는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대립하는데, 이 사건 개인신상정보를 가공하여 수치화한 것으로 사실을 기초로 한 평가라고 볼 수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넓게 보호되어야 할 사항이다. ③ 개인정보 수집의 목적·절차·이용형태의 상당성: 이 사건에서는 공개되어 있는 정보를 수집·가공하여 인터넷을 통하여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수집의 목적·절차·이용형태에서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④ 개인정보 이용의 필요성: 이 사건 개인신상정보 등은 일반 법률수요자가 변호사를 선택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로서 개인정보를 이용할 필요성이 있다. ⑤ 개인정보 이용으로 인해 침해되는 이익의 성질 및 내용: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법익은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이다.

요컨대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에 관한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비공개 이익)이 표현행위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공개 이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어 그 위법성을 부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Ⅳ. 강행법규 위반

1. 법률에서 일정한 규정을 위반하는 법률행위의 효력을 정하고 있으면 그에 따른다. 그러나 강행법규인지 여부를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강행법규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강행규정을 판단하는 문제에 관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많이 나왔다.

2. 대판?2011. 4. 21,?2009다97079는 강행법규에 관한 또 하나의 전원합의체판결을 추가하고 있다. 이 사건 임대사업자인 대한주택공사가 2000. 6. 5. 입주자모집공고를 하고 원고들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임대의무기간이 경과하자 대한주택공사가 원고들에게 해당 임대주택을 우선분양전환하면서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분양전환가격 규정을 위반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다. 원심은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을 위반한 가격으로 체결된 분양계약은 그 산정기준의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도 이를 지지하였다.

이 판결은 종전의 판례(대판 2004. 12. 10, 2004다33605)를 변경하여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 관한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규정들을 강행법규로 보고, 그 규정들에서 정한 산정기준에 의한 금액을 초과한 분양전환가격으로 체결된 분양계약은 그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라고 한 것이다. 이 판결은 문제된 규정이 강행법규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법률의 입법 취지와 입법 목적, 경제적 이익의 귀속을 금지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이는 종전의 전원합의체 판결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 대판(전) 1975. 4. 22, 72다2161은 외국환관리법의 문제된 규정을 단속규정이라고 하였지만, 상호신용금고법에 관한 대판(전) 1985. 11. 26, 85다카122 이래 이 판결까지 3개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모두 문제된 규정을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금지법규에 위반한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함으로써, 한 쪽에서는 규제하고 다른 쪽에서는 허용하는 모순을 가급적 억제하여야 할 것이다.

Ⅴ. 제척기간과 소멸시효의 관계

- 하자담보에 기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1. 대판 2011. 10. 13, 2011다10266은 제척기간과 소멸시효의 관계에 관하여 중요한 판단을 하고 있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1998년 A와 망 B로부터 각각 부동산을 매수하여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위 부동산을 C, D에게 매도하고, 그들은 이를 다시 E에게 매도하였다. 그 후 E는 2006. 8. 초순 이 사건 부동산 지하에 이 사건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2006. 8. 7.경 원고에게 그 사실을 통지한 다음, 원고를 상대로 2006. 11. 9. 그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는 위 소송에서 1억 5,0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고 2008. 10. 2. E에게 합계 166,764,765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2009. 8. 7. A 및 B의 상속인들인 나머지 피고들에게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서 원고가 이 사건 폐기물의 처리비용 상당액으로 E에 지급한 금원의 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계약이 체결된 1998. 7. 21. 내지 1998. 8. 29.경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하자담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매도인에 대한 하자담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582조의 제척기간이 적용되고, 이는 법률관계의 조속한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그런데 하자담보에 기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권리의 내용·성질 및 취지에 비추어 민법 제162조 제1항의 채권 소멸시효의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 민법 제582조의 제척기간 규정으로 인하여 위 소멸시효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으며, 이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엇보다도 매수인이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부터 그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2.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하여 제582조에서 권리행사기간을 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제580조와 제581조에 의한 권리는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이 규정은 제척기간으로 이해되고 있다. 판례는 위 규정에서 정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매수인의 권리행사기간은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권리행사기간이고 재판상 청구를 위한 출소기간은 아니라고 한다(대판 1985. 11. 12, 84다카2344). 여기에서 재판 외에서의 권리행사는 특별한 형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매수인이 매도인에 대하여 적당한 방법으로 물건에 하자가 있음을 통지하고, 계약의 해제나 하자의 보수 또는 손해배상을 구하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충분하다고 한다(대판 2003. 6. 27, 2003다20190).

이 판결에서는 매수인이 매도인에 대한 하자담보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하는 경우에 이것이 소멸시효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제582조의 권리행사기간에 관한 규정이 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제582조의 권리행사기간이 도과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판결에서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여부는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쟁점이 되었다. 이를 긍정한 이 판결의 법리는 선례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3. 청구권에 관한 제척기간을 정하고 있는 규정이 있는 경우에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지 문제된다. 독일 민법에서는 명문의 규정으로 제척기간과 소멸시효기간을 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제651조의g는 제1항에서 여행자의 여행주최자에 대한 청구권에 관하여 제척기간을 정하고, 제2항에서 위 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제척기간과 소멸시효기간이 병존한다는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소멸시효기간과 제척기간은 양립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민법에서 제척기간과 소멸시효의 관계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이 문제는 해석에 의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 법률의 규정만을 보면, 제척기간을 정하고 있는 권리라고 하더라도 소멸시효에 걸릴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민법 제162조 제1항은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2항은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포섭되는 채권 등 재산권에 관하여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척기간을 규정한 입법자의 의도, 입법취지, 법규정의 체계에 비추어 제척기간과 소멸시효는 양립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지 문제된다. 이에 관해서 민법에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판결에서 문제된 사안을 살펴보자. 이 사건에서 매수인인 원고는 매도인인 피고를 상대로 제580조의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고, 제390조의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하자담보책임의 권리행사기간이 먼저 도과되겠지만, 제582조에서 하자담보책임에 의한 권리는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기산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 기간이 계속 도래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매수인이재판 외에서 권리를 행사하여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을 수 있다.이러한 경우에도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면,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는 결론을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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