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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지적재산권법

오승종 변호사(법무법인 다래)

들어가며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살펴볼 때 2010년에는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새로운 판례가 많이 나왔다기보다는 종전 판결을 확인하거나, 논란이 있던 사안에 관하여 다시 한 번 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한 판례가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의 대법원 판례가 양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최종심의 판결이라는 점 때문에 하급심 판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갖게 된다. 이하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하여 2010년도 중요 판례를 분석하되, 특히 그 동안 충분히 연구·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는 판결들에 대하여 향후 어떤 방향에서 보다 깊이 있는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을 해 보고자 한다.

1. 사실전달을 위한 사진 및 그 설명 문구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44542 판결)

사진저작물은 이미 존재하는 피사체를 기계적·화학적 방법에 의하여 재현해 내는 저작물이라는 점에서 미술저작물이나 건축저작물과 같은 다른 시각적 저작물과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이와 같이 기계적·화학적 방법에 의하여 작성되는 재현작품이 과연 저작물로서의 성립요건인 창작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하여 특정 사진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로서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피사체의 선택·구도의 설정·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카메라 앵글의 설정·셔터찬스의 포착 등에 사진작가의 개성과 창조성이 나타나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따라서 증명사진과 같이 기계적 방법으로 피사체를 충실하게 복제하는데 그치는 것은 사진저작물로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어떠한 사진이 아무리 단순한 것일지라도 그 사진은 사진작가의 개인적인 영향력에 따른 결과물이고, 사진작가에 의하여 주관적으로 행하여지는 피사체의 선택과 사진 찍는 위치, 조도 및 촬영속도의 선택 등에 의하여 저작권이 인정되기 위한 창작성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사진은 사진저작물로 보호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대상판결에서 문제가 된 사진은 원고가 생산한 고주파 수술기를 이용하여 치핵절제시술을 하는 과정을 촬영한 것, 고주파 응고법에 의한 자궁질부미란 치료의 경과를 촬영한 것 등으로 모두 촬영 대상을 중앙 부분에 위치시킨 채 근접한 상태에서 촬영한 것이고, 이는 모두 고주파 수술기를 이용한 수술 장면 및 환자의 환부 모습과 치료 경과 등을 충실하게 표현하여 정확하고 명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실용적 목적을 위하여 촬영된 것이었다. 대상판결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되므로, 사진저작물의 경우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그러한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가 있을 것( 대법원 2001. 5. 8. 선고 98다43366 판결, 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도3130 판결 참조)이라고 한 후, 원고의 사진들은 저작권법상의 사진저작물로서 보호될 정도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여 저작물성을 부정하였다.

아울러 이 사건에서는, 위 사진들과 함께 원고의 팸플릿에 게재된 고주파 수술기를 이용한 고주파 응고법의 치료원리, 응고 깊이·범위 등에 있어서의 특징을 도형을 이용하여 단순하게 도식화한 것, 원고2 등을 비롯한 의사들이 발표한 논문 등에 있는 고주파 수술기의 사용방법과 치료원리 및 효과를 설명한 기재의 저작물성도 문제로 되었다. 대상판결은 이에 관하여,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문학·학술 또는 예술에 관한 사상·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하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는 구 저작권법에서 정하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하며, 특히 학술의 범위에 속하는 저작물의 경우 그 학술적인 내용은 만인에게 공통되는 것이고 누구에 대하여도 자유로운 이용이 허용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그 저작권의 보호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있는 것이지 학술적인 내용에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6259 판결 참조)라고 이른바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학술적인 내용은 누구에 대하여도 자유로운 이용이 허용되어야 하고, 그 표현형식에 있어 저작자의 독자적인 개성이 나타나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창작적 표현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여 역시 그 저작물성을 부정하였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물품 사진, 시공 설계도, 학술논문 등과 같은 기능적 저작물에 대하여 창작성의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상판결에서도 실용적인 목적에 따라 피사체를 충실하게 재현한 사진이나 학술적인 원리를 기재한 논문 등은 창작성이 없어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창작성의 요건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어서,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에 비추어 볼 때, 기능적 저작물이라고 하여 창작성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상당수의 기능적 저작물을 아예 저작물로서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일단 창작성은 있다고 하여 저작물로는 성립하는 것으로 보되,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나 이른바 '합체의 원칙' 및 '사실상의 표준 원칙' 등을 적용하여 그 보호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향후 우리 대법원 판결도 기능적 저작물의 침해판단과 관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함에 있어서, 해당 작품이 창작성의 요건을 흠결하여 아예 저작물로 성립할 수 없는 경우인지, 아니면 저작물로는 성립하되 보호범위가 제한되어 완전한 데드카피(dead copy)가 아닌 한 저작권침해로 볼 수 없는 경우인지를 분명하게 가려 설시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2. 인터넷 포털이 제공하는 광고를 임의로 대체하는 광고 서비스의 동일성유지권 침해 여부 (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

본 판결의 사안은 다음과 같다. 피신청인은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광고시스템인 이 사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인터넷을 통하여 이용자들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신청인이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에서 광고를 검색하면 나타나는 화면의 여백을 찾아내어 신청인이 제공하는 광고와 함께 피신청인이 선택한 광고가 삽입되어 노출되도록 하는 방식('삽입광고 방식'), 포털이 제공하는 광고 대신 피신청인이 선택한 광고로 덮어쓰는 방식('대체광고 방식'), 포털의 검색창 하단과 포털이 제공하는 키워드 광고 사이에 피신청인이 제공하는 키워드 광고를 삽입하는 방식('키워드광고 방식')으로 동작한다.

이 사건 프로그램에 대하여 신청인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 저작권법 또는 (구)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위반의 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의 점 및 업무방해의 점 등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광고행위 등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였다. 이 판결의 민사상 쟁점(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금지 및 예방청구가 가능한지 여부 등)을 비롯한 다른 쟁점에 관하여는 이미 본란을 통하여 두 차례나 소개된 바 있으므로(김재형 교수 집필 민법(下) 및 최승재 교수 집필 IT 관련법 분야 각 2010년 중요판례분석 참조) 이 번 글에서는 본 판결의 저작권법 및 (구)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위반의 쟁점(동일성유지권 침해 여부)에 관하여만 언급하기로 한다.

이 사건에서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저작물인 포털 사이트의 화면표시를 이 사건 프로그램에 의하여 함부로 변경, 수정하는 것은 신청인의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특히 '키워드광고 방식' 부분에 있어서는 신청인의 인터넷 사이트로부터 HTML 파일을 다운로드 받은 다음 그 내용과 구성을 신청인의 광고용 HTML 파일을 이용하여 변경하는 것으로서 이는 신청인 컴퓨터프로그램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채권자가 그의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서 동일성유지권을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 인터넷 홈페이지의 하이퍼텍스트 문서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기본 언어) 코드에는, 검색결과를 표시한 텍스트 부분과 이를 화면에 표시하기 위한 일반적인 HTML 태그 정도가 포함되어 있을 뿐 저작권으로 보호할 만한 창작적인 표현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소명할 자료가 없고, 나아가 채권자가 사용자의 컴퓨터로 보낸 HTML 파일은 그 내용이 화면에 나타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램(Random Access Memory)상으로 복제되게 되는데, 이 때 이 사건 프로그램에 의한 채무자의 HTML 코드 역시 램에 올라오면서 채권자의 HTML 코드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채 이와 별도로 존재할 여지가 있는 반면, 그것이 채권자의 HTML 코드에 삽입되어 채권자의 HTML 코드 자체를 변경시킨다는 점은 이를 소명할 자료가 부족하므로, 채무자의 이 사건 프로그램에 의한 광고행위로 인해 채권자의 HTML 코드에 대한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프로그램의 작동원리는, 이용자가 신청인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신청인 사이트로부터 검색결과 화면의 HTML 파일이 이용자의 컴퓨터로 전송되고, 그 HTML 파일은 그대로 이용자의 컴퓨터 메모리에 올려지는데, 그 올려진 상태 그대로의 HTML 파일에 피신청인 프로그램이 자신의 광고용 HTML 코드를 일시적으로 삽입한 후 이들을 이용자 컴퓨터 디스플레이에 함께 출력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신청인이 전송한 HTML 소스코드는 단지 이용자의 메모리상에서 일시적으로 피신청인의 HTML 코드와 합쳐질 뿐, 신청인 서버의 HTML 파일 원본에 어떠한 수정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이 사건 프로그램이 저작권 및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이 판결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포털의 광고검색 화면을 다른 광고로 대체하는 행위에 대한 판단으로서, 표현을 구현하는 소스코드에는 변경을 가하지 않은 채 화면 표시(display)만을 변경시키는 행위의 동일성유지권 침해 여부에 관한 쟁점을 다루고 있다. 결국 저작권법이 동일성유지권(제13조)에 의하여 보호하는 '내용·형식'이 화면 표시 그 자체인가, 아니면 그 화면 표시를 구현하는 소스코드인가 하는 점에 관하여 후자의 입장을 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소스코드는 프로그래밍 단계에서의 표현일 뿐 인간이 그 소스코드 자체를 인지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인간은 소스코드의 실행결과인 화면이나 프린터상의 출력결과를 인지하게 된다는 이유로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다(오병철, '3D 변환 TV의 저작권침해 여부', 정보법학, 14권 3호, 37면).

3. 지도 등 여행정보를 수록한 책자의 저작권침해 여부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저작물의 보호범위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여러 번에 걸쳐 이른바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의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본 판결은 피고인이 갑에게 저작권이 있는 여행책자의 내용을 배열이나 단어 일부를 바꾸는 방법으로 다른 여행책자를 발간·배포함으로써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먼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은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거기에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표현형식이 아닌 사상이나 감정 그 자체에 독창성·신규성이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서는 안 된다고 함으로써 저작권의 보호범위 및 침해판단에 있어서의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의 적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더 나아가 기능적 저작물로서의 성격이 강한 '지도' 및 그러한 지도를 포함하는 여행책자와 같은 편집저작물이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로 성립하기 위한 창작성 요건에 대하여서도 판시하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지도는 지표상의 산맥·하천 등의 자연적 현상과 도로·도시·건물 등의 인문적 현상을 일정한 축적으로 약속된 특정한 기호를 사용하여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지도상에 표현되는 자연적 현상과 인문적 현상은 사실 그 자체일 뿐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지도의 창작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지도의 내용이 되는 자연적 현상과 인문적 현상을 종래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였는지, 그 표현된 내용의 취사선택에 창작성이 있는지 등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 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1다50586 판결 등 참조)고 하였다. 그리고 편집물의 경우에는 일정한 방침 혹은 목적을 가지고 소재를 수집·분류·선택하고 배열하는 등의 작성행위에 편집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을 정도의 창작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1다9359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 아래 대상 판결에서는, 갑의 여행책자 중 여행지의 역사, 관련 교통 및 위치 정보, 운영시간, 전화번호 및 주소, 입장료, 쇼핑, 식당 및 숙박 정보 등에 관한 부분은 객관적 사실이나 정보를 별다른 특색 없이 일반적인 표현형식에 따라 있는 그대로 기술한 것에 지나지 않아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고, 지도 부분도 자연적 현상과 인문적 현상이 종래의 통상적인 방식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어 창작성을 인정할 수가 없으며, 관광지, 볼거리, 음식 등을 주관적으로 묘사하거나 설명하고 있는 부분의 경우, 유사해 보이는 어휘나 구문이 피고인의 책자에서 일부 발견되기는 하지만, 전체 책자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비중이 미미하여 그 창작적 특성이 피고인의 책자에서 감지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또한 편집구성 부분의 경우, 갑의 책자는 소재의 수집·분류·선택 및 배열에 편집저작물로서의 독자적인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인의 책자와는 구체적으로 선택된 정보, 정보의 분류 및 배열 방식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이들 여행책자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을 수긍하고 있다.

대상판결 중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하고, 표현형식이 아닌 사상이나 감정 그 자체에 독창성·신규성이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서는 안 된다"는 판시 부분에 대하여는 이제라도 본격적인 검토를 해 보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판시는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6259 판결(수지요법 강좌 서적 사건), 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까레이스키 사건),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다354 판결 등 여러 대법원 판결에서부터 이어지고 있어 마치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인 것처럼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은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거기에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의 대원칙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에 관하여는 특별한 이론이 없다. 따라서 두 저작물 사이의 저작권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 번째 단계로서 필연적으로 원고 저작물로부터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부분과 받지 못하는 부분을 가려내는 '분해'(dissection) 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 작업을 통하여 가려진 보호받는 부분이 피고의 저작물에 동일 또는 유사한 형태로 들어 있어야 비로소 저작권침해 여부를 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저작권침해 판단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 단계로서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의 판단 단계를 거쳐야 한다. 즉, 위와 같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부분, 다시 말해서 원고의 '창작적인 표현'(original expression) 부분이 동일 또는 유사한 형태로 피고 저작물에 의하여 차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서 수요자들이 실질적 유사성을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저작권침해로 인정되게 된다. 이 때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 유사성 대비 판단에 있어서 두 저작물을 '전체 대 전체'로서 비교하는 '전체적 접근방식'(comprehensive approach, 또는 total concept and feel approach)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원고의 저작물에서 보호받는 요소(element)와 보호받지 못하는 요소를 분석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요소를 여과 또는 제거한 뒤, 남게 된 보호받는 요소와 피고의 저작물을 비교하는 '분해식 접근방식'(dissection approach)을 취할 것인지 여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전체적 접근방식은 미국에서 주로 아동용 도서와 같은 단순한 저작물이나 축하카드, 인형, 포스터, TV 광고, 가장무도회의 복장, 비디오 게임의 스크린 디스플레이 등 대중의 느낌에 호소하는 시청각적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주로 이용되어 왔다고 한다. 반면에 분해식 접근방식은 논리적 또는 구조적 성격을 가지는 소설이나 음악,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효용가치를 발휘하여 왔다고 한다.

전체적 접근방식의 단점은 이 방식에 의할 경우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표현뿐만 아니라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디어와 같은 요소까지도 함께 포함되는데, 그 때 보호받는 표현이 아니라 보호받지 못하는 요소들에 의하여 수요자들이 두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전체적 접근방식은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과 같은 고도의 기술적인 저작물의 침해판단에는 부적당하다는 비판이 있다.

다음으로 분해식 접근방식의 단점은 현실적으로 하나의 저작물을 여러 가지 요소로 분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잘못 분해를 할 경우 저작물의 창작성이 있는 부분은 전혀 남지 않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시각적 저작물과 같은 저작물에 있어서 설사 그 저작물을 분해하여 보호받는 요소와 보호받지 못하는 요소로 나눈다고 하더라도 실제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미 그 저작물 속에서 모든 요소들이 한 눈에 보여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요소들을 어떻게 제거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이는 결국 감각적·심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처럼 의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대상판결이나 그에 앞서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한 위 대법원 판례들을 판결이유의 문언대로만 해석하면, 마치 저작권침해 판단에 있어서는 저작물 중 보호받는 요소들을 가려낸 후 그 보호받는 요소들만 가지고 비교판단, 즉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는 결국 위 대법원 판결들이 '분해식 접근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그러나 이는 결코 그렇게 단순히 볼 문제가 아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전체적 접근방식은 원고에게 유리하고, 분해식 접근방식은 피고에게 유리하다. 따라서 전체적 접근방식을 취할 것이냐, 아니면 분해식 접근방식을 취할 것이냐는 침해판단의 결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고, 특별히 신중을 기해야 할 쟁점이다. 그런 이유로 실질적 유사성 판단 법리의 뿌리가 된 미국 판례 및 실무에서는 '보호받는 표현과 청중테스트', '외부적 테스트와 내부적 테스트', '추상화-여과-비교의 3단계 테스트' 등 전체적 접근방식과 분석적 접근방식을 혼합하여 케이스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하는 판단방법이 주요한 방식으로 채택되어 왔다.

특히 본 대상판결에서 문제가 된 여행안내 책자는 여행지의 역사, 관련 교통 및 위치 정보, 운영시간, 전화번호 및 주소, 입장료, 쇼핑, 식당 및 숙박 정보 등을 소재로 하되, 그러한 소재들이 창작성 있는 모습으로 선택, 배열 및 구성된 편집저작물이다. 편집저작물의 창작성은 소재 자체의 창작성 여부와는 상관이 없이, 그러한 개별 소재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선택, 배열 및 구성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는 것이므로 그 창작성은 저작물 전체를 통하여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편집저작물에 있어서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 역시 해당 저작물 전체(또는 적어도 실질적인 부분 전체)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본건 대상판결의 판시에 따르면 대상 저작물이 편집저작물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개별 소재의 창작성 여부, 즉 개별 소재가 아이디어에 해당하는지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려낸 후, 그 중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가지고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 즉 분해식 접근방식을 취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만약 실제로 본 대상판결의 취지가 그러한 것이라면 이는 그 결론이 옳든지 그르든지 깊이 있게 검토되고 연구되어야 할 판결이유라고 생각한다. 필자로서는 본 대상 판결이나 그에 앞서 같은 취지를 판시한 판결을 가지고 우리 대법원이 모든 저작물의 저작권침해 판단(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분해식 접근방식을 채택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이들 대법원 판결의 판시에서는 저작물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특별한 언급함이 없이 그냥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가지고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상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저작권침해 판단을 보호받는 표현을 가려내는 첫 번째 단계와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는 두 번째 단계를 논리적으로 구분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 어떤 종류의 저작물에 대하여(예컨대 시각적 저작물이냐 어문저작물이냐, 또는 편집저작물이냐) 어떤 접근방식을 취하여야 하는지를 명백히 판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이 부분에 관하여 보다 정밀하고 논리적인 판결이유를 구성한 판례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