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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9)도산법

김형두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I. 머리말

2010년은 2005. 3. 3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고 한다)이 제정된지 5년째되는 해였다. 그래서인지 도산법분야에 관하여 의미있는 대법원판례가 많이 나왔다. 지면 관계상 이하에서는 대법원판례 중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례만을 가려서 소개한다.

II. 회생절차

회생채권인 미납전기요금의 미변제를 이유로 회생회사에 대한 전기공급을 거절할 수 없다 : 대법원 2010. 2. 11.자 2009마1930 결정

가. 사건의 경과
(주)케이티세라믹은 2002. 1.경 한국전력공사와 사이에 공장 등에 대하여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회사가 2008. 6.분부터 전기요금을 미납하자 한국전력공사는 2008. 11. 17. 2개월 이상 전기요금을 미납하였음을 이유로 위 계약을 해지하고, 전기공급을 중단하였다. 위 회사는 2009. 2. 18. 회생개시결정을 받았고, 한국전력공사는 미납 전기요금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다. 위 회사는 한국전력공사에게 공장 등에 대한 전기공급재개를 요청하였으나, 미납전기요금이 납부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였다. 위 회사의 관리인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전력공급재개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제1심(대전지방법원 2009. 3. 18.자 2009카합238)과 원심은 그 신청을 인용하였고, 한국전력공사가 재항고하였다.

나. 대법원 결정의 요지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항고를 기각하였다.

(1) 전기사업법 제14조는 "'전기판매사업자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의 공급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시행규칙 제13조는 전기판매사업자등이 전기의 공급을 거부할 수 있는 8가지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바, 전기판매사업자등은 시행규칙에서 열거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전기의 공급을 거부할 수 없다. 다만, 시행규칙 제13조 제1호는 '전기요금을 납기일까지 납부하지 아니한 전기사용자가 전기공급약관에서 정하는 기한까지 해당 요금을 내지 아니하는 경우'를 전기공급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전기공급약관에 따른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않은 전기사용자에 대하여는 전기의 공급을 거부할 수 있다.

(2) 한편,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무자의 업무수행권과 재산의 관리·처분권이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되고, 회생채권의 개별적인 권리행사는 금지되며,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회생채권은 그 채권금액 및 변제기일 등 그 권리의 내용 및 행사방법이 회생계획에 정해진 대로 변경되므로, 애초의 회생채권은 회생절차를 통하여 권리의 내용 및 행사방법이 제한되게 된다.

(3) 회생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의 개시로 인하여 한국전력공사도 회생채권인 전기요금채권을 바로 행사하지 못하고, 회생회사도 그 미납전기요금을 임의로 지급할 수 없게 되었다면, 비록 회생회사가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않아 전기사용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어 전기공급이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전력공사가 미납전기요금의 미변제를 이유로 회생회사에 대한 전기공급을 거부하는 것은, 전기사업자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회생절차 개시로 그 권리행사가 제한되어 있는 체납전기요금에 대한 즉시 변제를 강요하는 것이 되고, 나아가 다른 회생채권자의 권리를 해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는 전기사업법에 의하여 원칙적인 전기공급의무를 부담하는 한국전력공사가 전기공급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이 결정의 의의
회생채무자에 대하여 계속적 공급의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의 상대방은 회생절차개시신청 전의 공급으로 발생한 회생채권을 변제하지 아니함을 이유로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그 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수 없도록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채무자회생법 제122조).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회생채무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원자재의 공급에 관하여 독점적 지위에 있는 회생채권자가 회생채권을 변제하지 않으면 원자재를 공급할 수 없다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실무상 많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 부득이하게 채무자회생법 제132조 제2항을 적용하여 그 회생채권을 변제하지 아니하고는 채무자의 회생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여 회생계획인가결정 전에 그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를 허가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 사건 결정은 위와 같이 횡포를 부리는 회생채권자를 상대로 가처분결정을 받아 물품공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선언한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III. 파산절차

1. 파산관재인의 임의매각 권한의 재량범위 :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56265 판결

가. 사건의 경과
(주)한주철강의 파산관재인은 법원의 허가를 얻어 파산재단 부동산을 경쟁입찰방식에 의하여 매각하기로 하여 2009. 11. 9. 입찰기일에서 최고금액으로 입찰한 피고를 낙찰자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위 입찰 당시 피고는 입찰공고에서 정한 바와 달리 입찰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아닌 최저매각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만을 납부하였다. 파산관재인은 입찰 다음날인 2009. 11. 10. 나머지 입찰보증금을 추가 납부받고서 피고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2순위 최고금액 입찰자였던 원고는, 피고가 입찰공고에 따른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았으므로 입찰 참가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격 없는 피고와 체결한 위 매매계약이 무효라는 확인과 원고가 낙찰자의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 및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1)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에 속하는 부동산 등의 환가를 위하여 민사집행법에 따라 이른바 형식적 경매절차를 신청하거나, 법원의 허가를 얻어 영업양도 등 다른 방법으로 환가를 실시할 수 있는데, 후자의 방법에 의한 환가에는 임의매각도 당연히 포함된다.

(2) 파산관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임의매각하는 경우에는 환가방법, 시기, 매각절차, 매수상대방의 선정 등 구체적 사항은 파산관재인이 자신의 권한과 책무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적절히 선택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파산관재인이 임의매각에 의한 환가를 실시함에 있어 경쟁입찰방식에 따라 최고가격을 제시한 매수자를 선정하기로 하여 입찰참가자로부터 입찰보증금을 제공받고 입찰공고를 시행하는 등 민사집행법상의 경매절차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은 여전히 사적인 매매계약관계로 보아야 하므로,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당해 입찰 및 매매계약에 그대로 적용된다.

다.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파산관재인의 임의매각 권한의 재량범위와 한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판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파산관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임의매각하는 경우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적절히 환가절차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신속한 환가를 통하여 파산절차가 더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 어음의 양도담보권자도 파산법상 별제권을 가진다 :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6다17201 판결

가. 사건의 경과
삼삼종금과 한솔종금은 피고로부터 어음할인대출의 담보로 기아중공업 발행의 약속어음 2장과 기아자동차 발행의 약속어음 1장을 교부받았다. 삼삼종금과 한솔종금으로부터 위 어음할인대출금채권을 양수받은 원고는 피고가 파산선고를 받은 이후에 기아중공업과 기아자동차로부터 위 약속어음에 기하여 변제를 받았다.
피고는 위 변제받은 금액은 양도담보로 제공받은 어음에 관하여 별제권을 행사하여 받은 금액이므로 삼삼종금 또는 한솔종금으로부터 양도받은 대출금채권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어음대출에서 채무자가 제3자가 발행한 어음을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은 경우 어음의 양도담보가 되어 채권자는 어음상 권리에 대하여 별제권을 갖는 것이지만, 위 약속어음은 자금의 융통을 목적으로 발행된 융통어음이어서 채무자인 피고는 위 약속어음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어떠한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아니하므로 위 약속어음은 파산재단에 속한다고 할 수 없어서 채권자인 원고가 위 약속어음상의 청구권에 관하여 별제권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대법원 판결의 요지
피고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1) 채무자가 제3자 발행의 어음을 이용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할인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받은 경우 채무자는 금융기관에 대하여 대출채무와 더불어 어음의 배서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고, 배서의 방식에 의하여 양도된 제3자 발행의 어음은 채무자의 대출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어음상에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어음의 양도담보권자는 채무자의 어음 발행인에 대한 어음상 청구권에 대하여 담보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구 파산법 제84조에 별제권을 가지는 것으로 열거된 유치권자나 질권자 등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어음의 양도담보권자는 파산법상 별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자로 봄이 상당하고, 그 어음 발행인을 채무자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로 볼 수는 없다.

(2) 채무자가 어음할인대출을 위하여 채권자에게 배서양도한 어음이 융통어음인 경우 융통어음을 발행한 융통자는 피융통자에 대하여 어음상의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지만, 그 어음을 담보로 취득한 채권자에 대하여는 채권자의 선의·악의를 묻지 아니하고 대가 없이 발행된 융통어음이었다는 항변으로 대항할 수 없는 것이므로 융통어음의 담보권으로서의 가치는 의연히 존재한다. 따라서 채무자 자신이 융통자에 대하여 융통어음의 항변 때문에 어음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어음상 권리가 파산재단에 속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고, 채권자가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대하여 담보권을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사채 차용에 의한 돌려막기는 면책 불허가사유가 아니다 : 대법원 2010. 8. 23.자 2010마227 결정

가. 사건의 경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개인이 현저하게 불이익한 조건으로 사채업자들로부터 1억 2,710만원 이상의 돈을 차용하여 이른바 채무 돌려막기를 하여 왔다. 원심은 위와 같은 차용행위는 파산의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없는 것으로 믿게 하기 위하여 그 사실을 속이거나 감추고 신용거래로 인하여 재산을 취득한 것으로서 채무자회생법 제564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하는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 개인 파산자에 대하여 면책불허가결정을 하였다. 이에 채무자가 재항고하였다.

나. 대법원 결정의 요지
대법원은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채무자회생법 제564조 제1항 제2호의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재산의 취득행위가 파산선고 전 1년 내에 있어야 하고,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없는 것으로 믿게 하기 위하여 그 사실을 속이거나 감추어야 하며, 신용거래로 인하여 재산을 취득하였어야 한다. 이때 채무자가 파산원인 사실이 없는 것으로 믿게 하기 위하여 그 사실을 속이거나 감추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객관적으로 지급불능의 상태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부족하다. 채무자가 신용거래로 재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인 채권자에게 한 언행, 상대방인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다액의 채무가 있다거나 지급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정을 알고서 과다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신용거래에 나아간 것인지 여부 등 상대방인 채권자가 신용거래를 하게 된 경위, 채무자의 전체 채무 중에서 위와 같이 취득한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 및 그 증감의 정도, 신용거래의 성격 즉, 새로운 신용거래인지 아니면 종전의 신용거래를 연장 내지 갱신한 거래에 지나지 않는지 여부, 채무자가 신용거래로 취득한 재산의 사용처 등을 면밀히 심리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 이 결정의 의의
실무상 사채 돌려막기 방식으로 채무를 연장하여 오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파산신청을 하여 파산자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파산자들에 대한 면책을 불허가하면 그 사람들은 애당초 파산신청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못한 처지가 된다. 이 사건 결정은 사채 돌려막기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위와 같은 사람들을 구제할 길을 열어준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4. 비면책채권의 하나인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에서 '중대한 과실'의 의미 :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1330 판결 및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3353 판결

가. 대법원 판결들의 요지
위 두 사건의 판결 요지는 동일하다. 모두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을 비면책채권의 하나로 규정한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4호에서 규정하는 '중대한 과실'이란, 채무자가 어떠한 행위를 함에 있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쉽게 예견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만연히 계속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어떠한 행위를 하였더라면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를 쉽게 회피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고 판시하였다.

나. 위 판결들의 사안 내용

(1) 2009다91330 판결의 사안은, 중앙선이 설치된 편도 1차로의 국도를 주행하던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어가 반대차로에서 제설작업중이던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대법원은 교통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가해자가 약간의 주의만으로도 손쉽게 피해자의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여 위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2) 2010다3353 판결의 사안은, 벌점 누적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자가 차량을 운전하고 가던 중 졸음운전으로 진행방향 우측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의 뒷부분을 들이받아 동승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것이다. 대법원은, 벌점 누적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것이라면 무면허운전이 위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전방주시를 태만히 한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였다는 점만으로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어렵다는 이유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 위 판결들의 의의
위 판결들의 흐름을 보면 대법원은 비면책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이를 엄격하고 신중하게 심사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5.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신청서에 이의신청의 이유가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도 이의신청인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 대법원 2010. 2.11. 자 2009마2147 결정

채무자회생법 제563조에 의하면, "법원은 제56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 및 이의신청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최소한 이의신청인과 채무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는 이의신청과는 별도로 요구되는 절차이므로, 이의신청서에 이의신청의 이유가 기재되어 있다고 하여 위와 같은 절차를 생략할 수는 없다.

IV. 외국도산절차

미국에서 받은 면책결정의 효력 및 외국도산절차 승인결정 및 지원결정의 법적 성질 : 대법원 2010. 3. 25.자 2009마1600 결정

가. 사건의 경과
(주)고합은 2000. 7. 19. 개인인 재항고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중 20억 원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재항고인 소유의 국내 소재 상가와 공장을 가압류하였다.
한편, 재항고인은 2004. 2. 9. 미국 파산법원에 연방파산법 제11장의 회생절차를 신청하였고, 채권자목록을 제출하면서 고합의 재항고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다툼 있는 채권으로 기재하였다. 그러나 고합은 미국 파산법원이 정한 채권신고기간내에 채권을 신고하지 않았다. 미국 파산법원은 재항고인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대하여 2005. 5. 18. 회생계획안 인가결정을 하였다. 그 회생계획에는 미신고된 고합의 재항고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변제하거나 면책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미국 파산법원은 2005. 11. 30. 종결결정을 내린 다음 2006. 1. 19. 회생절차를 종료하였다. 재항고인은 2007. 3. 13. 미국 파산법원으로부터 이미 종료된 미국 회생절차의 재개결정을 받아 스스로 그 절차의 대표자로 선임되어 2008. 2. 12. 서울중앙지법에서 미국 회생절차에 대한 외국도산절차 승인결정을 받았고, 다시 2008. 3. 11. 국제도산관리인 선임과 위 가압류 취소 등을 구하는 국제도산 지원신청을 하였다.
한편, 고합은 2008. 3. 27. 서울중앙지법에 재항고인에 대한 파산신청을 하였고, 2008. 7. 9. 파산선고가 되었다. 이에 대하여 재항고인은 이미 미국 회생절차에서 면책의 효력이 있는 인가결정을 받았으므로, 국내법원의 파산선고는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며 항고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항고를 기각하였고, 재항고인이 재항고하였다.

나. 대법원 결정 요지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항고를 기각하였다.

(1) 채무자회생법상의 '외국도산절차의 승인'은 민소법 제217조가 규정하는 '외국판결의 승인'과는 달리 외국법원의 '재판'을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외국도산절차'를 승인하는 것으로서 그 법적 효과는 외국도산절차가 지원결정을 하기 위한 적격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고, 그 승인에 의하여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이 직접 대한민국 내에서 확장되거나 국내에서 개시된 도산절차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2) 채무자회생법상의 '지원결정'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대한 소송 등의 중지와 강제집행,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 보전절차 등의 금지 또는 중지, 채무자의 변제금지 또는 채무자 재산의 처분금지 등 외국도산절차의 대표자가 외국도산절차에 필요한 배당·변제재원을 국내에서 보전·확보하고 이를 기초로 배당·변제계획을 수립하거나 그 계획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절차적인 지원을 하는 것일 뿐, 외국법원이 외국도산절차에서 한 면책결정이나 회생계획의 인가결정 등과 같이 채무나 책임을 변경·소멸시키는 재판(이하 '외국법원의 면책재판 등'이라고 한다)을 직접 한다거나 외국법원의 면책재판 등에 대하여 국내에서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는 재판을 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실체적으로 변경·소멸시키기 위한 절차는 아니다.

(3) 외국법원의 면책재판 등은 실체법상의 청구권 내지 집행력의 존부에 관한 것으로서 그에 의하여 발생하는 효과는, 채무자와 개별 채권자 사이의 채무 혹은 책임의 감면이라고 하는 단순하고 일의적인 것이고, 그 면책재판 등의 승인 여부를 둘러싼 분쟁은 면책 등의 대상이 된 채권에 기하여 제기된 이행소송이나 강제집행절차 혹은 파산절차 등에서 당해 채무자와 채권자 상호간의 공격방어를 통하여 개별적으로 해결함이 타당하므로, 이 점에서 외국법원의 면책재판 등의 승인은 그 면책재판 등이 비록 외국도산절차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민소법 제217조가 규정하는 일반적인 외국판결의 승인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속지주의 원칙을 폐지한 채무자회생법하에서 외국도산절차에서 이루어진 외국법원의 면책재판 등의 승인 여부는 그 면책재판 등이 민소법 제217조의 승인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를 심리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함이 상당하고, 그 승인 여부를 채무자회생법의 승인절차나 지원절차에 의하여 결정할 것은 아니다.

(4) 외국법원의 면책재판 등을 승인하기 위해서는 그 면책재판 등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바, 여기서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경우라 함은, 국내 채권자의 외국도산절차에 대한 적법한 절차 참가권이 침해되는 등 외국법원의 면책재판 등의 성립절차가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경우나 외국법원의 면책재판 등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경우뿐만 아니라, 외국법원의 면책재판 등에 따른 면책적 효력을 국내에서 인정하게 되면 국내 채권자의 권리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등 그 구체적 결과가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경우 등도 포함된다.

(5) 미국 파산법원이 위 미국 회생절차를 개시하고 채권신고절차를 거쳐 회생계획인가결정을 할 때까지 속지주의를 취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구 회사정리법하에서는 위 미국 회생절차의 개시에 따른 채권자의 권리행사 금지·제한의 효력과 위 회생계획인가결정에 따른 면책의 효력은 고합이 재항고인 소유의 국내 소재 상가 및 공장에 대하여 권리행사를 하는 데에는 미치지 아니하였고, 위 미국 회생절차의 대표자는 국내에서 상가 및 공장이 위 미국 회생절차의 도산재단에 편입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었으며, 고합 역시 이러한 점 때문에 위 미국 회생절차에 참가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채무자회생법이 2006. 4. 1. 시행되면서 속지주의에 관한 규정을 폐지하는 한편 부칙에서 그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자, 재항고인이 미국의 파산법원으로부터 이미 종결된 회생절차의 재개결정을 받은 것을 기화로 위 미국 회생절차에 속지주의를 폐지한 채무자회생법이 적용되고 위 회생계획인가결정에 따른 면책적 효력이 국내에 미치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위 상가 및 공장에 대한 가압류해방공탁금을 회수해 가는 것을 허용하게 되면, 구 회사정리법의 속지주의 원칙을 신뢰하여 위 미국 회생절차에 참가하지 않고 재항고인 소유의 위 상가 및 공장에 대한 가압류를 마치고 강제집행이나 파산절차 등을 통하여 채권을 회수하려던 고합의 권리를 현저히 부당하게 침해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 파산법원의 위 회생계획인가결정은 민소법 제217조 제3호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승인될 수 없다.

다. 이 결정의 의의
이 결정은 채무자회생법하에서 외국도산절차의 승인결정과 지원결정의 법적 성질, 미국에서 받은 면책결정의 효력에 관하여 판시한 최초의 사례로서 그 의의가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