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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6)해상법

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I. 정기용선계약과 선박임대차(선체용선)의 구별과 책임주체확정(대법원 2010.4.29.선고 2009다99754판결)

1. 사실관계

운송인 甲은 X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하여 乙과 丙으로부터 각각 바지선과 예인선을 빌리게 되었다. 丙은 예인선에 선장이하 선원을 선임하여 관리감독하는 지위에 있었다. 예인선의 선장인 丁은 운송인 甲의 지시에 따라 바지선에 운송물을 싣고 바지선을 예인하던 중 진도대교 근처에서 강한 조류를 이기지 못하고 바지선과 충돌하여 바지선에 상당한 손상을 입히게 되었다. 이에 바지선의 소유자 乙이 예인선의 소유자인 丙(피고)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되었다. 丙은 자신은 선박을 甲에게 빌려주었기 때문에 선박을 운항하던 용선자인 甲이 책임을 부담하지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심(부산고등법원 2009.10.28.선고 2009나11020판결)은 예인선 소유자 丙이 선장을 선임 관리감독하는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甲과 丙사이의 용선계약은 정기용선계약이고 선박임대차(선체용선)계약이 아니라고 설시한 다음, 대법원의 2003.8.22.선고 2001다65977판결에 따라 용선된 예인선의 소유자인 丙이 손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타인의 선박을 빌려 쓰는 용선계약에는 기본적으로 선박임대차계약, 정기용선계약 및 항해용선계약이 있는데, 이중 정기용선계약은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임차인이 용선자에게 선원이 승무하고 항해장비를 갖춘 선박을 일정한 기간 동안 항해에 사용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용선자가 이에 대하여 기간으로 정한 용선료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서 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 의해 선임된 선장 및 선원의 행위를 통하여 선박소유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을 요소로 하는 바, 선박의 점유, 선장 및 선원에 대한 임면권, 그리고 선박에 대한 전반적인 지배관리권이 모두 선박소유자에게 있는 점에서, 선박자체의 이용이 계약의 목적이 되어 선박소유자로부터 인도받은 선박에 통상 자기의 선장 및 선원을 탑승시켜 마치 그 선박을 자기 소유의 선박과 마찬가지로 이용 할 수 있는 지배관리권을 가진 채 운항하는 선박임대차계약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 사건 용선계약은 피고(예인선의 소유자 丙)가 그 영업의 일환으로 위 예인선들을 운송인 甲의 재킷운반작업에 제공하고 이를 위하여 자신의 피용자인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로 하여금 위 예인선들을 운항하도록 한 정기용선계약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3.8.22.선고 2001다65977판결).

사안에서 선장을 선임감독하는 자는 선박소유자 丙이고, 따라서 제3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 자는 용선자 甲이 아니라 선박소유자 丙이라고 판시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한다.

3. 평석

해상기업의 영리활동은 운송계약과 용선계약으로 나뉜다. 용선계약은 선박소유자가 용선자에게 자신의 선박을 일정기간 사용하도록 허락하면서 그 댓가로 용선료를 받는 것이다. 정기용선계약과 선박임대차의 구별은 어렵지 않다. 정기용선계약과 선박임대차계약의 차이점은 선장에 대한 선임, 관리감독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있다. 선박임대차계약에서는 용선자가 자신의 선장을 선임 관리감독함에 반하여 정기용선계약에서는 용선자는 선박소유자가 선임관리하는 선장을 그대로 활용하게 된다. 따라서 정기용선계약하에서 운항되는 선박에서 선장은 선박소유자 혹은 선박임차인이 선임, 관리 감독하기 때문에 해기사항(선박충돌 등)으로 인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자는 바로 그 선장의 사용자인 선박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대법원의 2003.8.22. 소위 예인선판결에서 대법원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운송계약상의 책임의 주체와 관련하여서는 대법원은 1992.2.25.선고 91다4215판결(소위 폴사도스호 판결)에서 정기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을 선박임대차와 유사하게 보아 상법 제850조를 유추 적용하여 정기용선자가 책임의 주체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현재 우리 대법원은 정기용선자의 책임과 관련하여 불법행위와 운송계약책임을 분리하여 보고있다고 말 할 수 있다.

II. FIO 약정의 의미와 효력(대법원 2010.4.15.선고 2007다50649판결)

1. 사실관계

선박소유자는 용선자와 압연 코일을 운송하기로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별도의 용선계약서가 발행되지 않았지만 운송자인 선박소유자가 발행한 선하증권에는 FIO BASIS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그런데, 하역업자들이 압연코일을 선박에 실은 다음 이를 고정하는 작업(적부)에서 잘못이 있어서 항해중 압연코일이 손상되게 되었다. 선하증권을 소지한 수하인(원고)이 운송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였다. 운송인은 FIO 약정하에서는 용선자의 비용과 책임하에서 선적 양륙뿐만아니라 적부까지도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원고는 FIO조건은 (i) 고정 작업(적부)은 포함되지 않는다. (ii) 비용만을 용선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iii) 의무와 책임을 용선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구상법 제788조 제1항(개정상법 제795조 제1항)이 정한 운송인의 의무의 하나인 양륙의무를 면제하는 것이 되고 이는 강행규정인 구상법 제790조(제799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피고 운송인은 이를 모두 부인하였다. 원심(서울중앙지법 2007.6.13.선고 2006나19220판결)은 피고 운송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선적 양륙비용 화주부담조건(Free In and Out: FIO)은 화주가 운송물의 선적과 양륙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서, 운송계약서나 선하증권에 단순히 FIO라는 두문자만 기재하고 선적과 양륙작업에 관한 위험과 책임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명시적으로 정하지 아니한 경우, 우리 나라의 해상운송업계에서 단순히 FIO 조건에 따라 체결된 운송계약에서도 화주가 선적 양륙작업의 비용만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하역인부를 수배고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작업에 대한 지시감독까지 하는 것이 관행인 점 등에 비추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화주가 비용 뿐아니라 자신의 위험과 책임 부담아래 선적 양륙작업을 하기로 약정하였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은 FIO BASIS는 선적, 양륙 뿐만아니라 적부까지도 포함한다고 판시함).

구 상법 제788조(제795조) 제1항은, 해상운송인에게 위 조항에 열거된 모든 용역을 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아니라 위 조항에 열거된 용역 중 일정한 범위의 용역을 인수한 경우에 그 인수한 용역에 대하여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이행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선적·적부·양륙작업에 관하여 화주가 위험과 책임을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은 운송인이 인수할 용역의 범위를 한정하는 약정으로서 용선계약에 따라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용선자 이외의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구 상법 제788조(제799조) 제1항에 규정된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을 무효로 하는 구 상법 제790조 제1항 전문, 제3항 단서에 위반되지 아니하여 유효하다. 원심의 판시는 정당하다.

3. 평석

FIO약정은 선적 및 양륙작업을 용선자(화주)가 행한다는 약정이다. 화물의 종류에 따라서는 운송인보다 화주측이 양륙에 대한 전문성을 갖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약정이 체결된다. FIO 약정이 양륙비용만을 용선자측이 부담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양륙에 대한 의무까지도 화주측이 부담한다는 것인지 국내외적으로도 많은 다툼이 있어왔다. 만약 후자라면 양륙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운송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양륙에 대한 비용 뿐만아니라 의무까지도 화주측이 부담한다는 판시를 처음으로 내린 것이다. 세계 각국이 모두 같은 입장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적부까지 용선자가 부담하는 약정은 FIOST(Free In and Out, Stowed, Trimmed)라고 한다. 대법원은 실무의 관행을 근거로 FIO BASIS라고 되어있는 경우에도 적부까지 포함되는 약정으로 볼 수 있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제795조의 운송인의 의무는 제799조의 강행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양륙의무도 제795조하의 운송인의 의무 사항중의 하나이다. 제799조의 취지는 운송인의 의무를 감경 면제하는 약정은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FIO약정은 운송인의 양륙의무를 면제하는 것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유효하다고 보았지만 제시한 법적 근거에는 의문이 있다.

III. 피예인선 소유자의 불법행위책임(대법원 2010.1.28.선고 2008다65686판결)

1. 사실관계

예인선단(예인선과 피예인선<바지선 혹은 부선으로 불림>으로 구성됨)과 충돌을 하여 피해를 본 피해자가 예인선단의 바지선의 소유자(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는 통상 바지선은 수동적인 입장으로서 선박의 조종은 모두 예인선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사고 당시 선두 2명이 바지선에 타고 있었고 규정된 등화를 켰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심(부산고등법원 2008.8.13.선고 2008나6373판결)은 피예인선은 동력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예인선의 동작에 수동적으로 따르게 되므로 예인선과 피예인선은 일체로서 하나의 물체로 보아야하는 점, 해상교통안전법 제1조의2 제3호에서 선박의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여야 하는 선박에서 부선을 제외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동력이 없는 피예인선이 다른 선박 또는 물체와 충돌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인선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한다. 충돌사고 당시 짙은 안개로 시계가 극도로 제한된 상태였으므로 바지선에 등화를 하였더라도 충돌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충돌사고에 대하여 바지선의 과실이 없다고 하면서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해상교통안전법 제28조 및 제31조 제3항은 끌려가고 있는 선박은 현등 1쌍, 선미등 1개를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42조 제1항 제4호는 "시계가 제한된 수역을 항행하는 경우 끌려가고 있는 선박은 승무원이 있을 경우에는 2분을 넘지 아니하는 간격으로 연속된 4회의 기적을 울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피예인선(바지선)이 자력항행이 불가능한 부선이라거나 피예인선의 승무원에게 예인선의 항해를 지휘 감독할 권한 또는 의무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피예인선의 승무원의 위 음향신호 및 등화신호를 할 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 없고, 해상교통안전법이 선박의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여야 하는 선박에서 부선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하여 피예인선인 부선이 다른 선박과 충돌한 경우 부선의 소유자나 승무원등의 과실 유무와 무관하게 예인선측만이 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 안개로 인하여 시계가 극히 불량하였지만 음향신호 및 등화신호를 제대로 하였더라면 피해자측에서 바지선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사전에 감속하거나 방향을 변경하여 이 사건 충돌사고를 방지하였을 개연성이 상당하였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바지선의 음향신호 및 등화신호를 하지 아니한 과실도 충돌사고의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야 마땅하다. 원심판결은 음향신호 및 등화신호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있다.

3. 평석

통상 예인선과 바지선(피예인선)이 하나가 되어 운항하는 경우에는 예인선이 능동적으로 바지선의 운항을 이끌기 때문에 예선일체의 원칙에 의하여 예인선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바지선에도 사고에 기여한 바가 있으면 그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에 해당하는 바지선의 선박소유자도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원심에서는 안개가 자욱이 낀 상태에서 항해등을 점등하였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은 이를 볼 수 없는 상태였을 것이므로 바지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등화신호 및 음향신호를 하지 않은 과실을 지적하고 있다. 등화신호에 대하여는 상대선이 그 불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대법원의 판시는 의문이다. 그러나, 음향신호는 안개와 관계없이 상대선박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간과한 원심의 판결에는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한 대법원의 판시는 정당하다.

이 소송에서 파생된 별도의 책임제한관련 소송에서 예인선 소유자는 선박소유자책임제한절차를 개시하였는데, 광주고등법원은 예인선의 책임한도액은 물론 부선의 책임한도액에 상응하는 금전까지 합산하여 공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광주고법 2009라102결정). 그러나, 대법원(대법원 2010.7.30자 2010마660판결)은 "예인선 소유자가 피예인선을 소유하거나 임차하는 등으로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하고 예인선측의 과실이 피예인선의 항해에도 관련이 있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인선 소유자의 책임한도액은 예인선과 피예인선에 대하여 각각 상법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합한 금액이 된다. 이 사건에서 부선은 예인선 소유자가 소유한 예인선의 예인 목적물에 불과한 것이므로 부선에 관하여 예인선 소유자가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사정은 없다. 따라서 예인선만의 톤수로 책임제한이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대법원 1998.3.25.자 97마2758결정과 다른 것으로서 예인선단의 책임제한액 산정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IV. 보험자의 설명의무의 대상으로서의 담보특약(대법원 2010.9.9.선고 2009다105383판결)

1. 사실관계

리스이용자인 선박회사(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가 리스회사로부터 선박을 임차하면서 우리나라 선박보험회사(보험자)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선박보험에 가입하였다. 가입당시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를 2006.7.2까지 받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담보특약(warranty; 워런티)이 체결되었다.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담보특약을 위반한 경우의 효력에 대하여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한 바가 없다. 2007.5.2.에 이르러서야 선박회사는 현상검사를 받았다. 2007.5.6. 충돌사고가 발생하여 수리비가 발생하자 선박회사는 보험자에게 보험금지급청구를 하였지만, 보험자는 담보특약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선박회사는 보험자가 본 건 보험계약 당시 본건 담보특약 조항의 내용과 그 위반의 효과를 제대로 설명하여 주지 않았기 때문에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험자는 위반의 효과를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보험자는 동 법률이 적용되는 사항이 아니라고 항변하였다.

원심(서울고법 2009.11.27.선고 2009나24929판결)은 담보특약은 중요한 내용으로서 보험자가 설명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보험금지급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선박의 소유자가 아닌 리스이용자에 불과한 피보험자가 피보험이익이 있는지도 쟁점이 되었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1) 선박회사는 이 사건 선박의 법률상 소유자는 아니지만 리스이용자로서 동 선박을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고 그 멸실 훼손에 대하여 위험부담을 지고 훼손시 이를 복원 수리할 의무를 부담하며 리스기간 종료시 동 선박을 법률상 소유자로부터 양도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다. 따라서 피고 선박회사는 선박에 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고 그 결과 동 선박의 멸실이나 손상 등으로 수리비등을 지출함으로써 손해를 입거나 그에 관하여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해상보험법상 보험계약에 관하여 피보험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의 현상검사와 관련한 워런티 약관조항은 (중략) 원고와 피고사이에 개별적인 교섭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약관에 해당한다.

영국법상 워런티(담보특약)는 위험의 발생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이든 아니든 불문하고 정확하게 충족되어야하는 조건으로서 만약 이것이 정확하게 충족되지 않으면 보험증권에 명시적인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자는 워런티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통고등을 할 필요조차 없이 자동적으로 워런티 위반일에 소급하여 그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한다. 워런티 위반이 있으면 설령 보험사고가 워런티 위반과 아무런 관계없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자는 일체의 책임을 면하고, 이는 워런티 위반 후 보험사고 발생 전에 그 위반사항을 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아니하므로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매우 엄격하고 보험계약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국내의 일반적인 약관해석 내지 약관통제의 원칙에 비추어 이질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중략) 워런티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보험을 체결하는 보험자로서는 원칙적으로 당해 보험계약자에게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단순히 워런티 조항이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개별 보험계약자들이 그 의미 및 효과를 충분히 잘 알고 있다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단정하여 이를 언제나 설명의무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를 설명하지 않은 경우 선박소유자로서는 이 사건 워런티 약관 조항의 의미 및 효과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이 사건 약관 조항 전체가 처음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평석

피보험이익이 없는 경우에 보험계약은 효력이 없다. 1906년 영국해상보험법은 해상사업에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자는 피보험이익이 있고(제5조 제1항) 반드시 선박소유자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한다. 선박리스에서 리스이용자도 임차한 선박에 대한 수선의무 등이 있기 때문에 피보험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고 실무도 또한 그러하다. 대법원은 이를 확인하였다.

대법원은 영국준거법을 사용한 해상보험계약에서 담보특약은 유효하다고 보아왔다(대법원 1996.10.11.선고94다60332판결). 본 사건의 워런티 약관은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약관이라고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전문적인 담당 부서가 없는 열악한 지위의 선박회사인 경우에 담보특약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고 이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내용은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지 않았고 따라서 담보특약위반으로 보험자는 면책이라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담보특약은 보험자의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2001.7.27.선고 99다55533판결을 재확인한 점에 본 판결의 의의가 있지만, 영국법이 준거법임에도 우리 상법상의 설명 의무등을 적용하고 있는 점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V. 선박대리점(운송취급인)의 사용자책임(대법원 2010.9.30.선고 2010다41386판결)

1. 사실관계

X는 수입자로서 Y와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Y(계약운송인)는 실제운송인 Z와 하수운송계약을 체결하여 실제로는 Z(실제운송인)가 운송을 이행하게 되었다. Y의 국내 운송취급인인 甲 회사의 피용자인 乙이 수입업자로부터 선하증권을 회수하지 않은 채로 수입물에 대한 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를 발급하였다. 수입업자 X는 이를 창고업자에게 제시하여 물품보관증을 발급받은 다음 이를 금융기관인 丙 금고에게 교부하여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수입물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고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선하증권을 소지한 신용장개설은행이 수입물인도소송에서 승소하여 丙 금고는 손해를 입게 되자, 丙 금고는 乙이 선하증권을 제시받지 않은 상태에서 D/O를 발급한 때문에 자신이 손해를 입게되었다고 하면서 甲에게 사용자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부산고법 2010.5.4.선고 2010나3179판결)은 甲에게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대법원은 "하우스 선하증권을 제시하는 자에게 D/O를 교부하여야 함에도 이를 제시받지 않고도 D/O를 발급하여준 점, 원고는 수입업자가 수산물을 처분할 정당한 권한이 있는 것으로 믿고 수산물을 점유개정에 의한 방법으로 양도담보로 제공받고 수입업자에게 대출을 실행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乙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고 피고 甲은 乙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의무를 하였거나 하였어도 손해가 발생하였으리라고 볼 증거는 없으므로 乙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수입업자와 함께) 피고 甲은 乙의 사용자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자 원고에게 이 사건 대출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3. 평석

운송인은 운송물을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상법 제795조 제1항).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 수하인이 되고 운송인은 선하증권과 상환하여서만 운송물을 인도하여야 한다(상법 제861조, 제129조). 선하증권을 회수한 다음 운송인은 현장에서 운송물을 점유하고 있는 선장 혹은 창고업자에게 운송물을 지시하는 자에게 인도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양륙항에서 이러한 운송인의 운송물 인도의무는 선박대리점(대리상의 일종)(본 사안에서는 운송취급인)에 의하여 행하여진다. 선박대리점은 계약운송인이 발행한 하우스 선하증권과 상환하여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선하증권을 제시받지 않은 상태에서 인도지시서가 발급되게 되면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창고업자는 인도지시서를 신뢰하고 운송물을 인도지시서의 소지인에게 인도하게 된다. 그러면 운송물 인도청구권을 가지는 정당한 선하증권 소지인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기 때문에 운송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 혹은 불법행위책임을 묻게 된다. 선박대리점이 인도지시서를 무단으로 발급한 경우에는 불법행위책임을 선하증권소지인에게 부담하게 된다.

본 사안에서는 운송인의 대리인인 현지 선박대리점 甲의 직원인 乙의 과실로 인도지시서가 불법으로 발행되어 이를 신뢰한 은행이 손해를 입게 되었다. 현지 대리점 甲은 직원인 乙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심과 대법원의 판시에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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