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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1)IT 관련법

최승재 교수(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I. 서론

우선 본고를 시작하면서 "IT 분야 중요판례"라고 하는 논의의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IT 관련법은 경제법, 회사법, 금융법, 지적재산권법에 걸치는 분야에서 산업규제법의 특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산업진흥법과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거래법의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글에서는 IT 산업의 산업적인 특성이나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법률적인 문제에 대한 대법원을 중심으로 한 우리 법원의 판례를 검토하고자 한다. 한편 법원의 판례가 아니어서 본고에서는 소개하지 않지만, 공정거래위원회 2010.10.22. 자 2009서경3168 사건에 대한 의결도 향후 법원의 판결이 주목되는 사건이다.

II. 판례평석

1. 대법원 2010. 8. 25. 자 2008마1541 결정

(1) 판결의 요지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바, 위와 같은 무단이용상태가 계속되어 금전배상을 명하는 것만으로는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무단이용의 금지로 인하여 보호되는 피해자의 이익과 그로 인한 가해자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할 때 피해자의 이익이 더 큰 경우에는 그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갑 회사가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광고시스템 프로그램을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제공하여 이를 설치한 인터넷 사용자들이 을 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방문하면 그 화면에 을 회사가 제공하는 광고 대신 갑 회사의 광고가 대체 혹은 삽입된 형태로 나타나게 한 사안에서, 갑 회사의 위와 같은 광고행위는 위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가지는 신용과 고객흡인력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셈이 될 뿐만 아니라 을 회사의 영업을 방해하면서 을 회사가 얻어야 할 광고영업의 이익을 무단으로 가로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한편 갑 회사의 위와 같은 광고행위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반복되며, 갑 회사에게 금전배상을 명하는 것만으로는 을 회사 구제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갑 회사의 위와 같은 광고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보호되는 을 회사의 이익이 그로 인한 갑 회사의 영업의 자유에 대한 손실보다 더 크므로, 을 회사는 갑 회사에 대하여 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접속한 인터넷 사용자들의 모니터에서 위 프로그램을 이용한 광고행위를 하는 것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었다고 본 원심결정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2) 검토

1) 이 사건에서 갑 회사의 광고가 대체 혹은 삽입된 형태로 나타나게 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가 된다는 점과 관련하여 인터넷 상에서 영업표지의 사용에 대해서 대법원은 종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행위의 해석에 있어 사용요건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혼동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판시한 판결례(대법원 1999. 4.23. 선고 97도322 판결, 대법원 1996.1.26. 선고 95도1464 판결)와 사용에 초점을 둔 판결례(대법원 2004.5.14. 선고 2002다13782 판결)로 나뉘고 있었다. 한편 미국에서는 여러 팝업광고와 관련된 판결이 있다. 이중 1-800 Contacts, Inc. v. WhenU.com., 309 F.Supp.2d 467 (S.D.N.Y., 2003) 은 인터넷 열람시 허락되지 아니한 팝업광고를 발생시키는 소프트웨어의 배포자에 대하여 저작권 및 상표권 침해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건으로 뉴욕남부지방법원은 저작권 침해를 부정하고 상표권침해는 인정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상표권 침해를 부정하였고, 상고가 불허되어 확정되었다.

우리나라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명문의 규정으로 타인의 표지를 "사용"하여 "혼동"을 발생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혼동에만 중점을 두는 태도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사용의 요건을 별도로 명확하게 적용하지 않고 혼동의 발생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한 Rescue.com판결(562 F.3d 123, 2d Cir. 2009) 이후에 선고된 제8연방항소법원의 Sensient Technologies v. Sensoryeffects사건(613 F.3d 754, 8th Cir. July 21. 2010)에서는 Rescue.com사건과는 달리 사용의 요건을 혼동의 요건 판단과는 별도의 요건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상표 등의 표지의 사용은 전통적인 상표 등 표지의 사용과는 달리 사용의 의미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권리구제에 소홀함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혼동가능성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향후 판결의 태도를 이해함에 있어 중요한 사건이다.

2) 이 사건은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가처분이 인용되었다는 점에서 우선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법원은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경우 영업권침해를 원인으로 한 사건 등에서 일부 가처분을 인용한 예가 있으나 원칙적으로 가처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손해배상청구를 통하여 금전적으로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굳이 가처분을 인용할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을 회사의 영업을 방해하면서 을 회사가 얻어야 할 광고영업의 이익을 무단으로 가로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로 보면서 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가처분을 인용하였다는 점에서 선례적 의의가 있다. 다만 향후 이 판결의 선례적 의미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3) 한편 이 사건과 관련된 형사사건인 대법원 2010.9.30 선고 2009도12238 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부정경쟁행위임에도 이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하면서도, 형사처벌과 관련해서 "형법 제314조 제2항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에서 '기타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불특정 다수의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배포한 '업링크솔루션'이라는 프로그램은, 갑 회사의 네이버 포털사이트 서버가 이용자의 컴퓨터에 정보를 전송하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다만 이용자의 동의에 따라 위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 화면에서만 네이버 화면이 전송받은 원래 모습과는 달리 피고인들의 광고가 대체 혹은 삽입된 형태로 나타나도록 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것만으로는 정보처리장치의 작동에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어 그 사용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사용목적과 다른 기능을 하게 하였다고 볼 수 없어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이 점은 형법 제314조 제2항의 적용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판례이다.

2.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0637 판결

(1) 판결의 요지

구 저작권법(2006. 12. 28. 법률 제810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4호는 그 법률에서 '복제'라 함은 인쇄·사진·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 같은 조 제9의2호는 '전송'이란 일반공중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물을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른바 인터넷 링크(Internet link)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나, 웹사이트 등의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정보 내지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비록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링크된 웹페이지나 개개의 저작물에 직접 연결된다 하더라도, 이는 구 저작권법 제2조 제14호에 규정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또한 저작물의 전송의뢰를 하는 지시 또는 의뢰의 준비행위로 볼 수 있을지언정 같은 조 제9의2호에 규정된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에 해당하지도 아니한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링크를 하는 행위는 구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2009.11.26. 선고 2008다77405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개정된 저작권법 제2조 제22호 소정의 '복제' 및 개정된 저작권법에서 신설된 공중송신권의 내용을 이루는 같은 조 제10호 소정의 '전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

(2) 검토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소위 인터넷 링크(Internet link)(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주제로 인터넷 하이퍼링크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서, 이현묵, "인터넷 하이퍼링크에 의한 명예훼손", 법률신문 2010.10.11. 자 참조)를 단순한 웹 위치정보 내지 경로로만 보았기 때문에 저작물의 이용으로 보지 않았다. 이 사건은 피고회사가 전자게시판 서비스, 이미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위 서비스에 회원으로 가입한 피고가 자신의 '블로그'에 업로드(upload)한 원고 사진의 복제물인 이 사건 이미지에 대하여 그 썸네일 이미지(thumbnail image, 이하 이미지 또는 그 전자파일을 '이미지'라고 한다)를 원래의 이미지가 저장된 주소에 연결(link)하는 방법을 취한 것이 불법행위가 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썸네일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저작권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Viacom International inc. v. YouTube inc., 07 Civ. 2103(LLS), 07 Civ. 3582(LLS) (2010) 사건에서도 논란이 되었으나{이 사건에 대한 상세는 최승재·이정민, "미국에서의 유튜브 소송의 경과와 시사점", 인권과정의 (2010. 8) 참조} 침해가 인정되지 않은 바가 있다. 이 판결은 하이퍼링크의 저작권법상의 의미를 대법원이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판결이다.

한편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 게시되었고 그 검색기능을 통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이 위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 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다만 저작권 침해 게시물이 게시된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관련 인터넷 기술의 발전 수준, 기술적 수단의 도입에 따른 경제적 비용 등에 비추어, 위 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저작권 침해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위 서비스제공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저작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위 서비스제공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9.4.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참조), 이에 위반하여 게시자의 저작권 침해를 용이하게 해주는 경우에는 위 게시물을 직접 게시한 자의 행위에 대하여 부작위에 의한 방조자로서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시하여 온라인 서비스 운영자의 방조책임의 인정기준으로 실질적인 인식이나 용이한 인식이 가능할 때 조치의무가 발생하며, 이러한 조치의무를 하지 않은 경우여야 방조책임이 인정된다는 기존의 태도를 다시 확인하였다. 대법원 2010.3.11 선고 2009다5643 판결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다.

3.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9153 판결

(1)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웹사이트에서 다중 이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인 '리니지(Lineage) Ι' 인터넷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게임 약관 및 통합서비스 약관에서 게임의 운영정책을 약관 내용의 일부로 규정하고 따로 그 운영정책을 공지하고 있어 운영정책이 적법하게 약관의 일부가 되었으며, 위 사업자가 개별 이용자의 게임 이용시 화면에 이용자 동의서를 띄워 놓는 방법으로 운영정책의 내용을 개별적으로 고지한 후 위 게임을 이용하도록 하였으므로, 위 게임이용자들은 그 동의서의 내용에 동의한 사실을 추단할 수 있으므로 운영정책이 편입된 위 게임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이 사건 "인터넷 게임 서비스 이용자가 자동사냥 프로그램 등 금지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3개 이상의 보유 계정에 대하여 영구이용중지 조치를 당한 경우 그 이용자가 보유한 모든 계정에 관하여 이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위 게임약관 및 운영정책의 조항은, 게임 이용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 기대에 부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평가하기 곤란하므로, 위 조항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이라거나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이행하여야 할 급부를 일방적으로 중지할 수 있게 하는 조항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한 해제권, 해지권의 행사요건을 완화하여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조항 등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불공정한 약관이라고 볼 수 없고, 그 위반행위의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검토

약관은 일방성, 사전성, 획일성, 형식성을 특징으로 하는 바, 약관계약을 체결코자 하는 사업자는 약관의 내용에 대하여 명시·설명의무를 다하여야 한다.(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이하 "약관규제법") 이러한 명시·설명의무는 약관의 편입통제를 담보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약관을 명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거래의 유형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게임약관이나 인터넷 쇼핑몰 약관 등의 경우에는 해당 웹사이트에 약관을 게시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이 경우 고객이 약관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당해 약관을 명확하게 식별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게임이용약관이 모니터상의 작은 화면에 작은 글씨로 일부만 나타나는 데다 전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스크롤바를 내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도록 하여 거의 식별하기 어렵게 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명시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관련 하급심 판결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11.13. 선고 2007가합38743 판결 등)

이 사건의 경우 2007. 5. 16.경 변경된 이 사건 게임약관 제14조, 제17조, 제18조 및 통합서비스약관 제18조, 제24조, 제25조에, 피고는 이용자가 자동사냥프로그램과 같은 '게임의 내용(게임 내 사냥행위 등)에 관여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사전통보 없이 이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이용자의 의무 및 그 위반에 대한 제재조치를 피고가 별도로 공지하는 게임별 운영정책에 의거하여 취할 수 있으며, 이용자들은 리니지 서비스 홈페이지에서 게임의 운영정책(운영정책이 약관이라는 하급심 판결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3.20. 선고 2007가합61415판결 등)을 게시하고 동의서를 받았다. 이용자의 개별적인 동의 없이 작성한 운영정책을 곧바로 계약내용에 편입할 수는 없으나(서울고등법원 2007.6.5. 선고 2006나20025 판결) 이 사건과 같이 동의서를 받았다면 계약으로 편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재조치들이 이용자의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는 제재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반행위와 제재가 비례성에 어긋난 것인 여부는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사실에 기초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이 "이 사건 게임약관(통합 서비스 약관을 포함한다) 및 운영정책에서 자동사냥 프로그램 등 금지된 소프트웨어 사용자에 대하여 사전통보 없이 이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3개 이상의 계정이 영구이용중지 조치를 당한 이용자에 대하여는 그 이용자가 보유한 모든 계정에 관하여 이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 사건 게임 이용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부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평가하기는 곤란하고, 그러한 이상 위 약관조항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3호)이라거나,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이행하여야 할 급부를 일방적으로 중지할 수 있게 하는 조항(같은 법 제10조 제2호)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한 해제권, 해지권의 행사요건을 완화하여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조항(같은 법 제9조 제2호) 등 위 법이 규정하고 있는 불공정한 약관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앞서 본 각 점에 비추어 위반행위의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판단한 점을 유지한 대법원의 판단은 그간 하급심이 정립하여 온 법리를 확인하고 보완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4 서울고등법원 2010. 5. 10.자 2009라1941 결정

(1) 판결의 요지

이 사건은 위조상품의 판매 등 오픈마켓에서 일어나는 상표권 침해행위에 대하여 오픈마켓 운영자로서는 이를 사전에 일반적, 포괄적으로 방지하여야 할 법률상, 계약상, 조리상, 적극적인 작위의무가 없으나, 오픈마켓 운영자가 상표권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인 위조상품의 삭제 및 판매금지조치를 요구받거나 상표권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오픈마켓에서 위조상품이 유통되는 것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거나 위조상품이 유통되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하게 드러나는 경우에는 오픈마켓 운영자에게 기술적, 경제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판매자가 더 이상 오픈마켓에서 위조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다는 전제 하에, 이 사건의 경우 오픈마켓 운영자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상표권 침해행위에 대한 방조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원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9. 9.자 2009카합653 결정으로 서울고등법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2) 검토

소위 인터넷 쇼핑몰은 아래와 같은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2009서경3168 사건 의결서 4면에서 인용)
아래의 <그림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인터넷쇼핑몰은 자체인터넷 쇼핑몰, 일반인터넷 쇼핑몰, 오픈마켓으로 구분된다. 이중 오픈마켓은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상품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고 판매도 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자유시장공간을 의미하며 온라인 마켓플레이스(Online Market Place)라고도 불린다. 특별한 선발과정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도 일정 수수료만 지불하면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판매자가 직접 판매상품을 등록하면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오픈마켓에서는 기존 일반쇼핑몰이 상품기획에서 마케팅, A/S 등을 직접 관리했던 것과 달리 오픈마켓은 거래 장소만을 제공하고 거래에 대한 관여는 최소화하고 있으며, 거래시 발생하는 거래수수료(중개수수료 또는 판매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위 의견서 5면)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오픈마켓이 일반적으로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감독할 의무를 부담시키게 되면, 낮은 비용에 창업과 이를 바탕으로 한 거래비용의 저감이라는 오픈마켓의 특징이 상실된다. 서울고등법원은 "설령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이 사건 쇼핑몰을 통하여 거래되는 상품도 품목이 약 3,500만 개에 달할 정도로 그 수가 많고, 그 대부분은 정상적인 상품으로 보이는바, 위조상품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상품정보가 이 사건 쇼핑몰에 등록되기 전에 이를 검토하거나 상품의 진정성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도록 한다면 이는 곧 거래비용의 증가를 가져오고, 이와 같이 증가한 거래비용은 결국 이 사건 쇼핑몰의 거래당사자에게 전가되는데, 이는 상표권을 보호하는 데 드는 비용을 그 상표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른 상품의 거래당사자에게까지 전가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할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위조상품의 유통에 대한 책임을 채무자와 같은 오픈마켓 운영자로 하여금 모두 부담하게 한다면 오픈마켓의 정상적인 운영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판시하였다"(판결문 22면)고 하여 일반적·포괄적 조리상의 작위의무의 존재를 부인하였다. 반면 오픈마켓은 상표권침해에 대하여 이를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knew or should have known)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면, 온라인 거래의 특성상 효과적으로 상표권침해를 규제하기 어렵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런 점들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거나 위조상품이 유통되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하게 드러나는 경우"에는 오픈마켓운영자가 오픈마켓에서 위조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2.10. 2008카합3997 결정 등에서 제시된 기준을 확인하여 적절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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