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5)민법下

김재형 교수(서울대 법대)

Ⅶ.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의 효력과 상계 문제

1. 대판(전) 2010. 5. 20, 2007다90760은 이른바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 사건'에 관한 판결이다.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자인 원고들과 퇴직금 분할 약정(이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한 약정'을 뜻한다)을 체결한 후 그에 기하여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그러나 원고들이 퇴직 후 위 약정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퇴직금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위 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퇴직금 명목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원고들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한다고 항변하였다. 위 약정이 무효인지, 위와 같은 상계가 허용되는지 문제되었다. 대법원 판결은 두 가지 쟁점에 관하여 각각 다수의견과 반대 및 별개의견이 엇갈렸다.

2. 다수의견은 퇴직금 분할 약정에 기하여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한 경우에 그 약정을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무효라고 하고,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한다.

퇴직금 분할 약정은 구 근로기준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34조 제3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법 제34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퇴직금 분할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점에는 대법관들 사이에 견해가 일치되어 있다. 퇴직금의 중간 정산은 구 근로기준법 제34조에 따라 인정되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퇴직금 분할 약정에 기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이 임금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다수의견은 이를 부정하였다. 그러나 별개 및 반대의견은 퇴직금 분할 약정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매월 또는 매일 일정한 금원을 지급한다는 것'과 '그 금원의 명목을 퇴직금으로 한다는 것'으로 구분하고, 퇴직금으로 지급한다는 부분만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이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매월 또는 매일 일정한 금원을 지급한다는 약정은 유효라고 한다.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임금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퇴직금이라는 명칭으로 금원을 지급하였다면 위 금원을 퇴직금이라고 보는 것이 통상적인 해석방법이다. 물론 임금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한 금품이 임금이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그러나 임금이나 퇴직금의 경우와 같이 별도의 규율대상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명칭에 따라 법적 성질을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이 사건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는 것으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퇴직금을 나중에 지급하여야 한다면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미리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퇴직금이 후불적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은 퇴직금과 임금을 구분하고 있고, 사용자와 근로자도 이를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퇴직금을 임금 자체라고 할 수는 없다.

3. 사용자의 위 퇴직금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또는 퇴직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문제된다. 다수의견은 이를 긍정한다. 다만 이 경우 상계가 허용되는 범위는 '퇴직금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한정된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또 다른 별개 및 반대의견이 있다.

(1) 법 제42조 제1항 본문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이 규정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한다는 법리가 도출되고(대판 2001. 10. 23, 2001다25184), 이 법리가 임금의 성질을 갖고 있는 퇴직금에도 적용된다. 이러한 결론에는 다수의견과 별개 및 반대의견 사이에 차이가 없다.

이 규정에서 임금을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할 것을 정함으로써, 지급수단, 지급방법, 지급액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다. 사용자에 의한 상계는 통화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고, 직접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도 아니며, 그 전액을 지급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위 규정의 문언에 따르면 사용자에 의한 상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문언해석"). 이 규정의 입법취지나 목적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사용자에 의한 상계는 허용되지 않는다("목적론적 해석"). 입법자의 의사도 위와 같은 사용자에 의한 상계를 금지하려고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2) 그런데 다수의견은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을 초과 지급한 경우에, 사용자는 위 초과 지급한 임금의 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이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는 판례법리를 이 사건에 적용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그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어 사용자가 같은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에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 금원의 반환채권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근로자의 퇴직으로 인하여 사용자가 지급할 퇴직금액의 정산·조정 방법의 하나'라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사용자가 이미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을 허용하는 이유로 '위 두 채권이 서로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그러나 위 두 채권이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지에 관한 판단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사용자가 이미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근로자의 퇴직금채권 양자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계산의 착오로 임금을 초과 지급한 후 근로자의 임금채권이나 퇴직금채권이 발생한 경우에 근로자는 초과 지급한 임금을 반환하고 사용자는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는 대신 간편하게 상계를 허용하더라도 당사자들의 의사나 이익에 크게 배치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별개 및 반대의견이 지적하듯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그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어 사용자가 같은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에 사용자에 의한 상계를 허용한다면 상계금지를 규정한 위 법규정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Ⅷ. 착오송금과 상계

1. 대판 2010. 5. 27, 2007다66088에서는 착오송금의 경우에 수취은행이 수취인에 대한 대출채권 등을 자동채권으로 예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이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원고의 직원인 A가 6,568만원을 피고 은행에 개설된 B의 예금계좌에 송금하여야 하는데도 착오로 C의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잘못 송금하였다. 이로써 C는 피고 은행에 대하여 6,568만원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하게 되었지만, 원고가 위 금원의 반환을 요청하고 C도 위 금원의 반환에 대하여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피고 은행에 작성·제출하였다. 그런데 피고 은행이 위 착오송금 전에 C에 대하여 취득한 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위 6,568만원 상당의 예금채권과 상계하였다. 원심은 피고 은행의 위와 같은 상계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송금의뢰인이 착오로 자금이체의 원인관계 없이 수취인의 계좌에 금원을 입금한 경우, 수취인은 그 금원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대판 2006. 3. 24, 2005다59673). 이 경우 수취인은 송금의뢰인에게 그 입금액 상당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대판 2007. 11. 29, 2007다51239). 그런데 수취은행이 수취인에 대한 대출채권 등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취인의 위 예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이하 편의상 '수취은행에 의한 상계'라고 한다)이 유효한지 문제된다. 위 대법원 2010. 5. 27. 판결은 이 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세 단계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①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상계가 허용된다. 수취은행은 원칙적으로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된 금원이 송금의뢰인의 착오로 자금이체의 원인관계 없이 입금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조사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수취은행에 의한 상계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② 예외적으로 위와 같은 상계가 송금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칙 위반 내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 즉, 송금의뢰인이 착오송금임을 이유로 수취은행에 그 송금액의 반환을 요청하고 수취인도 착오송금임을 인정하여 수취은행에 그 반환을 승낙하고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수취은행에 의한 상계는 "공공성을 지닌 자금이체시스템의 운영자가 그 이용자인 송금의뢰인의 실수를 기화로 그의 희생하에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채권회수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로서 상계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③ 위 ②에 대한 예외로서, 수취은행이 선의인 상태에서 수취인의 예금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하여 그 자동채권을 취득한 것이라거나 그 예금채권이 이미 제3자에 의하여 압류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상계가 신의칙 위반 내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송금의뢰인이 착오로 자금이체의 원인관계 없이 수취인의 계좌에 금원을 입금한 경우에 위 금원은 송금의뢰인에게 반환되어야 한다. 이 경우 수취은행에 의한 상계를 허용한다면 수취은행은 상계를 통하여 채권회수라는 망외의 이득을 얻게 된다. 만일 송금의뢰인이 착오송금임을 이유로 거래은행을 통하여 혹은 수취은행에 직접 송금액의 반환을 요청하고 수취인도 송금의뢰인의 착오송금에 의하여 수취인의 계좌에 금원이 입금된 사실을 인정하면서 수취은행에 그 반환을 승낙하고 있다면 수취은행을 보호할 필요성이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수취은행에 의한 상계를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Ⅸ.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사후적인 반환약정의 효력

1. 대법원은 종전에 불법원인급여를 한 이후에 그 대가의 반환약정을 한 경우에 그 약정을 무효라고 하였다. 즉, 대판 1995. 7. 14, 94다51994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에게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청탁을 하게 하고 그에 대한 보수로 돈을 지급한 후 그 돈을 반환하기로 한 약정도 결국 불법원인급여물의 반환을 구하는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하였다.

2. 그러나 대판 2010. 5. 27, 2009다12580에서는 불법원인급여 후 급부를 이행받은 자가 별도의 약정으로 급부 그 자체 또는 그에 갈음한 대가물을 반환하기로 하는 특약을 한 경우에 그 효력을 인정하였다. 이 판결은 "불법원인급여 후 급부를 이행받은 자가 급부의 원인행위와 별도의 약정으로 급부 그 자체 또는 그에 갈음한 대가물의 반환을 특약하는 것"은 "그 반환약정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유효"라고 한다. "여기서 반환약정 자체의 무효 여부는 반환약정 그 자체의 목적뿐만 아니라 당초의 불법원인급여가 이루어진 경위, 쌍방당사자의 불법성의 정도, 반환약정의 체결과정 등 민법 제103조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한편 반환약정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점은 수익자가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2000년 수수한 정치자금 20억 원은 정치자금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피고가 위법하게 수수한 정치자금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여 이를 반환하기로 한 약정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정치자금 20억 원의 반환약정에 따른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
3. 불법원인급여 당시의 반환약정, 가령 불법적인 청탁과 함께 금전을 교부하면서 청탁이 실패할 경우에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은 민법 제746조의 취지에 비추어 당연히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약정은 "불법원인급여물의 반환을 구하는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불법원인급여가 있은 후에 임의로 반환약정을 한 경우에는 불법원인급여 당시의 반환약정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반환약정을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볼 필요도 없다. 따라서 이 판결이 이와 같은 반환약정을 원칙적으로 유효라고 보고, 반환약정 자체의 무효 여부는 반환약정 그 자체의 목적, 당초의 불법원인급여가 이루어진 경위, 쌍방당사자의 불법성의 정도, 반환약정의 체결과정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 것은 정당하다. 다만 이 판결은 종래의 판결과 배치되기 때문에, 종래의 판결과의 관계를 정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Ⅹ. 종립학교(宗立學校)의 종교교육과 불법행위

1. 대판(전) 2010. 4. 22, 2008다38288은 '종립 사립고교 종교교육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원고는 피고 대광학원이 설립·운영하는 대광고등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종교 교육을 거부하였다. 대광고등학교는 학생선도위원회를 개최하여 담임교사에게 불손한 반항을 하였다는 점 등의 징계사유를 들어 먼저 원고에게 전학을 권유하여 이를 승낙하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고, 이를 거부하면 퇴학처분을 하기로 하는 내용의 징계결의를 하였다. 그 후 원고와 원고의 부모가 전학을 거부하자, 원고에게 이 사건 퇴학처분을 하였다. 대법원은 피고 대광학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나, 피고 서울특별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이 판결은 2010년에 나온 판결 중에서 가장 긴 판결이다. 이 사건에서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 퇴학처분으로 불법행위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시정·변경명령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불법행위가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각각 나뉘어져 있다. 위 세 가지 주요 쟁점에 대한 대법관들의 의견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견해 대립은 법률론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의 차이, 적어도 법리의 사실관계에 대한 적용상의 차이에 기인한 면도 적지 않다. 여기에서는 이 문제에 관하여 상세히 다루지 않고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에 관해서 간략한 언급만을 하고자 한다.

다수의견은 종립학교가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라 강제배정된 학생들을 상대로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경우,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종교교육이라고 보이는 경우에는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 고려할 사항으로 "그 종교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 종교교육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학생들에게 그러한 종교교육에 관하여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였는지 여부, 종교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나 학생들이 불이익이 있을 것을 염려하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대체과목을 선택하거나 종교교육에 참여를 거부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서 반대의견은 "결국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이 그 허용되는 한계를 벗어나서 위법하다고 평가되어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있으려면, 그 종교교육이 보편적이고 건전한 사회인의 양성이라는 교육목적에 전혀 어울리지 아니하는 것이 아닌 한, 학생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확신에 기초하여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또는 이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 행동을 하였음에도 그러한 학생에게 전학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보완책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종교의 자유를 가지는 학생의 인격적 가치를 무시하여 일방적으로 종교교육을 강제한 것임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한다.

2.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이나 종파교육이 무리하게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에 대하여 학교와 동일한 종교를 갖지 않은 학생으로서는 거부감이나 반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에 대해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피고 대광학원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에서 다수의견은 종전의 관념에 비추어 보면 불법행위책임을 넓게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종교교육의 문제에 대하여 그 부당성을 호소하는 견해는 있었어도 불법행위법에서 그 해결책을 찾는 견해는 거의 없었다. 종립학교가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교육을 강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종교교육으로 인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 판단기준에 미세한 차이가 있고, 이 사건의 구체적인 판단에서 결론이 다르다. 사안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좋은 해결방안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와 같은 견해 대립은 불법행위법이 규율하는 영역을 어느 정도까지 넓혀야 할지에 관하여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XI. 모델영화에 의한 명예훼손

1. 대판 2010. 7. 15, 2007다3483은 영화 '실미도'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원고들은 1968. 4.경 북파 공작업무를 목적으로 창설된 특수부대의 훈련병이었던 이 사건 망인들의 유가족들이고, 피고회사들은 영화 "실미도"의 공동제작사이며, 피고 강우석은 영화감독이다.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상영 등의 금지청구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원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들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였다.

2. 이 판결은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이른바 모델영화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에 보도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공익성')에는 행위자가 적시된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상당성')가 있으면 그 행위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 판결은 이와 같은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에 관한 판례법리를 모델영화의 경우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이 판결은 영리적 목적 하에 일반 대중을 관람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영화의 경우에 역사적 사실을 다소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하였다. 상업영화를 접하는 일반 관객으로서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유지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것인 점도 참작하고 있다. 이는 상업영화가 소설과 마찬가지로 허구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다.

XII. 위법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

1. 대결 2010. 8. 25, 2008마1541은 위법행위에 대한 금지 또는 예방청구권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신청인(엔에이치엔 주식회사)은 정보검색, 커뮤니티, 오락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대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를 구축하여 인터넷 사용자들로 하여금 위 서비스 이용 등을 위하여 네이버를 방문하도록 하고, 이와 같이 확보한 방문객에게 배너광고를 노출시키거나 우선순위 검색결과 도출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 등으로 광고영업을 해 오고 있다. 피신청인(네오콘소프트 주식회사)의 프로그램을 설치한 인터넷 사용자들이 네이버를 방문하면 그 화면에 신청인의 광고 대신 피신청인의 광고가 대체 혹은 삽입된 형태로 나타났다. 신청인은 피신청인을 상대로 위와 같은 광고 등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하였다(이 사건은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청인과 피신청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원심은 신청인의 신청 중에서 광고 등의 금지를 구하는 부분을 인용하였고, 대법원도 원심결정을 지지하였다.

2. 이 결정은 소유권 등 물권이 침해되지 않았는데도 부정한 경쟁행위에 대하여 금지청구권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선례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가처분사건인 이 사건에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을 부정하고 있으나, 형사판결인 대판 2010. 9. 30, 2009도12238에서는 이 사건에 대하여 위 법률의 적용을 인정하고 있다). 먼저 금지청구권의 요건에 관하여 이 판결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정식화할 수 있다.

첫째,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을 것. 이 사건에서와 같이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은 이에 해당한다.

둘째, 부정한 경쟁행위가 있을 것. 피신청인이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한 경우에 부정한 경쟁행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부정한 경쟁행위가 계속되어 금전배상을 명하는 것만으로는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무단이용의 금지로 인하여 보호되는 피해자의 이익이 그로 인한 가해자의 불이익보다 클 것.

첫 번째와 두 번째 요건을 갖추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이 판결은 위 두 요건에 이어서 세 번째 요건을 갖추면 금지청구권이 발생한다는 논리구성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첫 번째 요건과 두 번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금지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은 아니다.

위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불법행위도 성립하고 금지청구권도 발생하지만,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도 금지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 가령 물권적 청구권은 불법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불법행위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고의나 과실은 물권적 청구권의 요건이 아니다.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이를 배상하는 것이지만,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전이라도 방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물권적 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금지청구권의 경우에도 불법행위의 요건, 특히 고의 또는 과실, 손해의 발생과 같은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이에 관해서는 金載亨,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 民法論 Ⅲ, 박영사, 2007, 431면 참조).

판례는 법률에 명시적 근거가 없는데도 인격권에 기한 금지청구권을 인정하였다. 이 결정은 여기에서 나아가 인격권과 같은 절대권 침해가 없는데도 법률상 이익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위법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을 인정하였다.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사안을 보면 금지청구권에 관한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