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4)민법上

김재형 교수(서울대 법대)

Ⅰ. 서론

2010년 '정의'(Justice)가 대중적인 용어로 자리잡은 것은, 그 이유가 어떠하든 간에, 법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법이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정의의 이론'(A Theory of Justice)에 대하여 열망을 갖고 있었던 필자로서 오래 묵혀둔 숙제를 살며시 꺼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정의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을 것이다. 정의에 관한 거대담론에서 시작해서 구체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도 있고, 구체적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면서 정의의 원칙을 발견하는 방식도 있다. 그러나 두 방식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이성의 빛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2010년에도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들이 많이 나왔다. 우선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거나 사회의 변화를 알려주는 판결들이 있다. 또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보면, 다수의견, 반대의견, 별개의견 또는 보충의견이 서로 논박을 벌이고 있어 대법관들 사이의 치열한 논전을 상상케 한다. 이러한 판결 앞에서는 결론에 도달한 실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비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여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해결책인지 자문해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Ⅱ. 매매계약이 매매대금 과다로 무효인 경우 무효행위의 전환의 인정여부

1. 대판 2010. 7. 15, 2009다50308은 이른바 '알박기'에 관한 판결로 주목을 끌었다. 원고는 재건축정비사업조합으로 2002. 5. 28.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피고들은 2003. 6. 17. 이 사건 토지의 공유자들 중 A의 7분의 3 지분을 3억 8,000만 원(피고마다 각 1억 9,000만 원)에 공동으로 매수하여 같은 해 7. 3. 각 7분의 1.5 지분(면적으로 환산하면 42.42㎡ 또는 12.83평이다. 이하 '이 사건 각 지분'이라고 한다)에 관한 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재건축사업에 관한 사업계획승인조건에 따라 재건축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하여 2005. 4. 22. 피고들로부터 이 사건 토지 중 피고들의 7분의 3 지분을 18억 원(피고마다 각 9억 원. ㎡당 2,121만6,407원, 평당 7,014만8,090원)에 매수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심은, ① 이 사건 매매계약 중 '정당한 매매대금'을 초과하는 부분이 불공정행위로 무효이고, ②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들어 이 사건 각 지분에 관한 매매대금은 평당 5,000만 원으로 계산한 6억4,150만원(5,000만 원 × 12.83평)이 정당하고, 원고 및 피고들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정한 매매대금이 무효일 경우 위 금액을 매매대금으로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유지하였을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고와 피고들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였다.

"매매계약이 약정된 매매대금의 과다로 말미암아 민법 제104조에서 정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 경우에도 무효행위의 전환에 관한 민법 제138조가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당사자 쌍방이 위와 같은 무효를 알았더라면 대금을 다른 액으로 정하여 매매계약에 합의하였을 것이라고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대금액을 내용으로 하는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이때 당사자의 의사는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계약 당시에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假定的) 효과의사로서, 당사자 본인이 계약 체결시와 같은 구체적 사정 아래 있다고 상정하는 경우에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결단하였을 바를 의미한다."

2. 이 판결은 매매대금이 과도하게 많아 매매계약을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계약상의 매매대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이 성립하였음을 인정하였다. 이를 위하여 무효행위의 전환에 관한 민법 제138조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 경우 일부 무효에 관한 제137조 단서를 적용하는 데에 쉽지 않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매매계약이 매매대금 과다로 무효인 경우 무효행위의 전환의 법리로 해결하고 있는 점은 선례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계약상의 대금이나 이율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에 계약 전체를 무효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금이나 이율 중에서 일정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에 한해서만 무효를 인정하는 것을 '양적 일부 무효'라고 한다. 종래 법원의 실무에서 이와 같은 양적 일부 무효를 인정한 판결들이 적지 않다(변호사보수에 관한 대판 1991. 12. 13, 91다8722, 91다8739; 고율의 이자약정에 관한 대판(전) 2007. 2. 15, 2004다50426 등 참조).

이와 같은 판결들에서 일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이고 나머지는 유효라고 판단한 점에 대한 근거를 명백하게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대판 2008. 9. 11, 2008다32501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위 근저당권설정약정 중 피담보채무가 20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이 구 의료법 제41조 제3항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미 허가받은 나머지 부분의 근저당권설정약정까지 무효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는데, 일부 무효에 관한 민법 제137조를 들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무효행위의 전환을 인정한 판결은 이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찾을 수 없다.

이 판결은 매매대금이 과다하게 된 사안에서 매매계약을 불공정한 법률행위라는 이유로 무효로 보고, 민법 제138조를 적용하여 "당사자 쌍방이 위와 같은 무효를 알았더라면 대금을 다른 액으로 정하여 매매계약에 합의하였을 것이라고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대금액을 내용으로 하는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다"고 하였다. 이때 당사자의 의사는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계약 당시에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 효과의사"라고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재건축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반드시 이 사건 토지 중 이 사건 각 지분을 매수하여야 하는 처지에 있었다. 피고들도 이 사건 각 지분의 매수경위, 조정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 원고에게 이를 매도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매매대금에 관해서만 원·피고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원고 및 피고들에게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정한 매매대금이 무효일 경우에 매매대금을 다른 금액으로 정하는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3. 매매대금이 계약 당시에 무효임을 알았다면 매매대금으로 의욕하였을 가정적 효과의사를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경우 시가를 기준으로 매매대금을 정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계약 당시의 시가와 같은 객관적 지표는 그러한 가정적 의사의 인정에 있어서 하나의 참고자료"로 삼을 수 있을 뿐이라고 하였다. 이 사건에서 매매대금을 피고들이 당초 매매대금으로 요구하였던 원고 조합원에 대한 보상가격인 평당 2,200만 원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원고가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매도청구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서 피고 2가 한 발언을 참고하여 평당 5,000만 원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인지 문제된다. 원심판결은 후자를 기준으로 하였고, 대법원도 이를 위법하지 않다고 하였다. 계약체결 당시의 당사자들의 가정적 의사를 탐구할 때 계약 체결 이후의 사정을 고려할 수 있지만, 피고 2의 발언을 들어 피고들, 특히 피고 1의 가정적 의사를 추단할 수 있을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가정적 효과의사가 실제로 있었던 의사를 찾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의관념이나 형평감각에 입각한 법관의 판단이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매매대금으로 결정된 위 5,000만 원은 원고 조합원에 대한 보상가격(평당 2,200만원)과 원고와 피고들이 체결한 매매대금액(평당 7,014만8,090원)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가격으로서, 공평의 관점에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Ⅲ. 종중재산의 분배 기준

1. 종중재산의 분배 기준에 관하여 2010년에 2개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 먼저 대판 2010. 9. 9, 2007다42310, 42327은 "비법인사단인 종중의 토지 매각대금은 종원의 총유에 속하고, 그 매각대금의 분배는 총유물의 처분에 해당하므로(…), 정관 기타 규약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종중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그 매각대금을 분배할 수 있고, 그 분배 비율, 방법, 내용 역시 결의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한 다음, "그러나 … 종중재산의 분배에 관한 종중총회의 결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공정하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 또는 종원의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 그 결의는 무효"라고 한다. "종중재산의 분배에 관한 종중총회의 결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것인지 여부는 종중재산의 조성 경위, 종중재산의 유지·관리에 대한 기여도, 종중행사 참여도를 포함한 종중에 대한 기여도, 종중재산의 분배 경위, 전체 종원의 수와 구성, 분배 비율과 그 차등의 정도, 과거의 재산분배 선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종중 토지 매각대금의 분배에 관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무효인 경우, 종원은 그 결의의 무효확인 등을 소구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후 새로운 종중총회에서 공정한 내용으로 다시 결의하도록 함으로써 그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을 뿐이고 새로운 종중총회의 결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종전 총회결의가 무효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종중을 상대로 하여 스스로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분배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고 한다.

(2) 대판 2010. 9. 30, 2007다74775는 위 판결과 동일하게 판단하면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후손은 남녀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종원)이 되는 것"이라는 대판(전) 2005. 7. 21, 2002다13850을 인용한 다음, "종중재산을 분배함에 있어 단순히 남녀 성별의 구분에 따라 그 분배 비율, 방법, 내용에 차이를 두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가족 내의 실질적인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아니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할 것을 요구하는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한 것으로 정당성과 합리성이 없어 무효"라고 한다.

2. 위 두 번째 판결에서 인용하고 있는 200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성년 여성도 당연히 종원이 된다고 선언한 이후 종중재산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 것인지 논란이 있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별개의견은 "종중재산을 처분하여 이를 개인에게 귀속시킴에 있어서는 신탁의 법리를 유추하여 후손 전원에게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종원에게만 분배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필자는 종중이 종중이나 종중재산에 대한 기여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종중재산의 분배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후손 사이의 평등한 분배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김재형, "단체로서의 종중", 민법론 Ⅲ, 박영사, 2007, 41면).

대법원은 2010년 9월에 선고한 위 두 판결을 통하여 종중재산의 분배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종중은 정관 기타 규약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종중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종중재산을 분배할 수 있다. 가령 종원이 아닌 미성년의 후손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것도 허용된다. ② 종중재산의 분배에 관한 종중총회의 결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공정하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 또는 종원의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 그 결의는 무효이다. 종중재산의 분배에 관한 종중총회의 결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종중재산의 조성 경위, 종중재산의 유지·관리에 대한 기여도, 종중행사 참여도를 포함한 종중에 대한 기여도, 종중재산의 분배 경위, 전체 종원의 수와 구성, 분배 비율과 그 차등의 정도, 과거의 재산분배 선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③ 단순히 남녀 성별의 구분에 따라 종중재산의 분배에 차이를 두는 것은 남녀평등의 원칙 등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 ④ 종중재산의 분배에 관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무효인 경우, 종원이 곧바로 종중을 상대로 하여 스스로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분배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고, 새로운 종중총회의 결의를 통해서만 중중재산을 분배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종중재산의 분배에서 종중의 단체로서의 자율성 또는 독자성을 인정하면서도(위 ①, ④ 부분), 종중재산의 분배에 대한 내용통제를 하고 있다(위 ②, ③ 부분). 대판 2008. 10. 9, 2005다30566은 "종중에 대하여는 가급적 그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따라서 원칙적으로 종중규약은 그것이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한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종중재산 분배에 관한 판결들은 이러한 논리를 종중재산의 분배에도 적용한 것인데, 종중규약의 경우와 비교할 때 종중재산의 분배라는 성격에 맞게 '현저한 불공정성' 등으로 무효사유를 좀 더 넓게 설정하였다. 종중의 법률관계를 해결하는 데 종중의 단체로서의 자율성과 종원의 평등이라는 두 원리가 서로 충돌할 수 있는데, 개별적인 문제에 따라 두 원리의 상호조정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Ⅳ. 한정승인과 담보권

1. 대판(전) 2010. 3. 18, 2007다77781은 한정승인이 이루어진 경우 상속채권자가 상속재산에 관하여 한정승인자로부터 담보권을 취득한 고유채권자에 대하여 우선적 지위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하였다.

A가 2002. 11. 7. 사망하자 A의 법정상속인들 중 자녀들은 상속을 포기하고 처인 B가 서울가정법원에 상속재산목록을 첨부해 한정승인신고를 하여 위 법원이 2003. 4. 30. 이를 수리하였다. 그 후 B는 2003. 5. 29. 위 상속재산목록 제1, 2 부동산(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2003. 7. 28. 피고에게 채권최고액 1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한편 A에게 금원을 대여하였던 원고는 A의 사망에 따라 B를 상대로 대여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각 부동산 등에 관한 강제경매절차에서 근저당권자인 피고가 상속채권자인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문제되었다.

원심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매각대금이 상속채권자인 원고에게 우선적으로 배당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속채권자인 원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한정승인자인 B로부터 근저당권을 취득한 피고에 대하여 우선적 지위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다수의견은 "한정승인자['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을 가리킨다]로부터 상속재산에 관하여 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취득한 사람과 상속채권자 사이의 우열관계는 민법상의 일반원칙에 따라야 하고, 상속채권자가 한정승인의 사유만으로 우선적 지위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는 상속채권자에 우선하여 상속재산을 그 채권에 대한 책임재산으로 삼아 이에 대하여 강제집행할 수 없다."고 한다.

2. 한정승인이 이루어진 경우 상속채권자가 상속재산에 관하여 한정승인자로부터 담보권을 취득한 고유채권자에 대하여 우선적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민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우리 민법상의 한정승인제도의 목적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부동산물권에 관한 공시제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태도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민법상 한정승인제도는 1차적으로 상속인을 보호하는 데 중점이 있다. 한정승인자의 상속재산만이 상속채권자의 채권에 대한 책임재산이 되고, 한정승인자의 고유재산은 상속채권자의 채권에 대한 책임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정승인자가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다.

제3자가 한정승인자로부터 상속재산에 대한 소유권이나 담보권을 취득한 경우에 담보권자에게 우선권을 인정하는 것이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상속채권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권리의 선후를 정해야 할 것이다. 결국 부동산물권의 우열관계는 원칙적으로 등기의 선후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한정승인자로부터 상속재산에 관하여 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취득한 사람에 대하여 상속채권자가 우선한다는 법규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상속채권자의 우선권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Ⅴ. 대물변제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기준

1. 종래 채무자가 일부 채권자에게 기존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대물변제로 금전채권을 양도한 경우에 이를 사해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판례가 명확하지 않았다. 대판 1997. 6. 27, 96다36647은 대물변제로 채권을 양도한 행위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사해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판 2003. 6. 24, 2003다1205는 이를 채무의 본지에 따른 변제(이하 '본지변제')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원칙적으로 사해성을 부정하고 다만 채무자와 수익자가 통모하여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있는 예외적 경우에만 사해성을 인정하였다.

2. 대판 2010. 9. 30, 2007다2718는 채권자취소권에서 사해행위의 판단기준이 문제되었다. 피고가 A에게 미지급 대금의 변제를 강하게 독촉함에 따라 피고와의 거래를 계속하고자 하였던 A는 피고에 대한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피고에게 전세권과 전세금반환채권을 양도하는 내용의 이 사건 양도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양도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채무초과의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적극재산을 채권자 중 일부에게 대물변제조로 양도하는 행위는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에게 채무 본지에 따른 변제를 하는 경우와는 달리 원칙적으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가 될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에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해성의 일반적인 판단기준에 비추어 그 행위가 궁극적으로 일반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사해행위의 성립이 부정될 수 있다."

3. 이 판결은 사해행위를 판단하는 일반기준을 제시하고 대물변제의 경우에는 이 기준에 따라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대물변제의 목적물이 금전채권인지, 아니면 부동산인지는 사해행위에 관한 판단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이 판결은 대물변제로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변제의 경우와 같이 원칙적으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위 대법원 2003. 6. 24. 판결 등의 태도를 사실상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대물변제를 하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대물변제로 채권을 양도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단계에서 대물변제로 부동산을 양도한 경우와 다르게 보아야 할 이유가 없다.

Ⅵ.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 내지 상계계약의 효력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미치는지 여부

1. 연대채무의 경우에는 제418조 제1항에서 채무자 1인이 상계를 함으로써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도 상계한 금액만큼 소멸한다는 이른바 절대적 효력의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부진정연대채무의 경우에도 이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문제된다.
종전의 판례는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의 효력에 관하여 절대적 효력을 부정하고 있었다. 대판 1989. 3. 28, 88다카4994는 "부진정연대채무자 상호간에 있어서 채권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변제와 같은 사유는 채무자 전원에 대하여 절대적 효력을 발생하나 그 밖의 사유는 상대적 효력을 발생하는 데에 그치는 것으로서 연대채무에 관한 민법 제418조 제1항의 규정은 부진정연대채무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다수의 학설은 위 판례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 1978(昭和 53). 3. 23. 판결은 "부진정연대채무자의 1인과 채권자 사이에서 실체법상 유효한 상계가 이루어지면 이로써 채권이 소멸한 한도에서 다른 채무자의 채무도 소멸한다."라고 하였다.

2. 대판(전) 2010. 9. 16, 2008다97218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 내지 상계계약의 효력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미친다고 판결하였다. 그 이유로 상계의 경우도 채권은 변제, 대물변제, 또는 공탁이 행하여진 경우와 동일하게 현실적으로 만족을 얻어 그 목적을 달성한다는 점을 든다. 이는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채권자와 상계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반대의견,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다수의견은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는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도 미친다고 함으로써 절대적 효력을 긍정하였다. 상계는 변제와 마찬가지로 채권의 만족을 얻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상계를 하였으면 변제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도 상계로 인한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상계에 상대적 효력만을 인정할 경우에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지적하듯이 "이중의 채무이행, 즉 이중의 채권만족"을 초래할 수 있다.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의 상계로써 그의 채권자에 대한 자동채권도 소멸되는데, 채권자가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로부터 만족을 얻는다면 채권자가 이중으로 만족을 얻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의 상계로 인한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이 판결은 상계계약에 대해서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였다는 점도 선례로서의 의미가 있다. 상계계약에 의하여 계약의 목적이 되었던 양채권은 대등액에서 소멸하기 때문에, 상계계약은 원칙적으로 상계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따라서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채권자와 상계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그 효력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