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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7)의료법

이경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보건학 박사)

I. 글머리에

의료분쟁은 의료과실로 인한 민사소송 및 형사소송에 국한되지 않고, 공권력 관련행정, 제도적 문제 및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헌법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료관련 제반분쟁을 모두 포함한다. 여기에서는 기존의 판례에서 특별히 인식할 필요가 있는 쟁점을 가진 민사소송, 형사소송과 새로이 대두되어 관심을 끌고 있는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에 대한 판례를 분석하여 봄으로써 '2009년도 의료판례의 경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2009년에는 소위 '세브란스 병원 김할머니' 사건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사회적으로 많은 반향이 있었던 바, 이에 대하여 더욱 자세히 언급해 보기로 한다.

II. 민사판결

1. 무의미한 연명치료장치 제거 (2009. 5.21. 선고 2009다17417 판결)

(1) 사건개요
김 할머니는 A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인하여 심정지가 발생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지속적 식물인간상태(PVS;Persistent Vegetative State)에 있으면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연명치료를 받았다. 김 할머니의 자녀들은 '연명치료는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징후만을 단순히 연장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고, 김 할머니는 평소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거부하고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고 밝혀왔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A병원 측은 '김 할머니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사망에 임박한 상태가 아닌데도 중단하는 것은 의사의 생명보호 의무에 반하고 형법상 살인죄 또는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하였다. 이에 자녀들은 특별대리인 자격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장치 제거를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원심은 회생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인간성의 지표 없이 기계장치 등에 의하여 연명되고 있는 경우라면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의사는 이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연명장치 제거에 관한 별도의 입법이 없는 이상, 기준과 시행에 있어 다음 네가지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① 환자의 구체적인 상태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학적 기준에 의하여 회생가능성이 없는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진입해야 한다.
② 환자의 진지하고 합리적인 치료중단 의사(意思)가 있어야 한다.
③ 중단을 구할 수 있는 치료는 환자 상태의 개선이 아니라 환자의 연명 즉 사망과정의 연장으로서 현 상태의 유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④ 연명치료의 중단은 의사(醫師)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유지하여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를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라 하고 이때 이루어지는 진료행위를 연명치료라 하는데,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을 다음과 같이 구체화하였다.
①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주치의의 소견뿐 아니라 사실조회, 진료기록 감정 등에 나타난 다른 전문의사의 의학적 소견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② 환자가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힌 경우(이하 '사전의료지시')에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③ 사전의료지시가 없는 경우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추어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연명치료의 중단을 선택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사회상규에 부합한다.
④ 환자 측이 직접 법원에 소를 제기한 경우가 아니라면,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전문의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 등의 판단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일부 반대의견이 있다.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할 때 환자를 계속 직접 진료한 담당 주치의의 의견은 의료기록만을 기초로 한 전문가의 견해보다 무게를 둘 수 있다. 담당 주치의의 의견에 의하면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사람의 뇌는 생명의 유지에 직결되면서도 아직 그 생리나 기능 등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끈질긴 회복·재생의 능력을 보이는 신비로운 신체기관이다. 또한 '추정적 의사'란 환자가 현실적으로 가지는 의사가 객관적인 정황으로부터 추단될 수 있는 경우에만 긍정될 수 있으며 '가정적 의사'만으로 이를 인정할 수 없는 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

(3) 평석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에서 연명치료 중단의 근거가 헌법 10조에 보장된 개인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있고, 그것이 명시적 의사뿐 아니라 추정적 의사를 통해서도 가능함을 밝힌 의미있는 판결이다. 다만 그 추정적 의사가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그 의미가 퇴색된다.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의의 전제는 환자의 의사가 비합리적이더라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추정적 의사는 법익 주체의 판단이지 합리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일반인의 가치관이 될 수 없으며, 둘은 엄격히 구분하여야 한다.

다만 위 반대의견을 살펴볼 때 인간생명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인간생명의 경이로움은 이해할 수 없고 생명의 종료시점에는 매우 조심스러운 판단을 하여야 한다. 실제로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도 201일 동안 스스로의 호흡으로 생명을 유지했다.

이런 농담이 떠오른다. 하느님의 하루는 사람의 1,000년, 하느님의 1원은 사람의 1억원이란다. 어느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하느님께 '1원만 빌려 주십시오' 청하였다. 하느님은 뭐라 답하셨을까? 하느님께서는 '하루만 기다려 다오'라 하셨다 한다. 평범한 사람의 생각으로는 생명의 신비나 기적, 그 깊이를 짐작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생명에 관한 영역, 특히 죽음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사회 각계각층이 함께하는 종교적·윤리적·철학적 논의가 필요하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2. 손해배상(2009. 1.15. 선고 2006다19832 판결)

(1) 사건개요
국립병원인 A병원은 경찰관으로부터 원고에 대한 응급입원을 의뢰받은 이후 72시간이 경과한 17일 후에 입원절차를 마쳤다. 이후 입원 6개월 경과일로부터 115일이 지나서야 계속입원절차를 마쳤다. 원고는 입원 직후부터 여러 차례 퇴원 희망의사를 명백히 밝혔으나 병원은 퇴원심사 청구 등의 절차를 적절히 알려주지 않고 퇴원심사를 받을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입원시켰다. 이에 원고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원심은 불법적으로 입원시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불법입원기간은 응급입원 의뢰일로부터 72시간이 경과한 후 적법요건을 갖추기까지의 17일과 최초 입원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후 적법요건을 갖추기까지의 115일간의 합계인 132일로 한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정신보건법에 정한 기간 내에 계속입원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불법감금으로 보고 그러한 감금행위가 지속되는 중 뒤늦게 요건을 갖추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정신의료기관이 퇴원심사 청구 등의 절차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거나 환자의 퇴원요구가 있음에도 절차를 취하지 않은 경우 그 입원기간 전체에 대하여 불법행위라고 보았다. 따라서 본 사건에서 첫 72시간을 제외한 입원기간을 불법입원기간으로 보고 원고패소부분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

(3) 평석
이전까지 정신의료기관에 정신질환자가 아님에도 감금되거나 입퇴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강제 입원이 많았기 때문에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고 입·퇴원 요건이 엄격히 규정되고 있다. 이에 위반한 강제입원은 불법감금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정신의료기관의 입·퇴원 요건 충족여부 판단이 엄격해지고 있다. 의료인이나 정신의료기관의 장 및 보호의무자는 법규를 준수하고 입·퇴원과정에서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III. 형사판결

1. 보건범죄단속에관한 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2009. 10.29. 선고 2009도4783 판결)

(1) 사건개요
A는 평생교육원 및 △△△연수원에서 심천사혈요법에 대하여 강의를 하고 수강생들을 상대로 심천사혈요법을 직접 시술하지는 않았으나 수강생들이 자신 또는 상대방에게 이를 시술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수강료를 받은 혐의로, 검찰은 구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비록 A가 이 사건 각 평생교육원 및 △△△연수원에서 심천사혈요법에 대하여 강의만 하였을 뿐 수강생들을 상대로 심천사혈요법을 직접 시술하지 않고 수강생들이 자신 또는 상대방에게 이를 시술하였다고 하더라도, 수강생들이 A의 강의내용에 따라 피고인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시술하였다면 A가 직접 시술한 것과 달리 볼 이유가 없고, A가 위와 같은 시술행위와 관련하여 수강료 또는 시간강사료 내지는 비율강의료를 받은 이상 그 영리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인용하였다.

(3) 평석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수강생들이 강의내용에 따라 피고인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시행한 시술에 대해서 사회상규상 직접 시술로 본 대법원 판결이 합당하다고 본다. 한편, 유사 의료행위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지에 대해서는 각 직역들 사이에 논란이 많다. 의료소비자로서의 환자의 선택권을 확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유사 의료행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아니한 의료행위는 국민의 생명과 보건에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전체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로서는 허용한계를 규정하는 일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2. 의료법위반-의료에 관한 광고 (2009. 11.12. 선고 2009도7455 판결)

(1) 사건개요
(주)키네스의 대표이사인 A는 신문에 "초경 후에도 키 10센티미터 더 클 수 있어요 키 작은 아이들의 키 크는 비결 키네스(KINESS)성장법 화제"라는 제목 하에 "자연성장에서는 초경을 하고 나면 키가 5~6센티미터 정도 자라고 성장이 멈추지만 초경 직후에도 키네스성장법을 실시하면 키가 13~15센티미터 정도를 더 키워준다. 키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다리와 허리의 약화된 근기능을 회복시켜주는 특수장비 바이오시스를 통해 신체 기능을 향상시켜 주면서 성장점을 자극하여 성장호르몬 분비를 25배 이상 촉진시킨다"라는 광고 문구를 게재하였고, 검찰은 A를 의료광고를 하였다며 의료법위반으로 기소하였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의료인 등이 아닌 자가 한 광고가 '의료에 관한 광고'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광고 내용이 위에서 본 의료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하는 바, 광고의 내용이나 실제 피고인이 행한 영업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비정상인 혹은 질환자에 대한 진단·치료 등을 내용으로 하는 광고라기보다는 고유한 의료의 영역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체육 혹은 운동생리학적 관점에서 운동 및 자세교정을 통한 청소년 신체성장의 촉진에 관한 광고이므로, 의료법 제56조에서 금지하는 '의료에 관한 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인용하였다.

(3) 평석
의료법은 의료인의 자격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할뿐만 아니라, '의료에 관한 광고'를 금지하고, 그 위반자에 대해 형사처벌하고 있다. 의료광고에 관한 이러한 규제는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시행하는 내용의 광고를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보건위생상의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광고에서 '성장점을 자극하여 성장호르몬을 25배 이상 촉진시킨다'는 언급은 의료행위에 관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데, 키가 작다는 것이 비정상이나 질환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의료법 위반을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IV. 행정판결

1. 제조업무정지 및 수거폐기처분 (2008. 12.11. 선고 2008두10393 판결)

(1) 사건개요
A회사는 폐에서 나오는 가스의 양을 측정하여 폐활량 추정치를 산정하는 진단폐활량계를 수입해 일부 개조하여 사용자의 체력을 진단하고 운동처방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의료기기로 신고하지 않은 채 이 제품을 통해 폐활량을 측정하고 심폐기능을 검사할 수 있으며 의학적 검증에 바탕을 둔 운동처방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판매하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 제품을 의료기기로 보고 제조업무 정지 및 수거폐기처분하였다. 이에 A회사는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어떤 기구가 의료기기에 해당하는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기구들이 의료법에 정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면 족하고 객관적으로 그러한 성능을 가지고 있는가는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사용목적은 그 기구의 구조 및 형태, 표시된 사용목적과 효과, 판매시의 선전 또는 설명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의료기기법 별표 세부항목에서 진단폐활량계를 '환자의 폐에서 나오고 들어가는 가스의 양을 측정하는 폐기능 측정기구'라 규정하고 있으며, 본 사건의 제품은 피검자의 폐에서 나오는 가스의 양을 측정하여 어느 정도 폐로 들어가는 가스의 양과 피검자의 폐활량 추정치 산정이 가능하므로 진단폐활량계에 해당한다.

(3) 평석
의료기기를 이용한 행위는 의료행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기기의 범위를 판단하는 것은 의료행위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과 같은 문제이다. 국민건강과 생명 보건권을 고려하여 식약청에서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제품만을 의료행위에 사용해야 한다. 건강한 사회, 선진 사회로 진입할수록 건강과 관련된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고 엄격한 기준이 확립된다. 이런 점에서 이 사건 판결은 정당하다.

2. 요양담당의료기관 지정 취소처분 (2009. 3.26. 선고 2008두22495 판결)

(1) 사건개요
근로복지공단 지정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담당의료기관인 A병원의 응급실에 발목에 철근이 관통된 환자가 방문하여 경골부위 골절 의심 하에 해당 부위에 외고정장치를 하였다. 그 후 철근제거수술을 하면서 경골 분쇄골절이 아닌 경골의 피질(皮質)골 손상을 입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A병원은 상병명에 경골 분쇄골절을 포함하여 외고정장치에 대한 진료비를 지급받았고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부당 청구액의 2배를 반환할 것을 A병원에 요구하고 오진 및 1년 내 3회 이상 경고를 받은 책임 등을 물어 산업재해보상보험요양담당의료기관 지정 취소처분을 하였다. 이에 A병원은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원심은 외고정장치를 설치한 행위가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의료행위로 판명되었다는 이유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오판한 상병명으로 요양을 신청하여 진료비를 부당하게 받았고 이런 일이 되풀이된 점에서 이 사건 처분이 합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처분사유 발생 시 지정취소나 진료제한의 불이익처분 및 일정기간 재지정 금지 등 추가적인 불이익의 중대성에 비추어 처분사유의 해당여부는 그 동기가 악의적이거나 실질적 침해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부당청구를 통한 실질적인 이득을 얻는 바가 없는 이상, 위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

(3) 평석
유사한 사례에서 fraud와 abuse를 구분해야 한다. fraud는 부정청구 또는 기망이라 번역할 수 있는 용어로 악의성을 인정하는 뜻이 있다. abuse는 오진, 과실의 의미가 강하다. 본 사건은 대법원에서 악의성 유무를 가려 abuse로 보아 처분을 취소하였다. 의료인은 이와 같은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요양신청서 작성에 있어 주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

V. 헌법소원

1. 기소유예처분취소(2009. 2.26. 선고 2008헌마425 판결)

(1) 사건개요
의사 A는 허위진단서작성 및 사기방조의 혐의로 입건되었다. 검찰은 의사 A에 대하여 B의 상태가 보험사에서 요구하는 장해기준에 못 미치는 것을 알면서도 자세한 검사를 하지 않고 형식적인 이학적 검사만으로 진료한 후, 허위의 후유장해 진단서를 작성하였고, B가 이를 가지고 보험사에 후유장해 보험금지급청구를 하게 하여 범행을 방조였다고 하였다. 하지만 동종 전력이 없고 B가 어느 정도의 장해가 있음을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에 의사 A는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헌법재판소는 의사 A가 후유장해진단서 작성 당시 주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장해판단을 한 것이라고 봐야지,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장해진단서를 작성한 것이라거나 자신의 진단결과와는 다른 허위내용을 기재한다는 인식을 갖고 이를 작성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검찰은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후유장해진단서의 내용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의사 A가 인식하면서 이 사건 후유장해진단서를 작성한 것이라는 점을 좀 더 밝혀본 후 혐의 유무를 결정하였어야 한다며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였다.

(3) 평석
기소유예처분은 면허정지, 업무정지와 관련된 큰 경제적 손실을 입힐 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기소유예처분에 대해서는 헌법소원 이외에 달리 다툴 방법이 없다. 한편, 허위진단서작성에서의 고의는 매우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허위진단서작성 혐의가 있으면 검사는 고의를 입증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의사의 허위진단서작성 및 사기 방조혐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취소판정을 받은 다른 유사 사례, 2009. 2.26. 선고 2008헌마296 판결, 2009. 5.28. 선고 2008헌마350 판결)

2. 교도소 내 부당처우행위 위헌확인(2009. 10.20. 선고 2009헌마534 판결)

(1) 사건개요
청구인 A는 대상포진이 발병하여 교도소 의료과 및 외부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자인데, 피청구인인 교도소장은 청구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의료과장의 판단에 따라 내복약만을 처방하고 온수처방을 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화장실 사용 및 식사·세면 등 일상생활에서의 규율로 인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교도소장과 의료과장으로부터 전반적으로 주의의무에 현저히 반하지 않는 정도의 의료행위를 받고 있는 이상, 청구인에게 '온수처방'이라는 '특정의 치료방법'에 따른 의료행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고, 교도소장인 피청구인에게 수용자가 원하는 특정한 치료방법에 따른 치료를 행할 작위의무가 헌법에서 도출된다고 볼 수도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

(3) 평석
기존에 인권보장에 있어서 사각지대 이었던 구치소, 교도소, 정신병원 등에서도 기본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관련 법령의 정비 및 확충되어야하고, 관계 기관에 종사하는 자들도 인식을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구치소 수용 중 휠체어 사용요구를 불허한 교도관의 행동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 기각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서 기각된 사례, 2009. 2.26. 선고 2008헌마275 판결.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된 자가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및 제45조에 대해서 자기결정권,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 각하된 사례, 2009. 2.17. 선고 2009헌마19 판결, 2009. 7.28. 선고 2009헌마383 판결)

3. 입법부작위 위헌확인(2009. 11.26. 선고 2008헌마385 판결)

(1) 사건개요
민사판결 II-1과 관련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례이다. 청구인 A는 지속적 식물인간상태(PVS;Persistent Vegetative State)에 있으면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항생제 투여ㆍ인공영양 공급ㆍ수액 공급 등의 치료를 받았다. 청구인 A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로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무의미한 연명치료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할 것인데, 국회가 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회의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헌법재판소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문제에 관한 입법은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국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이를 추진할 사항이고, 또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서 '법원의 재판을 통한 규범의 제시'와 '입법'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는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국회의 재량에 속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며 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

(3) 평석
본 결정에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근거로 환자가 죽음이 임박한 상태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문제는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질서와 서로 충돌하는 면이 있다. 또한, 단순히 법학과 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겴구츃철학 등을 포함한 인간의 실존에 관한 중대한 문제이므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