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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4)공정거래법

홍대식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2009년은 전년도 못지 않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과 관련하여 법의 해석, 적용과 관련하여 새로운 법리를 담고 있거나 기존에 나온 법리의 내용이 더 구체화되고 명확해지는 판례가 다수 선고되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 분야 발전에 의미있는 한 해였다고 생각된다. 아래에서는 공정거래법에 관하여 선고일을 기준으로 2009년에 선고된 것으로, 판례공보에 게재된 판결들을 위주로 하여 판결의 쟁점과 판시 내용을 소개하면서 간략한 해설 및 평석을 덧붙이기로 한다.

1.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의 부당성 판단기준(대법원 2009. 7.9. 선고 2007두22078 판결)

이 사건에서 원고는 식량작물용 화학비료 유통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는데, 13개의 비료 제조회사들과 비료납품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와 전속거래를 해야 하고 비료 제조회사들이 원고와 전속계약된 비료를 일반에 자체 시판할 경우 원고는 그 비료 제조회사와 계약된 모든 비료 종류에 대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등의 약정을 한 사실이 인정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동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2호에 정한, 부당하게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그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즉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배타조건부 거래행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에 해당하려면 그 배타조건부 거래행위가 부당하게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그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하는 바, 여기서 말하는 '부당성'은 '독과점적 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이라는 입법 목적에 맞추어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할 목적,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를 하였을 때에 그 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전제하여 2007년에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인 포스코 판결의 부당성 판단 법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나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 거래의 부당성은 그 거래행위의 목적 및 태양,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 내지 확대 기회의 봉쇄 정도 및 비용 증가 여부, 거래의 기간, 관련시장에서의 가격 및 산출량 변화 여부, 유사품 및 인접시장의 존재 여부, 혁신 저해 및 다양성 감소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여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의 부당성 판단기준을 보다 구체화하였다. 다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는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그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는 경우이므로, 통상 그러한 행위 자체에 경쟁을 제한하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포스코 판결과 2008년에 유사한 취지로 선고된 티브로드 판결이 사업활동 방해행위 규정이 적용된 사건인 데 반하여, 이 사건은 경쟁사업자 배제행위 규정이 적용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대법원의 판시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유형별로 행위 특정적인(conduct-specific) 부당성 판단기준이 정립, 발전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대법원이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 내지 확대 기회의 봉쇄 정도 및 비용 증가 여부'와 같이 그 입증을 위하여 경제분석 증거가 활용될 수 있는 고려요소를 부당성 판단기준을 구성하는 요소로 열거한 점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부당성 판단에 있어 국제적으로 이른바 효과 중심의 접근방법(effects-based approach)이 주목받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의미심장하다고 할 것이다.

2.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수평적 기업결합의 실질적 경쟁제한성과 구조적 시정조치의 적법성 판단(대법원 2009. 9.10. 선고 2008두9744 판결)

이 사건에서 문제된 기업결합은 국내의 카본블랙 제조회사인 원고 A가 특수목적법인인 원고 B를 설립하여 외국의 카본블랙 제조회사인 C의 주식을 100% 취득한 행위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기업결합이 국내 고무용 카본블랙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제7조 제1항의 경쟁제한적 기업결합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들에게 C가 보유하는 그 손자회사(국내의 카본블랙 제조회사임) 지분 전량을 제3자에게 매도하거나 원고 A가 보유하는 2개의 공장 중 한 곳의 카본블랙 설비 일체를 제3자에게 매각하라는 취지의 구조적 시정조치를 하였다.

대법원은 관련 상품시장을 고무용 카본블랙 시장으로 관련 지리적 시장을 국내시장으로 획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한 후, 수평적 기업결합의 실질적 경쟁제한성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즉 수평적 기업결합에서 실질적 경쟁제한성 유무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제7조 제4항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의 충족 여부 외에도 해외경쟁의 도입수준 및 국제적 경쟁상황, 신규 진입의 가능성, 경쟁사업자들 사이의 공동행위 가능성, 유사품 및 인접시장의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기준에 근거하여 대법원은, 결합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공정거래법 제7조 제4항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때 이 사건 기업결합 후 국내 고무용 카본블랙 시장에서 경쟁사업자들 사이의 공동행위 가능성이 증가하거나 결합회사가 가격인상과 같은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업결합은 관련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인용하였다. 이 판결에서 제시된 수평적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판단기준은 기본적으로 2008년에 선고된 삼익악기/영창악기 판결의 판시사항을 상당 부분 원용한 것이나, 공정거래법 제7조 제4항 제1호의 요건을 충족할 때 법률적으로는 경쟁제한성이 추정되는 것임에도 그 외에도 다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실질적 경쟁제한성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고 한 부분은 법률상 추정의 효력을 사실상 제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또한 단독효과(unilateral effect)를 구성하는 요소(가격인상과 같은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행위를 할 가능성 증가)나 협조효과(coordinated effect)를 구성하는 요소(경쟁사업자들 사이의 공동행위 가능성 증가)를 중심으로 수평적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 판결에서 또 하나 특기할 부분은 대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선택의 재량권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하였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에 대하여 법에 정해진 시정조치 중에서 어떠한 시정조치를 명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공정거래위원회에게 비교적 넓은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경쟁제한의 정도나 그로 인한 폐해에 비추어 이미 실현된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하여는 결합 전의 상태로 원상회복을 명하거나 일부 생산설비를 매각하는 등으로 새로운 경쟁사업자를 출현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할 것인 점, 대안으로 제시된 시정조치안을 비롯한 행태적 시정조치도 기술발전 등 장래의 시장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이 사건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을 해소하기에 현저히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구조적 시정조치는 적절하고 시정조치의 선택권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3. 부당한 공동행위

가. 공동의 가격결정행위의 위법성 판단(대법원 2009. 3.26. 선고 2008두21058 판결)

이 사건은 원고를 포함한 신용카드사들이 밴(VAN) 회사들에 신용카드 매출전표 매입업무와 관련된 DDC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던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합의한 행위가 부당한 공동행위로서 문제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공동의 가격결정에 관한 합의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본 후, 부당한 공동행위의 위법성 요건인 '부당한 경쟁제한성'에 관한 판단에 앞서 그 판단에 관한 법리를 판시하고 있다. 첫째, 어떠한 공동행위가 법 제1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겮値츃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한 부분과 둘째,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는 그 범위 내에서 가격경쟁을 감소시킴으로써 그들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게 되므로, 그와 같은 사업자들의 공동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한 부분이 그것이다. 전자가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 판단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리라고 한다면, 후자는 공동의 가격결정행위에 대하여 경쟁제한성을 인정한 후 그 부당성을 판단하는 데 적용될 수 있는 법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이 이미 다른 판결들에서 선언한 것을 따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다른 판결의 사안이 이 사건과 달리 법 제19조 제5항의 추정 규정이 적용된 사안이거나 법 제26조 제1항 제1호에 의한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로서의 부당한 공동행위가 문제된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법리 발전의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 합의 추정 요건으로서의 행위의 외형상 일치 여부의 판단(대법원 2009. 4.9. 선고 2007두6892 판결)

이 사건은 아파트 건설사들이 신축·부양ㅎ동백지구 아파트의 분양가를 담합하였다는 이유로 문제된 사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 전 법 제19조 제5항을 적용하여 합의를 추정하였는데, 법원의 심리 과정에서는 합의 추정의 요건 중 특히 행위의 외형상 일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크게 다투어졌다. 대법원은 '행위의 외형상 일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각 사업자가 가격결정 등의 행위에 이르게 된 과정과 경위에 관한 정황사실을 고려할 수 있으나, 단지 사업자들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케 할 정황사실에 불과한 것은 이를 고려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 개별 특성을 배제하더라도 각 건설사별 아파트 분양가 사이에 실질적 일치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정이 있음에도 원심이 이를 고려하지도 아니한 채 단지 사업자들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케 할 정황사실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아파트 분양가 책정행위에 있어서 외형상 일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한 것이라고 하였다. 2007년에 법 제19조 제5항이 개정되어 이 사건에서 적용된 조항과 현재의 조항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 구조가 다르지만, 행위의 외형상 일치는 여전히 합의 추정의 요건 중 하나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판시는 향후의 추정 사건에서도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같은 날 선고된 죽전지구 아파트 분양가 담합 사건에서는 행위의 외형상 일치가 인정되었는데(대법원 2009. 4.9. 선고 2007두6793 판결), 그 사건에서는 동백지구 사건과 달리 개별 특성에 따른 외관상의 차이를 배제할 때 각 건설사별 아파트 분양가 책정행위의 외형이 실질적으로 일치하는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부당한 공동행위를 행하도록 하는 행위의 의미와 범위(대법원 2009. 5.14. 선고 2009두1556 판결)

이 사건에서 인정된 원고의 행위는 총판 3개사에게 미리 담당 수요처를 지정하여 배분한 상태에서 담당 총판이 아닌 다른 총판에게는 제품 구매입찰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해 준 행위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가 실제 낙찰에 필요한 가격정보는 지정된 담당 총판에게만 제공하고 담당 총판 이외의 총판도 당해 입찰에 들러리를 설 수 있도록 협조함으로써 사실상 총판들의 입찰담합을 묵인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행위가 2004년에 법 제19조 제1항 후단에 신설된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도록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위 제19조 제1항 후단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부당한 공동행위를 행하도록 하는 행위'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도록 교사하는 행위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를 의미하고, 다른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단순히 방조하는 행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행위가 이러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인용하였다. 행위자뿐만 아니라 행위를 하도록 하는 자도 규제 대상으로 하는 것은 우리 법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입법례인데, 대법원의 해석론은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법 제23조 제1항 후단(행하도록 하는 행위)과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관한 법 제26조 제1항 제4호(하게 하거나 방조하는 행위)의 구조와 비교할 때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라. 정보교환을 통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들에 대한 시정조치의 범위(대법원 2009. 5.28. 선고 2007두24616 판결)

이 사건에서 원고들을 비롯한 8개사는 수시로 밀가루 가격, 판매량 또는 생산량에 대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밀가루 가격, 판매량 또는 생산량을 합의하여 결정하는 등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었다. 이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상적인 행위 중지명령에 부수하는 향후 반복금지명령 외에 "8개사는 시장을 통한 정보수집의 경우를 제외하고 직접 또는 협회를 통하는 방법, 기타 여하한 방법으로 상호 간의 가격, 밀가루 판매량 또는 생산량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정보교환 금지명령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행위 중지의 정도를 넘는 것으로서 시정명령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들의 이 사건 정보교환행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소정의 부당공동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금지명령은 공정거래법 제21조에서 정하는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고, 또한 현재 또는 장래에 관한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의 교환만을 금지하는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명확성과 구체성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그와 같은 판단에 적용되는 법리로서, 공정거래법 제21조에 정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는 행위의 중지뿐만 아니라 그 위법을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제반 조치가 포함되므로, 이 사건에서와 같이 사업자들이 상호 정보교환을 통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기에 이른 경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사업자들에 대하여 정보교환 금지명령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와 같은 정보교환 금지명령이 공정거래법 제21조에서 정한 필요한 조치로서 허용되는지는 그 정보교환의 목적, 관련시장의 구조 및 특성, 정보교환의 방식, 교환된 정보의 내용, 성질 및 시간적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며, 나아가 시정명령의 속성상 다소간 포괄성·추상성을 띨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정보교환 금지명령은 법 위반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금지되어야 하는 정보교환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당해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비례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부당한 공동행위에 선행할 수 있는 정보교환행위는 그 자체로는 부당한 공동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부당한 공동행위를 조장하는 관행(facilitating practice)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법원의 판결은 그러한 정보교환행위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관계가 밝혀질 경우 일정한 한계 내에서 부당한 공동행위가 아닌 그 전단계의 정보교환행위를 금지하는 명령도 가능하다고 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선택에 관한 재량권의 범위를 넓혀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마. 공동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대법원 2009. 7.9. 선고 2007두26117 판결)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화물자동차 운송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이다. 화물차주로 구성된 전국화물연대가 하불료(운송회사가 화물차주에게 지급하는 운송의 대가)의 인상 등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하자, 정부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하여 원고들로 하여금 화물연대의 상대방이 되어 하불료 인상 등에 관한 협상을 하도록 요청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고들은 화주들로부터 받을 운송료율을 인상하고 자가운송업자들로부터 일정한 운송관리비를 징수하기로 결정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원심은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그 중 운송료율에 관하여는 공동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에서는 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서 그 공동행위가 법령에 근거한 정부기관의 행정지도에 따라 적합하게 이루어진 경우와 함께 경제 전반의 효율성 증대로 인하여 친경쟁적 효과가 매우 큰 경우를 들고 있다. 여기서 친경쟁적 효과는 원래 경쟁제한적 효과가 발생하거나 그 우려가 있는 개별시장 내에서 비교형량 대상이 되는 판단요소로서 이를 부당성 단계가 아니라 경쟁제한성 단계의 판단요소로 보는 것이 체계적이므로, 부당성 판단에서 친경쟁적 효과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한편 법령에 근거한 정부기관의 행정지도에 따라 적합하게 이루어진 경우를 부당성 판단의 한 요소로 든 점도 행정지도가 관여된 가격결정행위에 대한 합의를 규범적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4. 불공정거래행위-시중은행의 대출기준금리 고정행위와 불이익제공에 의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성립(대법원 2009. 10.29. 선고 2007두20812 판결)

이 사건에서 문제된 행위는 시중은행인 원고가 변동금리부 주택담보 대출상품과 관련하여 2002. 12.부터 2005. 5.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 시중금리가 30% 가량 하락하였는데도 대출기준금리를 고정시킨 행위이다. 대법원은 시중은행인 원고는 이 사건 대출과 관련하여 고객들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고, 이 사건 행위는 그러한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거래상 지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불이익제공의 요건으로서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준 행위의 의미와 판단기준에 관하여 이미 많은 판결들을 통해 정립된 법리에 기초하였다. 그에 따라 금융기관과 개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출거래의 경우, 둘 사이의 사업능력에 현저한 차이가 있고 대출금액, 담보제공 여부, 대출기간, 이율 등 거래조건의 중요한 부분이 대부분 금융기관의 주도하에 결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금융기관이 고객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또는 적어도 상대방의 거래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변동금리부 주택담보 대출상품을 판매한 후 대부분의 시장금리가 약 30% 하락하였음에도 대출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은, 금융기관의 우월적 지위, 대출고객이 입게 될 경제적 손해 등에 비추어 볼 때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부당한 불이익제공행위라고 판단하였다.

5. 손해배상-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대법원 2009. 7.23. 선고 2008다40526 판결)

이 사건에서 황태포 등을 피고에게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원고는 대형할인유통업체인 피고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원고로 하여금 피고의 판매점에 판촉사원을 파견하도록 하여 피고의 판매업무 등에 종사하게 하면서도 그 인건비를 원고가 부담하도록 하고 또한 비용 부담, 리베이트 지급, 저가 납품 등을 강요하여 그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대법원은 만약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를 함으로써 거래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위 법상의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의 부과 대상이 되는 것과는 별개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그 거래상대방이 이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원고의 주장 가운데 협력사원 파견 부분에 대해서만 불법행위에 기한 원고의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하여 이를 일부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나아가 손해의 범위와 관련하여,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의 범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불공정거래행위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지출하지 않았을 비용, 즉 원고가 소외인 등과 같은 협력사원을 파견함으로써 지출한 인건비 등 비용의 합계액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다만 법원으로서는 원고가 협력사원이라는 명목으로 파견종업원의 인건비를 부담함으로써 피고의 매장에서 원고 제품의 매출을 확대하는 등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점 및 그 밖의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신의칙 내지 공평의 원칙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적정한 범위로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6. 과징금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부과되는 과징금은 해당 사업자에게 직접적인 금전적 부담이 되는 반면에, 그 산정에 관한 법리가 아직 충분히 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에서 많은 다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관련 규정상 부가가치세는 개정 전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당해 사업자의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 매출액의 산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판결(대법원 2009. 3.26. 선고 2008두21058 판결), 처분을 할 것인지 여부와 처분의 정도에 관하여 재량이 인정되는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하여 그 명령이 재량권을 일탈하였을 경우 법원으로서는 재량권의 일탈 여부만 판단할 수 있을 뿐이지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판단할 수 없어 그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고, 법원이 적정하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만 취소할 수는 없다는 판결(대법원 2009. 6.23. 선고 2007두18062 판결), 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된 상품 또는 용역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 담합의 대상이 된 대표성 있는 브랜드 제품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기준가격에 영향을 받는 나머지 제품들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 판결(대법원 2009. 6.25. 선고 2008두17035 판결)이 선고되었다.

- 2010년 6월 10일 (제3847호) 12·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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