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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2)국제거래

유중원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Ⅰ. 개관

국제거래는 서로 다른 국가에 소재하는 기업간에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는 상거래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대별하면 물품거래와 서비스·기술거래, 자본·금융거래로 나눌 수 있으나 국제거래가 계속 증가하면서 그 종류와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고, 거래규모와 금액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거래법을 아주 포괄적으로 정의하면 국제간 상거래에 적용되는 공법과 사법을 포괄한 모든 법의 총체로 볼 수도 있지만 공법적 색채가 강한 국제통상법을 제외한 국제상거래법과 국제운송법, 보험법, 국제상거래상의 분쟁해결을 위한 국제사법과 국제상사중재법 등으로 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국제거래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실정법 또는 관습법으로는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비엔나 협약), 해상법, 국제항공운송과 관련한 바르샤바협약과 헤이그 의정서, 보험법, 국제사법, 민사소송법, 민사집행법, 중재법, ICC의 신용장통일규칙과 INCOTERMS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Ⅱ. 신용장거래

1. 네고(Nego)금지 특약이 있는 신용장거래의 법률관계(대법원 2009. 10.29. 선고 2007다23036 판결)

(1) 네고금지 특약이 있는 신용장은, 수입업자가 신용등급이 낮아 정상적인 기한부 신용장을 개설할 수 없는 경우 동일한 기한 유예의 효과를 얻기 위해 개설되며 그 개설조건의 내용상 선하증권 발행일로부터 21일이 경과한 스테일 선하증권 수리가능 조건에 일정한 기간 선적서류의 네고를 금지하는 특약까지 부가되어 있는 이례적인 것이고, 위와 같은 신용장 거래의 대상이 되는 수입물품이 유류화물이고 선적항에서부터 도착항까지의 운송거리가 짧아 2~3일 이내에 수입업자에게 화물이 도착할 경우에는, 화물의 도착시점과 네고금지 기간 경과 후 수입업자가 선하증권을 회수하는 시점 사이의 시차가 커서 그 기간 동안 운송인이 도착항에서 유류화물을 보관할 경우 정박료 및 체선료 등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으므로, 운송인이 수입업자로부터 선하증권을 교부받지 않고 유류화물을 인도할 소지가 크며, 개설은행이 네고금지 기간이 경과된 후에 매입은행의 청구에 따라 신용장대금을 지급하는 시점에서는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담보할 유류화물을 운송인이 그대로 보관하고 있을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면, 개설은행이 네고금지 특약이 있는 신용장을 개설할 경우 개설의뢰인으로부터 신용장대금을 확실히 회수할 조치를 강구해야 하고,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담보할 화물의 도착이나 그 이후의 행방에 관하여 확인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개설은행이 이를 게을리 한 경우 과실상계의 사유로 삼을 수 있다.

(2) 운송인이 해상화물운송에서 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 운송인은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고, 개설은행이 신용장 개설시에 수출업자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의 매입을 의뢰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네고금지 특약을 조건으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신용장에 따른 대금지급의 조건이므로 개설은행과 수입업자 및 수출업자 등 신용장을 통한 대금 지급과 관련된 당사자에게만 효력이 있을 뿐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의 운송물 인도와 관련한 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네고금지 특약하에 신용장이 개설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개설은행이 운송인에게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한 화물의 인도를 승낙하거나 이를 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고 개설은행이 선하증권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에 대하여 운송인의 무단 인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3)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사이에 체결된 외환거래약정에 따라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고 선하증권을 취득하는 경우 개설은행은 선적서류 및 수입화물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을 취득하게 된다. 또한 운송인과 선하증권 소지인 간에는 증권 기재에 따라 운송계약상의 채권관계가 성립하는 채권적 효력이 발생하고, 선하증권이 양도되는 경우 운송물의 멸실이나 훼손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물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선하증권에 화체되어 선하증권이 양도됨에 따라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이전되므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개설은행은 선하증권이 표창하는 권리의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에게 운송인의 운송물 무단인도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개설은행이 선하증권을 취득한 후에 개설의뢰인이 수출대금이나 신용장 대지급금을 개설은행에 지급한 경우라도 선하증권이 당연히 개설의뢰인에게 양도되거나, 선하증권상의 권리가 소멸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개설은행은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선하증권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다.

2. 은행의 서류조사의무와 엄격일치의 원칙과 그 예외, 신의칙의 적용(대법원 2009. 10.29. 선고 2007다52911, 52928 판결)

(1) 국제상업회의소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37조 b항이 "신용장에 달리 명시되지 않은 한 은행은 신용장에서 허용된 금액을 초과한 금액으로 발행한 상업송장을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스위프트(SWIFT) 방식으로 개설된 신용장이 신용장 금액란에서 신용장대금의 10% 범위 내의 과부족을 허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화물이 유류와 같이 가격 변동이 심하여 신용장 개설 당시에 단위가격을 정할 수 없는 때에는 신용장에 부가조건으로 가격조항을 두어 신용장 개설 무렵의 일정 기간이나 시점의 국제 유류시장에서의 고시가격에 따라 단위가격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이러한 가격 변동에 따른 신용장 금액의 증감을 고려하여 신용장대금 항목의 과부족 규정과 별도로 부가조건에 "신용장 금액은 가격조항에 기한 어떠한 증가·감소도 수용될 수 있도록 신용장조건의 추가적 변경 없이 자동적으로 증감한다"고 규정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신용장의 금액란에서 정하고 있는 금액은 일응의 기준이 될 뿐 화물의 실제 단위가격과 수량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없고 신용장대금은 신용장 개설 후 가격조항에 따른 단위가격의 증감과 실제 선적수량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신용장 개설 후에 위와 같이 가격조항과 실제수량에 의하여 산정된 신용장대금이 신용장 금액란에서 정한 10%를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신용장조건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신용장의 상품명세와 송장의 상품명세는 '경유 원산지 대만' 또는 '경유 원산지 일본'으로 상품명세와 원산지의 기재가 모두 일치하고 있으나 반출지시서의 상품명세에는 'Korean gasoil 0.043% Sulphur'라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 위 반출지시서의 상품명세 기재는 신용장의 상품명세와 모순되지 않는 일반용어로 표시된 것으로 신용장조건과 일치한다.

(3)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5조 1문에 의하면 "은행은 모든 서류의 형식, 충분성, 정확성, 진정성, 위조 여부 또는 법적 효력에 대하여, 또는 서류에 명기 또는 부기된 일반조건 및/또는 특별조건에 관하여 아무런 의무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제표준은행관행 제10조는 "환어음을 제외하고 수익자 자신이 발행한 서류로서 공인, 사증 또는 기타 동종의 인증이 되어 있지 아니한 서류상 정정 또는 변경은 인증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신용장에서 수익자가 신용장대금 청구시 수익자가 발행한 반출지시서 사본을 제출서류로 요구하고 있고, 수익자가 정정 또는 변경을 인증하지 않고 반출지시서 사본상의 상품명세를 일부 정정했다고 하더라도 반출지시서 사본이 서류로서 정규성과 상태성을 잃는다고 볼 수 없다.

(4) 개설은행은 신용장에 관하여 은행에 제시된 서류가 문면상으로 신용장조건과 엄격하게 합치하는지 여부를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조사하면 되는 것이고 신용장 관련 서류 자체가 다른 신용장의 관련 서류와 바뀐 것인지 여부까지 조사·점검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개설은행이 여러 건의 신용장 관련 서류를 같은 날 송부받아 심사하는 과정에서 신용장의 관련서류 일부가 뒤바뀐 사실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용장조건과 바뀐 관련 서류의 명세가 불일치한다는 것을 하자로 내세워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3. 환어음과 선적서류, 보완된 선적서류와 서류제시기간, 신용장의 유효기간(대법원 2009. 11.12. 선고 2008다24364 판결)

(1)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43조 제a항은 "운송서류의 제시를 요구하는 신용장은 유효기간 외에 선적일부터 기산되는 서류제시기간을 명시해야 한다. 그 서류제시기간 내에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 서류의 제시가 이루어져야 하고, 서류제시기간이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은행은 서류가 선적일 후 21일을 경과하여 제시된 때에는 이를 수리하지 아니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서류는 신용장의 유효기간 내에 제시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해 신용장에 기재된 모든 필요서류가 서류제시기간 내에 제시되어야 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신용장에서 환어음에 관한 조건을 명시하여 환어음의 제시를 요구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환어음도 위 조항이 규정하는 서류에 포함된다.

(2) 신용장에 기재된 모든 필요서류는 반드시 서류제시기간 내에 제시되어야 할 뿐 아니라 신용장의 유효기간 내에도 제시되어야 하므로, 서류제시기간과 유효기간 중 어느 하나라도 경과한 후에 제시된 경우에는 수리될 수 없고 수익자가 일단 서류를 제시하였다가 개설은행의 통보에 따라 신용장조건과의 불일치 사항을 보완하여 서류를 다시 제시하는 경우에도 서류제시기간과 유효기간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4. UCP 600 제16조가 규정한 일괄하자통지의무의 취지(대법원 2009. 12.24. 선고 209다56221 판결)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제16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매입은행으로부터 신용장 및 그 관련 서류를 제시받은 개설은행이 신용장 및 그 서류의 불일치 등의 하자를 이유로 결제 또는 매입을 거절할 경우 1회에 모든 하자를 통지해야 하고, 차후에 다른 하자를 이유로 결제 또는 매입을 거절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개설은행 등의 일괄하자통지의무는 통지 당시 존재하던 하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고 그 후에 새롭게 추가로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5. 선하증권 원본 통수의 기재의 의미(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10.23. 선고 2009가합47574 판결(확정))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a항 ⅳ호는 "선하증권이 2통 이상의 원본으로 발행된 경우에는 선하증권에 표시된 전통(full set)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또한 국제표준은행관행 제93조에 의하면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의 운송서류는 발행된 원본의 부수를 표시해야 한다. 선하증권은 신용장에서 수리되기 위하여 '원본'이라고 표시할 필요는 없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선하증권의 우측 하단에는 "아래 서명자는 KOREX TRANSPORT INC.를 대표하여 상기 선하증권 3통에 서명하였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기재는 이 사건 선하증권의 원본이 3통 발행되었음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표현으로서 위 국제표준은행관행 제93조에 따른 원본의 부수가 표시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Ⅲ. 국제운송

1. 선박대리점과 선하증권 소지인의 관계(대법원 2009. 5.14. 선고 2008다94967 판결)

해상화물운송에 있어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그 화물은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인도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운송인 또는 그 국내 선박대리점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멸실케 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소지인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지만, 운송인의 국내 선박대리점이 실수입자의 요청에 의하여 그가 지정하는 영업용 보세창고에 화물을 입고시킨 경우에는 보세창고업자를 통하여 화물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운송인의 국내 선박대리점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화물을 인도한 것이라거나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인도되어야 할 화물을 무단 반출의 위험이 현저한 장소에 보관시킨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영업용 보세창고업자가 보세창고에 입고된 화물을 실수입자에게 무단 반출함으로써 화물이 멸실되었다고 하더라도 선박대리점의 과실에 의하여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소유권이 침해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2. 복합운송증권에서 규정한 9개월의 제소기간의 효력(대법원 2009. 8.20. 선고 2008다58978 판결)

해상운송의 경우에는 구 상법(2007. 8.3. 법률 제85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1조에서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무는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등으로부터 1년 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하도록 하고 이를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으나 단축할 수는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에, 육상운송의 경우에는 상법 제147조, 제121조에 따라 운송인의 책임은 수하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날로부터 1년을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하고 이는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하거나 단축할 수 있다고 볼 것인 점, 복합운송의 손해발생구간이 육상운송구간임이 명백한 경우에도 해상운송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면 복합운송인이 그 구간에 대하여 하수급운송인으로 하여금 운송하게 한 경우에 하수급운송인과 복합운송인 사이에는 육상운송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것과 균형이 맞지 않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복합운송에서 손해발생구간이 육상운송구간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복합운송증권에서 정하고 있는 9개월의 제소기간은 강행법규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유효하다.

3. 해상 유류화물의 인도시기(대법원 2009. 10.15. 선고 2008다33818 판결)

유류화물은 일반 컨테이너 화물과 달리 운송인이 수입업자인 용선자(이하 '수입업자')와 사이에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용선계약 양식에 따라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유조선이 도착항에 도착한 후 유조선의 파이프 라인과 육상 저장탱크의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유조선 갑판 위의 영구호스 연결점(Vessel's permanent hose connections)에서 유류화물을 인도하는 것으로 약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약정에 따라 운송인이 유조선 도착 후 갑판 위의 영구호스 연결점을 통하여 수입업자가 미리 확보한 육상의 저장탱크에 연결된 파이프 라인으로 유류화물을 보낸 경우에, 위약정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입업자와 별도로 육상의 저장탱크를 관리하는 창고업자에게 수입된 유류화물을 임치하였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한 창고업자는 운송인의 유류화물 운송 내지 보관을 위한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유류화물이 위 영구호스 연결점을 지나는 때에 운송인의 점유를 떠나 창고업자를 통하여 수입업자에게 인도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편, 유류화물에 관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에 운송인은 다른 일반 화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유류화물을 인도해야 한다. 그런데, 수입업자가 선하증권을 취득하기 전에 유류화물이 먼저 도착항에 도착하게 되면 운송인은 수입업자가 선하증권을 취득하여 제시할 때까지 유류화물을 인도할 수 없어 상당한 금액의 체선료가 발생되므로, 수입업자의 요청에 따라 운송인이 수입업자로부터 인도와 관련하여 운송인이 부담할 수 있는 모든 책임에 대하여 운송인을 면책시킨다는 내용의 면책각서(Letter of Indemnify)만을 교부받은 채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수입업자가 정한 창고업자에게 유류화물을 인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그 창고업자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운송인의 유류화물 운송 내지 보관을 위한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이 창고업자에 대하여 인도하는 때에 수입업자에 대한 인도가 종료되어 운송인은 유류화물에 대한 점유를 비롯한 사실상의 지배를 상실하게 되고, 운송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유류화물에 대한 점유를 하고 있던 선하증권 소지인 역시 유류화물에 관한 사실상의 지배를 잃게 되는 등 운송물에 대한 권리가 침해된다. 따라서 선하증권 소지인이 유류화물의 인도에 동의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이상 운송인은 면책각서의 효력을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항공운송인의 손해방지조치와 손해배상책임(대전지법 2009. 6.26. 선고 2007가합398 판결(확정))

확정된 운행 일정에 따라 이륙하였던 항공기가 엔진 고장으로 회항함으로써 운항 스케줄이 당초 예정보다 15시간 늦어진 경우에, 항공사가 운송인으로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였으므로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20조에 따라 승객들에 대하여 연착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Ⅳ. 불법행위와 준거법(대법원 2009. 12.24. 선고 2008다3527 판결)

이 사건은 한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항공여객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이므로 국제사법(제32조)에 의하여 한국법이 적용된다. 또한 한국은 1967년 1월 '1929. 10.12. '헤이그 의정서'에 가입했으므로 바르샤바협약은 헤이그 의정서에 의하여 개정된 내용대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일반법인 민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우선 적용되는데, 중국도 바르샤바협약에 미가입한 채 헤이그 의정서의 체약국이 되었으므로, 이 사건 국제항공운송계약에는 헤이그 의정서가 적용된다. 피고는 자신 및 그 고용인 또는 대리인들이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거나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점에 관하여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망인들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는, 헤이그 의정서(제2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제한(승객당 250,000 프랑스 골드프랑)을 주장하나, 사고경위에 비추어 기장 등의 행위는 '무모하게 그리고 손해가 아마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으로써 행하여진 것'이므로 책임제한규정을 원용할 권리가 없다(제25조).

Ⅴ. 외국 판결의 승인요건(부산지법 2009. 1.22. 선고 2008가합309 판결)

(1) 외국 법원에 의하여 선고된 판결이 우리나라에서 승인되기 위하여는 먼저 그 판결이 확정되어 있어야 하는바, 판결의 확정이라 함은 그 판결을 한 외국의 절차에 있어 통상의 불복방법으로는 더 이상 불복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무엇이 통상의 불복방법에 해당하는가는 당해 판결국법에 의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우리나라와 외국 사이에 동종 판결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외국에서 정한 요건이 우리나라에서 정한 그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라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에서 정하는 상호보증의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은 '집행판결은 재판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아니하고 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외국 판결에 대한 실질적 재심사를 금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외국 판결에 대하여 실질적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해 판결의 법적 당부를 심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 우리나라의 공서에 반하는지를 조사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 판결의 승인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실질 사법적 정의의 보호측면에서, 집행될 내용 및 당해 사안과 우리나라와의 관련성 등에 비추어 보아 당해 외국 판결의 집행을 용인하는 것이 손해의 전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손해배상법의 기본원칙 내지 사회 일반의 법 감정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지 여부 등 제반 요소를 참작해야 한다.

미국 판결에서 인정한 경제적 및 비경제적 손해액을 전부 승인하는 것은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손해배상법의 기본원칙 내지 사회 일반의 법 감정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대한민국에서 인정될 만한 상당한 금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는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아 승인을 제한하여, 위 손해액 중 합리적 근거 없이 과도하게 산정된 비경제적 손해액을 제외하고 경제적 손해액 부분만을 승인한다.

- 2010년 5월 27일 (제3843호) 12·13면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