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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7)형법각칙

신동운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1. 연명치료 중단행위 (2009. 5.21. 2009다17417 전원합의체판결, 공 2009, 849)

1) 사실관계
A환자(여)는 만 76세의 고령으로 수술 후 의식을 상실한 후 약 11개월이 경과하였으나 상태가 개선되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자발호흡이 없어 인공호흡기에 의하여 생명이 유지되는 상태로서, 뇌 전반에 걸쳐 심한 구조적 손상이 발생하여 일부 반사적 운동을 담당하는 기능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A환자의 가족들은 A환자가 입원해 있는 S병원을 상대로 인공호흡기 제거를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은 청구를 인용하였고, 항소심 또한 이를 유지하였다. S병원은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견해가 나뉘었으나 피고 S병원의 상고를 기각하였다(이후 인공호흡기가 제거되었고 A환자는 200여일 후 사망하였다.).

2) 판례요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

3)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연명치료장치의 제거를 구하는 민사소송에 관한 것이지만, 여기에서 제시된 기준은 생명과 관련된 형사재판의 판단기준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명치료장치의 제거는 자연적인 사망시점보다 앞선 시점에서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는 행위라고 볼 수 있어서 살인죄 또는 자살관여죄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다수의견, 두 가지의 반대의견, 별개의견 등으로 견해가 나뉘었다. 장문에 걸쳐서 치열하게 전개된 논전의 내용을 소개할 여유는 없으므로 여기에서는 다수의견의 논리구조만을 개관하기로 한다.

다수의견은 본 판례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와 '연명치료'라는 두 가지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란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이다. 다음으로 '연명치료'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진료행위로서, 원인이 되는 질병의 호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호전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오로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치료이다.

이 두 개념을 토대로 대법원 다수의견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는,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신체 침해 행위에 해당하는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여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상규에 부합되고 헌법정신에도 어긋나지 아니한다"는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 다수의견이 제시한 소결론은 대략 다음과 같다. (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면 환자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사전의료지시의 형태로 행사될 수 있다. (다)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 여부는 추정적 의사에 근거하여서도 판단될 수 있다. (라)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 다수의견은 연명장치 제거행위를 사회상규에 부합되고 헌법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당화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상규'의 개념은 바로 형법 제20조가 정당행위의 판단기준으로 명시한 것이어서, 민사판결인 본 판례는 앞으로 생명과 관련된 각종 형사재판의 판단기준으로 원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분석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법원이 환자의 사전의료지시와 추정적 의사를 중시하고 있어서 본 판례는 형법 제24조가 규정한 피해자 승낙의 법리를 보다 구체화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2. 성전환자와 강간죄의 객체 (2009. 9.10. 2009도3580, 공 2009, 1701)

1) 사실관계
남성으로 태어난 A는 성장기부터 남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여성으로서의 귀속감을 나타내었다. 이후 A는 성전환수술을 받았고, A의 사정을 이해하는 남성과 10여 년간 동거하며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유지하였다. 성전환수술 후 A는 30여 년간 여성 무용수로 활동하여 왔으며, 주민들과는 여성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친분을 유지하여 왔다. 갑은 A의 집에 침입하여 A를 여성으로 생각하고 강간하였다. 검사는 갑을 성폭력법위반죄(주거침입강간) 등으로 기소하였다. 제1심은 유죄를 인정하였고, 항소심은 이를 유지하였다. 갑은 불복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례요지
"(전략) 사람의 성에 대한 평가 기준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신체적으로 전환된 성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할 것이며, 이와 같은 성전환자는 출생시와는 달리 전환된 성이 법률적으로도 그 성전환자의 성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3)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성전환자를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으로 주목된다. 종래 대법원은 '부녀'의 판단기준으로 발생학적 요소, 심리적 요소, 사회적 요소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밝히면서도, 성전환자의 경우 발생학적 요소에 무게를 두어 강간죄의 부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다(1996. 6.11. 선고 96도791).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결정(2006. 6.22. 2004스42)에 의하여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이 허용된 이래 강간죄의 부녀에 관한 해석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어 왔다. 본 판례는 그와 같은 예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주는 것이다. "성의 결정에 있어 생물학적 요소와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기준은 일련의 판례에서 일관되고 있지만, 성전환자를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로 인정했다는 결론의 점에서 본 판례는 사실상 종전 판례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소위 부부강간과 강간죄의 객체 (2009. 2.12. 2008도8601, 공 2009, 358)

1) 사실관계
법률상 부부 사이인 갑남과 A녀는 서로 별거를 하다가 법원에 협의이혼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신청서 제출 다음날 갑남은 A녀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검사는 갑남을 성폭력법위반죄(특수강간)로 기소하였다. 제1심 후,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갑은 불복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례요지
"혼인관계가 존속하는 상태에서 남편이 처의 의사에 반하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교행위를 한 경우 강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당사자 사이에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고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어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법률상의 배우자인 처도 강간죄의 객체가 된다"(대법원 1970. 3.10. 선고 70도29 판결 참조).

3)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소위 부부강간의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이 태도를 밝힌 것으로 주목된다. 부부강간이란 법률상 배우자 관계에 있는 자들 사이에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적어도 당사자 사이에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고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어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법률상의 배우자인 처도 강간죄의 객체가 된다"고 판단하여 일정 부분 부부강간에 대해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1970년에 나온 종전 판례(1970. 3.10. 70도29)의 기준을 재확인하고 구체화한 것이다.

그런데 원래 부부강간은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는 경우에 문제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혼인관계가 존속하는 상태에서 남편이 처의 의사에 반하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교행위를 한 경우 강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고 판시하여 아직도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앞으로 대법원의 판단이 기다려지는 부분이다.

4. 업무방해죄와 공무방해죄의 관계 (2009. 11.19. 2009도4166 전원합의체판결, 공 2009, 2123)

1) 사실관계
갑 등은 충남지방경찰청 1층 민원실에서 자신들이 진정한 사건의 처리와 관련하여 지방경찰청장의 면담 등을 요구하면서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들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렸다.
검사는 갑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하였다(이하 갑으로 단일화 함). 제1심 후, 항소심은 종전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갑에게 유죄를 인정하였다. 갑은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를 유지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견해가 나뉘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에 따라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판례요지
"형법이 업무방해죄와는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적 업무와 공무를 구별하여 공무에 관해서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그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겠다는 취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3)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업무방해죄와 공무방해죄의 관계를 분명하게 정리한 것으로 주목된다. 형법 제314조는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유형의 하나로 업무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종래 판례는 공무도 업무방해죄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었는데 '위력'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의 경우가 그것이다(1996. 1.26. 선고 95도1959). 판례가 이처럼 공무를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에 포함시킨 이면에는 공무방해죄가 폭행·협박에 의한 경우(형법 제136조)와 위계에 의한 경우(형법 제137조)만을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위력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를 포착할 수 없다는 사정이 작용하고 있었다.

본 판례는 이와 같은 종래의 판례를 폐기하고 업무방해죄의 적용영역에서 공무를 배제하였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견해가 대립된 전원합의체의 본 판례에서 다수의견은 업무방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의 보호법익이 서로 다르다는 점과 공무집행과 관련한 각종 처벌조항이 '위력'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의 상당부분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위력'에 의한 공무방해의 처벌 필요성이 여전히 인정된다는 점과 함께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2항)의 적용대상에 공무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논거로 주장하였다.

원래 업무방해죄의 적용범위에 공무를 포함시키는 해석론은 의용형법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용형법은 공무집행방해죄를 폭행·협박에 의한 경우로 한정하고 위력이나 위계에 의한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완책으로 주목된 것이 위계와 위력을 행위수단으로 규정한 업무방해죄이다(이러한 상황은 현행 일본형법의 경우에도 같다). 의용형법 하의 문제상황을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제안된 것이 일본의 개정형법가안이다. 1940년에 발표된 가안은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하여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방해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였다(동안 제240조). 그런데 당시의 심의과정에서 '위력'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공무원이 공권력으로 엄정하게 대처하면 되지 굳이 이를 형사처벌할 것까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 바 있었다(법무자료 별책 제23호, 형법 및 감옥법 개정조사위원회의사속기록 278면 참조, 日書임).

우리 입법자는 일본개정형법가안의 입법례를 참조하면서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만을 처벌하고 '위력'에 의한 경우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형법안에 대한 국회 심의과정에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의 직무를 집행하는 처소에서 모욕 또는 소동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수정안이 제시된 바 있었으나, 표결과정에서 부결되었다(형사법령제정자료집(1) 형법, 362면 이하 참조).

이상과 같은 입법경위를 염두에 두고 생각할 때, 본 판례의 다수의견은 우리 입법자의 입법구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논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용형법 이래의 해석론(현행 일본형법의 해석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우리 형법의 독자적 결단을 정확하게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 판례에 나타난 판례변경의 의의를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5. 예고등기의 악용과 소송사기 (2009. 4.9. 2009도128, 공보불게재)

1) 사실관계
[경매브로커] 갑과 법무사 을 등은 원인 무효로 인한 소유권보존등기말소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 촉탁으로 예고등기가 이루어지는 경우 예고등기의 부수적인 효과로 인하여 거래가 제한되고 금융기관에 대한 담보제공을 통한 자금 대출이 어려워지며 경매절차가 진행 중인 부동산의 경우에는 경매 유찰로 인하여 경매가격이 하락하게 된다는 사실에 착안하였다. 갑 등은 이 점을 이용하여 경매부동산을 싼 값에 직접 낙찰받거나, 싼 값에 낙찰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사례금을 받거나, 경매부동산 관련자로부터 소취하 대가로 합의금을 받아낼 생각을 하였다(이하 갑으로 단일화하여 정리함).

갑은 싼 값에 부동산을 경락받고자 하는 A의 명의로 P부동산에 대해 허위 내용이 기재된 소장 및 조작된 관련 증거서류를 제출하여 소유권보존등기말소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갑은 법원의 촉탁으로 예고등기가 경료되면 이후 소를 취하하였고(또는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결과 소취하 간주로) 소송은 종결되었다(유사한 소송제기는 수십 건에 이름).

검사는 갑을 사기미수 및 경매방해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하였다(이하 경매방해는 논외임). 제1심은 사기미수의 유죄를 인정하였고, 항소심은 이를 유지하였다. 갑은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갑의 상고이유와 무관하게 직권으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판례요지
"피고인 등이 허위의 주장을 하여 소유권보존등기말소청구 소송 등을 제기한 것은 그로 인하여 경매절차가 진행 중인 부동산에 예고등기가 경료되도록 함으로써 경매가격 하락 등을 의도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위 말소청구소송을 통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려고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중략)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허위 주장에 기한 소송을 통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려는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법원의 부동산 경매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본 판례의 진행과정을 보면, 검사는 갑을 소송사기 형태에 의한 사기미수로 기소하였고, 제1심과 항소심은 범죄성립을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가) 법원의 예고등기를 통해 경매가격의 하락을 도모하는 것에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위 판결요지), (나) 부동산등기말소 자체는 처분행위가 아니어서 등기말소를 구하는 소 제기 행위는 사기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두 가지 논지를 제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고 있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결론은 경매대상 부동산에 대해 등기말소소송을 제기당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법률지식을 악용하는 자가 예고등기의 부수적 효과를 노려서 허위주장으로 등기말소청구 소송을 제기한 후 예고등기가 경료되면 곧 소를 취하하는(또는 불출석으로 소취하 간주되는) 행태에 대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판례의 사실관계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이러한 형태의 소송제기는 상당한 수에 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 누구나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본 판례의 결론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다.

나아가 본 판례는 무엇보다도 두번째의 논거, 즉 (나) 부동산등기말소 자체는 처분행위가 아니어서 등기말소를 구하는 소 제기 행위는 사기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부분에서 강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나)의 논거에 대한 전거로 1981년의 판례를 제시하고 있다(1981. 12.8. 81도1451). 그런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2006년의 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하여 등기말소의 처분행위성을 부정한 종전의 판례를 폐기한 바가 있다(2006. 4.7. 2005도9858 전원합의체판결).

2006년의 판례에서 대법원은 "(전략) 보존등기 말소를 명하는 내용의 승소확정판결을 받는다면, 이에 터 잡아 언제든지 단독으로 상대방의 소유권보존등기를 말소시킨 후 위 판결을 부동산등기법 제130조 제2호 소정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판결로 하여 자기 앞으로의 소유권보존등기를 신청하여 그 등기를 마칠 수 있게 되므로, 이는 법원을 기망하여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대상 토지의 소유권에 대한 방해를 제거하고 그 소유명의를 얻을 수 있는 지위'라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이와는 달리, 소유권보존등기 명의자를 상대로 그 보존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경우, 설령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말소될 뿐이고 이로써 원고가 당해 부동산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를 회복 또는 취득하거나 의무를 면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원을 기망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83. 10.25. 선고 83도1566 판결과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위 법리에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고 판단하였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이 원용한 1981년의 판례가 폐기대상인 83도1566 판결과 같은 취지의 판결임은 분명하다. 이 점에서 본 판례는 판례변경의 절차를 밟지 않고 2006년 전원합의체판결을 번복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편, (가)의 불법영득의사의 문제와 관련하여,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위 공소사실의 말미에는, 위 소송을 통해 법원을 기망하고 승소판결을 받아 대상 토지의 소유권에 대한 방해를 제거하고 그 소유 명의를 얻을 수 있는 지위라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고 하였다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그 자체로서 위 공소사실의 모두 부분에서 지적된 위 소송의 의도와 모순되는 것이다"고 판시하고 있다. 논지는 예고등기를 통한 경매가격의 하락을 의도하는 것은 '승소판결을 받아 대상 토지의 소유권에 대한 방해를 제거하고 그 소유 명의를 얻을 수 있는 지위라는 재산상 이익'을 꾀하는 것이 아니므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최종목적이 경매가격의 하락을 의도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수단이 등기말소이고 등기말소를 명하는 승소판결이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된다면, 이 경우에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것은 예컨대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채권자를 살해하는 경우에 최종목적이 채무면탈일지라도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본 판례는 그 밖에도 소송사기에 있어서 허위주장의 소 제기가 있을 때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는 일관된 판례(예컨대 2004. 6.24. 2002도4151)와 소 제기 이후 소를 취하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행위자의 결단이 지극히 가변적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소송사기를 부인하는 결론에 의문이 제기하지 않을 수 않다. 경매 현장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소송사기의 문제점을 도외시한 본 판례의 결론은 시급히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7. 무주물 소훼와 일반물건방화죄 (2009. 10.15. 2009도7421, 공 2009, 1919)

1) 사실관계
갑은 노상에서 전봇대 주변에 놓인 재활용품과 쓰레기 등(무주물임)을 발견하고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를 이용하여 불을 붙인 다음 다른 가연물을 집어넣어 화염을 키웠다. 검사는 갑을 일반물건방화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 후, 항소심은 자기소유 일반물건방화죄(형법 제167조 제2항)를 적용하여 갑을 처단하였다. 갑은 공공의 위험발생이 없었다고 주장하여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례요지
"불을 놓아 무주물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무주물'을 '자기 소유의 물건'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법 제167조 제2항을 적용하여 처벌해야 한다."

3) 판례의 의의
우리 형법은 방화죄의 객체를 건조물 등을 하나의 군(群)으로, 그 밖의 물건을 다른 하나의 군으로 대별하여 일련의 방화죄 구성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일반물건에 대한 방화죄는 형법 제167조가 규정하고 있는데, 제1항은 일반물건 방화죄 전반에 대하여 제2항은 자기소유 일반물건에 대한 방화죄에 대하여 각각 규정하고 있다. 양자는 모두 공공의 위험발생을 요하는 구체적 위험범이라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후자는 전자에 비해 징역형이 훨씬 가벼워지면서 전자에 없는 벌금형까지 허용되고 있다.

형법 제167조 제2항이 이처럼 자기소유 일반물건에 대해 법정형을 가볍게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조문의 적용범위를 무주물의 경우에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인지 문제된다. 이에 대해서는 행위자에게 자기소유 물건이라는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승낙도 없다면 원칙규정인 형법 제167조 제1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론구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본 판례를 통해 "불을 놓아 무주물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무주물'을 '자기 소유의 물건'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법 제167조 제2항을 적용하여 처벌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반대입장에서 논점을 정리하였다. 대법원은 이 결론에 이르는 논거로 (가) 방화죄는 공공의 안전을 제1차적인 보호법익으로 하지만 제2차적으로는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점과 (나) 무주의 동산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할 경우에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에 비추어(민법 제252조) 무주물에 방화하는 행위는 그 무주물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점을 들고 있다.

본 판례는 무주물과 자기소유 일반물건 방화죄의 관계를 처음으로 밝힌 점에서 주목되며, 논리구성의 점에서도 그 타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 2010년 4월 15일 (제3833호) 12·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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