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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6)형법총칙

신동운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1. 판결전 구금일수의 일부산입 (2009. 6.25. 선고 2007헌바25, 헌집 21-1하, 784)

1) 사실관계
갑은 성폭력법위반죄(특수강도강제추행)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상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그 과정에서 항소심은 형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항소심의 미결구금일수 58일 중 28일만을 본형에 산입하였고, 대법원은 상고심의 미결구금일수 105일 중 100일만을 본형에 산입하였다.
갑은 성폭력법 해당조문과 형법 제57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성폭력법의 해당조문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형법 제51조 제1항 중 일부산입을 규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위헌으로 각각 판단하였다.

2) 판례요지
"(전략) 설사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소송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기간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요소를 도입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3) 판례의 의의
형법 제57조 제1항은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고 규정하여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종래 미결구금 중의 처우가 기결수에 비하여 양호하다거나 재판지연이나 남상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사유가 제시되어 왔다.
헌법재판소는 본 판례에서 적법절차와 무죄추정원칙의 관점에서 종래 인식의 부당함을 지적한 후, 형법 제57조 제1항 가운데 판결전 구금일수의 일부만을 산입할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였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재판지연이나 남상소의 우려를 들어서 일부산입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요소를 도입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권위주의적 형사사법의 폐해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제 본 판례를 통하여 형법 제57조 제1항은 사실상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로 개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2. 양벌규정과 국가책임 (2009. 6.11. 2008도6530, 공 2009, 1153)

1) 사실관계
갑은 부산광역시 항만관리사업소에서 근무하는 부산광역시 지방직 6급 공무원이다. 갑은 항만관리사무의 일환인 부산남항 내 시설에 대한 순찰, 노숙자 단속, 주차단속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관할 관청의 승인 없이 경광등 및 실내 앰프 장치가 설치된 카니발 승합차량을 운행하였다.
검사는 카니발 승용차의 소유자인 부산광역시와 그 소속 공무원 갑을 자동차관리법상의 벌칙규정(무허가구조변경)과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은 부산광역시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였다(이하 갑은 논외임). 부산광역시는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판례요지
"[갑]의 이 사건 항만순찰 등 업무는 부산광역시장이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기관위임사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경우에 지방자치단체인 피고인을 양벌규정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는 법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처벌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자동차관리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

3)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양벌규정의 적용범위에 대하여 판시하고 있다. 종래 대법원은 양벌규정의 적용대상이 되는 법인에 지방자치단체가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가 있다(2005. 11.10. 2004도2657). 이에 대해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국가가 본래 그의 사무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위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게 하는 기관위임사무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기관의 일부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본 사안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양벌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형벌권의 주체인 국가가 그 자신을 스스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에 입각한 것으로 보인다.
본 판례는 국가가 양벌규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점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처리하도록 하고 있는 사무가 자치사무인지, 기관위임사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가) 법령의 규정 형식, (나) 사무의 성질이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처리가 요구되는 사무인지 여부, (다) 사무에 관한 경비부담과 최종적인 책임귀속의 주체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에서도 주목된다.

3.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과 책임주의 (2009. 7.30. 2008헌가16, 헌공 제154호, 1409)

1) 사실관계
강릉○○병원은 의료법인이며, 갑은 이 병원의 건강관리과 일반직원이다. 갑은 의료인이 아님에도 초등학생들에 대하여 구강검진을 실시하는 등 의료행위를 하였다. 의료법상의 벌칙규정(무면허의료행위)과 양벌규정을 근거로 약식명령을 발부받은 강릉○○병원과 갑은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담당 재판부는 의료법상의 양벌규정 중 법인에게 해당 벌칙조항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이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담당재판부의 제청을 받아들여 위헌을 선언하였다.

2) 판례요지
"(전략) 형벌권은 국가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이므로 형벌권을 중요한 사회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하는바, 입법자가 일단 법인의 일정한 반사회적 활동에 대한 대응책으로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인 형벌을 선택한 이상, 그 적용에 있어서는 형벌에 관한 헌법상 원칙, 즉 법치주의와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결국, 법인의 경우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는 책임주의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3) 판례의 의의
헌법재판소는 이미 종전의 의료법상 양벌규정에 대해 책임주의 위반을 들어서 위헌을 선언한 바가 있다(2007. 11.29. 2005헌가10). 그런데 이 판례는 사업주가 자연인인 경우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에도 책임주의가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남아 있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본 판례에서 "법인의 경우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는 책임주의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제거하였다.

4. 업무파일의 열람과 사회상규 (2009. 12.24. 2007도6243, 공 2010, 287)

1) 사실관계
갑은 컴퓨터 관련 솔루션 개발업체인 P회사의 대표이사이다. 갑은 영업차장으로 근무하던 A가 회사의 이익을 빼돌린다는 소문을 확인할 목적으로 직원들을 시켜서 A가 사용하던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비밀번호 설정되어 있음)를 떼어낸 뒤 이를 다른 컴퓨터에 연결하여 파일검색을 하였고, 이를 통하여 A의 메신저 대화 내용과 이메일 등을 출력하였다.
검사는 갑을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형법 제316조 제2항)로 기소하였다. 제1심 후, 항소심은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였다. 검사는 불복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분석을 그대로 채용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례요지
"(전략) 또한 회사의 모든 업무가 컴퓨터로 처리되고 그 업무에 관한 정보가 컴퓨터에 보관되고 있는 현재의 사무환경하에서 부하 직원의 회사에 대한 범죄 혐의가 드러나는 경우 피고인과 같은 감독자에 대하여는 회사의 유지·존속 및 손해방지 등을 위해서 그러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허용될 필요가 있[다.]"

3)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컴퓨터에 의한 업무처리가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자의 부하직원에 대한 파일열람 행위를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점에서 특별히 주목된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사회상규에 관한 종래의 판단기준을 옮겨온 다음(소개는 생략함),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 원심법원이 제시한 세부사항의 분석을 모두 받아들여 원심의 무죄판결을 유지하고 있다. 위에 소개한 판례요지는 원심의 분석사항 가운데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원래 사회상규에 입각하여 위법성이 조각된 사례들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의 특성에 기초한 것이어서 일반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의 판시사항도 일반화된 법리도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감독자의 부하직원에 대한 파일열람권을 인정한 판례로 원용될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 판례는 앞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상규에 입각한 위법성조각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관의 일반조항에로의 회피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본 판례의 경우에도 직원 A의 업무상배임 혐의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이고 긴급을 요하였다면 정당방위 또는 긴급피난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해결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5. 내부자 정보이용과 공동정범 (2009. 12.10. 2008도6953, 공 2010, 176)

1) 사실관계
[갑은 증권회사 직원이다.] 을녀는 P회사의 대표이사 A의 부인이다. 을녀는 남편 A로부터 P회사가 특수한 무선전파인식 기술을 개발하였다는 정보를 전해들었다. 을녀는 갑에게 이러한 내부정보를 전달하였다. 그러자 갑은 이 정보를 이용하여 P회사의 주식을 매매한 후 그 수익을 분배하자고 제안하였고 을녀는 이를 승낙하였다. 이후 갑은 을녀가 전해 준 돈에 자신의 돈 약간을 합쳐서 P회사의 주식을 매입하였고, 기술개발사실이 공시된 이후 주식을 매도하여 거액의 차익을 남겼다.
검사는 갑과 을녀를 증권거래법위반죄(미공개정보이용)로 기소하였다(이하 을녀는 논외임).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은 ① 갑은 내부정보에 관한 2차 정보수령자에 불과하여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금지의무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② 제1차 정보수령자인 을녀가 미공개정보를 거래에 막바로 이용한 행위에 갑이 공동 가담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갑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는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을녀의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에 갑이 공동정범으로 가담하였음을 인정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판례요지
"[증권거래]법 제188조의2 제1항의 다른 금지행위인 1차 정보수령자가 1차로 정보를 받은 단계에서 그 정보를 거래에 막바로 이용하는 행위에 2차 정보수령자가 공동 가담하였다면 그 2차 정보수령자를 1차 정보수령자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3) 판례의 의의
증권거래법은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아니한 중요한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를 형사처벌로써 금지하고 있다(동법 제188조의2, 제207조의2 참조). 미공개정보는 내부자, 1차 정보수령자, 2차 정보수령자의 순으로 전달되고 이용된다. 증거거래법은 이 가운데 내부자와 1차 정보수령자만을 미공개정보 이용금지 의무자로 설정하면서, 이들의 ① 미공개정보의 직접 이용행위와 ② 2차 정보수령자로 하여금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증권거래법이 이와 같이 의무자를 제한하는 이유는 2차 정보수령자 단계에서 정보의 전달과 이용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실익도 크지 않다는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2002. 1.25. 2000도90 참조).

대법원은 ②의 경우와 관련하여 "2차 정보수령자가 1차 정보수령자로부터 1차 정보수령 후에 미공개 내부정보를 전달받은 후에 이용한 행위가 일반적인 형법 총칙상의 공모, 교사, 방조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제2차 정보수령자를 1차 정보수령자의 공범으로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2002. 1.25. 2000도90). 필요적 공범의 경우 임의적 공범에 관한 형법 총칙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태도는 일단 증권거래법의 신중한 입법태도와도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뜻밖에도 2차 정보수령자가 1차 정보수령자의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비슷한 사안에서 형법 총칙의 임의적 공범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한 종전 판례와 일견 모순된 것처럼 보인다. 그리하여 본 판례가 판례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종전 판례를 뒤집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공개정보 이용금지 의무자를 내부자와 제1차 정보수령자로 한정한 증권거래법의 신중한 접근방법은 어디까지나 정보의 흐름이 외부로 확산되는 순방향으로 작용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내부자와 제1차 정보수령자라는 동심원의 바깥에 위치하는 제2차 정보수령자가 역방향으로 관여하여 내부자 또는 제1차 정보수령자의 주도적인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에 가담하는 상황에 이르면 이를 더 이상 정보의 자연스러운 전달과 이용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상의 논리구성에 의해 본 판례가 종전 판례와 모순·저촉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은 도출해 낼 수가 있다. 그렇지만 실제 사회에서 미공개정보가 이용되는 사안의 상당수가 본 판례에 나타난 바와 같은 행위태양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본 판례는 앞으로 판례변경에 버금갈 정도의 강력한 파급효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6. 보호관찰과 사회봉사·수강명령의 관계 (2009. 3.30. 2008모1116, 공 2009, 677)

1) 사실관계
갑은 2008. 2.4. 제주지방법원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및 무면허운전)죄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및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명령을 선고받았다. 이때 법원은 갑에게 수강명령을 선고하면서 '재범의 기회나 충동을 줄 수 있는 장소에 출입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하였다. 3.1. 갑은 보호관찰소에 수강명령 개시신고를 하고 3.10.부터 수강명령을 이행하기로 하였다. 3.7.경 갑은 무면허 운전중 후진하다 차량 뒤를 지나가던 사람을 충격하여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히고 아무런 조치없이 도주하였다. 3.10.부터 3.12.까지 3일간 갑은 수강명령을 이행하였으나 3.12. 위 사고로 긴급체포된 후 구속됨으로써 나머지 수강명령을 이행하지 못하였다.
이후 형선고 법원은 갑에 대한 집행유예를 취소하였다. 이유는 특별준수사항에 반하여 재범에 이르고 그로 인해 수강명령이행이 중단되었다는 것이었다. 갑은 집행유예 취소결정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재항고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대법원은 재항고를 받아들여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2) 판례요지
"(전략) 법원이 보호관찰대상자에게 특별히 부과할 수 있는 '재범의 기회나 충동을 줄 수 있는 장소에 출입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사항을 만연히 사회봉사·수강명령대상자에게 부과하고 사회봉사·수강명령대상자가 재범한 것을 집행유예 취소사유로 삼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3) 판례의 의의
1995년말 형법개정 이래 법원은 집행유예시에 보호관찰, 사회봉사 또는 수강명령을 명할 수 있고, 이에 위반하는 자에 대해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 있게 되었다(형법 제62조의2, 제64조 참조).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집행유예의 취소를 둘러싸고 미묘한 해석상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다.

형법 제64조 제2항은 "제62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한 집행유예를 받은 자가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정리해 보면, ① 보호관찰을 받은 자가 준수사항을 위반한 경우와 ② 사회봉사 또는 수강명령을 받은 자가 그 명령을 위반한 경우가 집행유예 취소의 대상이 됨은 분명하다. 문제는 ③ 사회봉사 또는 수강명령을 받은 자가 준수사항에 위반한 경우가 집행유예 취소의 대상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본 판례는 지금까지 별로 주목되지 않고 있었던 이 ③의 경우에 대해 처음으로 해결책을 제시한 점에서 주목된다.

본 판례의 사실관계에서 형선고 법원은 음주운전 및 무면허운전의 범죄사실이 인정된 갑에게 형의 집행을 유예하면서 수강명령과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하고 있다. 특별준수사항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이 보호관찰의 일환으로 일반준수사항과 함께 규정해 놓은 것인데, 본 사안의 경우에는 '재범의 기회나 충동을 줄 수 있는 장소에 출입하지 아니할 것'이 그 내용으로 되어 있다.

본 사안에서 갑의 범죄사실은 음주운전 및 무면허운전이므로 '재범의 기회나 충동을 줄 수 있는 장소'는 자동차운전과 관련된 도로가 될 것이다. 그런데 갑은 또다시 무면허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였으므로 '재범의 기회나 충동을 줄 수 있는 장소에 출입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준수사항에 위반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리하여 형선고 법원은 갑의 두번째 교통사고와 도주행위를 특별준수사항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수강명령 위반의 점과 함께 집행유예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갑에 대한 집행유예를 취소하고 있다.

그런데 갑의 수강명령 이행중단은 구속에 따른 것으로서 갑의 귀책사유에 기인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집행유예 취소사유는 특별준수사항 위반의 점에 있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상황에서 대법원이 사회봉사 또는 수강명령과 보호관찰의 일환인 특별준수사항의 관계를 정리한 것이 본 판례이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두 단계의 분석을 거치고 있는데, 하나는 사회봉사·수강명령에 과연 보호관찰의 일환인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이것이 인정될 때 그 한계는 어떠한가 하는 점이다.

첫번째의 논점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관련규정을 상세히 대비한 다음, "이상과 같은 규정에 비추어, 법원이 사회봉사·수강명령대상자에게 '재범의 기회나 충동을 줄 수 있는 장소에 출입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두번째의 논점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위의 판례요지에 소개한 바와 같이, "[특별준수사항을] 만연히 사회봉사·수강명령대상자에게 부과하고 사회봉사·수강명령대상자가 재범한 것을 집행유예 취소사유로 삼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두번째의 결론에 이르기 위하여 대법원은 보호관찰과 사회봉사·수강명령의 차이점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보호관찰명령이 보호관찰기간 동안 바른 생활을 영위할 것을 요구하는 추상적 조건의 부과이거나 악행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소극적인 부작위조건의 부과인 반면, 사회봉사명령·수강명령은 특정 시간 동안의 적극적인 작위의무를 부과하는 데 그 특징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본 판례는 보호관찰과 사회봉사·수강명령의 관계를 분명하게 정리한 점에 의의가 있다. 특히 대법원이 "[특별준수사항을] 만연히 사회봉사·수강명령대상자에게 부과하고 사회봉사·수강명령대상자가 재범한 것을 집행유예 취소사유로 삼는" 하급심의 타성에 경종을 울린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범죄인의 재사회를 촉진하기 위하여 도입된 보호관찰, 사회봉사, 수강명령이 집행유예제도의 활성화에 오히려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상황은 되도록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7. 전자위치 추적장치의 법적 성질 (2009. 9.10. 2009도6061, 2009전도13, 공 2009, 1726)

1) 사실관계
갑은 강도강간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제1심 후, 항소심은 범죄사실을 인정하면서 갑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함과 동시에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기하여 법상 최장 기간인 10년간의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특정 시간대 외출제한을 준수사항으로 부과하였다. 갑은 불복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례요지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전자감시제도는 성폭력범죄자의 재범방지와 성행교정을 통한 재사회화를 위하여 그의 행적을 추적하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장치를 신체에 부착하게 하는 부가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성폭력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보안처분이다."

3)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소위 전자발찌라고 불리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법적 성질을 밝힌 점에서 주목된다. 본 판례에서 항소심은 갑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면서, 출소 후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명함과 동시에 '야간 등 특정 시간대의 외출제한을 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갑은 20년의 형집행 후에도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및 외출제한을 명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 위반, 과잉입법 금지,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의 위법 등이 있다고 주장하여 대법원에 상고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 보안처분의 일종이라는 점을 들어서 상고이유를 배척하고 있다. 특히 최장 10년의 부착기간에 대해 대법원이 "부착명령의 탄력적 집행을 위하여 3개월 마다 부착명령의 가해제를 신청할 수 있게 하여 피부착자의 개선 정도로 보아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착명령을 가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2010년부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대상범죄에 일정한 성폭력범죄 이외에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에까지 적용범위가 확장되었다. 따라서 본 판례의 판례요지에 제시된 근거법률은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로 고쳐서 읽어야 할 것이다.


- 2010년 4월 8일 (제3831호) 12·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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