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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4)민법下

김재형 교수(서울대 법대)

Ⅶ. 광고모델계약에서 품위유지의무

1. 광고주가 모델이나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 등과 광고모델계약을 체결하면서 출연하는 유명 연예인 등에게 일정한 수준의 명예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는 품위유지약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판 2009. 5.28, 2006다32354는 광고모델이 위와 같은 품위유지약정을 위반하였는지 문제되었다. 유명연예인 최진실(A)이 아파트건설회사인 원고와 아파트분양광고 모델계약을 체결한 뒤 남편과의 불화 및 폭력사건 등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광고주인 원고가 위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A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유명 연예인 등의 광고모델계약에 품위유지약정이 있는 경우에, 유명 연예인 등은 위 약정에 따라 이른바 품위유지의무를 부담한다. 이는 계약상 채무로서, 유명 연예인 등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책임을 진다. 이것이 민법 제390조에 정하고 있는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A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있는가?

먼저 광고모델계약에 있는 품위유지의무에 관한 조항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A가 1년간의 계약기간 중 A의 귀책사유로 사회적·도덕적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원고 회사의 제품 및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여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는 A 또는 그 소속사인 피고 회사는 수령한 모델료의 배액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을 원고 회사에 지급해야 한다. 이 규정에서 말하는 '사회적·도덕적 명예'가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명예'는 사람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말하므로, A가 남편으로부터 폭행당한 모습을 공개한 행위로 말미암아 사생활 또는 프라이버시가 공개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명예, 특히 사회적 명예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원심은 A가 폭행당한 모습 등을 공개한 행위가 스스로 이 사건 광고모델계약상의 사회적·도덕적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A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면서 "위와 같은 광고모델계약은 유명 연예인 등을 광고에 출연시킴으로써 유명 연예인 등이 일반인들에 대하여 가지는 신뢰성, 가치, 명성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하여, 광고되는 제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되는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는 품위유지의무를 판단하면서 '계약의 목적'을 고려한 것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A의 행위로 인하여 "A가 가지고 있었던 이 사건 아파트 광고에 적합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크게 손상되었고 그 이미지를 통하여 발생하는 구매 유인 효과라는 경제적 가치 역시 상당한 정도로 훼손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아파트 광고에서 아파트에서의 여성 및 가족의 생활, 문화, 환경을 내세우고 이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 가족의 사랑과 행복 등을 부각시키는 한편, 품질과 품격이 높은 아파트라는 인상을 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A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이 사건 아파트 광고에 적합한 이미지가 훼손되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경우에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는 것이 계약당사자들의 의사에 합치한다. 품위유지의무의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문구에 엄밀하게 구애받아서는 안 되고 광고계약의 목적, 품위유지의무를 정한 계약당사자들의 의도와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A가 광고모델로서의 이미지를 손상하였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Ⅷ. 납세보증보험자가 조세채권에 대한 변제자대위를 할 수 있는지 여부

1. 세법에는 제3자가 세금을 납부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 경우에 변제자대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변제자대위에 관한 민법 규정이 조세채권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대판 2009. 2.26, 2005다32418은 납세보증보험자가 조세채권을 변제하고 과세관청을 대위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납세의무자가 교통세의 납부기한을 연장받기 위하여, 납세보증보험자인 원고와 사이에 납세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그 보험증권을 세무서에 제출하였고, 이에 기하여 위 세금의 납부기한이 연장되었다. 그러나 납세의무자가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납세보증보험자인 원고가 위 세무서에 교통세를 납부하였다. 이와 같이 납세보증보험자가 납세보증보험계약에 따라 납세의무자의 교통세를 변제한 경우, 세무서장이 가지고 있던 조세채권을 대위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원심은, 원고가 공익채권인 이 사건 교통세를 대위변제함으로써 세무서장이 가지고 있던 이 사건 교통세에 대한 종전의 권리가 동일성을 유지한 채 원고에게 이전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도 이를 지지하였다.

보증보험의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증보험의 보험자가 변제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대위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이다. 그 근거로 보증보험이 "보증에 갈음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이 점에서는 보험자의 보상책임은 본질적으로 보증책임과 같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 판결은 납세보증보험도 일반적인 보증보험과 마찬가지로 보고, 납세보증보험의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 변제자대위에 관한 민법 제481조를 유추적용하였다.

2. 조세채권은 국가의 재정 수입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세징수법에 의하여 우선변제권 및 자력집행권이 인정되는 권리로서 공법상의 채권이다. 그런데도 사인(私人)에 해당하는 납세보증보험자가 변제자대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조세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선례로서의 의미가 있다. 또한 이 사건 교통세는 회사정리절차(현재는 '회생절차'로 용어가 변경되었다)에서 공익채권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납세보증보험자가 조세채권자와 마찬가지로 공익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본 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조세채권에 대한 변제자대위 문제는 크게는 민법과 세법, 나아가 사법과 공법이라는 대주제와 관련된 문제이다. 하나의 틀로 공법과 사법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 개별적으로 그 적용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필자는 제3자가 조세채권을 변제하는 경우에 제3자가 민법 규정에 따라 조세채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金載亨, '조세채권과 변제자대위', 저스티스 제110호(2009. 4), 29면 이하). 조세채권에 대하여 변제자대위에 관한 민법 규정을 아예 배제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조세채권에 대한 변제자대위의 경우에 私人이 조세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문제되는 사항만을 거두어내고 조세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와 달리 조세채권에 대하여 변제자대위를 부정한다면 제3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세무당국에도 아무런 이익이 없다. 따라서 조세채권의 경우에도 민법상의 변제자대위를 유추적용해야 한다.

Ⅸ. 소유권을 유보한 물품의 부합과 부당이득

1. 대판 2009. 9.24, 2009다15602는 다수당사자 사이의 부당이득반환 문제에 관하여 중요한 판단을 하고 있다. A회사는 피고로부터 공장 건물의 증축 및 신축 공사를 도급받았다. 그 직후 원고와 철강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로부터 철강제품을 공급받았는데, 그 대금이 결제될 때까지 철강제품의 소유권을 매도인인 원고에게 유보하기로 약정하였다. A회사는 철강제품을 위 공사 자재로 사용하였으나, 원고에게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자신은 원고와 A회사 사이의 공급계약에서 제3자에 불과하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직접 부당이득을 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였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민법 제261조에서 첨부로 법률규정에 의한 소유권 취득(민법 제256조 내지 제260조)이 인정된 경우에 "손해를 받은 자는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보상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민법 제261조 자체의 요건만이 아니라, 부당이득 법리에 따른 판단에 의하여 부당이득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는지 문제된다.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관계가 연결되어 있어서 각각의 급부로 순차로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 계약관계에 기한 급부가 법률상의 원인이 되므로 최초의 급부자는 최후의 급부수령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대판 2003. 12.26, 2001다46730).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철강제품에 대한 소유권이 유보되어 있지 않다면, 철강제품이 계약에 기하여 원고에서 A회사로, 다시 피고에게 이전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쉽게 부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철강제품에 대한 소유권이 매도인인 원고에게 유보되어 있었다. 매수인인 A회사가 피고와 체결한 건축도급계약의 이행으로 피고 소유의 건물을 축조하는 데 위 제품을 사용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 소유의 건물에 위 제품이 부합함으로써 민법 제256조의 규정에 따라 피고가 위 제품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이러한 경우에 피고가 위 제품의 가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지 문제된다. 만일 피고가 A회사로부터 위 제품을 '양수'하여 점유하였다면, 민법 제249조에 따라 선의취득이 성립할 수 있는데, 선의취득으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은 무권리자인 양도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선의취득을 한 사람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부합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위 제품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선의취득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법원은 철강제품이 도급계약에 따른 이행에 의하여 제3자에게 제공된 것으로서 거래에 의한 동산 양도와 유사한 실질을 가지므로, 그 부합에 의한 보상청구에 대하여도 위에서 본 선의취득에서의 이익보유에 관한 법리가 유추적용된다고 한다. 위 제품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유보되어 있다는 사정을 피고가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고가 위 제품에 관한 이익을 보유할 법률상의 원인이 있다고 보아 부당이득에 의한 보상청구를 부정하고 있다.

3. 철강제품의 부합으로 인한 원·피고의 이익상황을 살펴보자. 원고는 철강제품의 소유권을 상실하고, A회사에 대한 대금채권만을 갖고 있다. 철강제품에 대한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 위 제품이 건축공사의 자재로 사용되어 부합에 관한 규정에 따라 A회사 또는 피고에게 위 제품의 소유권이 귀속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하여 피고는 위 물품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그 대신 A회사와의 도급계약에 기한 공사대금채무를 부담한다. 피고는 도급계약에 기하여 완공될 건물에 대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통상적일 것이고, 이에 기하여 공사대금액을 산정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실제로는 피고가 A회사에게 공사대금을 이미 지급하였는데 피고로서는 철강제품의 가액을 지급할 의무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피고는 공사에 사용되는 자재에 대하여 소유권유보약정이 있는지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인다면 피고가 이중의 부담을 지는 것으로, 당사자들 사이에 복잡한 법률관계가 발생한다.

대법원이 선의취득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부당이득반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피고가 위 자재에 관하여 소유권유보약정이 있다는 것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면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정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 피고가 소유권이 유보된 동산을 선의취득한 경우에는 부당이득을 부정하면서, 위와 같이 부합에 의하여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이와 달리 부당이득을 긍정하는 것은 심각한 평가모순에 해당할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다. 다만 이와 같은 사안에서 어떠한 요건 하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Ⅹ. 피용자의 성추행으로 인한 사용자책임

1. 대판 2009. 2.26, 2008다89712는 피용자의 성추행 등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피고 1은 피고 2 법인이 운영하는 아동복지시설인 A의 원장인데, 원고를 근무시간에 원장실로 부르거나, 업무상 출장을 가는 도중 또는 회식을 마친 직후에 피고 2 법인이 제공한 원고의 숙소에 들러서 원고를 성추행하거나 간음하였다. 원심은,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이와 같은 성추행 및 간음행위는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성추행 및 간음행위에 관하여 피고 2 법인에게 사용자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도 이를 지지하였다.

이 판결은 피용자가 다른 피용자를 성추행 또는 간음하는 등 고의적인 가해행위를 한 경우에 사용자책임이 인정되는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피용자가 사용자로부터 채용, 계속고용, 승진, 근무평정과 같은 다른 근로자에 대한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음을 이용하여 그 업무수행과 시간적, 장소적인 근접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성추행하는 등과 같이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사안"에서 사용자책임을 긍정하고, 사무집행관련성을 판단할 때 '시간적, 장소적인 근접성이 있는지', '피해자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였는지'를 고려하고 있다.

2. 대판 1998. 2.10, 95다39533은 성희롱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으나, 그로 인한 사용자책임은 부정하였다. 피용자의 성희롱 행위가 직무범위 내에 속하지 아니함은 물론 외관상으로 보더라도 그의 직무권한 내의 행위와 밀접하여 직무권한 내의 행위로 보여지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9년의 대법원 판결은 성추행으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긍정함으로써 대법원의 태도가 사실상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성추행과 성희롱은 구별될 수 있지만, 성추행에 관한 위 판결의 논리가 직장내 성희롱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장내 성희롱의 경우에도 이 판결에서 들고 있는 요건을 충족하면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ⅩⅠ. 법인의 사원 등 의결기관의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판단기준

1. 법인의 대표자가 제3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 이에 관한 의결에 찬성한 이사나 대의원도 불법행위책임이 있는가? 대판 2009. 1.30, 2006다37465에서는 법인의 대표자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에 이에 관한 법인 내부의 사원총회, 대의원회, 이사회에 참석하여 의결한 이사 등도 불법행위책임을 지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원심은 이사 등 피고들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넓게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법행위에 대한 관여 정도에 따라 구분하여 결론을 내리고 있다.

2. 법인의 대표자가 그 직무에 관하여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에, 대표자의 행위가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면 그 대표자도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민법 제35조 제1항). 또한 사원도 위 대표자와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렀거나 이에 가담한 경우에는 제3자에 대하여 위 대표자와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그러나 사원총회 등의 의결은 원칙적으로 법인의 내부 행위에 불과하므로 위와 같은 사항의 의결에 찬성한 사람(이하 편의상 '의결참여자'라도 한다)이 그 사항의 의결에 찬성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

결국 어떠한 요건 하에서 의결참여자가 불법행위책임을 지는지 문제된다. 의결참여자의 책임을 무겁게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과 의결참여자의 책임을 부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이 판결은 위 두 시각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 중간 부근에서 책임의 인정여부를 가리고 있다. 즉, 의결참여자가 대표자와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렀거나 이에 가담하였다고 볼 수 있으려면 ㉠ 그 의결에 참여한 법인의 기관이 당해 사항에 관하여 의사결정권한이 있는지 여부 및 대표자의 집행을 견제할 위치에 있는지 여부, ㉡ 그 사원이 의결과정에서 대표자의 불법적인 집행 행위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유도하였는지 여부, ㉢ 그 의결이 대표자의 업무 집행에 구체적으로 미친 영향력의 정도, ㉣ 침해되는 권리의 내용, ㉤ 의결내용, ㉥ 의결행위의 태양을 비롯한 위법성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법인 내부 행위를 벗어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하였다.

의결참여자가 대표자의 위법행위를 막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제3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하는 것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 법인의 운영에서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법인 내부의 의결참여자가 대표자의 행위를 견제하기 어려운데도 의결참여자의 책임을 넓게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는 의결참여자에게 '적은 권한'에 비하여 '과도하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결참여자의 권한과 지위, 행태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위법한 경우에 한하여 의결참여자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ⅩⅡ.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자의 명예훼손 책임

1.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가 있는 경우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이 판결에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는 어떠한 요건 하에서 책임을 지는지 문제된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직접 정보를 작성한 사람과 동일한 책임을 진다고 볼 수는 없다. 반면에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무조건 면책된다고 볼 수도 없다.

대판(전) 2009. 4.16, 2008다53812는 이 문제에 관하여 기존의 대법원 판결에서 나타난 혼란을 정리하여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고 있다.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인 피고 엔에이치엔 주식회사, 피고 주식회사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보도매체로부터 위 피고들의 각 자료저장 컴퓨터 설비에 전송된 기사들 가운데 원고 관련 기사를 선별하여 위 피고들의 뉴스 게시공간에 게재하였다. 원고는 위 기사와 댓글 등으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고 대법원도 이를 지지하였다.

2. 먼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로부터 기사를 전송받아 자신의 자료저장 컴퓨터 설비에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기사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뉴스 게시공간에 게재"한 것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를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의 특정한 명예훼손적 기사 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선택하여 전파한 행위"로 파악하고 위 사업자는 "명예훼손적 기사를 보도한 보도매체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가 작성·보관하는 기사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의 검색·접근에 관한 창구 역할"을 한 경우에는 이와 달리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언론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있는데, 이를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않고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도 언론기관과 동일한 책임을 진다고 하고 있다.

3. 다음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기사 댓글 등의 형태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이 있는 경우에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명예훼손을 보도한 보도매체와 동일한 요건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고, 엄격한 제한 하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편의상 '삭제·차단의무'라고 한다)를 인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한다. 즉, (1) 삭제·차단의무가 발생하려면 ①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② 위 사업자가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③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것이 필요하다. (2) 위 사업자에게 위와 같은 '삭제·차단의무'가 있는데도, 그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

다수의견(보충의견 포함)과 별개의견은 인터넷 종합정보 사업자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는 기준, 특히 피해자의 삭제 및 차단 요구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불법행위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논박을 하고 있다. 위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구체적인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삭제·차단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다수의견이 타당하다. 피해자가 구체적인 삭제 및 차단 요구를 한 경우에는 쉽게 사업자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겠지만, 그와 같은 요구가 없는 경우에도 삭제 및 차단의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도 삭제 및 차단 요구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사업자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게시물을 알고 있거나 이를 쉽게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사업자에게 삭제·차단의무를 긍정하더라도 불합리하지 않다.

- 2010년 3월 25일 (제3828호) 12·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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