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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7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9)공정거래법

홍대식 교수 (서강대법대, 법학박사)

2007년 한 해 동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선고된 대법원 판결 중에 판례공보에 게재된 건수는 총 6건(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1건, 경제력집중억제 1건, 부당지원행위를 포함한 불공정거래행위 3건, 과징금 1건)이다. 공보 게재 건수가 2005년에 18건, 2006년에 19건으로 최근 들어 공정거래법 관련 판례가 대폭 증가했던데 비하면 크게 줄어든 셈인데, 실제 선고된 건수는 예년에 비해 별로 줄어든 것 같지 않다. 판례공보 게재 대상으로 선정되는 판례는 대체로 새롭거나 법리적으로 발전된 판시사항이 포함된 경우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는 공정거래법 분야에서도 쟁점이 동일·유사한 판례가 집적되고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는 중요 요지를 중심으로 판례공보에 게재된 판결들을 소개하면서 간략한 해설 및 평석을 덧붙이기로 한다.

1.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포스코가 특정 사업자에 대하여 거래개시를 거절한 행위가 시장지배적사업자의 부당한 거래거절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 공보 2007하, 1940면)

가. 판결 요지

(1) 특정 사업자가 시장지배적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경쟁관계가 문제될 수 있는 일정한 거래 분야에 관해 거래의 객체인 ‘관련 상품에 따른 시장’과 거래의 지리적 범위인 ‘관련 지역에 따른 시장’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 시장에서 지배가능성이 인정돼야 한다. 여기서 ‘관련 상품에 따른 시장’은 일반적으로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억제해 줄 경쟁관계에 있는 상품들의 범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이 상당기간 어느 정도 의미있는 수준으로 인상 또는 인하될 경우 그 상품의 대표적 구매자 또는 판매자가 이에 대응해 구매 또는 판매를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의 집합을 의미하고, 그 시장의 범위는 거래에 관련된 상품의 가격, 기능 및 효용의 유사성, 구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구매행태는 물론 판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경영의사결정 형태, 사회적·경제적으로 인정되는 업종의 동질성 및 유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며, 그 외에도 기술발전의 속도, 그 상품의 생산을 위하여 필요한 다른 상품 및 그 상품을 기초로 생산되는 다른 상품에 관한 시장의 상황, 시간적·경제적·법적 측면에서의 대체의 용이성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2) [다수의견] 거래거절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조의2 제1항 제3호의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에 해당하려면 그 거래거절행위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어렵게 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하는 바, 여기에서 말하는 ‘부당성’은 같은 법 제23조 제1항 제1호의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거절행위의 부당성과는 별도로 ‘독과점적 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이라는 입법목적에 맞추어 독자적으로 평가·해석해야 하므로, 시장지배적사업자가 개별 거래의 상대방인 특정 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거래거절을 한 모든 경우 또는 그 거래거절로 인하여 특정 사업자가 사업활동에 곤란을 겪게 되었다거나 곤란을 겪게 될 우려가 발생했다는 것과 같이 특정 사업자가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부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거래거절행위를 하였을 때에 그 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나. 해설 및 평석

이 판결은 2003년에 나온 대한의사협회 사건 판결 이후 공정거래 관련 분야에서 두 번째로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한 유형인 사업활동 방해행위의 부당성 판단기준에 대한 해석론을 처음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하여 현재의 대법원이 국가의 경쟁정책과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시민법 원리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이를 공정거래법의 실체법적 규정의 해석·평가에 반영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 이정표가 될 만한 판결이다. 이 판결의 판시사항은 쟁점 별로 별도의 논문에 의하여 해설하여야 할 만큼 공정거래법의 목적과 법적 성격, 관련시장의 획정에서부터 실체법적 요건의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관련시장의 획정과 사업활동 방해행위, 특히 그 세부유형인 거래거절 행위의 부당성 판단기준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관련시장의 획정에 관한 판시 내용 (1)은 대체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심사기준’의 ‘II. 일정한 거래분야의 판단기준’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은 고시의 내용과 다르거나 고시에서 발견되지 않는 부분으로 주목된다.

첫째, 관련시장을 획정함에 있어 ‘경쟁관계에 있는’ 상품들 또는 사업자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이다. 법 제2조 제8호는 일정한 거래분야를 정의함에 있어 ‘경쟁관계에 있거나 경쟁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중 ‘경쟁관계에 있을 것’이라는 표현은 실제적인 경쟁의 요소에, ‘경쟁관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표현은 잠재적인 경쟁의 요소에 대응될 수 있다. 따라서, ‘경쟁관계에 있을 것’이라는 요소에 비중을 두어 실제적 경쟁 위주로 관련시장을 획정할 경우 ‘경쟁관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요소를 고려할 경우에 비하여 시장이 좁게 획정되고 그에 비례하여 시장지배적사업자 요건을 넓게 인정할 수 있다.

둘째, 대법원 판결이 시장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열거한 “기술발전의 속도, 그 상품의 생산을 위하여 필요한 다른 상품 및 그 상품을 기초로 생산되는 다른 상품에 관한 시장의 상황, 시간적·경제적·법적 측면에서의 대체의 용이성”은 공정위의 고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비록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적용되지 않았으나, 대법원이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새로운 상품 개발 경쟁이 확대됨에 따라 시장의 범위가 단기적으로도 유동적일 수 있는 현실에 주목하여 향후 다른 사건에서 관련시장 획정이 문제될 경우 유연한 접근을 할 가능성을 열어 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판결에서는 일반론으로서 “관련 상품의 수입 가능성”을 사업자의 시장지배 가능성을 판단하는 요소로 특히 강조하고, “현재 및 장래의 수입 가능성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국외에 소재하는 사업자들도 경쟁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 그들을 포함시켜 시장지배 여부를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 해외로부터의 실제적 경쟁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음으로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거래거절 행위의 부당성 판단기준에 관한 판시 내용 (2)는 대법관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려 다수의견 외에 2개의 반대의견이 제시된 쟁점에 관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부당한 사업활동 방해행위의 구체적 유형으로서의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거래거절행위가 그 지위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려면 “그 거래거절이 상품의 가격상승, 산출량 감소, 혁신 저해, 유력한 경쟁사업자의 수의 감소, 다양성 감소 등과 같은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그에 대한 의도와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리고, 부당성의 입증방법에 관해서는 “거래거절행위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 효과가 나타났음이 입증된 경우에는 그 행위 당시에 경쟁제한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고 또한 그에 대한 의도나 목적이 있었음을 사실상 추정할 수 있다”고 하여, 행위의 결과로 시장에서 경쟁제한의 효과가 현실적으로 나타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부당성 판단에 있어 객관적 요건으로서의 경쟁제한 효과 발생의 우려와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경쟁제한의 의도와 목적이 경험칙상 추정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히는 한편,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거래거절의 경위 및 동기, 거래거절행위의 태양, 관련시장의 특성, 거래거절로 인하여 그 거래상대방이 입은 불이익의 정도, 관련시장에서의 가격 및 산출량의 변화 여부, 혁신 저해 및 다양성 감소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거래거절행위가 위에서 본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그에 대한 의도나 목적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해 제반 사정을 참작한 종합적인 판단 방식에 의해 부당성을 판단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대법원이 부당성의 요건을 판시하면서 그 행위가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한 부분이다. 이와 달리 행위의 결과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의 현실적인 발생은 부당성의 요건이 아니라 부당성 요건의 입증을 완화하는 요소가 될 뿐이다. 따라서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경쟁제한의 효과는 여러 사정으로부터 그 우려, 즉 그러한 결과가 초래될 추상적 위험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족하고, 그와 같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 또는 위험성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는 한 현재는 그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더라도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 또는 위험성이 상당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2. 경제력집중 억제 - 유가증권 매수 또는 매도행위가 내부거래공시대상회사가 공시하여야 할 대상인 대규모내부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유가증권의 경우 거래금액의 판단기준(대법원 2007. 4. 12. 자 2006마731 결정, 공보 2007. 5. 15.자 , 728면)

가. 판결 요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4. 12. 31. 법률 제73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의2 제1항 규정이 공시의 요건으로 특수관계인을 상대방으로 하거나 특수관계인을 위한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 등 거래행위일 것을 정하고 있을 뿐 그 거래행위의 구체적 목적이나 태양을 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및 특수관계인 상호 간의 부당내부거래를 사전에 억제하고 대규모내부거래에 관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한다는 위 규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내부거래공시대상회사가 같은 법 시행령(2004. 3. 17. 대통령령 제183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의8 제2항이 정한 거래금액 이상의 유가증권을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매수하거나 특수관계인에게 매도하거나 또는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위 거래금액 이상의 유가증권을 매수하는 행위를 한 이상, 그 유가증권 매수 또는 매도행위가 중개를 목적으로 한 사실상의 중개거래라고 하더라도 공시대상인 대규모내부거래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없이 사실상 기존 채무의 변제기 연장을 위하여 이루어진 대환거래라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런데 관계 법령의 입법 취지 및 문언 등에 비추어 볼 때, 유가증권의 거래에 있어서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의8 제2항에 규정된 거래금액은 ‘대규모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에 관한 규정’(공정위 고시 제2003-04호) 제4조 제2항 제2호의 규정과 같이 거래대상인 유가증권의 액면금액이 아니라 그 유가증권의 실제 거래금액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나. 해설 및 평석

이 판결은 계열회사 간의 부당내부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규제수단인 공정거래법 제11조의2의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의결 및 공시 규정 내용의 해석이 문제된 첫 번째 사건이다. 이 판결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대법원이 공정위의 공시고시에서 정한 바에 얽매이지 않고 법 해석상 문제되는 개념을 해석함에 있어 법 규정이 지시하는 바에 충실한 해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은 시행령에 공시의 대상으로 된 대규모내부거래에 관해 공시해야 할 주요내용을 위임하고, 시행령은 공시의 주요 내용 중 일부를 공정위의 고시에 재위임하고 있을 뿐인데, 공정위 고시는 재위임을 받은 사항뿐만 아니라 공시의 대상이 되는 대규모내부거래를 구성하는 법상의 개념요소를 해석하는 내용과 대규모내부거래의 판단기준까지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먼저 공시의 요건 중 공시 대상인 거래행위의 개념에 관해 법에서 거래행위의 목적 또는 태양을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거래행위가 다른 공시 요건을 충족하면 공시 대상인 대규모내부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공정위의 공시고시에서 정한 바에 의존하지 않고 법문과 입법취지에 근거한 해석을 했다. 나아가 유가증권의 거래에 있어서의 거래금액에 관해서는 역시 법문과 입법취지에 근거하여 실제 거래금액이라고 해석하면서, “유가증권 거래가 대규모내부거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거래금액의 산정을 당해 유가증권의 액면금액에 따라 한다”고 규정한 공시고시의 규정 부분은 행정기관 내부에서 법령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일응의 기준을 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법원이 그 해석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경제적 현상을 법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확실성을 부여한다는 취지로 수많은 고시를 제정, 운영하면서 이를 사실상 해석규칙과 판단기준으로 활용하는 공정위의 법 집행이 적법한 기초에 근거한 것인지 부단히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3. 불공정거래행위-거래상 지위 남용(대법원 2007. 1. 12. 선고 2004두7146 판결, 공보 2007. 2. 15.자, 305면)

가. 판결 요지

대법원은 사업자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제2항, 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1] 제6호 (나)목 및 (라)목 소정의 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공정위가 법 제24조 소정의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되는 ‘이익제공강요’ 및 ‘불이익제공’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특정되어야 하고, 그러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그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은 위법하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에서 대규모소매업체의 납품업자들에 대한 각종 비용부담행위, 반품행위 및 서면계약서 미교부행위와 관련된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그 대상이 되는 행위들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나. 해설 및 평석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경우 법에서는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법 제23조 제1항 제4호)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법 시행령에서는 이를 구입강제, 이익제공강요, 판매목표강제, 불이익제공, 경영간섭 5가지 세부 유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일반규정의 성격을 갖고 있는 불이익제공의 행위 요건인 ‘불이익’에 관해 대법원은 “법 제24조 소정의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거래상대방에게 발생한 ‘불이익’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확정되어야 하고, 여기에서의 ‘불이익’이 금전상의 손해인 경우에는, 법률상 책임 있는 손해의 존재는 물론 그 범위(손해액)까지 명확하게 확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0두6213 판결)고 판시해, 거래상 지위 남용의 행위 요건을 구성하는 개념요소의 의미를 분명히 하는 한편 포섭될 수 있는 범위를 객관적 명확성이라는 기준으로 한정적으로 유형화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판결은 공정위가 대규모소매업체의 납품업자들에 대한 각종 비용부담행위, 반품행위 및 서면계약서 미교부행위를 문제 삼고 있으면서도 단지 비용부담, 반품 및 서면계약서 건수나 내역 정도를 포괄적으로 기재하였을 뿐 대상 업체명, 시기, 업체별 액수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행정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서, 행위 요건의 내용의 구체적 명확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객관적 명확성 기준과 일응 구별되지만 취지 면에서 그 연장선상에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4. 부당지원행위-지원금액에 대한 과징금부과기준인 지원금액을 산출하기 어려운 경우(2007. 1. 25. 선고 2004두7610 판결, 공보 2007. 3. 1.자, 349면)

가. 판결 요지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과징금부과기준인 ‘지원금액’은 지원주체가 지원객체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급부의 정상가격에서 그에 대한 대가로 지원객체로부터 받는 경제적 반대급부의 정상가격을 차감한 금액을 말하고, ‘정상가격’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사이에 이루어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사이에 이루어졌을 경우 형성되었을 거래가격을 말하는데, 부당지원행위로서의 해외채권의 매입행위, 전환사채의 전환권행사행위 및 유상증자 참여행위는 그에 대한 과징금부과기준인 지원금액을 산출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나. 해설 및 평석

이 판결은 구 현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들의 여러 가지 유형의 부당지원행위가 문제된 사건으로서 이미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축적한 법리를 반복하여 판시하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위에서 인용한 판시사항은 종전의 판례에서 명확하지 않았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여기서는 부당지원행위가 성립하는 것을 전제로 과징금부과기준인 지원금액의 산정 방법이 문제가 되는데, 지원금액은 정상가격과 실제거래가격과의 차액으로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금전거래의 경우나 기업어음 발행에 의한 금융거래의 경우에는 그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이 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시행령에서는 지원금액의 산출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 등에는 보충적으로 지원성 거래규모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금액으로 보고 있는데, 주식, 사채 발행에 의한 자본거래나 상품, 용역거래, 기타 자산거래의 경우에는 보충적 기준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해외채권의 매입행위, 전환사채의 전환권행사행위 및 유상증자 참여행위가 보충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 경우로 판단되었는데, 이처럼 보충적 기준이 적용될 경우에는 지원성 거래규모 산정의 기준이 되는 당해 거래를 어떻게 특정하느냐에 따라 과징금부과기준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그 특정 방법에 관한 법률적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5. 과징금-회사분할의 경우, 분할 전 위반행위를 이유로 신설회사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두18928 판결, 공보 2008상, 2055면)

이 판결에서의 쟁점은 분할회사가 분할 전에 위반행위를 행한 후 여러 회사로 분할된 경우 분할 전 위반행위로 인하여 추상적으로 발생하는, 과징금부과처분을 받을 법적 지위는 누구에게 귀속하는가 하는 점이다. 공정위와 원심법원은 분할 전 위반행위로 인하여 분할회사에 발생하는 공법 영역의 책임도 분할로 인하여 설립된 회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과징금부과대상자의 특정에 관한 문제와 과징금부과처분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발생한 과징금납부채무에 관한 책임 귀속 문제를 혼동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법상 분할로 인하여 설립되는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승계하는 것은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인데,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 그 과징금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에게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판결은 분할로 인해 설립되는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의 경우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회사의 분할 전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부과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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